오늘의 하루해도 서서히 기울고있다.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다름없을 반복성.
결코 어긋남이없을 불변의 진리앞에
한없는 경이로움을 새삼스레 갖는다.
이렇게, 또, 올해의 가을도 떠나가고 있다.
아침결에 서릿발같은 차가움을 안겨주면서
얼마남지않은 잎새들마저 후두둑 떨어지더니
자꾸만 헐벗어지는 나뭇가지는 앙상해간다.
저 나름의 이별을 말하는걸까?
간밤의 윙윙 소리가 애잔함을 더했으니~~
{ 이순의 쉼터 }
언제나 이곳을 회상하노라면.
나는, 십이년전쯤의 초여름을 떠올린다.
봄바람이 저만큼 멀어져가고,
온갖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였다 지기도하고,
이미, 진달래, 벗꽃, 연산홍도 한철 지나
그 화려한 계절 오월이 지나가면서
마악 6월이 펼쳐지는 그무렵.
언제나 여행의 도구로선 최고의 낭만인 그것.
기차여행으로의 목적지. 부산과는 지척인 대구였지.
빠알간 산딸기의 아기자기한 모습에서.
그처럼 좋은 향긋함이 배여나옴은
그날의 신선한 기대감에서 오는 설레임.
낯선 이들과의 초면에서 느껴지는 감미로운
눈길의 주고받음~~그래서 더욱 짙은향기였으리.
나이가 모두 이순을 넘겼음에도
산딸기 줄기의 싱그러움을 지녔든 그 모습들.
누가 무슨 노래를 했다는 기억도,
내가, ~작은 연인들~을 불렀든 기억들도
이른 아침. 젖은 풀잎사이로 하얗게 솟아나는
강가에 피여오르는 물안개처럼 끝없이 떠 오른다.
내가 그 첫날을 이토록 생생히 기억하는것은.
난생 처음 카페라는 곳에 발걸음한곳이
이순의 쉼터였고, 발원지(?)가 춘천이라는것.
그 두가지 이유외에도, 나의 삶의 근간이 너무
적막했던 시절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진다.
학창시절끝난후, 2년반정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었다. 영국에 본사를둔 석유(윤활유) 회사였는데
과분한 봉급과 보너스로, 여가생활을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주말이면 예외없이 경춘선에 올라, 스쳐가는 풍경에
열광하고, 춘천에선 막국수집을 단골로 삼아
거의 한달에 서너번은 들렸던 곳 춘천.
호반의 도시. 로맥틱한 낭만의 고장. 춘천.
내 청춘시절의 향수가 듬뿍 실린 고장이였으니~
어느덧 하루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밤시간.
시계가 아홉시를 넘어선다.
글을 쓰려고 앉으면 몹시 피곤해지고
뭔가 끄적이려면 몸살기운마저 나는듯
그냥 들어누워버리고 마는 요즈음.
아니 꽤 오래된 습관이 되였다.
모든것이 의미부여가 되지않고, 부질없다는 생각.
심지어 책. 신문마저 멀리한지 얼마나 됐는지~
근데, 오늘은 나자신도 신기하게 여겨진다.
왜 ? 무슨 까닭에 이토록 긴 혼잣말을 하는걸까?
누군가에겐, 지루한 넋두리가 될 이런짓을.
하얀목련.
하얀 목련이 필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내린 거리마다 그대 슬픈 뒷모습.~~
그 꽃을 좋아하고, 그노래를 즐겨불렀기에
카페 첫 입문시 닉을 그렇게 정했었다.
그러나 불과 일년여만에, 하얀목련은 져버렸다.
비 바람에, 그야말로 예상못한 폭풍에 떨어졌다.
내 인생 전부에서, 그처럼 혹독한 시련은 처음이였다.
그냥, 운명이였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살아감에있어, 순탄하기만 하다면 어떻게 인생자체를 고해라 일컬었을까?~~
동심초.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지고
만날날은 아득다. 기약이 없네~~
동심초로 환생해서라도, 첫 마음의 뜨락을
같이 해보겠노라! 다짐. 또 다짐할 그무렵.
등을 두드려 주며 위로해주든. 단 한사람.
그 사람이 호테님. 인생나루터 방장. 호테님이였다
어느날 밤. 이순의 쉼터 모임을 마치고 귀갓길에서
(집이 같은방향이라 늘 6호선을 이용)
두어정거장 앞이 내 목적지라 내리는데
집까지 배웅해준다며 따라내려준 호테님.
집(아들네) 근처 다왔을무렵, 고맙다고 인삿말을
했는데, (힘 내세요 목련님) 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 왜 그리도 울컥했는지,
길가의 전봇대에 기대 울고말았던 아픈 기억조각들.
그날 호테님의 위로와 격려의 고마움을,
나는, 쉽사리 지울수가 없는것이다.
동심초라는 닉의 개명에도 순탄치않았든 그후.
