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글릭 대표 시집 5종 세트 | 루이즈 글릭 - 교보문고 (kyobobook.co.kr)
2020 노벨문학상 작가 루이즈 글릭 대표 시집!
그래요, 기쁨에 모험을 걸어보자고요. 새로운 세상의 맵찬 바람 속에서. _《야생 붓꽃》 중에서 ㆍ ㆍ ㆍ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갖춘 시적 목소리로 개인의 실존을 보편적으로 나타낸 작가” _ 한림원 ㆍ ㆍ ㆍ 한 명의 예술가를 알리기 위한 시공사의 루이즈 글릭 전집 프로젝트
2020년 노벨문학상 작가 루이즈 글릭의 대표 시집 세트가 출간되었다. “개인의 존재를 보편적인 것으로 끌어올리는 시적 목소리”라는 한림원의 찬사를 받은 루이즈 글릭은 퓰리처상 · 전미도서상 · 미국 계관 시인 · 국가인문학메달 · 전미비평가상 · 볼링겐상 ·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서상 · 월리스스티븐스상. 그리고 노벨문학상까지, 50년 동안 미국 시 문단 중심에 선 인물이다. 노벨문학상 소식 후 2년 가까이 그녀의 작품이 온라인에서 번역되어 왔지만, 그녀가 인정한 유일한 한국어본은 시공사의 책이 유일하다. 꼼꼼하고 치밀한 시인과 루이즈 글릭의 시 세계를 연구하는 학자 정은귀 교수가 치열하게 소통한 결과다. 앤 섹스턴과 어맨다 고먼의 시를 우리말로 옮긴 정은귀 교수는 대학 강당과 논문을 비롯해 대중 강연에서도 글릭의 시를 강독하고 알리는 열정적인 연구자다. 한국연구재단 내 루이즈 글릭 연구 프로젝트를 설립해 루이즈 글릭의 시 세계를 활발히 연구하며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시공사는 2023년까지 루이즈 글릭의 전 작품을 출간하겠다는 목표로, 그녀의 대표작 《야생 붓꽃》, 《아베르노》. 《신실하고 고결한 밤》과 데뷔작 《맏이》와 두 번째 시집 《습지 위의 집》의 세트를 출간한다. 대표 시집 3종을 출간하고 첫 번째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을 연달아 출간하는 이유는, 그녀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기반이 되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 대표 시집 세트를 통해 루이즈 글릭이라는 이 시대의 예술가와 그녀의 시 세계를 동시에 이해하게 된다.
두려움을 모르는 시인이 전하는, 살아갈 용기
가족이라는 주제, 엄격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지성, 세련된 구성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글릭의 작품 세계는 2020년 노벨문학상을 통해 한국에도 전해지게 되었다.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국내에 글릭의 시가 번역되어 알려졌지만, 글릭을 위로의 시인으로만 인식한다면 이는 단편적인 이해에 그친다.
글릭의 시에는 고통스러운 가족관계를 잔인할 정도로 정면으로 다루는 대범함이 있다. 서정시 특유의 언어적 장식은 찾아볼 수 없다. 언어를 고르고 자신의 이야기이자 보편적인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에 솔직하고 비타협적인 용기가 돋보인다. 작품 곳곳에 언어로써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료하고 단순한 언어로 삶과 세계의 깊은 진실을 전달하는 루이즈 글릭. 자연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반추하는 그녀의 시적 화법은 개인사라는 한정된 틀을 벗어나 보편적 울림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그녀의 작품 세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표 시집 세 권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상처를 끌어안을 용기, 불행을 수용하고 인생을 긍정하며 살아갈 용기를 전달받게 된다.
