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월한 日관광산업 - 일본, 작년 외국관광객 2404만명 - "한국 백화점서 8만원 받는 샴페인, 일본 편의점선 5만원 주면 구입… 밥값·술값·골프비도 확실히 싸요" - 대지진·불황 이기고 '관광 입국' 정부 "일본에 와서 돈 쓰게 하라"… 엔저 효과에 비자 완화·면세 확대 시골역 가도 한국·중국·영어 병기
은행원 이효주(30)씨는 반년에 한 번씩 도쿄나 오사카에 날아가 맛집도 가고 쇼핑도 한다. 그는 "한마디로 가성비가 좋다"고 했다. 2000년대 중반 가족여행 왔을 땐 한 번에 수백만원이 들었다. 요샌 엔저 덕에 예약만
잘하면 비행기값까지 100만원 안쪽의 비용으로 어머니와 둘이서 후지산 아래 아늑한 료칸(旅館)에 묵을 수 있다. 1000엔 내고 둘이 먹으면 거스름돈 주는 값싼 맛집이 도쿄 복판에도 흔하다.
여행과 출장으로 한두 달에 한 번씩 도쿄에 다녀간 회사원 김영식(가명·59)씨는 "세 가지에 늘 놀란다"고 했다. "한국 백화점에서 7만~8만원 받는 샴페인이 일본 편의점에선 4만~5만원 해요. 국민소득은 일본이 더 높
은데 지하철·택시 요금만 비싸지 생필품값은 엇비슷하고, 밥값·술값·골프비는 일본이 확실히 싸요. 늘 새롭게 볼거리도 있어요. 올 초 도쿄 롯폰기 유명 미술관에서 마리 앙투아네트 유품 전시회를 봤는데, 유럽 가도 쉽게 못 볼 전시였습니다." 전문가들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일본이 달라졌다는 걸 피부로 보여주는 분야로 관광을 꼽는다.일
본은 관광자원이 많은 나라지만, 과거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크게 힘을 쏟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 100만명을 넘긴 해가 일본은 1977년, 우리는 1978년이다. 대개 일본이 앞섰지만 1998년 이후에는 우리나라가 역전을 했다.
월드컵 때 한·일을 모두 와 본 서방 기자나 관광객은 "잘사는 건 일본, 재밌는 건 한국"이라고 했다. 아시아 관광객에게도 한국은 영어 잘 통하고 인터넷도 빠르고, 국민도 화끈한 매력적인 나라였다. 거기다 한국이 한류 붐으로 각광받을 때,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에 원전사고가 겹쳐 고전했다. 2011년 두 나라 외국인 관광객 유치 성적표는 '한국 979만명 대 일본 622만명'이었다.
이젠 다르다. 아베 정권 들어 일본은 한 해 200만~600만명씩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했다. 작년 한·일의 성적표는 '1724만명 대 2404만명'이다. 수년 만에 일본이 우리를 680만명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일단 엔저로 불을 땠다. 아베 정권 출범 직전엔 한국 돈 1000원이 일본 돈 77엔이었는데 지금은 99엔이다. 한때는 109엔까지도 갔다. 이어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으로 관광 붐에 기름을 부었다. 총리 주도 하에 부처별로 외국인이 일본 와서 편하게 돈 쓸 수 있도록 각종 아이디어를 짜냈다. 2013년 6월부터 중국, 동남아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차례차례 완화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복잡한 절차 거칠 것 없이 매장에서 바로 세금 빼고 물건을 살 수 있는 면세 정책을 식품과 약품, 화장품 같은 생필품으로 확대했다. 홍승표 이마트 일본사무소장은 "편의점에 가도
5000엔 이상만 사면 바로 면세"라고 했다.
일본에 온 관광객이 '또 오나 보라'고 욕하며 떠나지 않게 관광 인프라도 세심하게 깔았다. 일본은 요즘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한적한 시골 역에 가도 행선지 밑에 한국어·중국어·영어가 병기돼 있다.
