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11월 나고야에서 마산까지 25피트 마크투의 항해
나고야에서 부산을 거쳐 마산까지 25피트요트를 타고 오기로 결정하였다.
최근 엔고현상으로 딜리버리의뢰도 거의 없는데다 재고로 가져있던 요트들도
팔려버려 엔화가 아무리 비싸더라도 한 두 대쯤은 가지고 있어야 또 요트를
구입하고자 하는 구매자들에게 호응하는 일이라 생각되기도 하였다. 하여
부담없는 가격과 사이즈인 야마하요트 25피트 마크투를 가져오기로 하였던 것이다.
11월25일 12시10분 김해공항을 날아올라 14시경 나고야공항에 도착하였다.
참 빠르기도 하지, 비행시간은 불과 1시간 남짓하였다. 추위에 대비한 옷가지들과
장비들은 모두 네 가방이나 되었다. 엔고를 극복하는 길은 이것뿐이다 싶어
버너 코펠 심지어 숟가락과 젓가락도 챙겨 넣었다.
탑승수속때 카운터직원이 다음부터는 안된다며 이번만 받아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요트맨이라면 아마 가끔 듣게 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첫날은 마중나온
일본 딜러와 함께 배가 있는 곳 부근으로 가서 쉬었다.
다음날인 11월26일. 요트의 수출절차와 출항신고를 하였다. 평소와는 달리
11시쯤 약간 빨리 수속절차가 끝났다. 그때부터 식료품을 사고 부족한 장비를
홈센터에 들러 구입하였다. 특히 간이조타실을 만들 목재와 비닐도 준비하였다.
그리고 연료도 20리터들이 5통을 사서 배에다 실었다. 수속이 의외로 빨리 끝나
여유를 부리며 물품구입을 느긋하게 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3시를 넘어섰다.
날씨가 너무 좋아 빨리 출발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간신히 억누르고 간이조타실을
만들었다. 일본 딜러는 먼저 출발하고 조용한 항에서 작업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지만 조타실만큼은 꼭 출발 전에 만들고 싶었다. 바다에 나가서
“만들고 출발할 걸” 하고 후회해봐야 이미 물에 빠진 생쥐가 되고 난 뒤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터라 이것만큼은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았다.
하룻밤만 고생하면 되는 거리가 아니라 550마일이다. 북서풍 0.5미터의 파도만
되어도 계속해서 앞쪽에서 파도들이 날라 들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일본딜러분이 도와주어 그래도 5시경 대강 뼈대와 비닐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가 잠시 일을 보러 간 동안 오토파일럿을 장착하고 항해장비들은 세트하였다.
짐들도 빈곳에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육체에 영혼을 불어넣듯 아무것도 없던 배는 몇 시간 만에 항해에 나설 수 있는
배가 되었다. 시간이 너무 잘 갔다. 밤10시경 일본딜러가 와서 빌려주었던 드릴과 톱,
그리고 망치를 가지러왔다. 송별회에 갔다 온다더니 얼굴이 발그레 하고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가 와인 한 병을 들고 와서는 아무튼 축하한다며 행운을 빌어주었다.
그가 돌아간 뒤에도 뒷마무리를 하며 또 시간이 흘렀다. 혼자이다 보니 가면서 하기
보다는 출항 전에 웬만한 것은 다 마치고자 했다. 괜히 항해 중에 이것저것 손보느라
견시를 소홀히 하다 그물에라도 걸리면 오히려 더 낭패이기 때문이었다. 밤11시가
넘어서야 거의 모든 준비를 다 마칠 수 있었다.
다음은 출발하느냐 자고 내일 아침에 편안히 출발하느냐가 문제였다. 야간에 괜히
무리한 항해는 하기 싫었지만 바람한 점 없는 날씨가 자꾸 나를 바다로 밀어내었다.
포구는 하얀 가로등이 환하게 밝혀져 있어 더 없이 편해 보였다. 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비가 올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한국에서 출발할 당시. 이번만큼은 느긋하게 제대로 된 항해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왔건만 첫날부터 포근한 밤바다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준비도 완벽히 끝내었겠다
야간 항해도 별 무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엔진 시동을 걸고 포구에 매어져 있던
계류줄을 천천히 풀어 던졌다. 바람한 점 없는 포구에서 25피트 요트를 뽑아내는
것은 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포구는 주변을 빙 둘러 가로등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출구를 찾아 나가기 쉬웠다.