Louise Glück 미국의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1943년에 태어났다. 1968년 시집 《맏이》로 등단했고, 1993년 시집 《야생 붓꽃》으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2003년부터 다음 해까지 미국 계관 시인이었다. 그동안 시집 열네 권을 발표했고 에세이와 시론을 담은 책 두 권을 지었다. 2020년 노벨문학상, 2015년 국가인문학메달, 1993년 《야생 붓꽃》으로 퓰리처상, 2014년 《신실하고 고결한 밤》으로 전미도서상, 1985년 《아킬레우스의 승리》로 전미비평가상 등을 받았다. 2001년 볼링겐상, 2012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서상, 그리고 2008년 미국 시인 아카데미의 월리스 스티븐스상을 받기도 했다. 예일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정은귀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사진 출처 : [정은귀의 詩와 視線] 강물처럼/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 서울신문 (seoul.co.kr) / [당신의 책꽂이] 정은귀 번역가의 ‘유난히 힘든 날 읽는 시집 5′ - 조선일보 (chosun.com)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이자, 우리 시를 영어로 알리는 일과 영미 시를 우리말로 옮겨 알리는 일에 정성을 쏟고 있다.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며 시가 그 말의 뿌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믿음의 실천을 궁구하는 공부 길을 걷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 《딸기 따러 가자》와 《바람이 부는 시간: 시와 함께》이 있다.
앤 섹스턴의 《밤엔 더 용감하지》,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패터슨》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Fifteen Seconds Without Sorrow)》,
이성복의 《아 입이 없는 것들(Ah, Mouthless Things)》, 강은교의 《바리연가집(Bari’s Love Song)》, 한국 현대 시인 44명을 모은 《The Colors of Dawn: Twentieth-Century Korean Poetry》를 영어로 번역했다.
목차
《맏이》 I. 알 THE EGG 시카고 기차 THE CHICAGO TRAIN | 알 THE EGG |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 부르길 주저하다 HESITATE TO CALL | 4월에 내 사촌 MY COUSIN IN APRIL | 잃어버린 아이를 돌려보내며 RETURNING A LOST CHILD | 노동절 LABOR DAY | 상처 THE WOUND | 실버 포인트 SILVERPOINT | 12월 초 크로턴-온-허드슨에서 EARLY DECEMBER IN CROTON-ON-HUDSON
II. 가장자리 THE EDGE 가장자리 THE EDGE | 할머니는 정원에서 GRANDMOTHER IN THE GARDEN | 전쟁 중 사람들 사진 PICTURES OF THE PEOPLE IN THE WAR | 카레이서의 미망인 THE RACER’S WIDOW | 눈물 흘리는 여왕의 초상화 PORTRAIT OF THE QUEEN IN TEARS | 신부의 장식품 BRIDAL PIECE | 거울에 비친 내 이웃 MY NEIGHBOR IN THE MIRROR | 동트기 전 내 인생 MY LIFE BEFORE DAWN | 혼자인 그 숙녀 THE LADY IN THE SINGLE | 지하철의 절름발이 THE CRIPPLE IN THE SUBWAY | 간호사의 노래 NURSE’S SONG | 몇 초 SECONDS | 꽃필 때 우리 대장이 보낸 편지 LETTER FROM OUR MAN IN BLOSSOMTIME | 감방 THE CELL| 섬사람 THE ISLANDER | 프로방스에서 온 편지 LETTER FROM PROVENCE | 동굴에서 온 메모 MEMO FROM THE CAVE | 맏이 FIRSTBORN | 힘이 LA FORCE | 게임 THE GAME
