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항동 그린빌라
정원과 나무가 담… 도시 속 ‘전원생활’
서울 시내에도 타운하우스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다. 국내 타운하우스의 효시로 불리는 서울 구로구 항동의 ‘그린빌라’가 바로 그것이다. 그린빌라는 서울 구로구와 부천시의 경계를 이루는 숲 속에 파묻혀 있다.
그린빌라는 108.9㎡~214.5㎡형 137가구로 지난 1983년 5만9400㎡ 부지에 지어졌다. 외부에선 2층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3~4층으로 돼 있고, 가구끼리 벽을 공유하고 있다. 외관은 20년이 넘었지만 당시에는 얼마나 고급 주택이었는지 실감이 갈 정도로 멋스럽다.
이 단지는 골프연습장, 농장, 수영장, 테니스장 등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단지 건너편 농장은 입주민들이 채소 등을 기르는 텃밭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농장은 2009년이면 수목원으로 바뀌게 된다.
단지 주변은 논으로 둘러싸여 있는 전형적인 서울 외곽지역의 모습이다. 우거진 수풀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집은 모두 개별 정원을 가지고 있다. 집집마다 잔디밭 한 구석에 각기 특색 있는 모습의 작은 정자들을 지어 여름용 생활공간으로 쓰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그린빌라는 아파트의 편리함과 정원을 가진 단독주택의 장점을 함께 지닌 주거단지 개발의 대안으로 가장 좋은 참고 사례였다.
동네 가운데 수영장 인기
동네 가운데 위치한 수영장은 미국이나 유럽의 어느 교외 주택단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름이면 수영장 가에서 바비큐 파티를 함께 열기도 한다고. 하양배 관리소장은 “수영장은 초등학교 방학에 맞춰 여름 한 달간만 운영하지만 인기는 최고”라고 말했다. 수영장 옆 복지관, 경로당이 보인다. 주민들이 실제 자녀 결혼식 등 잔치를 치르기도 한다는 것이 하 소장의 설명이다.
단독주택이 모여 있지만 공동경비와 관리를 통해 아파트의 편리함도 동시에 누리고 있다. 그린빌라는 주민이 직접 뽑은 자치관리위원회가 관리 등을 주도한다. 아파트처럼 입구에서 출입 제한을 하고, 각 주택마다 개인적으로 사설 경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
단독주택이라고 하지만 담이 없다. 나무와 정원이 담이라면 담이다. 정원도 경쟁이라도 하듯 잘 가꿔져 있다. 주민들은 정원 가꾸기 비법을 서로 가르쳐 주기도 한다.
“서울시에서 이렇게 숲 속에 있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숲이 울창하니 여름에도 더운 줄 모르겠어요. 살기 좋으니까 이사도 없는 편이죠." 서울 목동 아파트에서 이곳으로 이사와 9년째 살고 있는 주민 김미경씨의 이야기다.
단지 이곳저곳에는 잔디밭이 딸린 작은 놀이터와 벤치가 있어 주민들은 야외 생활공간으로 이용한다. 또 4월이면 단지 내 수목의 주종을 이루는 목련이 만발해 목련축제가 열린다.
주택은 크기별로 3가지 형태(214.5㎡·165㎡·108.8㎡)다. 경사진 지형에 맞추어 각 세대는 3~4층의 복층형이다. 따라서 부모를 모시고 사는 3세대 동거형 가족이나 자녀가 장성한 세대에 좋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그린빌라 자치관리위원장인 박봉규씨는 “나도 부모님과 함께 3대가 같이 살고 있다”며 “숲이 많고 공기가 맑아 어르신들한테는 이곳보다 좋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리모델링 요구 많아최근에는 리모델링을 하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어진지 오래돼 동선이 길어 주부들이 불편하고, 실제 평수에 비해 좁아 보이는 단점 때문이다. 특히 겨울에는 난방비 부담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마침 단지를 방문한 날에도 두세 군데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리모델링한 집들이 늘어나면서 거의 같은 모습이던 주택의 외관도 다양해졌으며, 내부 평면도 집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게 고쳐졌다. 연립이나 단독주택이라 리모델링이 아파트에 비해 수월하고,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입주민들 사이에선 리모델링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한 상태다. 박 회장은 최근 리모델링에 대한 주민 의견을 물었는데 50:50이었다고 밝혔다.
관리비는 한 달 평균 20~30만원선. 골프연습장 임대 수익이 관리비에 보태지기 때문에 공동관리비가 상대적으로 싼 편이라고 한다. 특히 태양 온수·발전 시스템을 두고 있는 세대의 난방비는 미설치 세대보다 절반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교통 여건도 좋은 편이다. 지하철 1호선 온수역까지 도보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불편한 게 있다면 통신과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다. 지은 지 20년이 넘어 노후 됐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여기서 20년을 넘게 산 입주민도 있다”며 “서울에서 이만한 자연환경을 갖춘 주택단지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