우리는 어떨까. 한 일본 언론 서울 특파원(42)은 "한국 관광지 소개하는
기사를 쓰러 KTX 타고 신경주역에 내렸는데, 버스 안에 외국어로 된 행선지 안내가 없어서 '한국말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다니나' 싶었다"고 했다. 이정환 국민대 교수는 "단순히 '엔저라 싸니까 일본으로 관광을 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고령화 사회라 수요가 줄어들게 마련인데, '일본 안에 돈 쓸 사람이 없으면 해외에서 돈 쓸 사람을 불러
오겠다'는 적극적인 생각으로 덤벼들어 성공한 게 일본 관광정책"이라고했다.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다 죽어가던 일본항공도 불황으로 해외여행 못 가는 내국인과 일본 곳곳을 보고싶어하는 아시아 관광객들을 다 같이 공략하면서 되살아날 수 있었다"고 했다.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를 여러 차례 여행한 일본통이라면 대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나라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풍성한 볼거리에 사뭇 놀랄지도 모른다. 이번 글에서는 당일치기 여행이 살짝 아쉬운 여행자들을 위해 나라 현 1박 2일 코스를 소개한다. 나라는 가스가타이샤 신사(春日大社)와 도다이지(東大寺)를 비롯한 수많은 세계 문화유산, 유서 깊은 보물, 사적지가 자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교토나 오사카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나라를 경험해 볼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두 도시 모두 나라에서 기차로 40분 정도 떨어져 있어 매우 가까우니 꼭 방문해 보자. 도쿄에서 나라까지 신칸센(고속열차)을 타고 가기도 한다.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되지만 에키벤(일본 철도역에서 판매하는 특산물 도시락)도 먹을 수 있으니 식도락과 기차 여행을 사랑한다면 고려해 볼 만하다. 아름답고도 고즈넉한 이 도시를 알차게 즐기고 싶은 여행자를 위해 1박 2일 나라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유명한 관광지, 문화유산, 즐길 거리 등 꿀팁을 꾹꾹 눌러 담았으니 나라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참고하자.
1박 2일 나라 여행 | 1일차 아침: 호류지
먼저 나라 현 북서부의 이코마군 이카루가쵸에 자리한 역사적 사찰인 호류지(法隆寺)에서 여행을 시작해 보자. 호류지는 ‘요우메이 천황’의 황태자인 쇼토쿠 태자가 아버지를 위해 607년 건립한 절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인 호류지 5층 탑은 백제의 탑 양식과 매우 비슷하여 양국이 밀접하게 교류하였음을 시사한다. 호류지에 방문한다면 중앙이 볼록한 항아리 모양 기둥을 눈여겨보자. 삼국시대는 물론 그리스 신전에서도 발견되는 유서 깊은 ‘배흘림 양식(엔터시스)’이다. 이렇듯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 정부는 호류지의 수많은 유물과 건축물을 국보로 지정한 바 있다. 역사적 중요성과 명성 덕분에 주민과 여행자로 북적이니 아침에 방문해서 여유롭게 둘러보는 센스를 발휘해 보자!
[호류지 경내에서 역사 속으로 한 발자국]
호류지는 곤도(金堂, 금당)와 5층 탑이 자리한 사인가람(西院, 서원)과 유메도노(夢殿, 몽전)이 자리한 도인가람(東院, 동원) 두 부분으로 나뉜다. 호류지의 두 구역 사이에는 찬란한 불교 예술품과 귀중한 유물이 소장되어 있는 다이호조인(大宝藏院, 대보장원)이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사인가람으로 들어서려면 2층 높이의 추몬(中門, 중문)을 통과해야 한다. 추몬을 지나면 약 38m에 이르는 호류지 5층 탑이 그 웅장한 위엄을 뽐낸다. 5층 탑 바로 옆에는 날아갈 듯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지붕이 인상적인 2층 구조의 곤도가 여행자를 맞아준다. 추몬, 5층 탑, 곤도는 모두 아스카 시대(6세기 후반 ~ 8세기 초반)를 대표하는 목재 건축물이다. 사인가람에서 도인가람으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도인가람에서는 팔각형 구조가 돋보이는 유메도노와 목재로 조각한 후 금박을 입혀 만든 구세관음(救世観音) 불상을 만나볼 수 있다. 구세관음상은 일 년 중 봄, 가을에만 대중에게 공개되니 시기를 잘 맞춰 방문해 보자. 유메도노는 739년 쇼토쿠 태자의 왕궁 터에 건설되었다. 도인가람은 승려의 숙소, 식당, 도서관, 강의실도 갖추고 있다.
[호류지로 가는 법]
오사카역에서 야마토지선 호류지역까지 기차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역에서 내려서 남쪽 출구로 나와 호류지몬마에까지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혹은 스트레칭도 할 겸 걸어가고 싶다면 북쪽 출구로 나오면 된다. 도보로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길을 따라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가 가득하니 간단하게 간식을 먹으며 걸어가는 것도 좋겠다.