III. 코튼마우스의 나라 COTTONMOUTH COUNTRY 코튼마우스의 나라 COTTONMOUTH COUNTRY | 낸터킷에서 죽음을 경이롭게 딛고 살아남은 이들 PHENOMENAL SURVIVALS OF DEATH IN NANTUCKET | 부활절 시즌 EASTER SEASON | 조각들 SCRAPS | 나무 집 THE TREE HOUSE | 자오선 MERIDIAN | 늦은 눈 LATE SNOW | 플로리다로 TO FLORIDA | 노예선 The SLAVE SHIP | 동지 SOLSTICE | 작은 만 THE INLET | 새터날리아 SATURNALIA 옮긴이의 말_ 각별한 당신의 ‘첫’에게 ㆍ ㆍ ㆍ
《습지 위의 집》 I. 핼러윈 All Hallows 모든 성인 대축일 ALL HALLOWS | 연못 THE POND | 어둠 속의 그레텔 GRETEL IN DARKNESS | 어머니를 위하여 FOR MY MOTHER | 군도(群島) ARCHIPELAGO | 동방박사들 THE MAGI | 청어몰이나무 THE SHAD-BLOW TREE | 전령사들 MESSENGERS | 여자 살인범 THE MURDERESS | 꽃 피는 매화 FLOWERING PLUM | 예수 탄생의 시 NATIVITY POEM | 가을에게 TO AUTUMN | 정물화 STILL LIFE | 제인 마이어스에게 FOR JANE MYERS | 감사 GRATITUDE | 시 POEM | 학교 아이들 THE SCHOOL CHILDREN | 잔다르크 JEANNE D’ARC | 출발 DEPARTURE | 쌍둥이자리 GEMINI
II. 사과 나무 The Apple Trees 그 일 THE UNDERTAKING | 석류 POMEGRANATE | 진홍 장미 BRENNENDE LIEBE | 아비삭 ABISHAG | 71년 12월 6일 12.6.71 | 사랑 시 LOVE POEM | 노스우드 길 NORTHWOOD PATH | 불 THE FIRE | 요새 THE FORTRESS | 여기 내 검정 옷들이 있다 HERE ARE MY BLACK CLOTHES | 황소자리 아래 UNDER TAURUS | 수영 선수 THE SWIMMER | 편지들 THE LETTERS | 모과나무 JAPONICA 옮긴이의 말_흩어지는 생의 찰나를 수긍하는 일
ㆍ ㆍ ㆍ
《야생 붓꽃》 야생 붓꽃 THE WILD IRIS | 아침 기도 MATINS | 아침 기도 MATINS | 연령초 TRILLIUM | 광대수염꽃 LAMIUM |
눈풀꽃SNOWDROPS | 맑은 아침 CLEAR MORNING | 봄 눈 SPRING SNOW | 겨울의 끝 END OF WINTER | 아침 기도 MATINS | 아침 기도 MATINS | 실라꽃 SCILLA | 물러가는 바람 RETREATING WIND | 정원 THE GARDEN | 산사나무 THE HAWTHORN TREE | 달빛 속의 사랑 LOVE IN MOONLIGHT | 사월 APRIL | 제비꽃 VIOLETS |
개기장풀 WITCHGRASS | 꽃고비 THE JACOB’S LADDER | 아침 기도 MATINS | 아침 기도 MATINS | 노래 SONG | 들꽃 FIELD FLOWERS |
꽃양귀비 THE RED POPPY | 클로버 CLOVER | 아침 기도 MATINS | 하늘과 땅 HEAVEN AND EARTH | 입구 THE DOORWAY | 한여름 MIDSUMMER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VESPERS | 데이지꽃 DAISIES | 여름의 끝 END OF SUMMER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VESPERS | 이른 어둠 EARLY DARKNESS | 수확 HARVEST | 하얀 장미 THE WHITE ROSE | 나팔꽃 IPOMOEA | 프레스크 아일 PRESQUE ISLE | 물러가는 빛 RETREATING LIGHT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재림 VESPERS: PAROUSIA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 기도 VESPERS | 저녁노을 SUNSET | 자장가 LULLABY | 은빛 백합 THE SILVER LILY | 구월의 황혼 SEPTEMBER TWILIGHT | 금빛 백합 THE GOLD LILY | 흰 백합 THE WHITE LILIES 작품 해설_ 세 개의 모놀로그 혹은 한 개의 트라이얼로그_신형철 | 옮긴이의 말_ 꿀벌이 없는 시인의 정원에서
ㆍ ㆍ ㆍ
