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입니다. 노동절 이지요. 근로자의날이라고도 부르는데 그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지어낸 족보없는 말이고. 노동절로 부르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동절이고 5월 초 하루라는 느낌없이. 드디어 4월을 넘어 섰다는 기쁨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잠시 옆으로 빠지는 이야길 하자면 일제 강점기 부터 이승만 자유당 정권까지 폐결핵이라는 병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 갔고. 전국 각지에 폐결핵 요양소가 많았습니다. 요양소에서는 4월을 死月이라고 부르곤 했다 합니다. 환자들이 4월에 워낙 죽어 나가니 그랬다지요. 그저 옛 이야기려니 넘기곤 했었는데 올해 저도 죽을 잔큼 힘들게 4월을 넘겼고 이제 가뿐 숨을 몰아 쉬고 있습니다
지난달 4월의 시작은 참 좋았습니다. 때 이르게 목련도 벚꽃도 피었고. 3월초 정성들여 심은 감자도 잘 올라 왔습니다. 서리도 없고 기상대에서는 4월 날씨가 평년보다 1-2도 높을 거라는 예상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양배추와 붉은 양배추를 꽤 심었습니다. 마침 충청도 제천에 사는 분도 심었다기에 그 추운 곳에 사는 베테랑도 심었으니 저도 걱정 없을거라 여겼지요.
며칠 지났을까요. 감자싹이 손바닥 만큼 컷을 때 입니다. 갑자기 날이 추지더니 된서리가 내리고. 감자싹이 모조리 얼었고. 아직 자리를 잡지못한 양배추와 붉은 양배추 역시 시들고 말았습니다. 감자는 꽤나 강한 작물 이라. 무서리 정도는 잘 견딥니다. 그런데 그날 된서리 내렸는지 감자 싹이 모두 타버렸습니다. 양배추는 다시 사다 심었고 감자도 땅속에서 새순을 올려 그럭저럭 모양이 얼추 갖추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감자가 아니라 제가 아프기 시작 했습니다. 발목이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 다리 힘줄이 당겨서 걷기도 힘들었습니다. 금방 지치고 자꾸 식은땀 나더라구요. 군대 갔다온 후 식중독 으로 한번 입원한 경우 말고는 병원과 담 쌓고 살아 올만큼 건강에. 무관심 했는데 이러다 맛이 가는거 아닌가 라며 덜컥 겁이 났습니다. 며칠을 조심조심 보내니 그나마 조금 살만해 졌습니다.
밖을 나가보니 사람들이 고추를 심기 시작 하더라구요. 좀 이르다 싶습디다. 녀석은 서리에 워낙 약하니까요. 기상대 일주일 예보를 보니 댓새후 7도 나간는 날이 가장 춥다기에 그.정도는 견디겠다 싶어 올해는 좀 빨리 심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몸도 안 좋은데 되는대로 심어놓고 마음 편히 더 쉬어 겠다 여겼고 고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안하던 짓 하기 시작하면 죽는다지요. 며칠 후 기상대 예보가 갑자기 4-5도. 나간다고 말을 바꾸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 하더라구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서리가 여기저기 묻어 있습니다. 서둘러 나가 밭에 가는데 마을에 심겨진 고추들은 멀쩡 하더라구요. 일말에 기대감이 생기더라구요. 혹시나 설마라는 단어들이 자꾸 왔다갔다 합니다 구지뽕 역시나 입니다. 다소 지대가 높은곳 이라. 마을옆과는 다르리라는 예상대로 감자와 고추가 아예 푹 삶겨져 늘어져 있더라구요. 조금씩 심어둔 토마토 가지 참외 오이들도 마찬가지 구요. 역시 안하던 짓을 하면 죽기 쉽상 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컨디션 별로인데 다시 채소 모종들을 사다 심느라 울화통 터졌고 감자는 죽이되든 밥이 되든 될대로 되라고 내버려 두었습니다. 감자노릇 하기는 이제 그른거 같습니다. 밭둑에 앉아 죽으라고 담배만 꼬시르다.보니 감자를 서리에서 어느만큼 보호 할 만힌 방법이 떠오르긴 합니다만. 그건 내년 이야기이고 작년에이어 올해도 공수표를 날리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이리저리 싫것 두들겨 맞으며 4월이 정신없이 지났습니다. 다시 폐결핵 요양소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환자들이 4월 죽을 고비를 넘기고 5월을 맞이하면 死越 했다는 표현을 썼다고 합니다 저야 죽을고비 정도는 아녔지만 4월을 호되게 넘겼습니다.
