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 3주간 주일
의사를 찾아가서 자기가 왜 아픈지를 묻는 환자를 상상해 보십시오.
"댁의 증상을 알겠습니다. 댁의 이웃에게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그 말씀을 들으니 한결 기분이 낫군요."
황당하잖아요?
그러나 그게 우리 모두가 하는 것들입니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으레 누군가 다른 사람이 변하면 자기 기분이나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잠들어 있어서 고통받고 있건만,
'다른사람이 변한다면 삶이 얼마나 멋질까,
내 이웃이, 내 아내가,
우리 회사 사장이 변한다면 얼마나 살맛이 날까?'
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 앤소니 드 멜로 - 깨어나십시오
시나브로 대림 3주간 주일 아침.
이른 새벽 대림초의 불을 밝히며 지금 내게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열망이 어느 정도일까?
화두를 던져봅니다.
오늘은 11시 교중미사에 10시도 채 되기전에 집을 나섭니다.
자동차로 4분여 거리... 이것저것 플러스하여 10여분만에 성당에 도착하여
고해소에 가니 5명이 먼저 와 있습니다.
곧 바로 내 다음 차례로 앉은 부인이 - 지난주에도 내 옆자리였던 것 같은-
"오늘은 성사 드릴 수 있으려는지..." 속삭입니다.
"오늘은 되겠지요."
"신부님은 묵주기도를 더 좋아하시니..."
"하느님은 고해 성사 드림을 더 좋아하시지요."
오늘은 10시 30여분 정도에 신부님이 고해소에 들어오셔서
혹여 성사 못드릴까 마음 졸이지 않고 판공성사 완~
세연이네 방문에 대비하여 장만했던 먹거리들...재료들.
토요일 저녁은 호텔뷔페에서, 주일 아침 한끼 or 점심까지 두끼 밖에 함께 할 수 없을 터인데도
이것도 먹이고 싶고 저것도 먹이고 싶은 마음에 휴~~~
저온에서 숙성한 통삼겹을 훈연하여 잡내와 기름기를 빼고, 본연의 고소한 맛을 살렸다는 연잎 삼겹살.
슬라이스되어 전자렌지에 데우기만 하니 돼지고기 특유의 고기냄새와 기름기를 질색하는
내게도 괜찮을듯 싶어서 주문하였던 연잎 삼겹살은
달랑 부부유친하여 상에 오르니 반 조금 안된게 남았습니다.
세연이 잘 먹는다는 배추전을 해주려 알배추가 두통이나.
게살스프 재료...
프라우나 크리스마스넛 크래커 접시, 트리와 호두까기 인형 세트도 세연이 생각에~
햇살이 시나브로 창가에 내려앉기 시작하고,
쇼팽의녹턴이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로 흐르고,
감바스 파스타에 냉이를 첨가하고 & 보시오 망고와인의 브런치 타임입니다.
성수동 팩핀의 파스타 밀키트 또한 아이들 오면 함께 먹으려 냉동실에 쟁여 놓았던 것이지요.
초이닷의 가리비 바질 파스타, 봉골레 파스타 밀키트가 냉동실 포화상태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세연이 좋아하는 아이스 홍시와 아이스 망고도 함께.
오랜만에 커피 타임~
TV 클래식 채널에서는 J.슈트라우스의 '박쥐 서곡'을 베를린 필 하모닉이 연주하고 있습니다.
디카페인 드립백 커피를 연하게 내렸어요.
2007년 컵오브 차이나 프로그램에서 블루의 옷을 입고 나온 김연아 선수의
박쥐서곡을 선보였었지요.
경기를 마치고 나오며 실수를 한 속상함에 입을 삐죽하던 모습이 무척 귀여웠었는데...
아침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주말부터 우리집에 머무르던 대림환을 다음 차례인 댁에 가져다 주고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곧 1층에서 탄 어떤 남자,
키고 작은 편이고 검은 패딩복장에 얼굴은 잘 못 봤고, 뒤쪽에 서 있었는데 층호를 누르지 않아
슬며시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가슴이 콩닥콩닥.
뒤돌아볼 수도 없고,
층호를 안 눌렀네요... 라고 할 수도 없고, 가끔 남편과 둘이서 타고선 층호를 누르지 않은 경우가
있었기에.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진 흉악한 사건들이 막 떠오르고,
패딩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여차하면 이것으로 가격? 방어?
22층까지 오르는 동안 완전 공포 그자체.
혹 내 뒤를 따라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따라 들어오면...
어떡하지..어떡하지...
현관문을 열지 말고 비상구 계단으로 튀어야 하나...
도망갈 수 있을까...
드디어 22층, 문이 열리고 빠른 걸음으로 내렸는데
따라서 그 남자도 내리고 내 뒤를 바짝 가까이
옆으로 스치며 뭐라고 뭐라고 한 것 같았는데 공포로 얼어붙은 터라 알아듣지 못함.
지난 10월에 옆집 시영이네가 이사한 후
새로 이사 온 사람들중 아직 그 누구도 만난 적 없었으니.
얼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참았던 숨을 내쉼. 휴휴휴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한 해프닝입니다. 휴~
에필로그
며느리에게 얘기를 해주며
"왜 그 사람이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라고는 도무지 생각을 못했을까?"
"그 사람이 먼저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입니다.' 라고 인사했으면
어머니가 그렇게 놀라지 않을셨을텐데요."
지금 글을 맺음하면서 드는 생각이
그 사람이 먼저 인사하기 전에 내가 먼저
"혹 옆집에 이사오신 분인가요?" 라고 말을 걸었다면...
그런데,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이 너무 너무 무서웠어요, 휴휴휴..
첫댓글 어휴 그러셨겠어요 22층 고층이라 ㅠ22층을 누른것을보면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이라고 인사해주면 좋았을것을요ㅜ 오드리님 놀란가슴 잘 다독이셨지요? 편한 밤!! 되세요
반모임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안이 어찌나 환하지...
그런데 어제는 왜 그리 깜깜한 것 같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눈을 감은 것도 아닌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가며
참 이상도 하네..왜 그랬을까..싶습니다.
시영이네 식구 대신에 반가운 사이가 되심 좋을텐데...암튼 놀란가슴 짐작이 가네요.ㅎㅎㅎ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