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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장, 김재숙은 이혼청구소송을 내려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다니고 있었다. 남편은 절대로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혼청구소송이라도 내고 나면 그제야 기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김재숙이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건어물상을 해 준다면 친정 언니를 도와주는 것이 되고 자신들의 수입도 좋아진다고 믿고 있는 김재숙이다. 결혼생활 십년이 다 되어 가도록 기껏 오천 정도를 저축했을 뿐이다. 그것도 쓰고 싶은 대로 써 가면서 모은 것이 아니라 허리띠를 졸라 매 가면서 모은 금액이 겨우 그 정도였다. 전셋집을 빼고 그 돈을 합하면 가게를 얻고 물건을 들일 수가 있다. 어차피 시어머니 혼자서 살아가시는 집이다. 가족들은 그 집으로 들어가고 나면 시어머니는 아이들을 키워주시고 살림도 도맡아서 해 주실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는 반대로 남편은 영 말을 듣지를 않는다. 김재숙은 그런 남편에게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자신의 뜻을 따라 주지 않는 남편 종원이에게 애정이 식어가는 느낌이다. 김재숙은 가정법원으로 찾아가 알아보았으나 자신의 이혼청구소송은 자신에게 몹시 불리한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남편에게서는 어떤 잘못이 없다. 자신의 직장을 고집한다고 해서 이혼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재숙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김재숙의 가장 커다란 불만은 남편이 시댁식구들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형들과의 잦은 만남도 불만이었고 무슨 때가 되기만 하면 어김없이 시댁을 드나드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친정에도 많은 형제들이 있는 김재숙이다. 딸로서는 막내인 김재숙은 친정 언니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서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제일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둘째형부가 바다를 생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어부인 까닭에 바다에서 나는 생선들을 말리고 제품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둘째언니를 도와서 서울에서 건어물상을 하는 것이 언니나 다른 형제들 보기에도 좋고 돈을 더 잘 벌수 있다는 생각에 남편의 고집을 꺾으려 했으나 남편은 자신의 뜻을 따라 주지 않는 것이다. 남편이 집을 나간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집으로 보내주지 않고 그대로 받아 주는 시댁의 큰 형님이 너무나 밉다. 게다가 이제는 큰 형님 댁은 아예 시댁으로 살림을 합친 것이다. 자신이 선수를 빼앗긴 듯한 기분에 시댁식구들이 더 싫어진다. 시어머니 역시 자신들보다는 큰 아들네를 먼저 챙기시고 감싸고 계신 것이다. 김재숙은 질것이 뻔한 이혼청구소송을 법원에 신청한다. 그것은 법원에서 출두 명령서가 날아가면 남편과 시어머니가 놀라서 자신의 뜻을 따라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절대로 법원에 출두하지 않고 자신에게 와서 모든 것들을 자신의 뜻대로 따라 줄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는 김재숙이다. 이혼청구소송을 제출해 놓고 김재숙은 의기양양해서 남편이 달려올 때를 기다린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에게 아무런 소식도 없다. 김재숙은 출두 날짜를 사나흘 남겨 놓고 남편의 사무실 근처로 간다. 남편의 사무실 근처에 있는 찻집으로 가서 전화를 한다. “나야!” “...................” “여기 당신 사무실 근처의 작은 공간이라는 찻집에 와 있어!” “왜?” “할 말이 있으니까 나와!” 그리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그리 오래지 않아서 남편이 찻집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이 보인다. “여기까지 웬일이지?” 종원이는 자리에 앉으면서 아내에게 말을 한다. “왜 아무런 연락이 없어?” “무슨 연락을 해야 하는 거지?” “법원에서 출두명령서가 날아가지 않았어?” “그래! 법원에서 만나면 되지 않아?“ “정말 법적으로 하겠다는 말이야?” “그건 당신이 원하는 일이 아니야? 난 절대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가 없어! 그러니까 법적으로 하든지 마음대로 해!“ 종원이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얘기하다 말고 어디를 가?” “난 더 이상 당신하고 할 말이 없어! 며칠 있다가 법원에서 만나서 판결이 나는 대로 하면 되지 않아?“ 종원이는 그대로 찻집을 나가 버린다. 종원이는 아내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혼청구소송의 출두 명령서를 받고 변호사를 찾아가 알아보았던 것이다. 아무런 이혼사유가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게 해 주었고 술을 마시고 폭행을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여자하고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닌 종원이로서는 아내의 처사를 그대로 받아 드리기가 억울했다. 직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앞길이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종원이다. 결혼 초부터 아내와 얼마나 많은 싸움을 했던지 생각하기도 싫은 종원이다. 처갓집의 일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뛰어 갈 정도로 아내는 극성을 부린다. 자신의 형제들의 일이라면 어떤 곳이건 나서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친정에 대한 애착심과 관심이 남달리 큰 아내였다. 보지도 못한 장인의 제사는 물론이거니와 각종 경조사에도 온 가족이 모두 참석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기분 좋아하는 아내다. 그런 아내의 성격을 파악하고 난 종원이는 얼마동안 자신의 가정을 위해서 아내가 하자는 대로 모두 들어 주면서 살았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아내의 행동은 더 극심했고 자신의 형제들에게 보이는 무관심과 노골적인 불만이 쏟아져 나오자 더 이상 종원이로서도 참고 있을 수가 없었다. 종원이는 두 형들과 만나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있었다. 두 형들과 만나서 가벼운 술잔을 기울이고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당구를 치는 것이 종원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그 마저도 못마땅해 했고 형들을 만나는 것조차 허락하지를 않는다. “뭐 하러 형들을 만나고 그래?” “왜? 내가 형들을 만나는 것이 당신에게 무슨 방해라도 돼?“ “쓸데없이 형들을 만나서 집에 늦게 들어오고 쓸데없는 돈 낭비도 하니까 그렇지!” “그러는 당신은 언니들을 안 만나나?” “내가 내 언니를 만나는 것이 무슨 문제야? 당신처럼 헛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헛된 돈을 쓰고 다니는 것도 아니잖아?“ “그만하자! 너랑 말을 하면 내 속이 터질 것만 같다.