나는, 정계에서 거물들이 곧장 인용하는 문구처럼.
자의반, 타의반. 쉼터의 오솔길을 떠나야했다.
그날의 아픔은, 오랫동안 나의 곪은 상처로 남았고
무수한 자문자답의 회한으로 쌓여갔었다.
그 세월은 긴 강물이 되어, 십여년을 흘러갔다.
노오란 개나리가 피고 지더니,
고향의 뒷산 진달래도 피고 지든 그무렵.
나는 , 아홉살짜리 손녀의 피겨스케이트 대회에
참가하기위해, 목동 아이스링크에 가 있었다.
지금 이렇게 자란 손녀를 보면, 감회 그 자체다.
겨우 걸음마 할무렵, 맞벌이 아들내외의 청으로
2년만 돌봐주면 했는데, 그 세월이 8년을 넘겼으니.~
몸은 힘들되. 마음은 보람그자체였든 그 세월.
이런저런생각에 잠겨 경기를 보는중.
무척 오랫만의 전화한통. 호테님이였다.
오후에 춘천행 기차 타보지 않겠느냐는~~
애초에 밝혔듯이, 춘천이라면 그냥 좋다.
언제나 훌쩍 찾아가보고싶은곳, 춘천.
두말없이 같이한 춘천행.
열차가 춘천을 향해 달리고있을때.
(오늘, 이순의 쉼터에서 파크골프모임 하는데
같이 자리 해보자~)
그냥, 둘만의 가벼운 춘천나들인줄 알았는데
순간 멈칫.했지만, 십여년이 훨씬지난 그날.
오월의 신록이 푸르러가는 늦은봄. 아니 초여름.
십년만의 해후가 되여진 오후였다.
그런후,
지난 일요일의 대성리에서 가진, 인생나루터.
두번째의 해후가 된. 늦가을 소풍이였다.
아침부터 내리는 가을비가,
길가의 가로수를 흔들어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비에젖은 잎새들이 처연한모습으로
발밑에 뒹굴어. 시인이 아니어도 모두를 글쟁이로
만들어준 강변으로의 산책길.
부슬부슬 내리는 만추의 가량비는
모든이의 가슴에 옛추억을 회상케 했으리라.
우리들 모두의 새파란 청춘일때의 그날들을~~
아직은, 몇분의 얼굴외에는 낯설고 물설어
고향이지만 타향같은 이곳. 이순의 쉼터.
나는 감히 이곳을 (고향)이라 생각하고싶다.
첫 발걸음 한곳이고, 첫 설렘을 준 곳이였으니.
고향은, 아무리 멀리 떠나 있어도, 마음에 항상
남아있는 곳이다.
자주 가지못하고, 많은 참여없어도
그곳은, 늘 마음깊은곳에 자리한. 영윈한 노스탈자
그 자체이니까~~
가을이 가고있다. 손짓을 하며~~
이 깊은 밤 창가에 다가서면 나즉이 속삭인다.
외로워 하지마. 결코 쓸쓸해 하지 마.
사람은 누구나가 결국엔 혼자야.
주위를 돌아보며 서성이면 언젠가는 그누군가가
다정스레 손잡아 줄거야.
여태도 잘 지났는데, 두어줄쯤 남은 고무줄길이.
그것을 못참고 방황할수야~~
훌쩍 떠나고 싶을때.
무작정 열차에 올랐을때
그래도 가도 될 고향이라 여기자. 이순의 쉼터를~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라고 믿으며 살자.
불쑥 찾아가도, 눈 흘기지않고 반겨줄거라고.
따뜻한 흙담이 있는 고향이라 여기자.
자정을 넘긴 깊은 밤. 가을이 가는 밤.
내년이면 다시 올 이 가을을 향해
안녕. 잘 가 !! 너무나 아름다웠든 가을이여~~
첫댓글 땀 줄줄 흘리며 에어컨 바람찾던 이스립니다
한번 뵌거라 아직은 가물가물 하지만 그래도
인사 나눈 사이라 반가우내요
이순카페에선 젤 꼴찌로
함께한 사람입니다
우리 이순카페는 모두 작가들만 계셔요
예기가 진지하고 솔직하고
감수성이 소녀 같으셔서
요롷게 알근채를 해 봅니다..ㅎ
오후엔 늦가을 이별비가 또 내릴 모양입니다. 한번 뵈었다고 하셨는데
아마, 춘천 파크골프모임후 자리같이 햤나 싶네요. 올해 6월초였는지~~
고운 마음을 댓글로 주시니, 감사하고
기쁩니다. 감수성은 상대성 인것것이죠.
마음의 개여울같은 흐름은, 서로가 공감하는데서 소통되는듯 해요.