1박 2일 나라 여행 | 1일차 점심: 나라 시를 여유롭게 산책하기
나라는 현재 나라 현의 수도이지만 한때는 일본의 수도이기도 했다. 교토에 버금가는 사적지로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와 사찰이 자리한 유서 깊은 역사 도시이다. 아울러, 나라의 사적지는 ‘고도 나라의 문화재(古都奈良の文化財)’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해당 사적지 대부분은 사슴 약 1,000마리가 살고 있는 나라 공원에 자리한다. 대부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푸르른 녹음을 배경으로 뛰어노는 귀여운 사슴과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온순한 녀석들은 먼저 다가와 귀여운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도다이지 가이단도]
754년 중국 승려 감진(Jian Zhen)은 일본에 방문하여 처음으로 부처의 깊은 깨달음을 전파하였다. 그 시기에 딸에게 양위한 쇼무 천황과 고묘 황후, 둘의 딸인 고켄 천황이 부처의 가르침을 받아들였던 대불전 흙단이 해당 위치로 옮겨졌으며, 승려가 품계를 받던 가이단도(戒壇堂)가 건설되어 사찰의 규모가 더욱 커졌다. 이는 가이단인(戒壇院)이 건설된 계기가 되었으며, 그 후 오랫동안 수많은 승려가 이곳에서 수계식을 올렸다. 가이단도 내부에는 불교 신자들의 수호신인 사천왕이 동서남북 네 방향을 지키고 있다. 아스카 시대부터 숭배되어 온 사천왕으로 나라 시대 불교 예술의 걸작으로 유명하니 놓치지 말 것!
[도다이지 대불상]
도다이지(東大寺)는 일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찰 중 하나이며 일본 화엄종의 대본산이다. 일본 지방 사찰의 대부 격으로 752년 건설된 이래로 오랫동안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도다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 중 하나인 대불전일 것이다.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내부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청동 불상 중 하나가 모셔져 있다. 불상은 ‘다이부츠(大仏, 대불)’로 불리기도 한다. 대불의 정식 명칭은 루샤나부츠(毘盧遮那佛, 비로자나불)이다.
[도다이지 니가츠도]
도다이지를 방문한다면 니가츠도(二月堂, 이월당)에도 꼭 들러 보자. 엄밀히 말하자면 니가츠도는 도다이지의 일부지만 대불당 동쪽 산등성이에 자리한 불당으로, 나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전망을 자랑한다. 부처에게 향수를 공양하는 불교 의식인 오미즈토리가 752년부터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2월부터 행해지는 법회라는 의미에서 슈니에(修二會)라고도 불린다. 승려들은 부처에게 공양하며 나라의 평화와 국민의 행복을 기원한다. 대불당 후면의 동쪽과 니가츠도를 이어주는 고요한 돌길을 두 개 지나면 나라 시내의 멋진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 너른 난간이 여행자를 맞아 준다.
[도다이지 홋케도]
홋케도(法華堂)는 도다이지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8세기 중반에 건설되었다고 전해진다. 홋케도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재라면 단연 후쿠켄사쿠 관음상이기에 옛날에는 겐사쿠도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매년 3월 홋케도에서 홋케에(法華會, 법화회)가 열리기 시작한 후로부터는 홋케도 또는 산가츠도(三月堂, 삼월당)로 알려지기도 했다. 홋케도는 도다이지의 전신인 긴쇼지의 중요한 건축물로 740년에 일본 최초의 화엄경 법회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내부에는 나라 시대에 제작된 불상 10개가 모셔져 있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라 시대의 찬란하면서도 화려한 불교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꼭 들러볼 것!
[가스가타이샤 신사]
이제 나라 공원의 남쪽 끝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도다이지에서 도보로 걸어갈 수 있는 곳에서 가스가타이샤 신사(春日大社)를 만나볼 수 있다. 가스가타이샤 신사는 768년 지역의 권세가였던 후지와라 가문이 건설한 나라의 수호신에게 봉헌된 신사이다. 이곳에서는 일 년 내내 수없이 많은 제례가 열린다. 가스가타이샤 신사로 향하는 숲길을 따라 수천 개의 석등이 늘어서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이 길은 신사의 본당으로 이어지는데, 본당을 둘러싼 붉은색 기둥과 신사가 완성되던 날 칠한 것처럼 깨끗한 흰 벽이 장관을 이룬다. 벽이 깨끗한 것은 20년마다 신사의 모든 건물을 수리하고 벽을 다시 칠하는 의식을 거행하기 때문.