출구의 방파제를 빠져나오자 나고야 가마고리 만의 넓은 바다가 보였다. 여기저기
도시 불빛과 정박된 배가 밝혀놓은 등들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상선들의 항해등도 보였다.
지피에스를 보며 항로를 찾아 나아갔다. 비닐로 된 간이 파일럿 하우스는 바람을
막아주어 춥진 않았지만 주변의 빛들을 반사하여 안쪽에서 앞을 견시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야가 갑갑한 느낌이 들어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그렇게 되자 오히려
간이조타실이 방해가 되었다. 이런 상태가 되다 보니 계속해서 야간항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좀 더 먼 바다쪽으로 나가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엉거주춤 한 바다로 계속 나아갔다. 그런데 어디선가 물방울이 떨어진 것
같았다. 분명 파도는 없는데 어디서 물방울이 떨어졌을까하며 하늘을 쳐다보니
어느새 구름이 낮게 가라앉아있다.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배를 포구로 다시 돌렸다. 하늘이 도운 것 같았다.
겨우 출발한지 30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포구로
돌아오는 데 빗방울에 옷이 조금 젖었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00시 30분경. 출발한 포구의 원래 그 자리로 돌아와 계류줄을 다시 묶었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간간히 떨어지는 빗소리와 와이어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잠이 깨곤했다. 그런 소리를 포구에서 듣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라는 말을 되뇌었다.
혼자서 비 내리고 파도치는 칠흑같은 밤바다에서 온몸을 파고드는 와이어의 굉음을
듣고 있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11월27일. 뒤숭숭한 꿈과 편치 않은 잠자리 때문에 잘 자지 못했다. 눈을 뜨자
현창사이로 들어온 빛으로 주변이 제법 환해졌다.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니 벌써
7시가 다 되었다. 6시쯤 출항하려고 했는데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요즈음은 해가짧아 낮동안의 시간이 정말 아깝다. 낮의 길이가 여름철에 비해
6시간정도 짧기 때문에 그에따라 야간항해를 길게 해야하는 부담이 따른다.
출발준비는 어제 완벽히 해둔터라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배를 출발시켰다.하늘은
온통 낮은 구름으로 덮혀있었다. 어제 내린비로 배전이 물기로 축축했다. 어젯밤과는
달리 간이조타실에서 밖이 잘 보였다. 바람이 거의 없는데 너울파도가 아직남아
있는것을 보면 어젯밤에 바다가 좀 시끄러웠던 모양이었다. 하늘의 검은 빛을 그대로
머금은 시커먼 바다색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마음을 억누르는 장애물은 없었다.
8시경 교다비를 통과하여 지나갔다. 넓은 바다로 나온 25피트 요트는 너무나 작다.
불과 70센티아래가 바다표면이어서 콕핏에 앉아 손을 내리면 손 끝이 물에 닿을것 같았다.
9시30분. 입마사키를 통과하였다. 메인세일을 올리고 약간의 바람을 받기
시작하였다. 왼쪽해변을 끼고 한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길목이다. 거의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방향을 바꾸어 2시 방향에서 불기 시작하였다. 좌우로 뒤흔들던
선체는 왼쪽으로 기울어지며 약간 안정되었다. 하루전에 기상을 체크했지만
오늘 아침에는 보지못하고 출발하였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기상정보를 제때
얻을 수 없어서 답답하였다.
로밍된 휴대폰으로 기상정보를 문자로 받기로 하였는데 보내오는 정보가 기대에
차질않는다. 한 바다를 항해하는 항해자에게는 그와 같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갈 예상항로를 예측하고 기상을 서포트해야하는 고급기술이라고 할수 있다.
잘못된 정보나 부족한 정보로는 항해자에게 혼란을 가져오게 할수 있는 것이다.
하이테크닉으로 보내는 고급정보가 절실했다. 돌아가면 기상서포트 요령을 몇시간쯤
시간을 내어 가르쳐주어야할 것 같았다.
