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장, 김재숙이 도착한 곳은 시댁이다. 시댁의 대문을 넘어서기가 힘들고 어려웠지만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들들은 자신을 보자 잠시 안기는 듯싶더니 다시 자신들의 놀이에 빠져든다. “어서와!” 성경화는 김재숙이 들어서자 안색을 살핀다. 며칠동안 김재숙의 안색은 하얗게 변해 버린 느낌이다. “어머님은요?” “어머님 방에 계시지!” 김재숙은 김 여인의 방으로 들어가 인사를 드린다. “어머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다 끝난 일을 가지고 사죄를 한들 무엇 하겠니?” 성경화는 어느새 다과상을 준비해서 가지고 들어온다. “어머님! 그이를 설득해 주세요. 다시는 그이의 마음을 휘어잡을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다.“ “막내야! 내들 왜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겠니? 난 너희들이 서로 이혼하는 것을 바라고 가만히 있었겠니? 이미 내 아들이 마음이 단호하고 확고하게 결심이 섰는데 아무리 어미라고 해도 그 마음을 무슨 수로 돌려놓을 수가 있겠니?“ “이 사람아! 그러게 시작을 왜 했어? 자네가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하지만 않았더라도 서방님의 결심이 그리 단호하지는 않았을 것이네!“ “형님! 제가 너무나 생각이 짧았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 마음대로 될 것이라고 착각을 했던 것입니다. 도와주세요!“ “어머님과 내가 얼마나 서방님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쓴 줄이나 아는가?” “큰 형님! 잘못 했어요.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김재숙의 눈에선 쉴 사이 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김 여인은 김재숙의 모습이 너무 가여워져온다. “막내야! 이제 어쩌겠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모든 것을 잊고 새 출발을 하거라! 네가 갈 데가 어디 있겠니? 지금 사는 집에서 살면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난 네가 살고 있는 그 집을 빼서 가지고 오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동안 내 자식으로 살아온 네게 마지막 몸담을 곳은 있어야 하지 않겠니?“ 김 여인은 막내아들이 재판에서 판결을 내려준 대로 위자료 한 푼도 줄 수가 없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김 여인은 차마 그렇게 내 쫒듯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많은 돈을 주지는 못하더라고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라고 한다면 어디를 갈 수가 있을 것인가? 여자들은 막상 가려고 해도 갈 곳이 없다. 친정에도 잘 살고 있으면서 다니러 가는 곳이지 못살거나 이혼을 한 뒤에는 가서 있을 만한 곳이 못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여인이다. “어머님! 그이는 아직 어머님의 말씀이라면 그래도 제일 잘 듣는 편입니다. 어머님께서 그이의 마음을 돌려놔 주세요. 네?“ “내 말을 잘 듣는 아들이라면 지금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무수히 말리고 이혼만은 하지 막아보려고 내 나름대로 애를 써보았지만 그 애의 마음은 무엇이 그리도 맺힌 것이 많은지 도저히 내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제 재판까지도 다 끝난 마당에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니?“ “판결문을 구청에 제출하지만 않는다면 무효가 되는 겁니다. 그것만은 제발 막아 주세요.“ “서방님이 아직 제출하지 않았을까?” “형님! 큰 형님! 막아 주세요. 이렇게 용서를 빌게요.“ “우선 그것부터 알아볼게! 그러고 나서 우리 한번 깊이 생각해 보자. 응?“ 성경화는 막내 동서의 모습이 가슴이 아프다. 그렇게도 거세고 드세던 성격이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그저 가여운 여인의 모습일 뿐이었다. “우선 무엇이라도 먹고 기운을 차리자!” 성경화는 식탁을 차려서 김재숙을 주방으로 데리고 나간다. “어서 먹어! 뭐라도 먹고 기운을 차려야만 서방님을 설득을 하던지 하지! 이대로 기운을 잃고 쓸어져 버리면 자네 아들들을 어떻게 하겠나?“ “큰 형님! 그동안 제가 너무나 잘못 살아왔습니다. 그이를 제가 너무나 무시하면서 가볍게 생각해 왔습니다. 아마 그이는 제가 자기를 무시하고 경멸한 것에 대해서 화가 나 있을 겁니다.“ “그래! 자네 시 아주버님들이 하시는 말씀도 바로 그 말을 하더라! 아내에게 무시당하고 경멸당하면서 살기는 죽어도 싫다는 말을 했다더라!“ “그럴 겁니다. 그동안 저는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인 줄로만 생각해 왔습니다. 남편의 존재는 아내와 가족을 위해서 당연히 희생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시댁의 일보다도 제 친정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서! 우리가 친정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남자들도 우리하고 같은 마음이네! 남편의 입에서 친정식구들을 싫어하는 말이 나오면 화가 나는 것처럼 남편들도 똑같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을 걸세! 사실 그동안 자네는 시댁을 너무 무시하고 가볍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네!“ “네! 때로는 그이가 아무도 없는 고아였으면 하는 생각까지도 했었습니다. 그랬다면 우리 친정 일에 대해서 마음 놓고 그이를 내 친정에 데리고 다니면서 내 부모형제들에게 잘 하도록 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 “제가 너무 잘못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그이의 가족을 싫어하면서 그이에게는 내 부모형제를 섬기라고 종용을 했으니 얼마나 나라는 사람이 싫었겠습니까?“ 성경화는 그러는 막내 동서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이러한 아픔은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 아닌가? “동서! 