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는 서용선 개인전 '나를 그린다' 전이 2024년 2월 14일~3월 17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23-1130 Brooklin 자화상, 30.5 x 22.9cm, Felt -tip pen, watercolor on paper, 2023 - 복사본
서용선은 풍경, 역사, 신화, 자화상 등 폭 넓은 인문학적 주제를 회화로 풀어내는 작가이다.
사람-도시-역사라는 커다란 주제로 급성장하는 자본주의 도시 속에서 소외된 인간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에 몰두하는 작가의 다양한 작업 가운데에서 ‘자화상’만을 보여주는 전시를 기획하였다.
95-0825 자화상, 102x67cm, Acrylic on paper, 1995
작가는 자화상은 실패한 그림이라고 말한다 :
“자화상은 실제로 그리는 순간 실패하는 그림이에요. 선을 긋는 순간부터 안 닮아요.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모습은 절대 안 나와요. 그래서 화가로서 가장 비극적인 그림 중의 하나가 자화상인 거죠. 그런 점에서는 앞서 애기했던 시지프스 신화와 같은 점이 있어요. 실패를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계속 그려나가는 거죠. 그래도 먼저 그린 그림과 다음에 그린 그림은 차이가 있어요. 그것 때문에 하는 거예요. 그리고 부분적으로 조금씩 뭔가가 담겨 나가는 느낌이 있어요.” (이영희, ‘화가 서용선과의 대화’ 중에서)
그림 그리는 남자, 91x72.7cm, Acrylic on canvas, 2016
자신을 그림 그리는 노동자라 말하는 서용선은 자화상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바라본다.
화면에서 표정 없는 얼굴로 정면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작가의 모습을 마주하는 관람객은 그 그림과 말없는 대화를 나누며 자기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두개의 몸, 130 x 96.7cm, Acrylic on canvas, 2019
작가는 미술대학에 합격하고 처음 그린 그림이 자화상이라고 한다. 캔버스 앞에 당당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의 자화상은 점차 세상을 응시하고, 대면하고, 좌절하며, 받아들이며, 또한 흥분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고, 그 모습은 격렬하게 그리는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화상을 통해서 자신이 해체되고 다시 결합되며 새롭게 탄생한다. “자화상은 인간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라는 보편적 개념이 갖고 있는 운명의 핵심이 자아이고, 이것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으니까… 인간 연구를 하는데 자화상은 기본 단위이다.”
자화상 Puteaux 1, 73 x 60cm, Acrylic on canvas, 2017, 2018
그의 작품세계는 이미 한국현대회화에서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수많은 국내외 주요 미술관들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등에서 전시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95년부터 2024년까지의 자화상을 그린 회화 작품 35점, C 프린트 8점, 입체 1점이 출품된다.
자화상, Self-portrait 2018-04, 91 x72.8 cm, Acrylic on canvas, 2017, 2018
거울에 비친 몸과 그림이라는 상징, 서용선 자화상의 의미(발췌)
글 : 김민
서용선의 자화상은 그가 수십 년 간 이어온 회화들이 한국에서 흔히 추상의 대척점으로 일컬어지는 ‘구상’이나, ‘리얼리즘’, 혹은 ‘역사화’라는 카테고리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의 자화상이 살아있는 몸과 그 감각을 다루기 때문이다. 구상, 리얼리즘, 역사화 등의 카테고리는 작품 속 내용이나 형태만을 이야기할 뿐, 그것을 만들어내는 작가와 작가가 만나는 세상의 관계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다.
자화상,41x32cm,Acrylic on canvas, 2023
서용선은 새로운 상징의 구심점이 되는 몸을 감각하고 단련하는 도구로 자화상을 이용한다. 1990년대 자화상이 캔버스 앞에 앉아 있는 작가의 모습을 배경 속 하나의 오브제처럼 그렸다면, 후기로 갈수록 이 자화상은 점점 시선, 표정, 몸짓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는 필자에게 자화상은 내가 보는 것과 동시에 그곳 내부의 감각을 (나의 몸이기 때문에) 스스로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운 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자화상3, 290.2x218cm, Acrylic on canvas, 2019
기사출처 : 아트코리아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