11시 이라고미사키를 통과하였다. 너울이 높아져 2.5미터가 되었다. 나고야만을
빠져나가는 비교적 좁은 지역이라 조류와 대형상선 그리고 전날의 여파가 뒤섞여
만들어 내는 너울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너울 파도에 몸을 옮기려다 배가 흔들려서
손을 짚는데 파도에 흔들려 몸이 손을 짓눌렀다. 왼쪽 4번째 손가락이 윈치에 부딪쳐
접질러졌다. 조금만 각이 빗나갔으면 순간적으로 손가락을 부러뜨릴뻔 하였다.
바다를 쳐다보면서 파도의 느낌과 같이 할 적에는 괜찮으나 다른 곳으로 시야를
돌리면 파도의 리듬은 금방 잊어버려 뒤뚱거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옷을 많이 입은데다
좁은 배위에 갇혀있다 보니 몸이 둔해진 이유도 있었다.
11시30분. 한바다로 나오자 서풍이 거세어졌다. 와이어가 울기 시작하였다.
속도는 6노트에서 6.5노트로 잘 나왔다.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해 마음이 좀 좋지
않았지만 속도가 나와주고 있어서 꾸역꾸역 남으로 내려갔다.
13시30분. 파도와 바람은 여전한데 풍향이 조금 앞쪽으로 바뀌면서 조파저항이
생겼다. 그리고 조류도 함께 영향을 주는지 속도가 3노트에서 2노트사이로 뚝
떨어졌다. 파도가 높은 데다 속도까지 떨어지니 항해할 의욕이 떨어졌다.
첫날항해는 이 정도로 하기로 하고 대왕항으로 피항하기로 하였다. 대왕항은
몇 년전에 모타크루즈를 운항하면서 한번 와 본적이 있는 항이라 쉽게 코스를
결정할 수 있었다. 대왕항입구에 마일쯤 뻗어 나온 정치망에 혼쭐이나 다시
먼 바다쪽으로 한참을 나가서 돌아들어 14시30분경 대왕항에 입항하였다.
대왕항에서 다음 정박가능지까지 거리도 너무먼데다 기상을 정확히 모르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묻지마 항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침부터 끼니를
거르고 있는 터라 포구주변의 식당을 찾아나섰다. 제법 큰항이라 생각했는데
관광용품(특히진주)파는 곳이 몇군데있었고 식당 한 두곳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식당앞에는 준비중이라는 푯말과 함께 영업시간이 적혀있었다.
"12시부터2시 그리고6시부터9시까지"
마을 주변을 하릴없이 한시간 반정도 떠돌다 돌아왔다. 이번에는 여행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쉬엄쉬엄 즐기면서 오자라고 생각하며 혼자서 덜렁왔건만 내만에
진입하기 까지 200마일이 결코 만만치 않을 예감이 들었다. 몇 번이나 차라리
육상으로 후쿠오카까지 옮길걸 하고 생각했다.
초겨울 쌀쌀한 날씨에 타국의 낮선포구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쓸쓸함과 연결되었다. 하늘에 구름이 많아서, 바람이 불어서,
날이 추워서, 선실이 어두워서, 실내가 좁아서,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계속 멍하니 있다 보면 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동을 하나 꺼내 끓여먹고
사구려지만 즐겨 마시는 산토리위스키를 한잔 곁들였다.
그리고는 17시쯤 일찍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데크를 두들기는 비소리에
잠이 깨었다. 21시30분이었다. 이 바람에 비까지 내리다니 피항을 정말
잘 했다 싶었다. 다시 잠들어 새벽2시경 다시 잠이 깨었다. 장때비가 퍼 부었다.
이렇때 포구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
짚세일이 잘 내려오지 않아 수리를 위해 돛대에 올라간 일본측 딜러상
적지않은 나이인데도 마치 돛대를 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간이 조타실을 만들기전의 마크투 25피트 요트
이대로 그냥 왔으면 소금에 절여져 올뻔 하였다.
12월26일 밤 11시 30분 야간항해를 위해 출발하려는 마크투
비때문에 다시 돌아와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인 11월 27일 아침7시 출발
내만은 파도도 없고 조용하다.
크로스홀드가 겨우나오는 풍향에 언제 바람이 바뀔까 조마조마
바람과 역조류와 조파저항에 못이겨 대왕항으로 피항중 발견한 정치망
대왕항에 피항중인 마크투
대왕항 안쪽의 모습
대왕항 등대
대왕항의 관광지도
건너편 산밑에 정박되어 있는 마크투
낮선 포구에서의 밤은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