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로컬푸드 매장에서 수입 농산물 판매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농협은 지역 농산물 판매 조건으로 정부지원까지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 마트에 납품하고 있는 일부 농민은 농사 규모를 줄이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전남 순천농협의 한 파머스마켓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수입산 바나나가 판매되고 있다.
아이 위해 국산 원했는데, 수입산이 웬말
지난 20일 오전 전남 순천농협 한 파머스마켓. ‘우리 지역 로컬푸드’라고 적힌 진열대에는 감자·양파 등 여러 가지 채소가 보였다.
하지만 과일 진열대에는 멜론·참외·복숭아 등 국산 제철 과일 사이에 필리핀산 바나나가 있었다.
마트를 찾은 박모(39)씨는 “딸이 바나나를 좋아해서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은 국산 바나나를 찾았는데, 헛걸음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농협의 한 파머스마켓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수입산 바나나가 판매되고 있다.
수산물도 수입산 ‘가득’
로컬푸드 수산물 코너에서는 수입산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 확장 이전한 광주 북광주농협 하나로마트·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러시아산 동태·코다리·명태 고니와 노르웨이산 고등어, 대만산 꽁치, 각종 냉동 새우 등을 팔았다.
이에 대해 북광주농협 관계자는 “수산물 코너는 개인에 임대하고 있어 무조건 국산만 판매하라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한국에서 잡히지 않은 생선이 많아 수입산을 빼면 별로 팔 게 없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북광주농협 하나로마트·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수입산 수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수입산 판매, 우리 농가 생계 위협”
이에 로컬푸드 매장에서 파는 수입 농산물과 같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울상이다.
2019년부터 전남 해남에서 바나나 농장을 운영하는 신용균(76)씨는 “농장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농협 마트에 바나나를 공급했다. 하지만 수입산보다 가격이 비싸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수입산보다 금방 물러지기에 판매가 되지 않으면 금방 폐기할 수밖에 없다.
신씨는 국산 바나나 판로가 막히고 난방비까지 상승해 농장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역 농민을 위한다는 농협이 수입산을 팔면서 오히려 농가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라며 "지금같이 국산 판매가 되지 않는다면, 바나나 농사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남광주농협의 한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수입산 바나나가 판매되고 있다.
농협, 수 백억 지원 받아 로컬푸드 신·증축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4년간 전국 65개 로컬푸드 직매장에 211억여원을 지원했다.
지원금은 농협(41개소) 115억 7000만원, 비농협(24개소) 95억 5400만원으로 농협이 훨씬 많다. 비농협 매장은 지자체 또는 민간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등이 있다.
광주농협 관계자는 “농협 본부 차원에서도 수입산을 판매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지만, 모든 매장을 확인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