[사사야키노코미치]
‘속삭이는 산책길’로도 잘 알려진 사사야키노코미치는 가스가타이샤 신사 제2 도리이 남쪽에서 시작해 다카바타케초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다. 사사야키노코미치는 ‘시모노네기미치’라는 옛 도로로 ‘신사의 고위 사제가 다니는 길’을 의미한다. 작은 야가사키 강을 따라 아름답게 우거진 숲길이 펼쳐진다. 잠시 시간을 내어 사사야키노코미치를 따라 걸어 보자. 강물이 흐르는 소리와 우거진 아카시아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벗 삼아 걷노라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산책길을 따라 마취목 원시림이 무성하게 자라 녹음을 뿜어낸다. 약 15~20분 정도 걸리니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자연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신야쿠시지]
녹음이 우거진 산책로를 즐기며 느긋하게 다카바타케초에 도착했다면? 나라 공원 남쪽의 신야쿠시지(新薬師寺)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신야쿠시지는 747년 고묘 황후가 남편 쇼무 천황의 눈병이 낫기를 기원하며 건설한 화엄종 사찰이다. 한때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사찰이었지만 벼락과 화재로 타버려 8세기 건물은 본당이 유일하다. 본당 안에는 중생을 치유하는 부처인 야쿠시뇨라이(藥師如來, 약사여래)가 모셔져 있다. 약사여래좌상 주위를 부처를 수호하는 주니신쇼(十二神將, 십이신장)가 둘러싸고 있다. 야쿠시뇨라이와 주니신쇼 모두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1박 2일 나라 여행 | 1일차 저녁: 나라의 다채로운 밤 풍경 즐기기
이미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숙소로 돌아가기 아쉽다면? 와카쿠사야마(若草山, 와카쿠사산)에서 나라의 밤 풍경을 감상하며 나라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해 보자. 이미 낮에 나라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했더라도 밤에 꼭 다시 들러 보기를 추천한다. 밤의 나라가 뿜어내는 화려하면서도 다채로운 빛이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렇다면 나라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는 어디일까? 바로 나라 공원 동쪽에 위치한 와카쿠사야마다. 도다이지에서 와카쿠사야마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며 도보로는 15분이 소요된다. 여름철에만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표고 342m인 와카쿠사야마에서 나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아름다운 풍경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귀여운 사슴과 근사한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보는 것도 좋다. 산의 이름인 와카쿠사(若草)는 ‘어린 잔디’라는 뜻으로 매년 1월 야마야키 축제 동안 산의 잔디에 불을 붙이는 행사에서 유래하였다.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멋진 전망대가 많으니 구석구석 둘러보자. 약 15~20분 정도 따라 걸으면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너른 평원이 눈을 즐겁게 한다. 평원에서 정상까지는 약 10분이 걸리지만 대부분 이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하곤 한다.
와카쿠사야마에서 천천히 내려오다 보면 도다이지를 다시 한번 지나치게 된다. 수천 개의 석등이 아름답게 빛나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다이지에서 인생샷을 찍을 기회를 놓치지 말 것! 나라 타로로 잘 알려져 있는 거대한 종이 있는 종탑에도 들러 보자.
하루 종일 걷고 하이킹도 했으니 숙소는 나라 공원 근처에 잡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 날 나라 여행 일정을 소화하려면 대중교통 이용 시간은 최소화하는 것이 팁!
나라 여행 둘째 날에는 유서 깊은 거리와 역사적 건물이 즐비한 옛 상점가인 나라마치를 방문해 보자. 나라마치는 나라 역 남동쪽 도보 20분 거리에 있지만 걷고 싶지 않다면 역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다.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은 다나카초다. 그렇게 크지 않아 산책하듯 걸으며 상점가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천 년 전 나라의 거리에 온 것 같은 마음으로 구석구석 탐험해 보자!
좁고 구불구불한 거리를 따라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건물이 줄지어 있다. 외관은 예스럽지만, 카페, 레스토랑, 부티크 상점, 박물관, 예술품 및 공예품 상점,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운영한다. 이곳에서 여행의 추억이 담긴 기념품이나 가족, 친구들에게 줄 소소한 선물을 구입하는 것은 어떨까? 아래에 나라마치 상점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를 소개하니 참고하자.
‘격자창의 집’으로 유명한 코시노이에는 옛 나라마치 상인의 주택을 개조하여 대중에 공개한 곳이다. 집의 이름은 외부의 독특한 격자창에서 유래하였다. 격자창 덕분에 거주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외부를 볼 수 있었다. 독특한 디자인과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어 상업 공간은 앞쪽에, 주거 공간은 뒤쪽에 있는 전통적인 나라마치 상점의 구조와 그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기쿠오카 칸포]
기쿠오카 칸포는 1184년 설립된 한약방으로 나라마치의 역사를 상징하는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 8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약을 판매하며 창립자의 24대손이 운영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대대손손 운영되어 왔으며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꼭 방문해서 수백 년의 비법이 담긴 한방차를 마셔볼 것!
[간고지]
나라마치 지역에 방문한다면 나라의 고대 사찰 중 하나인 간고지(元興寺)로 향해 보자. 본래 596년 아스카에 세워졌으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아스카데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간고지는 718년 수도가 헤이조쿄로 이전되면서 나라로 옮겨져 계속해서 불교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15~19세기에 옛 건물 대부분이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는 승려가 거주했던 건물인 극락방만 남아 있는 상태다. 오늘날 간고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더 큰 석탑의 모델이 되었을 소형 5층 탑을 비롯하여 수많은 문화재와 국보를 소장하고 있다.