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
그옛날 이야기부터 실타레 풀듯 담담하고 잔잔하게 이야기하네요
오랜시간 힘든시간도 잘 버티며 이겨냈듯이 이제부터는 자신을 사랑하며 활기차고 강건하게 살아봐야겠지요
세상은 그리 어두움만 있는건 아니니 비가 오는 날이 있는가하면 청명한 가을 하늘같은 날도 있듯이 즐겁게 살아가요
언제나 환하게 웃음띈 얼굴이신 산소랑님. 세월을 비켜가는듯, 갈수록 고와지시는 모습이 참 보기좋았어요.
머리위에 살포시 얹힌 모자가 멋스러웠고, 과장되지않은 멋스러움이
외려 외관을 돋보이게 하더군요.
그리고, 내내 웃음기 잃지않으시는 모습. 같이 하는 친구 누구라도 친근감을 갖게하는 소탈함이 본 받아야될 덕목이 아닌가 여겨졌어요.
서먹한 상봉역에서의 만남에도, 반갑게
손짓하며 맞아주었기에 고마웠어요.
혼자서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들도 일러주시며 함께 간 대성리 열차안.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어요.
이순의 쉼터와 오랜 연줄이 있으시군요.
고향 같은 추억, 초딩친구처럼 다정하게 손 잡아주는 곳, 춘천
10여년의 추억을 실타래 풀어내듯 써내려간 감성이 잔잔하게 전해옵니다
가을이 되면 우수에 젖게 하듯, 나이가 들수록 기대고 싶은 고향같은 추억과 친구가 때론 그리워지지요.
모처럼 나들이 나온 남쪽 해변 변산 아침, 이 글이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아! 그 아름다운 해안.
변산반도에 여행가셨군요.
오래전에 동기들과 그쪽으로 갔었는데
해안가 그 절경이 너무 좋아 모두들의
감탄을 자아냈지요.
제 기억이 맞다면, 그 근방이 채석강이 흘렀는데, 산쪽의 절벽면이. 정말 오묘하더군요. 꼭 시루떡 켜켜이 빚어놓은듯 신기한 모습. 정말 절경이였어요.
늦가을에 아름다운 곳에서 즐기시는 범부님. 좋은 추억 가득 만들고 오세요.
나보다도 더 오래 이순쉼터와의 인연이 있으시군요
의도치 않아도 우연찮게 인연이 끊어지기도 하게 되지요
어쨋든 다시 만나 활동하게 되시니
많은 감회가 있으실것 같습니다
새로 만드는 인연도 중요하지만
한번 맺어진 인연을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한것 같아요
모든게 나하기 나름이지요
앞으로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쉼터에서 깊게 뿌리를 내려.
아름다운 인연. 곱게 엮어나가시길
모든게 제하기 나름이란 말씀.
정말 옳은 말씀이지요.
귀한 인연의 줄기. 이곳에서 찻으시기를 바래요.
건강 하세요.
수필가 동심초!
지난날의 인연과 지금의 쉼터를 고향으로 생각한다는
글을 저토록 눈물나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긴글로
마무리를 한걸까?
마음의 고향 춘천에 본거지를 둔 이순의쉼터에 오래 머물기 바랍니다.
따스한 마음을 드립니다.
언제나 봐도 포근한 웃음기있는 얼굴이신 봄시내님.
닉 그대로 봄이깃든 시냇물처럼
변함없는 품성으로 주변을 편안하게 해주십니다.. 이순의 쉼터에서 든든한
중추역활을 하시는 춘천의 두 기둥.
시니님과 쌍벽을 이루고 계십니다.
오랫만에 만나도, 스스럼없이 어깨를 감싸안고싶은 다정함.
그래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것은.
깊은 속마음까지 꼭같은 겉묘습의 따뜻함에서지요. 또 언제쯤 뵈올지~~
멀리있어도 마음만은, 춘천 어디메쯤
늘~~머물고있는듯한 저의 마음입니다.
건강이 늘 함께 하시기를~~
아름다운 글에 한참 머물지만 댓글 뭐라교 써야할까
한참 망설입니다. 싐터가 더 훈훈하고 격이 높아진 것 같아요.
어쩌다 한번 쓴 글로 끝나지 말고
자주 자주 여기저기 흔적 남겨주세요.
이제 초겨울로 접어드나 봅니다.
오늘 아침녂엔, 손이 시릴정도, 장갑생각까지 나더군요.
가족과 파주엘 다녀왔는데, 북쪽지방이라 그런지 쌀쌀한 기온이
마음까지 스산하게 만들더군요.
서울 온지도 한달이 훌쩍.
돌아오는 수요일, 내려갑니다.
한번쯤 소주한잔 나누는 기회를 갖고 싶었는데. 여의치가 못했군요.
두달가량은 부산에서 머물다, 내년 1월에야 올라올 계획입니다.
늘~~건강 지키시고, 즐겁게 사세요.
저도 마음 다잡고, 울적한 시간들 되지않게. 좋은 생각, 희망적인 일들에
매진해 보겠습니다.
댓글에 감사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