내년 부터는 안하던 짓 하지 말아야지요. 다행히 이제 아픈곳도 많이 좋아졌고 감자 얼마쯤에 사람이 죽고 사는것도 아니니 5월의 일을 시작하면 됩니다.
돌이켜 보니 지난달 내내 일상에 메몰되어 눈앞만 바라보며 살고 말았습니다. 유장한 호흡이라면 좋겠지만 그만큼은 아니어도 한박자 느리게 살만도 한것을 오늘만 살고 말 것처럼 깡총 거렸습니다. 그러니 몸은 몸대로 아프고 일은 그만큼 꼬입니다.
남들이 어찌하든 옆에서 무어라고 바람을 잡던 중심이 단단하면 흔들리지 않는데 이번에는 퍽 어설펐습니다 느긋하지 못 했구요. 오늘은 호박 모종을 심었습니다. 사십여 포기 쯤 될까요. 제가ㅡ먹어 치우기엔 턱없이 많은 양 입니다. 그렇다고 시장에 들고 나가기엔 턱없이 적구요. 그럼 어찌 하냐구요. 그냥 주변에 마구 나눠 줍니다. 당장은 그냥 흩 뿌리듯 하지만 그것들은 결국 돌아오게 됩니다. 당장 돌아 오기도 하고 십년후 백년후 에 돌아 오기도 하겠지만 굳이 시장에.나갈것 없이 파는 꼴이 됩니다. 안돌아와도 상관 없습니다. 가능한 한 이런 식으로 농사를 짓고 싶은데 하느님이 그정도 쯤은 허락 하시겠지요.
4월에 날이 풀리고 따뜻해 지다보니 부지런을 떨다(?)보면 꼭 그런일이 생기는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4월이 사월이셨다니 안타깝네요.. 4월도 무사하게 지나가고 푸르른 오월이 되니 이제는 맘놓고 능력을 십분 발휘하시길 바라며 식물이 갖고 있는 생명력을 한번 믿어 보심도... 이제는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고 늘 건강한 날들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첫댓글 얼마나 마음 졸이셨으면
몸으로 표출이 되셨을까요?
너무 자책마시고
그동안 잘 해오셨듯이
확실한 결실을 얻기 위한
하나의 시행착오였다 생각하시고
툭 털고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몇일 쉬더니 많이 회복되었어요
농사는 하느님이 반은 지어주시는듯해요
늘고맙습니다 날새님
아이고~~~내눈 ㅜ
안경써요 할배님ㅎ
4월..그래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나봅니다.
저도 4월을 엄청 싫어했는데..
농사는 하늘이 도와야 한다는말이 있듯이
날씨가 많은 영향을 주네요.
4월 고생하셨어요.
이제부터 아프시지말고
좋은 날들만 쭈욱~~ 이어가세요^^
몇일쉬더니 많이 회복되었네요
비바람에 속절없이 아카시아꽃이 다 떨어졌네요
늘고맙습니다 소향이님
4월에 날이 풀리고 따뜻해 지다보니 부지런을 떨다(?)보면 꼭 그런일이 생기는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4월이 사월이셨다니 안타깝네요..
4월도 무사하게 지나가고 푸르른 오월이 되니 이제는 맘놓고 능력을 십분 발휘하시길 바라며 식물이 갖고 있는 생명력을 한번 믿어 보심도...
이제는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고 늘 건강한 날들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괜히 부지런떨다가 몇번을 다시심었네요
그래도 크게 가물지않으니 탄력받은 채소들이 잘크고 있어요
늘고맙습니다 한빛님
2주쯤 후에 고추를 심을려고 하는데
이쪽은 갑자기 추워지는곳이라 그것도 빠를지 모르겠네요
감자는 아직도 싹을 내밀지 못하고 있고.................
하지만
지가 알아서 하려니 하고 내버려 둡니다 ㅎ
아프지 마세요
인제감자님
제가 문자드린다는게
곰취한판 다음주 보내주세오ㅡ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5.03 16:27
내는요 아직도 고추안심었는데요ㅎ
요번주에 심을까합니다
농사지으시느라 날씨변화에
당황스럽게 욕봅니더^~^
늦게 심어도 괜찮더라구요
날씨가 변덕이 심해요ㅎ
윤2월이 들어서 일까요?
아직 음력 3월이니요
유난히 변화무쌍한 날씨때문에
작가님께서 고생을 하셨나 봅니다.
심어놓은 작물들
대풍 이루시기를요~^^
올해 날씨는 유난히 변덕이 심해요
그래도 채소류는 잘크고 있어요
늘고맙습니다 오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