1박 2일 나라 여행 | 2일차 오후: 도쇼다이지
이제 나라마치 관광을 마무리하고 나라 서쪽 근교에 위치한 도쇼다이지(唐招提寺)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열차를 타고 니시노쿄역에서 내려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된다. 도쇼다이지는 759년 일본 천황의 초청으로 불교를 일본에 전파한 중국 승려 감진이 설립한 유명한 사찰이다. 남도 6종의 하나인 율종의 총본산으로 오늘날 남아 있는 유일한 율종 사찰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나라 근교에 자리하여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는 것도 장점. 목조로 된 입구를 지나면 최근 개조된 금당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절제된 균형이 특징인 건물로 우아하고 아름답게 곡선을 그리는 길고 낮은 지붕이 차분하면서도 고요한 매력을 더한다.
도쇼다이지에 방문한다면 시간을 내어 경내를 둘러보자. 녹음이 우거진 숲과 정교하게 조경한 정원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무성한 숲을 따라 난 작은 길은 국보가 보관되어 있는 작은 건물을 비롯한 다양한 건물로 이어진다. 그 길 중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영면에 든 감진 스님의 유해를 모신 건물에 다다른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며 가을에는 다채로운 단풍을 즐길 수 있으니 꼭 체크해 보자.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를 여러 차례 여행한 일본통이라면 대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나라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풍성한 볼거리에 사뭇 놀랄지도 모른다. 이번 글에서는 당일치기 여행이 살짝 아쉬운 여행자들을 위해 나라 현 1박 2일 코스를 소개한다. 나라는 가스가타이샤 신사(春日大社)와 도다이지(東大寺)를 비롯한 수많은 세계 문화유산, 유서 깊은 보물, 사적지가 자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교토나 오사카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나라를 경험해 볼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두 도시 모두 나라에서 기차로 40분 정도 떨어져 있어 매우 가까우니 꼭 방문해 보자. 도쿄에서 나라까지 신칸센(고속열차)을 타고 가기도 한다.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되지만 에키벤(일본 철도역에서 판매하는 특산물 도시락)도 먹을 수 있으니 식도락과 기차 여행을 사랑한다면 고려해 볼 만하다. 아름답고도 고즈넉한 이 도시를 알차게 즐기고 싶은 여행자를 위해 1박 2일 나라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유명한 관광지, 문화유산, 즐길 거리 등 꿀팁을 꾹꾹 눌러 담았으니 나라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참고하자.
먼저 나라 현 북서부의 이코마군 이카루가쵸에 자리한 역사적 사찰인 호류지(法隆寺)에서 여행을 시작해 보자. 호류지는 ‘요우메이 천황’의 황태자인 쇼토쿠 태자가 아버지를 위해 607년 건립한 절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인 호류지 5층 탑은 백제의 탑 양식과 매우 비슷하여 양국이 밀접하게 교류하였음을 시사한다. 호류지에 방문한다면 중앙이 볼록한 항아리 모양 기둥을 눈여겨보자. 삼국시대는 물론 그리스 신전에서도 발견되는 유서 깊은 ‘배흘림 양식(엔터시스)’이다. 이렇듯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 정부는 호류지의 수많은 유물과 건축물을 국보로 지정한 바 있다. 역사적 중요성과 명성 덕분에 주민과 여행자로 북적이니 아침에 방문해서 여유롭게 둘러보는 센스를 발휘해 보자!
[호류지 경내에서 역사 속으로 한 발자국]
호류지는 곤도(金堂, 금당)와 5층 탑이 자리한 사인가람(西院, 서원)과 유메도노(夢殿, 몽전)이 자리한 도인가람(東院, 동원) 두 부분으로 나뉜다. 호류지의 두 구역 사이에는 찬란한 불교 예술품과 귀중한 유물이 소장되어 있는 다이호조인(大宝藏院, 대보장원)이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사인가람으로 들어서려면 2층 높이의 추몬(中門, 중문)을 통과해야 한다. 추몬을 지나면 약 38m에 이르는 호류지 5층 탑이 그 웅장한 위엄을 뽐낸다. 5층 탑 바로 옆에는 날아갈 듯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지붕이 인상적인 2층 구조의 곤도가 여행자를 맞아준다. 추몬, 5층 탑, 곤도는 모두 아스카 시대(6세기 후반 ~ 8세기 초반)를 대표하는 목재 건축물이다. 사인가람에서 도인가람으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도인가람에서는 팔각형 구조가 돋보이는 유메도노와 목재로 조각한 후 금박을 입혀 만든 구세관음(救世観音) 불상을 만나볼 수 있다. 구세관음상은 일 년 중 봄, 가을에만 대중에게 공개되니 시기를 잘 맞춰 방문해 보자. 유메도노는 739년 쇼토쿠 태자의 왕궁 터에 건설되었다. 도인가람은 승려의 숙소, 식당, 도서관, 강의실도 갖추고 있다.