《아베르노》 야간 이주 THE NIGHT MIGRATIONS | 시월 OCTOBER | 페르세포네 그 방랑자 PERSEPHONE THE WANDERER | 프리즘 PRISM | 크레이터 레이크 CRATER LAKE | 에코들 ECHOES | 푸가 FUGUE | 저녁 별 THE EVENING STAR | 풍경 LANDSCAPE | 순수의 신화 A MYTH OF INNOCENCE | 오래된 파편 ARCHAIC FRAGMENT | 파란 원형 건물 BLUE ROTUNDA | 헌신의 신화 A MYTH OF DEVOTION | 아베르노 AVERNO | 조짐 OMENS | 망원경 TELESCOPE | 개똥지빠귀 THRUSH | 페르세포네 그 방랑자 PERSEPHONE THE WANDERER 작품 해설 여러 생애를 겹쳐 살기_ 김소연 | 옮긴이의 말 되살아 견디는 목소리의 힘 ㆍ ㆍ ㆍ
《신실하고 고결한 밤》 우화 PARABLE |
모험 AN ADVENTURE | 지난 날 THE PAST | 신실하고 고결한 밤 FAITHFUL AND VIRTUOUS NIGHT | 기억 이론 THEORY OF MEMORY | 예리하게 말이 된 침묵 A SHARPLY WORDED SILENCE | 밖에서 오는 사람들 VISITORS FROM ABROAD | 시원의 풍경 ABORIGINAL LANDSCAPE |
유토피아 UTOPIA | 콘월 CORNWALL | 후기 AFTERWORD | 한밤 MIDNIGHT | 돌 속의 그 칼 THE SWORD IN THE STONE | 금지된 음악 FORBIDDEN MUSIC |
열린 창문 THE OPEN WINDOW | 우울한 조수 THE MELANCHOLY ASSISTANT |
단축된 여행 A FORESHORTENED JOURNEY | 다가오는 지평선 APPROACH OF THE HORIZON | 그 새하얀 연속 THE WHITE SERIES | 말과 기수 THE HORSE AND RIDER | 소설 작품 하나 A WORK OF FICTION | 어느 하루 이야기 THE STORY OF A DAY | 여름 정원 A SUMMER GARDEN | 공원의 그 커플 THE COUPLE IN THE PARK 작품 해설 무한한 끝들을 향한 영혼의 여행 _ 나희덕 | 옮긴이의 말_ 낮은 목소리로
출판사 서평
ㆍ ㆍ ㆍ
《맏이》 스물여덟 번의 거절, 단단하고도 예술적인 첫 시집
루이즈 글릭의 첫 시집 《맏이》는 1968년에 출간됐다. 거절만 스물여덟 번. 그 끝에 나온 시집이다. 시인으로 첫 시집을 내는 과정의 지난함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엿보이는 작품집라고 볼 수 있다. 동시대 여성 시인들은 첫 시집을 내기까지 루이즈 글릭만큼 엄청난 기다림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미국 여성시사의 중요한 획을 그은 에이드리언 리치, 첫 시집만으로 문단에서 주목받은 실비아 플라스, 산후 우울증을 적나라하게 담은 앤 섹스턴을 꼽아본다면 루이즈 글릭의 첫 시집은 굉장한 기다림이다. 첫 시집이 출간됐을 때 글릭의 나이는 스물다섯이었다. 우울, 불안을 기반으로 한 여러 병증을 짙게 깔아둔 첫 시집은 문단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시단의 거장 로버트 하스는 “고통으로 가득 찬 단단하고도 예술적인 시집”이라고 이 시집의 장점을 짚었다. 태어나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었던 시집이 나온 52년 후, 시인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글릭 시 세계의 밑그림
시인은 자신의 첫 시집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상처를 만나려면 그 첫 시집을 읽어도 되지만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시인의 조심스러운 겸손과 달리 이 첫 시집은 글릭이 이후에 보여 주는 방대한 시 세계의 밑그림이 된다. “이십 대에 가장 큰 재능을 선물 받은 시인”이라는 평단의 찬사가 부끄럽지 않은 이 시집은, 삶의 비참과 절망, 상실과 어둠을 응시하는 시선을 유지한다. 시인은 다양한 화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시대의 풍경을, 인간사의 지난함을, 사랑의 허망함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생을 응시한다. 가정이라는 공간 안팎에서 가장자리로 내몰리며 고립감에 시달리는 인물들을 통해 시대의 우울한 풍경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끝내 견디면서 삶을 살아 내는 자세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서투름이 아니라 용기와 굳건함으로 삶의 모든 면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시인의 첫 시집. 글릭의 두려움 없는 삶의 태도를 가장 처음으로 깨닫게 해 주는, 글릭 시 세계의 맏이다운 시집이다.