“ 아내는 모든 일들이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의 생각만이 모두 옳은 일이고 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무수히 많은 싸움을 하면서 아내를 때려도 보고 달래도 보고 사정도 해 보았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도 아내로서는 통하지 않는다. 종원이는 이제 아내와의 마찰을 스스로 피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직장을 그만두라는 말에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 종원이다. 이제 종원이는 이혼을 결심하고 있었다. 다행히 큰 형수가 아이들을 맡아서 길러 주시겠다고 하니 더 이상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만 같이 마음이 편안해져온다. 아내를 만나고 다음날이 되어서 다시 아내에게 연락이 온다. 이혼청구소송을 취하했으니 법원에 나갈 필요가 없다는 연락이다. 아내의 연락을 받고 나서 종원이는 너무나 화가 난다. 끝까지 모든 것들을 자신의 마음대로 결정을 해 버리는 아내의 그 성격에 이제는 넌덜머리가 난다. 종원이는 이제 자신이 이혼청구소송을 낸다. “막내야! 그러지 말고 다시 에미를 만나서 잘 설득을 해 보거라! 아무리 그래도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이혼을 해서야 쓰겠니?“ 김 여인은 아들의 행동을 말리려고 애를 쓴다. “엄마! 이제는 정말 견디면서 살기가 힘이 들어요. 더 이상은 나도 마음고생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 기어이 이혼을 해야만 하겠니?“ “네! 더 이상 달리 생각할 일이 없어요. 백년을 산다고 해도 달라질 사람이 아니거든요.“ “휴! 내가 살기는 오래 살았나보다. 자식들이 서로 헤어지는 것을 보아야 하니 말이다.“ 김 여인은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그러나 아들의 인생이 달린 일이다. 무엇이라고 아들을 설득해서 말릴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닫고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종원이는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허지만 참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어머니의 마음을 외면한다. 김재숙은 남편이 다시 이혼청구소송을 낸 것을 보고 나서야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남편은 정말 자신과 이혼할 결심을 굳힌 것을 그제야 깨닫는다. 김재숙은 남편인 종원이를 만나려 해도 종원은 아내를 만나주지를 않고 있다. 남편의 회사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끝에야 비로소 남편을 만날 수가 있다. “여보! 우리 정말 이렇게 나가야겠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든 사람이 누군데?“ “내가 소송을 취하했으면 당신도 이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 아냐?” “뭐라고? 당신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나더러 당신의 머슴노릇이나 하라고?“ “그래! 알았어! 당신이 장사를 하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 그 대신 나 혼자서라도 가게를 할 테니까 그만 집으로 들어와!“ “아니! 더 이상 당신하고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 이혼을 하는 것으로 결심을 했으니까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마!“ 종원이는 차디찬 음성으로 말을 한다. “내가 정말 이혼을 하고 싶어서 이혼청구소송을 낸 것이 아냐! 당신에게 겁을 주려고 했던 것뿐이야!“ “당신 마음이 어떤지 알고 싶지도 않지만 더 이상은 그런 당신하고 내 남은 인생을 허비하고 싶은 마음이 아냐! 나도 따뜻한 가정에서 대우 받고 사랑받은 남편으로 살고 싶어!“ “...........................” 김재숙은 이미 남편의 마음이 돌아선 것을 느낀다. “알았어! 당신이 정 그렇다면 이혼해 줄게!“ “......................” “대신 아이들은 내가 키우겠어!” “아니! 절대로 그렇게 할 수는 없어! 아이들을 당신에게 맡기고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어? 이제 조금이라도 어떤 이유로도 당신을 보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랄뿐이야! 법원에서 아이들을 당신에게 주라고 하면 그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 허지만 법원에서 판결을 나고 나서도 고집을 부린다면 그때는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어!“ “.......................” 김재숙은 가슴이 내려앉는다. 김재숙은 처음부터 이혼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남편의 마음도 결코 이혼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던 김재숙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무엇이든지 자신의 뜻대로 따라와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남편이 너무나 생소하게만 보인다. 이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남편에게 어떤 잘못이 없는 재판이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남편의 기를 꺾기 위해서 자신이 먼저 파 놓은 그 함정에 자신이 스스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김재숙은 남편에게 아무리 연락을 해 보았지만 종원이는 재숙을 만나주지를 않는다. 힘들고 어렵게 남편을 만나도 종원이는 차디찬 모습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당신을 직장을 그만 두라는 말도 장사를 하자는 말도 하지 않을게!“ “.......................” “제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만 화를 풀고 우리 다시 시작해! 응?“ 그러나 종원이의 반응은 몹시 냉랭하다. 김재숙의 말을 듣고 있던 종원이는 그만 휙 하니 가버린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이제 남편의 마음을 다시는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김재숙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재판이 시작되고 김재숙의 걱정대로 김재숙은 아이들도 빼앗기고 위자로 한 푼도 받지를 못하고 이혼을 당한다. 재판이 끝나고 나서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 버린다. 김재숙은 말리지도 못하고 망연자실 그대로 눈을 뜨고 아이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김재숙의 머릿속은 그대로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로 김재숙은 그대로 백치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며칠을 그렇게 멍하니 보내고 있던 김재숙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급하게 집을 나선다. 글: 일향 이봉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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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
고맙습니다
즐감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