[호류지로 가는 법]
오사카역에서 야마토지선 호류지역까지 기차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역에서 내려서 남쪽 출구로 나와 호류지몬마에까지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혹은 스트레칭도 할 겸 걸어가고 싶다면 북쪽 출구로 나오면 된다. 도보로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길을 따라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가 가득하니 간단하게 간식을 먹으며 걸어가는 것도 좋겠다.
나라는 현재 나라 현의 수도이지만 한때는 일본의 수도이기도 했다. 교토에 버금가는 사적지로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와 사찰이 자리한 유서 깊은 역사 도시이다. 아울러, 나라의 사적지는 ‘고도 나라의 문화재(古都奈良の文化財)’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해당 사적지 대부분은 사슴 약 1,000마리가 살고 있는 나라 공원에 자리한다. 대부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푸르른 녹음을 배경으로 뛰어노는 귀여운 사슴과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온순한 녀석들은 먼저 다가와 귀여운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도다이지 가이단도]
754년 중국 승려 감진(Jian Zhen)은 일본에 방문하여 처음으로 부처의 깊은 깨달음을 전파하였다. 그 시기에 딸에게 양위한 쇼무 천황과 고묘 황후, 둘의 딸인 고켄 천황이 부처의 가르침을 받아들였던 대불전 흙단이 해당 위치로 옮겨졌으며, 승려가 품계를 받던 가이단도(戒壇堂)가 건설되어 사찰의 규모가 더욱 커졌다. 이는 가이단인(戒壇院)이 건설된 계기가 되었으며, 그 후 오랫동안 수많은 승려가 이곳에서 수계식을 올렸다. 가이단도 내부에는 불교 신자들의 수호신인 사천왕이 동서남북 네 방향을 지키고 있다. 아스카 시대부터 숭배되어 온 사천왕으로 나라 시대 불교 예술의 걸작으로 유명하니 놓치지 말 것!
[도다이지 대불상]
도다이지(東大寺)는 일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찰 중 하나이며 일본 화엄종의 대본산이다. 일본 지방 사찰의 대부 격으로 752년 건설된 이래로 오랫동안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도다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 중 하나인 대불전일 것이다.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내부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청동 불상 중 하나가 모셔져 있다. 불상은 ‘다이부츠(大仏, 대불)’로 불리기도 한다. 대불의 정식 명칭은 루샤나부츠(毘盧遮那佛, 비로자나불)이다.
도다이지를 방문한다면 니가츠도(二月堂, 이월당)에도 꼭 들러 보자. 엄밀히 말하자면 니가츠도는 도다이지의 일부지만 대불당 동쪽 산등성이에 자리한 불당으로, 나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전망을 자랑한다. 부처에게 향수를 공양하는 불교 의식인 오미즈토리가 752년부터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2월부터 행해지는 법회라는 의미에서 슈니에(修二會)라고도 불린다. 승려들은 부처에게 공양하며 나라의 평화와 국민의 행복을 기원한다. 대불당 후면의 동쪽과 니가츠도를 이어주는 고요한 돌길을 두 개 지나면 나라 시내의 멋진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 너른 난간이 여행자를 맞아 준다.
[도다이지 홋케도]
홋케도(法華堂)는 도다이지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8세기 중반에 건설되었다고 전해진다. 홋케도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재라면 단연 후쿠켄사쿠 관음상이기에 옛날에는 겐사쿠도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매년 3월 홋케도에서 홋케에(法華會, 법화회)가 열리기 시작한 후로부터는 홋케도 또는 산가츠도(三月堂, 삼월당)로 알려지기도 했다. 홋케도는 도다이지의 전신인 긴쇼지의 중요한 건축물로 740년에 일본 최초의 화엄경 법회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내부에는 나라 시대에 제작된 불상 10개가 모셔져 있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라 시대의 찬란하면서도 화려한 불교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꼭 들러볼 것!
이제 나라 공원의 남쪽 끝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도다이지에서 도보로 걸어갈 수 있는 곳에서 가스가타이샤 신사(春日大社)를 만나볼 수 있다. 가스가타이샤 신사는 768년 지역의 권세가였던 후지와라 가문이 건설한 나라의 수호신에게 봉헌된 신사이다. 이곳에서는 일 년 내내 수없이 많은 제례가 열린다. 가스가타이샤 신사로 향하는 숲길을 따라 수천 개의 석등이 늘어서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이 길은 신사의 본당으로 이어지는데, 본당을 둘러싼 붉은색 기둥과 신사가 완성되던 날 칠한 것처럼 깨끗한 흰 벽이 장관을 이룬다. 벽이 깨끗한 것은 20년마다 신사의 모든 건물을 수리하고 벽을 다시 칠하는 의식을 거행하기 때문.
