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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배지붕 양식과 벽체 띠방장식으로 한옥느낌이 든다> |
이천시 마장면 얼음박골에 오르다 보면 산허리에 걸쳐 있는 맞배 지붕의목조주택 한채를 만날 수 있다.하얀 벽체와 검은 슁글이 가져다 주는 색채의 대비로 쉽게 눈에 들어오는
얼음박골주택은 규모 40평 정도의 전원주택이다.남향으로는 산을 마주 하고 있고 북쪽의 대지는 멀리까지 열려 있어 전망이 뛰어나다. 얼음박골 주택은 목조로 이루어져 있지만 실제 내용은 한국형 주택을담고 있다.툇마루나 장독대 등이 놓여 있는 외부의 뒷공간, 창호, 건물의 배치 등에서 이러한 특징은 잘 나타난다.
한옥 스타일을 결합시켜 만든 공간
얼음박골 주택을 지은 사람은 두 아이를 가진 주부 서명림씨이다.그러나 주부가 지은 집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현재 대학에서 인테리어를 강의하면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있는 서씨는 처음 집을 지었다.
무려 5개월에 걸쳐 인부 두 사람과 지은 집이지만 품위와 안정감이 있어 보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아파트에 살던 서씨의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있는 덕평의 외가에 오면 서울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이 뛰지도 못하고 밖에 나가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충족시켜 줄 수가 없어 여간 고민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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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는 대문모양의 널문과 새시창을 붙였다> |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이곳에 와서 많이 달라졌어요. 그림을 그려도 나무나 산, 새 등 자연물을 주로 그려요. 진작 선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아파트에 살 때는 바닥이 많이 울려 살금살금 걸어도 소리가 났어요. 아래층 사람이 워낙 까다로워 아이에게 주의를 주었더니 애가 조금은 맘이 상해 있었어요. 지금은 마음껏 뛰어놀 공간이 있어 다행스럽죠.” 서울 강남에 직장이 있는 남편 최유조씨(37)가 예전보다 출퇴근시간이 조금 많이 걸리지만 전원에서의 새 생활에 무척 즐거워하고 있어 온 가족이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서씨가 집을 직접 짓기로 한데는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생태 디자인을 공부한 자신의 전공을 현장에 접목시켜보겠다 는 뜻도 강했다.
주택 설계는 첫 작품이었다. 그동안 인테리어 설계는 여러 차례 해보았던 터라 집을 설계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대신 3세대가 사는 데다 손님이 많은 까닭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그리고 기존의 집과는 개념이 다르면서도 호화롭지 않은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았다.
설계를 마치고 서양식 목조주택 구조를 시공해 본 것이 있는 목수 두 사람을 구했다. 집이라는 게 직접 짓는다고 해서 모든 일을 혼자 할 수 없는 까닭에 전기나 난방 등 부분 공사를 외주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목수와 서씨가 직접 일을 시작하였다. 집을 지으면서 목조주택 건축 방법에 대한 공부도 새 롭게 하고 직접 목조건축학교에 참여하면서 시공법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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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을 시작하면 밤 아홉시는 되어야 일을 마칠 정도로 참 열심히 지었어요.목수들이 제 구상을 다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생각만 가지고 있던디자인을 실현해 보고 싶었지요.”
목수들을 직접 일당을 주고 공사기간 동안 채용한 때문인지 현장을 관리하는 서씨의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였다.때로는 목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공상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새로운 의견을 내놓기 일쑤였다.대부분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건축주가 잡음을 내는 일이 허다한데 얼음박골주택을 짓는 동안 너무 손발이 잘 맞아 누가 주인이고 주가 일꾼인지 모를 지경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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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부엌은 분리와 통합을 적절하게 조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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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연장은 직접 다루고 모든 공정 함께 작업
서씨는 집을 지으면서 여러 가지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하였다. 그러면서도 소재들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으며 집도 전통적인 양식과 서양식을 적절히 접목시키고 에너지 효율이나 동선의 경제성을 추구하려고 애썼다.
2×6 목구조로 골조를 만들고 외벽은 OS보드 이에 스타코와 춘향목으로 띠방 장식을 넣었다. 그리고창문의 바깥 부분에는 나무로 짠 덧문을 붙여 커튼 역할을 하고 있다. 처마가 대신 나무 덧문이 채광과 환기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게 했다.
덧문 제작은 서씨가 직접 디자인한 것을 본래부터 잘 알고 있는 목공소에서 제작한 것이다. 나무 덧문은 퇴색된 느낌이 나는데 오일 스텐을 먹인 다음 사포로 문질러 오래된 느낌을 준다. 하얀 스타코로 처리된 벽면에 규칙적으로 자리잡은 창호와 덧문은 전통 한옥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맞배지붕 과 벽면 처리가 서로 어울려 시각적인 효과를 자아내는 셈이다.
대개 서양식 목조주택에서 데크로 처리된 부분이 얼음박골 주택의 경우 전통 한옥의 툇마루를 연상시키는 것도 서씨가 특별히 고려한 디자인상의 특징이다.