ㆍ ㆍ ㆍ
《습지 위의 집》 우울과 황폐 후 7년, ‘새로운 종의 시인’으로 호평받은 시집
《습지 위의 집》은 첫 시집이 발표된 지 7년만인 1975년에 출간됐다. 글릭은 이번 시집에 집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아 담았다. 한결 사랑스럽고 다정한 시집이다. 첫 시집 《맏이》에서 지독한 우울과 황폐를 보여 준 후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시집 속에서 글릭이 그리는 목소리는 사랑스럽다. 자연 속에서 부드럽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러한 힘 때문에 “새로운 종의 시인”이 나왔다는 문단의 호평을 받게 된다.
자신의 삶과 화해하는 법
글릭은 젊은 날을 남들과 비슷하게 보내지 못했다. 지독한 우울, 섭식장애 등으로 시절을 보낸 시인이 어떤 언어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화해에 이르렀는지를 독자들은 이 시집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불안과 우울을 그린 첫 시집 이후, 꽃이 피어나는 공간과 시간을 담은 두 번째 시집 《습지 위의 집》이 출간된 것은 그녀의 시 세계가 절묘하게 확정되었다는 증거다. 첫 시집과 맥락을 같이하는 점은 자신의 불행을 수용하는 모습에 있지만, 글릭은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다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누군가와 하는 화해는 삶을 뒤바꿀 수 없다고. 화해 이전에 자신이 속해 있는 곳의 풍경, 삶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굳건하고 덤덤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마음가짐이 진정한 화해라고 말이다. ㆍ ㆍ ㆍ
《아생 붓꽃》 ★퓰리처상★
정원에서 영감을 얻은 시집
1992년 출판된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야생 붓꽃》은 시인에게 퓰리처상과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시 협회상을 안겨준 대표작이다. 미국시사에서 식물에게 이렇게나 다양하고 생생한 그들만의 목소리를 부여한 시인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다. 정원 가꾸기가 취미였던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86)이 자연에 대한 시, 특히 꽃을 매우 섬세하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시를 많이 썼지만, 글릭처럼 이토록 온전히 꽃의 목소리를 직접 구사하지는 않았다. 동시대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935~2019)도 자연을 가까이 하며 다른 존재들에 대한 시를 많이 썼지만 인간의 시선으로 대상을 면밀히 보는 시들이 많았다. 글릭에게 이르러 꽃은 비로소 꽃 자체가 된다. 《야생 붓꽃》은 글릭의 시적 실험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집이다. 시집은 꽃과 정원사-시인의 기도와 신이 함께 거주하는 정원의 세계다. 아침저녁으로 나가서 꽃을 살피고 꽃과 대화하고 날씨를 보고 햇살과 바람을 느끼는 곳이지만 그 정원은 이상하게도 꿀벌이 없는 정원이다. 글릭이 좋아하는 시인 디킨슨의 정원은 꿀벌로 가득한데, 글릭의 정원은 꿀벌이 없다. 그래서 실제의 정원이라기보다 상상 속의 정원으로 읽히기도 한다.
삶과 희망을 깨닫게 하는 메시지
《야생 붓꽃》은 삶과 희망, 존재의 영원한 순환에 대한 감각을 깨운다. 정원에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1년, 일시적이면서도 순환적이고, 그래서 영원한 생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작가와 독자가 서로를 연대하게 만드는 이 시집은 살아갈 용기, 깊은 희망, 존재로서의 정당함을 일깨운다. 생명의 영원한 본질인 ‘존재함을 누군가가 알아차려주는’ 행위가 이 시집에서 이뤄진다.