내가 서방님을 잘 설득을 해 볼 테니 우선 마음을 안정하고 자네 건강을 챙기고 기다려보게!“ 성경화는 여러 가지 위로의 말로 김재숙을 달래서 보낸다. 김재숙이 돌아가자 김 여인과 성경화는 근심을 털어 낼 수가 없었다. “어머님! 동서를 저대로 두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지요?“ “종원이가 마음을 돌렸으면 좋으련만............” “오늘 동서의 모습을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래! 지금 내 마음도 너무 아프구나! 그래도 십여 년 가까이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어린것들이 불쌍해서 어쩌나?“ “어머님! 제가 서방님을 밖에서 나가 만나봐야 할 것만 같아요. 아무래도 집에서 이야기를 하면 신경이 분산되어서 마음속의 말을 다 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서방님 회사 근처에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만나보면 어떨까요?“ “그렇게라도 해서 종원이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네가 고생스럽겠지만 지금 준비를 해서 나가 보거라!“ 김 여인은 어떻게 하든 아들의 이혼한 것을 되돌려 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손자들에게 어미 없는 삶을 살게 해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것들에게 어른들의 잘못으로 평생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면서까지 어른들의 이기심만을 생각해서 어쩔 것인가? 다행히 어린 것들은 이곳에 와서 엄마를 찾지도 않고 사촌들과 잘 어울리면서 보채는 일도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허지만 언제까지 어린 것들을 저대로 두고 볼 수가 있을 것인가? 또한 맏며느리에게 너무나 많은 짐을 지우고 있는 것도 김 여인의 마음이 편치가 않다. 성경화는 시동생인 종원이와 전화통화를 끝내고 부지런히 저녁을 준비한다. 외출을 하기 전에 시어머님의 손을 덜어드리기 위해 모든 준비를 잊지 않고 하는 성경화의 마음 씀이었다. “어머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집 걱정은 하지 말고 기왕에 나갔으니 시동생에게 맛난 것도 사달라고 해서 먹으면서 잘 설득해 보거라!“ “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저녁 식사를 끝내시고 뒷설거지는 하시지 마시고 그냥 두세요. 제가 와서 하겠습니다.“ “그런 걱정을 하지 말고 어서 다녀 오거라!” 성경화는 시계를 보면서 집을 나선다. 이제 출발을 하면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을 할 것이다. 약속장소에 도착을 하자 아직 종원이는 와 있지 않았다. 그러나 뒤이어서 종원이도 도착을 한다. “형수님! 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나도 지금 막 도착을 한 걸요!“ “큰 형수님이 일부러 저를 만나러 나오시니까 어찌 마음이 이상해지네요.” “서방님! 시장하실 텐데 우선 우리 무엇이라도 먹지요.“ “네! 큰 형수님이 좋아하시는 것을 사 드릴게요!“ 그러나 성경화는 간단한 것으로 주문을 한다. 그들은 간단한 것으로 저녁을 때우고 그곳을 나와 조용한 찻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차가 나올 때 까지 성경화는 아무런 말도 없다. 종원이 또한 아무것도 묻지를 않고 조용히 기다리고만 있었다. 주문한 차가 나오자 성경화는 차를 한 모금 마신다. “막내서방님!” “네!” “정말 동서하고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이에요?” “이미 법적으로 다 끝났습니다.” “그럼, 판결문도 구청에 제시를 했습니까?“ “네! 오늘 점심시간에 잠시 구청엘 다녀왔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시고 하시지 그려셨어요!” “형수님! 더 이상 생각하고 말고가 어디 있습니까? 이제 애들 엄마에 대한 모든 것들을 하루속히 잊고 새 출발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종원이의 말은 단호했다. “서방님! 두 아이들을 생각해 보셨어요?“ “.........................” “서방님과 동서만의 문제라면 나도 이렇게 서방님을 만나러 나오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허지만 두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리곤 합니다. 내 마음이 이런데 어머님 마음은 어떠시겠습니까? 요즘 어머님은 제대로 식사도 하시지 못하시고 가슴 아파하시고 계시는 것을 모르세요?“ ”형수님! 물론 아이들도 중요하고 어머니도 중요합니다. 허지만 저로서는 아이들보다 어머니보다 제 인생이 더 중요하고 소중합니다. 그 누구 때문에 제 인생을 비참하게 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더 단단하게 마음의 빗장을 잠그고 있는 종원이의 마음을 보는 것만 같아서 성경화는 깊은 한숨을 내 쉰다. “오늘 동서가 다녀갔어요.” “무엇하러 그 사람을 받아 드리세요? 이제는 우리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죠! 그건 서방님하고의 인연이 다 했을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있는 한은 끊을래야 끊어질 수가 없는 인연입니다. 동서는 아이들을 낳은 엄마인데 천륜을 무엇으로 막을 수가 있겠어요?“ “........................” “서방님!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옛날에 나도 아이들과 모든 것들을 버리고 집은 나갔던 일을 기억하시죠?“ “........................” “그때 형님이나 어머님께서 나를 다시 받아 주시지 않으셨더라면 지금 내 아이들과 형님은 어떻게 되셨을까 생각해 보세요. 용서와 사랑이 모든 것들을 제자리에 아름답게 돌려 놓아줍니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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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
고맙습니다
즐감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