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올해 주식 시장에서 가장 ‘핫’한 단어죠. 주식 투자자가 아니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데요, ‘2차전지=대박’이라는 등식이 떠오를 정도죠. 그럴 법도 합니다.
대장주로 꼽히는 이른바 ‘에코프로 3형제’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10배 치솟았거든요. 투자금 10만원이 100만원이 됐으니 대박은 대박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차전지=에코프로’로 통하는 분위기입니다. ‘에코프로 3형제’의 주가가 조금만 흔들려도 2차전지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판국입니다. 연초 주당 11만원 수준이었던 에코프로가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로 등극했는데도 막상 시장 전문가는 우려합니다.
2차전지 시장이 기업 매출이나 이익‧현금 흐름‧배당 등을 따져서 가치를 평가하는 밸류에이션과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2차전지 시장은 소재 업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대부분 양극재를 다루는 업체죠.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주목받지 못한 부품이나 장비 업체 중에 알토란이 숨어있다고 귀띔합니다. 이런 종목을 머니랩이 살펴봤습니다.
📍포인트1. 폭풍 성장한 2차 전지 시장, 왜?
2차전지는 배터리(Battery)입니다. 1차전지가 한 번만 사용하는 배터리라면 2차전지는 지속해서 충전해서 쓸 수 있는 반영구적 배터리입니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배터리도 2차전지랍니다. 배터리를 바꾸지 않아도 충전기로 계속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죠.
2차전지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때문입니다. 전기가 동력인 전기차의 엔진 역할을 2차전지가 하거든요.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침투율(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은 2017년 1% 선에 지난해 13%까지 치솟았습니다. 2035년에는 침투율이 9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주식투자 성과가 가장 좋은 시기는 기술 침투율 0~10%의 초입 국면이다. 기술 대중화 직전의 단계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
전기차가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인 엔진 역할을 할 2차전지 수요도 늘어난다는 거죠. SNE리서치는 올해 1210억 달러(약 154조원)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8년 3030억 달러(약 387조원), 2035년 6160억 달러(약 787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12년 만에 5배로 커진다고 예상하는 거죠. 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와 비슷합니다.
지난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600억 달러(약 204조원) 수준입니다.
더구나 전기차 원가에서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릅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2차전지의 수명은 5~10년으로 봅니다. 충전과 방전을 지속하면서 주행거리가 줄어들고 충전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최대 10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한다는 거죠. 수요가 꾸준하다는 겁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의 원가 비중은 59%에 달한다.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격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2차전지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미‧중 무역갈등의 ‘풍선 효과’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내놨죠. 이 법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핵심 경제 공약입니다. 3690억 달러(약 471조원)를 투입해 미국산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IRA에 따라 미국 정부는 미국산 재료나 부품을 사용하는 친환경 업체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데, 중국 업체를 혜택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한국의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게 된 거죠. 세금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과 원자재 상당 부분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하거든요.
📍포인트2. 2차전지주 에코프로만 있는 건 아닌데?
이런 배경이 2차전지 시장을 달구고 있는데요, 사실 현재 주목받는 2차전지 종목은 대부분 소재 업체입니다.
2차전지 소재 업체가 높은 관심을 받은 직접적인 이유는 IRA입니다. 핵심 광물을 해외에서 조달해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에서 가공해 부가가치를 50% 이상 창출하면 IRA에 따라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요, 2차전지를 만드는 양극화 물질이 이에 해당합니다.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를 볼까요. 연초 에코프로 주가는 주당 11만원(1월 2일, 종가 기준)이었는데요, 현재는 110만4000원(7월 28일)입니다. 7개월 만에 10배 뛰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같은 기간 9만3400원→40만7500원, 에코프로에이치엔은 4만5000원→8만7300원으로 상승했습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에 탑재될 고용량 양극재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꼽힙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지난 2021년 에코프로 환경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한 업체입니다. 대기환경 개선 솔루션을 제공하죠.
포스코퓨처엠(19만1500원→51만원) 주가도 올해 들어서만 두배 이상 뛰었는데요, 역시 양극재를 다루는 소재 업체입니다.
그런데 2차전지 관련주에 소재 업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크게 소재‧부품‧장비 업체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소재만 해도 종류가 많습니다.
양극재뿐 아니라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이 있습니다. 양극재는 2차전지의 용량과 출력, 수명을 결정합니다, 2차전지 재료비의 40%를 차지합니다. 니켈과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같은 원료를 조합해서 만듭니다.
음극재는 전기차의 충전 속도에 관여합니다. 천연 흑연에서 만들었는데 최근엔 실리콘 음극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같은 무게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어서 한번 충전했을 때 운행할 수 있는 거리가 길어집니다. 전해질은 2차전지의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충‧방전할 수 있도록 돕는 물질입니다.
분리막은 절연(전기‧열을 통하지 않게 함) 소재로 만든 얇은 막인데요,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2차전지 안정성을 좌지우지하죠.
2차 전지.
부품이나 장비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크게 공정 장비, 검사 장비, 자동화 장비 등이 필요한데요. 크게 전극공정, 조립공정, 화성공정 등을 거쳐야 합니다. 양극재 등 소재를 이용해 2차전지를 완성하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죠.
장비의 경우 반고체 배터리 장비, 엑스레이 검사 장비, 활성화 공정 고온에이징 장비 등 다양한 장비가 필요합니다.
부품업체 영역도 넓습니다. 2차전지용 기능성 필름부터 배터리 폭발방지장치, 케이스까지 다양합니다. 더구나 IRA에 따른 혜택을 누리려면 소재를 해외에서 조달하더라도 가공은 한국에서 해야 합니다. 2차전지 수요가 늘어날수록 이들 부품‧장비 수요도 증가하게 됩니다. 배터리 완성품을 만드는 ‘셀 제조업체’의 주문도 늘겠죠.
