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블랙잭 테이블에는 7명의 전사가 전투준비를 마쳤다.
5만원권 현금 다발을 노란색,검은색 칩으로 교환하고 전투를 기다리는 그들의 눈에 한줌의 희망이 스쳐 지나간다.
"내 오늘 이빨 꽉 깨물고 할거니까,딜러,각오해!"
말삼구의 사내가 딜러에게 선전포고를 하자,작고 귀여운 딜러가 수줍은 웃음을 띄었다.
"어디보자~~
멤버 좋고~~
자,시작합시다."
말구 사내가 핸디들을 한번 쭉 훑어보더니,우렁찬 목소리로 테이블을 지휘했다.
시작과 동시에 초구에 짹이 떨어지고,딜러가 버스트가 났다.
말삼구와 말말구,말구가 중심이 되어 그렇치!소리를 질렀다.
'뭐야,이제 첫 판인데,이 우렁찬 소리는..'
누가 보면 불슈가 한창 진행중인 테이블이라는 착각이 들정도로 첫판부터 힘찬 그렇취 소리가 터져나왔다.
핸디들 기세가 남다르고 테이블 분위기가 설레이는게 뭔가 기분이 좋다.
두번째판,딜러 장바닥에 핸디들 열심히 카드 받아서 다들 20,21을 만들고 딜러 17.
"이야,이거 다들 선수들만 모였구만."
말구가 핸디들을 치켜세우며 테이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나,이빨 꽉 깨물었어."
말삼구가 또한번 생즉필사,사즉필생의 각오를 내비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야,이거 오늘 재미있는 후기 한 편 쓰게 될거 같은데.'
나는 개성 강한 핸디들이 포진한 이 테이블이 갑자기 좋아졌고, 오늘 잘하면 기차를 버리고 사북에서 밤을 보낼지도 모르겠다는 흥분으로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 말구와 말삼구의 인상을 또렷하게 기억하기 위해 그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 둘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핸디들과 밤을 새우며 블랙잭을 즐기고 싶은 나의 바람은 얼마안가 산산히 부서졌다.
뭔가 멋진 한 편의 글을 남길것만 같은 풍경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시작과 동시에 분위기 좋았던 그 테이블은 딱 열판 까지였다.
열판을 넘기자,저 검은 괴물 셔플머신은 우리 핸디들의 돈독한 우정을 시기했는지,20,21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핸디들은 말수가 줄어들었고,테이블엔 무거운 침묵이 찾아들었다.
화이팅 좋던 말삼구와 말구도 어디 아픈지 끙끙대기만 했고,사람들이 들락날락거렸다.
나는 기차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일찍 일어났다.
그래도 아직은 견딜만해서 침묵의 테이블이라도 유지되고 있지만,이 악슈가 계속된다면 고성,욕설,다툼이 언제 터질지 모를일이고,
오늘 큰 즐거움을 줄뻔한 말삼구와 말구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는것을 보는것도 괴로웠기 때문이다.
언제 그들을 다시 봤으면 좋겠다.
불슈 테이블에서.^^
사북역의 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
테이블에 터지던 그렇취 소리.
말삼구와 말구의 익살넘치는 그 소리.
꿈을 꾼듯 몽롱하다.
행복하고 싶었는데..
그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들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재치와 해학이 담긴 그 소리 들으며 그저 하룻밤 즐기고 싶었는데..
첫댓글 ㅎ 잼있습니다.
그들과 밤새 놀고 싶었는데,셔플머신이 협조 안하네요.ㅎ
126에 의한 슬픈 결과가 예상됩니다
잔인한 126입니다.ㅠㅠ.
으아 사람이 없어요 외로운 사북역이군요
아,카메라 뒤쪽에 많이 있습니다.ㅎ
그들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재치와 해학이 담긴 그 소리 들으며 그저 하룻밤 즐기고 싶었는데..
좋은 문구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
셔플머신이 쫌만 자비를 베풀었으면 하룻밤 잘 놀았을텐데,아쉽네요.ㅎ
팬입니다~~^^
ㅎㅎ감사합니다.
너무 재밋어요...그리구 공감이 많이 가네요...
재미있는 밤이 될 뻔 했는데,많이 아쉽습니다.
꽃놀이패님을 블랙잭 테이블에서 만나고 싶네요 ㅎㅎ
만나면 재미있게 놀아요.ㅎ
갑자기 계 은숙님의 눈이 내리네 뮤직비디오가 생각나네요 ㆍ눈과 비만 다를뿐 ㆍ잘 읽었습니다 ㆍ
어릴 때 많이 들은 샹송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