[사사야키노코미치]
‘속삭이는 산책길’로도 잘 알려진 사사야키노코미치는 가스가타이샤 신사 제2 도리이 남쪽에서 시작해 다카바타케초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다. 사사야키노코미치는 ‘시모노네기미치’라는 옛 도로로 ‘신사의 고위 사제가 다니는 길’을 의미한다. 작은 야가사키 강을 따라 아름답게 우거진 숲길이 펼쳐진다. 잠시 시간을 내어 사사야키노코미치를 따라 걸어 보자. 강물이 흐르는 소리와 우거진 아카시아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벗 삼아 걷노라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산책길을 따라 마취목 원시림이 무성하게 자라 녹음을 뿜어낸다. 약 15~20분 정도 걸리니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자연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녹음이 우거진 산책로를 즐기며 느긋하게 다카바타케초에 도착했다면? 나라 공원 남쪽의 신야쿠시지(新薬師寺)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신야쿠시지는 747년 고묘 황후가 남편 쇼무 천황의 눈병이 낫기를 기원하며 건설한 화엄종 사찰이다. 한때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사찰이었지만 벼락과 화재로 타버려 8세기 건물은 본당이 유일하다. 본당 안에는 중생을 치유하는 부처인 야쿠시뇨라이(藥師如來, 약사여래)가 모셔져 있다. 약사여래좌상 주위를 부처를 수호하는 주니신쇼(十二神將, 십이신장)가 둘러싸고 있다. 야쿠시뇨라이와 주니신쇼 모두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1박 2일 나라 여행 | 1일차 저녁: 나라의 다채로운 밤 풍경 즐기기
이미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숙소로 돌아가기 아쉽다면? 와카쿠사야마(若草山, 와카쿠사산)에서 나라의 밤 풍경을 감상하며 나라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해 보자. 이미 낮에 나라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했더라도 밤에 꼭 다시 들러 보기를 추천한다. 밤의 나라가 뿜어내는 화려하면서도 다채로운 빛이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렇다면 나라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는 어디일까? 바로 나라 공원 동쪽에 위치한 와카쿠사야마다. 도다이지에서 와카쿠사야마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며 도보로는 15분이 소요된다. 여름철에만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표고 342m인 와카쿠사야마에서 나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아름다운 풍경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귀여운 사슴과 근사한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보는 것도 좋다. 산의 이름인 와카쿠사(若草)는 ‘어린 잔디’라는 뜻으로 매년 1월 야마야키 축제 동안 산의 잔디에 불을 붙이는 행사에서 유래하였다.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멋진 전망대가 많으니 구석구석 둘러보자. 약 15~20분 정도 따라 걸으면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너른 평원이 눈을 즐겁게 한다. 평원에서 정상까지는 약 10분이 걸리지만 대부분 이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하곤 한다.
와카쿠사야마에서 천천히 내려오다 보면 도다이지를 다시 한번 지나치게 된다. 수천 개의 석등이 아름답게 빛나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다이지에서 인생샷을 찍을 기회를 놓치지 말 것! 나라 타로로 잘 알려져 있는 거대한 종이 있는 종탑에도 들러 보자.
하루 종일 걷고 하이킹도 했으니 숙소는 나라 공원 근처에 잡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 날 나라 여행 일정을 소화하려면 대중교통 이용 시간은 최소화하는 것이 팁!
나라 여행 둘째 날에는 유서 깊은 거리와 역사적 건물이 즐비한 옛 상점가인 나라마치를 방문해 보자. 나라마치는 나라 역 남동쪽 도보 20분 거리에 있지만 걷고 싶지 않다면 역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다.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은 다나카초다. 그렇게 크지 않아 산책하듯 걸으며 상점가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천 년 전 나라의 거리에 온 것 같은 마음으로 구석구석 탐험해 보자!
좁고 구불구불한 거리를 따라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건물이 줄지어 있다. 외관은 예스럽지만, 카페, 레스토랑, 부티크 상점, 박물관, 예술품 및 공예품 상점,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운영한다. 이곳에서 여행의 추억이 담긴 기념품이나 가족, 친구들에게 줄 소소한 선물을 구입하는 것은 어떨까? 아래에 나라마치 상점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를 소개하니 참고하자.