내부는 세 개의 침실과 욕실, 부엌, 작업 공간인 다락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닥은 화강석과 일부 카페트로 처리하고 벽면, 천장은 핸디텍스로 마감하였다. 방은 데코 타일과 종이 장판, 벽과 천장은 실크 벽지, 닥종이를 활용해 각 세대별로 다른 느낌을 연출하였다. 거실과 부엌은 통합과 분리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그리고 두 개의 동선을 만들어 주방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 것도 눈길을 끈다.전원주택의 경우 거실에는 커다란 통창을 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얼음 박골주택에서는 작은 창문 여러 개를 중복적으로 배치해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주변의 풍경이 달라지는 효과를 주고 있다.
그 대신 부엌에는 서랍장을 없애고 넓은 창문을 넣어 외부 풍경이 멀리까지 바라다 보인다.창문의 안쪽에는 종이를 바른 격자창을 이중으로 설치하여 단열 문제도 해결하고 디자인적인 효과도 살렸다.
“창문은 단열과 일조, 통풍, 전망 등 다양한 요소를 충족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아요. 단열을 위해 새시창과 목창을 이중으로 적용했지요. 목창은 창호지를 바른 격자형 살창으로 선스크린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창호지는 창문에서는 직사광선을 절반 정도 투과시켜 주기 때문에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하고 벽에 바르면 방음 효과가 있어요. 생태적인 디자인을 위해서는 자연 환경을 활용하는 요소와 더불어 경제성이 있어야 합니다.” 햇빛이나 바란 등 자연 에너지에 대한 활용, 경제적인 동선, 생태적인 자재 등은 모두 생태적인 디자인에 필요한 요소들이다. 서씨는 주택 건축에서의 전통성도 생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집의 외부도 그런 그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대개 전원 주택에서는 마당이라기보다는 정원으로 꾸며 나무와 화초를 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얼음박골 주택은 토담 형식의 석축과 마당, 장독대와 소나무 동산, 부엌의 뒷공간, 툇마루 형식의 데크 등을 살려 전통 가옥의 양식을 최대한 수용하였다.
집을 짓는 동안 가장 즐거웠던 점은 “그동안 실내 인테리어만 해오다가 외부 및 구조까지 체험할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생태 디자인을 살린 주택을 계속적으로 현장에 접목시켜 나갈 계획”이란다. 서씨의 생태 디자인에 대한 생각은 곳곳에서 실현된다. 가령 안방 침실 창문의 경우 앉아서도 밖을 볼 수 있게 한 점이라든가 동선의 효율을 살린 점 등은 시선을 끄는 데 부족함이 없다. |
침실은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접촉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마주 보는 위치로 잡았다.부모 세대의 침실 내 제2의 욕실에는 화장대를 별도로 설치하였는가 하면 작은 간이 싱크대를 넣어 한밤중에도 야참이나 커피를 끓여 먹을 수 있게 하였다.
두 개의 욕실에는 커다란 창문이 달렸는데 이는 지형적으로 외부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장점을 활용해 외부의 자연 환경을 욕실까지 끌여들였다.욕실은 단순히 위생적인 활동 이외에 쉬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의자와 화장품을 진열한 탁자가 놓여 있고 때에 따라서는 독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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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세대가 사는 안방의 모습. 붙박이장을 넣고 욕실을 별도로 두었다> | “욕실에 기능을 더 부여한 것은 공간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주부의 입장에서 집을 짓다 보니까 자칫 지나쳐 버리기 쉬운 부분도 고려할 수 있었어요. 욕실에 창문에 넣으면 밖이 잘 보이고 환해 쾌적도가 높아져 독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침실에서보다 집중도가 높을 때가 많아요.” 서씨의 섬세함은 여러 군데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나치기 쉬운 부분들을 꼼꼼히 챙겨 마감 하나도 허 술하게 한 부분이 없다. 천장에는 대들보 기둥을 넣고 송판을 붙여 장식적 요소를 가미한 부분이나 식당의 이중 동선, 다락방 계단 밑에 만든 수납 공간 등은 직접 자기의 집을 자기 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일꾼 두 사람도 서씨의 생각을 잘 따라 주었기 때문에 집짓는 일이 별로 힘들지 않았단다. 일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직접 시범을 보이거나 먼저 방법을 알려 준 다음 일꾼들의 의견을 들었다. 일꾼들도 현장에서 부리기 쉬운 소위 ‘똥고집’이라는 것을 버리고 작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집주인이 직접 연장을 다루며 작업하는 데야 별 수 없지 않은가.
서씨는 공사 중에 여러 가지 작업 도구를 하나하나 갖추었다. 덕분에 지금은 웬만한 목수들이 지니고 있는 연장보다 더 많다. 필요한 부분은 직접 자기 손으로 고치고 만들고 다듬기 위해서이다. 연장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인지 남편 최유조씨도 이사하자마자 야외 통나무 식탁을 만들었다. 사람들 이 올 때마다 잘 만들었다고 칭찬이 자자해 남편도 한껏 고무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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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박골 주택은 전체적으로 전통 한옥을 연상시키는 느낌을 준다.맞배지붕을 한 집 형태에서부터 대들보 기둥 양식, 한옥의 널문을 디자인으로 채택한 점은 물론 색감과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데서도 그러하다.주부 서명림씨는 자기 집을 짓는데 어느 정도 전공자이면서 인테리어 공사를 직접 해본 경력이 있다는 데서 집 짓기가 가능할 수도 있다.그러나 누구든지 직접 해보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자기 내부의 창조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집 짓기이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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