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느 날, 클립서비스 사무실의 한 구석에서 10년 전 앨범 하나를 찾아냈다. 앳된 모습의 배우 김선경 의 독집 앨범 CD였다. 어찌나 재미있으면서도 놀라웠는지... '슬픔이 없는 시간속으로'라는 타이틀이 내재된 그 앨범을 발견하는 순간, 이런 음반들이 꽤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춤, 노래, 연기 삼박자를 고루 갖추어야 하기에 더욱 힘든 작업이 바로 뮤지컬 배우다. 그래서 가수 활동을 하다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경우도 있고, 뮤지컬 배우 활동을 하다가 가수가 되거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꼭 굳이 가수 활동을 하지는 않더라도 영화 사운드 트랙이나, 다른 여타 가수들의 음반에 뮤지컬 배우의 음성이 간혹 들리곤 한다. 물론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음반 발매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번 호에서는 뮤지컬 O.S.T가 아닌 뮤지컬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음반들을 몇 개 소개해 보고자 한다.
글. 신동은
가요제 출신 배우들의 음반
전수경이 '말해'라는 노래로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한 것은 이미 많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익숙한 사실이다. '말해, 말해 모두 끝이라고~'라는 가사의 '말해'라는 곡은 당시 많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었다. 전수경 특유의 파워풀한 가창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또 가요제 출신으로는 김도형이 있다. 현재 「토요일밤의 열기」에 출연중인 김도형도 91년 KBS 대학가요축제에서 '추억 때문에'라는 노래로 은상을 수상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듬해인 92년 '독백'이라는 발라드 곡을 타이틀로 <김도형 1집>을 발매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목받는 신인으로 1년 정도 활동하고, 군입대를 하며 가수 생활을 마감했다. 그리고 96년 제대후 「겨울 나그네」를 시작으로 뮤지컬에 입문했다. 김도형의 '독백'은 노래방에도 있다.
저, 사실은 가수였어요!
전수경, 김도형 외에도 가수 활동 후에 뮤지컬 데뷔를 한 배우들이 꽤 있다. 요즘 모 CF에서 각광받는 김선경도 앨범을 낸 전적(?)이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슬픔이 없는 시간속으로'라는 타이틀이 담긴 가스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음반을 발매했다. '나 이제 슬픔이 없는 시간속으로 다가가~'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한번 들어보면 아마 다들 고개를 끄덕거릴 정도로 익숙한 멜로디다. 특히 이 노래는 김선경이 직접 가사를 쓰기도 했다.
얼마 전 끝난 "더 리허설"에 출연했던 강지연도 가수 데뷔가 먼저였다.
97년 "스페이스 A"라는 그룹에서 메인 보컬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했다. 2집을 준비하다가 대학원 졸업을 위해 음반활동을 접었던 강지연은 졸업 후 뮤지컬 "더 플레이" 로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음반 제의는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지금은 뮤지컬이 좋아서 일단 뮤지컬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한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작년에 막을 내린 "오페라의 유령"에서 코믹스러운 극장주 페르멩 역을 맡았던 김봉환이 그룹 '딱따구리" 출신으로 활발한 활동을 한 가수였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외에도 사실 음반 준비를 했던 배우들은 훨씬 많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음반이 발매되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뮤지컬 배우 활동 중 음반 발매
명성황후"의 이태원은 2001년 자신의 독집 앨범인 "The Queen"을 발매했다.
창작곡과 뮤지컬 음악, 오페라 음악 등이 담긴 이 앨범 수록곡 중에는 "오페라의 유령"의 'All I ask of you'는 선배 배우 김성기와 입을 맞췄다. 이태원은 그 외에도 '열려라 동요세상'에서 '섬'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또 오래된 이야기지만, 뮤지컬 최고의 스타인 남경주, 최정원도 10년 전 쯤 독집 음반을 발매한 적이 있다. 그리고 2000년 최정원은 딸 수아를 낳은 후 태교앨범인 "내 안의 작은 천사"를 녹음했다.
영화 OST에도 쏙쏙
영화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에서도 뮤지컬 배우들의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토니 역을 맡아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려준 류정한은 1997년 한석규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제곡을 불렀다.
또 "사랑은 비를 타고"의 깜찍한 유미리가 인상 깊은 양소민은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뚫어야 산다" 작업에 참여해 듀엣곡 "I don't waana loose"와 솔로곡 "너를 사랑해", 두 곡을 녹음하였다.
그 외에도 이소정이 "봄날은 간다" 중 "사랑의 인사"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등 영화에 뮤지컬 배우들의 음성은 종종 흘러나온다.
안방극장에도 뮤지컬 배우들의 목소리
서영주는 김희선, 배종옥, 김상중 등 스타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여 높은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목용탕집 남자들" 음반에 참여한 바 있다 또 원빈 주연의 한중합작 드라마 "프렌즈" 사운드 트랙에서는 이소정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만끽할 수 있다. 이소정은 그 외에도 드라마 "링링" 주제곡을 직접 작사를 하고 노래를 불렀고, 김현철, 이문세 등 유명가수들의 음반작업에도 작사와 노래를 하는 등 활발하게 여러 음반에 참여하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만화 영화 사운드 트랙이 최고
뮤지컬 배우들의 목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음반은 바로 뮤지컬 만화 영화 사운드 트랙이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헤라클래스, 뮬란, 알라딘 등에서는 진복자, 전수경, 서영주, 최정원, 이소정, 김법래 등 스타급 뮤지컬 배우들의 목소리들이 가득하다. 한 마디, 한마디 누구의 목소리인지 분별해 내며 듣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출처 : 더 뮤지컬 17호]
일일이 치느라 넘 힘들었떠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