[나라마치 코시노이에]
‘격자창의 집’으로 유명한 코시노이에는 옛 나라마치 상인의 주택을 개조하여 대중에 공개한 곳이다. 집의 이름은 외부의 독특한 격자창에서 유래하였다. 격자창 덕분에 거주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외부를 볼 수 있었다. 독특한 디자인과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어 상업 공간은 앞쪽에, 주거 공간은 뒤쪽에 있는 전통적인 나라마치 상점의 구조와 그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기쿠오카 칸포]
기쿠오카 칸포는 1184년 설립된 한약방으로 나라마치의 역사를 상징하는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 8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약을 판매하며 창립자의 24대손이 운영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대대손손 운영되어 왔으며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꼭 방문해서 수백 년의 비법이 담긴 한방차를 마셔볼 것!
나라마치 지역에 방문한다면 나라의 고대 사찰 중 하나인 간고지(元興寺)로 향해 보자. 본래 596년 아스카에 세워졌으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아스카데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간고지는 718년 수도가 헤이조쿄로 이전되면서 나라로 옮겨져 계속해서 불교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15~19세기에 옛 건물 대부분이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는 승려가 거주했던 건물인 극락방만 남아 있는 상태다. 오늘날 간고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더 큰 석탑의 모델이 되었을 소형 5층 탑을 비롯하여 수많은 문화재와 국보를 소장하고 있다.
이제 나라마치 관광을 마무리하고 나라 서쪽 근교에 위치한 도쇼다이지(唐招提寺)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열차를 타고 니시노쿄역에서 내려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된다. 도쇼다이지는 759년 일본 천황의 초청으로 불교를 일본에 전파한 중국 승려 감진이 설립한 유명한 사찰이다. 남도 6종의 하나인 율종의 총본산으로 오늘날 남아 있는 유일한 율종 사찰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나라 근교에 자리하여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는 것도 장점. 목조로 된 입구를 지나면 최근 개조된 금당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절제된 균형이 특징인 건물로 우아하고 아름답게 곡선을 그리는 길고 낮은 지붕이 차분하면서도 고요한 매력을 더한다.
도쇼다이지에 방문한다면 시간을 내어 경내를 둘러보자. 녹음이 우거진 숲과 정교하게 조경한 정원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무성한 숲을 따라 난 작은 길은 국보가 보관되어 있는 작은 건물을 비롯한 다양한 건물로 이어진다. 그 길 중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영면에 든 감진 스님의 유해를 모신 건물에 다다른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며 가을에는 다채로운 단풍을 즐길 수 있으니 꼭 체크해 보자.
도쇼다이지 관광을 마무리했다면 니시노쿄역이 있는 남쪽으로 몇 분 정도 더 걸어 보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중 하나인 야쿠시지(薬師寺)를 만나볼 수 있다. 야쿠시지는 7세기 후반 덴무 천황이 황후의 병이 낫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건설을 지시하였으나 그다음 천황인 지토 천황 대에 이르러서야 완공된 사찰이다. 신야쿠지시와 마찬가지로 치유의 부처에게 봉헌된 사찰이다. 야쿠시지 경내는 매우 넓고 복잡하다. 내부에 수많은 건물이 있으니 시간을 내어 천천히 둘러보자. 그러나 오늘날에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건축물은 단연 동탑(東塔)일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정교한 불탑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경내의 유일한 8세기 건축물이기도 하다. 화재로 소실된 본당은 1970년대에, 서탑은 1980년대에 재건되었다. 야쿠시지는 법상종의 총본산이기도 하다.
[겐조산조인가란]
야쿠시지는 오랜 역사와 역사적 중요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주요 건물이 자리한 경내의 북쪽에는 비교적 최근에 건설된 구역이 있다. 바로 겐조산조인가란(玄奬三藏院伽藍)이다. 1991년에 건설된 곳으로 7세기에 활동한 중국 승려 겐조 산조에게 헌정되었다. 겐조는 아시아를 순례하며 가르침을 설파해 법상종에 큰 족적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승려이다. 겐조산조인가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아름다운 판석이 깔린 안뜰에 둘러싸인 팔각형 구조의 본당이다. 내부에는 겐조 산조의 유해를 모셔 두었다. 본당 뒤편에는 겐조 산조의 순례에서 영감을 받은 유명 화가 히라야마 이쿠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첫댓글 이승철 ~ 화 2020-12-15 오후 7:21 ~ 저는 일본에서 살고 싶어요, 15일간 문화재관리국에서 일본 탕방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가서 일본의 유명 문화유적지를 탐방했습니다.
일본은 진실하고 검소한 나라였습니다.
이승철 ~ 화 2020-12-15 오후 7:21 ~ 저는 일본에서 살고 싶어요, 15일간 문화재관리국에서 일본 탕방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가서 일본의 유명 문화유적지를 탐방했습니다.
일본은 진실하고 검소한 나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