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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화창한 5월의 봄날 변산반도 어느 해변에서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BR>"형님 족구 안 해 보셨나 보네..."<BR>"백서방이 구멍이여~"<BR>"자기 뒤에서 보니까 너무 개발이다"<BR>....<BR>5월의 땡볕에서 10여 분 동안 제가 들은 말들입니다.<BR>모처럼 처가 식구들끼리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거 까지는<BR>좋은데....왜 족구는 하는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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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족구를 했고, 하고 있고, 할 겁니다.<BR>하지만, 저는 족구를 하지 않고 안 했고 안 할 겁니다.<BR>저는 족구를 못합니다.<BR>학교 다닐 때는 농구가 한참 유행이었죠. 다슬이 나오는<BR>농구 드라마도 인기 있었고 대학농구도 인기 있었죠<BR>그리고 제가 군대를 못 갔습니다. 이게 가장 큰 이유가 되겠죠.<BR>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족구를 멀리하게 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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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7년 전 일입니다. 남들 가는 군대도 못 갔고 남들보다 학교도 빨리<BR>들어가서 어린 나이에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BR>첫 직장이 공교롭게 여직원들이 많고 남자 직원들이 별로 없는<BR>직장이었습니다.<BR>생김새는 아니올시단데 그래도 나이 하나로 나름 여직원들의 귀여움을<BR>받고 있었습니다.<BR>그런데 이놈에 직장이 점심만 먹고 나면 몇 명 안 되는 남자직원들이<BR>우르르 몰려나가서 네트를 치고 족구를 합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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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몇 번을 잘 피해 다니다 어느 날 빼도 박도 못하게 딱 걸려서 족구장에<BR>입성을 했습니다. 그날따라 여직원들도 각자 아이스크림 하나씩을<BR>들고 다들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BR>"나이 든 사람들보다 그래도 영계가 들어오니까 보기 좋다"<BR>"영계 있는 팀이 이기겠네 ~~"<BR>"화이팅~~"<BR>여기저기서 응원의 메시지가 들리고 맘에 준비도 할 겨를 없이 제 앞에<BR>공이 날아오더군요. 그리고 힘찬 발길질..뻥~~~이 아니고 헛발질...<BR>그때까지만 해도 간헐적인 여직원들의 웃음소리~<BR>몇 차례 더 이어지는 저의 어이없는 실수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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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그리고 결정적인 스코어에서 저에게 서브권이 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BR>넣어보는 족구 서브였습니다.<BR>스코어가 스코어인지라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바닥에 공을 한번 튕기고<BR>올라오는 공에 인사이드로 발을 맞추고 힘차게 다리를 뻗었습니다.<BR>그리고 잠시 후 울려 퍼진 박수소리가 뒤덮인 웃음소리들.....<BR>제 발을 떠난 족구공은 네트 앞에 우리편 공격수의 뒤통수도 아닌...<BR>제 바로 앞에 있던 실장님 뒤통수를 강타하고 힘없이 우리 코트에서<BR>구르고 있더군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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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그때의 심정은 정말 6만 관중의 야유를 받으며 그라운드에 홀로 서 있는<BR>듯한 심정이었습니다.<BR>그때 전 그 6만 관중 중에 한 명인 미스 신의 코방귀를 보았습니다. 그녀의<BR>손에 들려 있는 껍질이 다 벗겨진 하얀 누가바가 10수 년이 지난 지금도<BR>눈에 선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누가바 먹을 때 껍질 먼저 벗겨 먹는<BR>사람 보면 눈 한번 흘깁니다. ㅋㅋ<BR>그날 이후 미스 신의 콧방귀의 환영에 시달리며 힘든 직장생활을 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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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수 년이 지난 지금의 변산반도의 해변에서도 저의 실력은 변한 게<BR>없습니다. 변한게 있다면 콧방귀 끼던 미스 신 대신 대놓고 개발이라고<BR>놀리는 마누라가 있다는 거 정도...<BR>저는 가끔 주위 남자들한테 족구 잘하냐고 물어봅니다.<BR>그런데 지금까지 족구 못한다는 사람 못 봤습니다. 다들 대답들은<BR>"한 족구 하지~~"<BR>"남들 하는거 만큼은 하지~~"<BR>"족구계의 박지성이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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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저는 생각합니다.<BR>[대한민국 성인 중에 족구 못하는 사람은 나 한명인가봐...<BR>이 정도면 족구를 올림픽 종목에 추가시키던지 해야 되는 거 아니야~<BR>남미나 아프리카 나라들 보여주면 아이들이 축구공<BR>하나만 있으면 들판에서 맨발로 뛰어노는 화면 많이 나오는데...<BR>왜 우리나라는 유원지에서 아저씨들이 바지 걷고 러닝 차림으로 공 가지고<BR>노는지 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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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아내가 족구 좀 배워 놓으라고 충고를 합니다.<BR>아내의 충고를 곱씹어 보면서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 당당히 족구와 맞서고<BR>싶습니다. 족구 배우는 데는 없는 거 같고 세팍타크로 같은 거 배워 볼까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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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족구 잘하는 법 따로 있나요? ㅎㅎㅎ</P></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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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style="CLEAR: both"><!-- 미니프로필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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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음`에 올라온 글인데 댓글이 많아서 퍼 왔습니다. 대한민국에 족구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가 봅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준가맹 종목에 포함되었으면..
글은 잘쓰는거 같네요~^^ 재밋게읽었습니다.
ㅎㅎㅎ 재밋게 봤습니다.
어느지역분인가 알아보고 족구클럽을먼저 소개시키기전에 지인을통해 개인교습을받도록하는것이 관건이네요 개발도 다듬으면 족구하는발이되니까요 존심을지켜주기위해라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족구에 빠지면 잘하게 되실겁니다^^
저는 김감독님의 사연인 줄 알고 깜짝 놀랬네요~~^^*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법한 사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에는 족구 잘하고 있다는 후기 소식을 듣기를 희망해 봅니다~~ㅎ
우리 마누라도 족구좀 배워보라고 권해주면 좋으련만,,,,,,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