ㆍ ㆍ ㆍ
《아베르노》 ★PEN 뉴잉글랜드 어워즈★
고대 로마인들의 지하 세계 입구에서 영감을 받은 시집
루이즈 글릭에게 노벨 문학상을 부여한 한림원에서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집으로도 꼽히는 《아베르노》. 이 시집은 하데스에 붙잡힌 페르세포네의 신화를 몽환적이면서도 마치 존재했던 이야기를 다루듯이 능수능란하게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아베르노는 라틴어로 지옥을 뜻한다. 고대 로마인들이 지하 세계의 입구로 여겼던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작은 분화구 호수의 이름이다. 이 장소가 루이스 글릭의 열 번째 시집 이름이 되었다. 그리스 신화를 차용한 방식에선 이전 시집들 가령 《목초지》(Medowlands, 1996)와 《새로운 생》(Vita Nova, 1999) 《일곱 시절들》(The Seven Ages, 2001)에 연결되는 이 시집은 인간 본성에 깃든 욕망과 상실, 트라우마의 문제를 현재적 목소리로 바꾸어 전달한다. 절제된 형식미를 내세워 이 지상의 목숨과 신의 존재, 몸을 지니고 태어나는 생명들의 존재 조건에 대한 영성적인 질문을 하는 점에서는 《야생 붓꽃》(The Wild Iris, 1992)과도 연결된다.
지친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시인의 언어
《아베르노》는 미국에서는 ‘현대의 고전’으로 꼽히는 걸작 시집이기도 하다.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와 고전 신화 사이에서 시적인 페르소나에 초점을 맞춘 이 시집은 삶이 고통과 맞닿아 있는 이들에게, 재가 되어버릴 것 같은 생의 고통에 갇힌 현대인의 영혼을 어루만진다. 육체 안에 존재했던 삶의 기쁨을 떠올리게 하고, 결국 지금 우리의 영혼이 어떻게 위안을 찾을 것인지 자문하고 그 해답을 찾게 만든다. ㆍ ㆍ ㆍ
《신실하고 고결한 밤》 ★전미도서상★
루이즈 글릭이 가장 애정을 둔 시집
〈뉴욕타임스〉는 그녀와 그녀의 시집을 두고 “이 나라 문학의 주요 사건”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루이즈 글릭이 가장 애정을 가진 시집이라고 밝힌 작품집이다. 가장 최근의 시 세계를 알 수 있는 시집이기도 하다. 상실과 절망, 죽음을 통과한 언어, 생의 파고를 넘으며 저류(低流)로 간신히 살아낸 삶을 응시하는 언어는 단순하고 신실한 글릭시학의 묘미를 잘 보여준다. 글릭에게 시의 언어는 어떤 화려한 미학적 방법론에 기대고 있지 않다. 그에게 시는 지금 보이지 않는 것들, 사라진 것들, 입이 없어 말을 하지 못하는 작은 기억의 파편들을 어떻게든 다시 불러 모아 기워내는 생존 작업이다. 시인은 시간의 파편에 기대어 이 시집을 완성했다.
자신을 긍정하는 힘을 전달하려는 시인의 정신
생의 유한함,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어떤 독자적인 시작도 어떤 단일한 끝도 없음을 반복하여 이야기하는 시집은 시작도 끝도 아닌 삶의 여정 위에 우리가 어떤 호흡을 가져야 하는지를 재차 묻는다. 루이즈 글릭이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우리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다소 우발적인 인생, 결함이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긍정해야만 삶이 살아진다는 메시지가 시집 전체에 담겨 있다. 이 시집은 편안한 어조로 쓰였지만 독자를 미지의 세계와 만나게 한다. 죽음의 왕국을 통과하기도 하며, 기사가 되었다가 한 영혼이 되었다가 바람이 되게 만든다. 명확한 어조로 꿈을 거닐게 만드는 루이스 글릭만의 마법 같은 경이로운 문장은, 그동안 예술성 높은 시작품을 갈구해온 독자들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