대표적인 부품업체로 코스모신소재가 있습니다. 기능성 필름, 2차 전지용 양극활물질, 토너, 토너용 자성체 등을 제조‧판매하는 업체입니다. 연초 5만2600원(1월 2일)이던 코스모신소재 주가는 현재 17만4100원(7월 28일)까지 뛰었습니다.
📍포인트3. 증권사가 본 2차 전지 알토란 종목은?
그렇다면 시장 전문가들이 보는 2차전지 시장 전망은 어떨까요. ‘유망한 분야’라는 데는 모두 동의합니다. 그런데 특정 종목의 주가가 밸류에이션에 상관없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급등한 점을 경계하네요.
그동안 2차전지 시장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종목은 소재 업체인데요, 그중에서도 양극재를 다루는 업체가 특히 폭풍 성장한 데는 주요 재료인 금속 가격이 오른 영향이 큽니다. 그런데 최근 금속 가격이 내려가고 있죠.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양극재 주요 재료인 리튬의 지난해 가격은 전년 대비 79% 상승했습니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445% 올랐죠.
그런데 올해 1분기 들어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떨어졌습니다. 니켈도 지난해는 전년 대비 45% 올랐지만, 올해 1분기는 22% 떨어졌습니다. 코발트도 올 1분기 들어 34% 하락했습니다.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2분기 실적도 투자에 주의해야 할 요소로 꼽혔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을 볼까요. 이 업체의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21억39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 감소했습니다. 시장의 추정치(630억원)를 밑돌았네요. 매출은 1조19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5% 늘었고 순이익은 431억1700만원으로 7.1% 줄었습니다.
음극재 대안, 그룹사와 연계한 2차 전지 사업, 탄탄한 재무 구조 등 포스코퓨처엠의 성장성에 의심은 없다. 단 적정 주가는 현재(51만원)보다 낮은 45만원으로 하향 제시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
자, 그럼 궁금해집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눈여겨봐야 할까요.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기본이 탄탄’해야죠.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추천하는 알토란 종목 중 몇 가지만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그동안 2차전지 시장에서 소재주가 대장주 역할을 해왔는데 기업 기초 경영 여건인 펀더멘털이 탄탄한 반면 주가는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은 종목을 선별해서 투자를 고민해볼 만하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
🔋 엘앤에프
-매출액 / 2021년 9710억원→2022년 3조8870억원→2023년(추정) 6조3840억원
-영업이익 / 2021년 440억원→2022년 2660억원→2023년(추정) 3050억원
-시가총액 / 8조6432억원
-현재주가 / 23만8500원(28일 기준)
-목표주가 / 50만원
-양극재 업종 중 최선호주. 원재료 탈중국화로 그간 경쟁사 대비 주가가 낮았던 이유인 원재료 내재화 이슈 해소될 것으로 판단. 원재료 탈중국화로 북미 시장에서 추가 신규 수주 연결 기대. 음극재 등 신사업은 추가 업사이드(상승 여력)로 작용 전망. (대신증권)
🔋 에스에프에이
-매출액 / 2021년 1조5650억원→2022년 1조6844억원→2023년(추정) 2조1280억원
-영업이익 / 2021년 1889억원→2022년 1609억원→2023년(추정) 2404억원
-시가총액 / 8조6432억원
-현재주가 / 3만6900원
-목표주가 / 5만5000원
-지난해 수주 잔고가 1조원 수준이고 올해 1분기 신규 수주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 대규모 발주 덕분. 올해 연간 신규 수주 규모는 1조5800억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할 전망. 회계상 지연됐던 매출까지 하면 전년대비 43% 늘어날 것으로 예상. 지난해 2차 전지 전국 공정 장비업체인 CIS 지분 25.8% 인수해 경영권 확보, 이를 통해 2차전지 장비 공급 라인업에서 빠져 있었던 전극 공정까지 포함. (삼성증권)
🔋 피엔티
-매출액 / 2021년 3780억원→2022년 4180억원→2023년(추정) 6210억원
-영업이익 / 2021년 540억원→2022년 780억원→2023년(추정) 1030억원
-시가총액 / 1조6942억원
-현재주가 / 7만4500원
-목표주가 / 9만2000원
-타이타늄 드럼, 알루미늄 압출 장비 등을 검토·개발하고 있음. 국내 최초 전극 공정 장비 국산화 성공 이력. 올 상반기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지연과 고객사 공장 설립 지연 영향받았음. 하반기 국내 주요 고객사의 미국 증설 발주가 시작되고 2021년부터 미리 수주했던 해외 신규 업체의 추가 수주 기대. 동박 장비 규모가 커지고 고객사도 다변화, 확장되고 있음. (미래에셋증권)
🔋 코스모신소재
-매출액 / 2021년 3060억원→2022년 4860억원→2023년(추정) 9690억원
-영업이익 / 2021년 220억원→2022년 320억원→2023년(추정) 480억원
-시가총액 / 5조3363억원
-현재주가 / 17만4100원
-목표주가 / 20만7000원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전략이 가속하며 배터리 소싱을 다변화하고 있음. 대부분 양극재가 ESS용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최근 삼성SDI 수주 물량 확대되고 LG화학과 공급 계약 통해 EV용 하이니켈 8시리즈 양극재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 고객 다변화를 통한 동반 개선으로 실적 성장 기여 기대. 2023~25년 예상 영업이익 연평균 성장률은 126%로 양극재 기업 중 성장 폭 가장 클 전망. (DS투자증권)
현재까지 2차전지 시장은 ‘(실적을) 따져보지 않는’ 시장이었다. 2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실적을) 따지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본연의 사업에 충실한 종목이 주목받을 때가 됐다. (장정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