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몇 차례 바꿈질을 거치면서 이제 서브우퍼+북셀프 조합에 어느 정도 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가 시도한 조합은 모두 신품가 기준으로 500만원 가까이 되는 조합이라 보급형 북셀프와 보급형 서브우퍼 조합은 어떨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북셀프+서브우퍼 조합이 상당히 유행하고 있습니만 연결방법이나 셋팅 방법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말을 해서 초보자들이 보기에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그럼 먼저 서브우퍼+북셀프의 장단점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장점
1.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20hz까지 내려가는 깊은 저음을 만날 수 있다.
질 좋은 서브우퍼에서 나오는 깊은 저음은 웬만한 톨보이 스피커와는 비교가 안된다.
2. 저음의 크기나 성향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때로는 대형 톨보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저음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참고 들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서브우퍼는 소리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너무 부담스럽다면 서브우퍼를 꺼도 좋다. 또한 최신 서브우퍼들은 다양한 이퀄라이징 기능을 갖고 있다. 한 가지 종류의 저음만 듣는 것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저음을 듣는 게 좋지 않을까?
3. 중고음 자체는 톨보이보다 북셀프가 좋을 때가 많이 있다.
이건 단번에 설명하기엔 좀 긴 내용인데 대체로 그렇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많이 있다.
단점
1. 낼 수 있는 최대 음량이 톨보이 스피커보다 작다.
여기서는 북셀프 스피커가 따로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 연결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셀프 스피커는 모든 신호를 다 받아들이기 때문에 톨보이 스피커에 비하면 아무래도 견딜 수 있는 소리 크기가 작다.
2. 의외로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복잡해 보인다.
괜찮은 서브우퍼와 북셀프, 스탠드를 설치해 놓고 보면 톨보이 스피커 한 조 놓는 것보다 더 복잡해져 버린다.
3. 셋팅이 어렵다.
서브우퍼+북셀프 조합에 실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셋팅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셋팅 자체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가 예전에 오디오피직 수석 엔지니어에게 브릴론+루나 조합과 비르고를 비교해 달라는 메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고맙게도 답장이 왔는데 장점1과 단점1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고 크로스오버를 60hz에 설정하면 비르고와 다를 게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또한 서브우퍼를 추가하면 저음을 얻음과 동시에 음장의 깊이감이 훨씬 향상될 거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다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아쉽게 현재 오디오피직 서브우퍼를 구할 수 없는 것이 문제지요.
그럼 어떤 서브우퍼를 구해야 할까요? 일단 비싼 놈이 좋습니다. ^^ 제 경험상 가장 중요한 것은 크로스오버의 슬로프입니다. 여기 저기서 극찬을 받은 서브우퍼를 처음에 운용했었는데 소리 자체는 괜찮았습니다만 크로스오버가 -12db/oct라서 그런지 확실히 많은 부분 메인 스피커를 침범하는 것으로 들렸고 그 결과 메인 스피커가 담당해야 할 중저음 쪽이 깨끗하지 못했습니다. 서브우퍼란 저음역을 담당하게 특화되어 있어서 100h 정도를 넘어가면 음질이 매우 열악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24db/oct의 크로스오버 슬로프를 가진 서브우퍼를 구해서 연결해봤는데 그런 현상이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그 이상 되는 크로스오버는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일단 -24db/oct 이상의 크로스오버를 가진 서브우퍼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시스템 오디오, 오디오피직 서브우퍼들이 -24db/oct의 슬로프를 가지고 있습니다. 둘 다 현재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지 않습니다. ^^;; 벨로다인의 신제품인 Digital Drive시리즈는 아예 -6,12,24,48 등 슬로프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텍사스 인스투르먼트에서 생산한 자체 DSP칩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말 그대로 Digital Drive지요.
또한 위상과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서브우퍼는 위상 조절 스위치가 아예 없고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두세가지만 제공합니다. 이 경우 매우 난감합니다. 위상은 좀 틀려도 상관 없지만 크로스오버는 매우 정확하게 맞춰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크로스오버가 40-100정도까지 5hz 단위로는 조절이 되는 것이 좋습니다. 시스템오디오 서브우퍼는 4hz 단위로 제공합니다. 오디오피직 서브우퍼는 10이나 20hz 단위로 제공하는데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벨로다인 DD시리즈는 아예 1hz 단위로 조절이 됩니다. 위상도 1도 단위로 조절이 됩니다. 역시 디지털입니다. ^^ 하지만 같은 메이커의 북셀프와 서브우퍼를 운용한다면 이런 기능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개발자들이 그런 점을 신경써서 제작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다른 메이커라면 이 부분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 외 서브소닉 필터나 다양한 EQ기능도 있으면 좋습니다. 오디오피직이나 린, 렐의 제품이 서브소닉 필터를 제공합니다. 제가 사용해본 경험에 따르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EQ 같은 경우 많은 메이커들이 음악/영화와 같이 몇 가지 프리셋 EQ를 제공합니다. 이것도 있으면 좋겠죠. 벨로다인 DD의 경우 프리셋 뿐만 아니라 진짜 EQ를 제공합니다. 게다가 자동 셋팅을 위해서 마이크까지 제공합니다. 아시다시피 저음은 공간의 모양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아무리 평탄한 서브우퍼라도 방의 모양에 따라 평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해서 자동으로 EQ를 작동해서 맞춰주는 것이지요. 정말 감동의 도가니입니다. ^^ 안타깝지만 현재 벨로다인 DD는 국내에 없습니다.
밀폐형이 음악용으로는 좋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게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밀폐형과 베이스리플렉스 형을 모두 사용해 봤는데 그다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고급 서브우퍼로 유명한 오디오피직 제품은 모두 베이스리플렉스형입니다. 역시 형식 자체보다는 소리를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클로져는 물론 견고할 수록 좋습니다. 보통 인클로져에 사용되는 나무는 100hz 부분에 공진이 있는데 견고하지 못하면 이 공진이 크게 되고 결국 메인 스피커가 담당하는 영역을 흐려놓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수박과 스피커는 두드려보고 고른다는데 스피커 중에서도 서브우퍼는 특히나 중요합니다.
그럼 어떤 연결방법을 취해야 하고 어떻게 셋팅을 해야 할까요?
제가 밑에 몇 개의 글에서 자세히 써 놨으니까 자세한 내용은 그것을 참고하면 될 것 같구요. 여기서는 강조할 점만 얘기를 하겠습니다. 일단 연결은 되도록 메인 스피커가 네트워크를 통과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서브우퍼를 도입하는 이유가 메인 스피커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도 있으므로 반드시 네트워크를 통과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해 본 결과 네트워크를 통과해서 얻는 장점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서브우퍼가 로우패스 필터로 -6db 슬로프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80이나 90hz에서 이 필터를 통과시킨다고 해서 메인 스피커의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겠습니까?
네트워크를 통과시키지 않아야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더 낮출 수 있습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크로스오버 포인트가 100hz를 넘어가면 스테레오 이미징 자체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100hz 이하에서도 되도록 낮추는 쪽이 서브우퍼의 존재감을 사라지도록 만들어 줍니다. 서브우퍼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면 볼륨을 낮추는 것보다는 크로스오버를 낮추는 편이 더 효과가 큽니다.
크로스오버는 정밀하게 맞춰야 합니다. 예전에 크로스오버 맞추는 방법에 대해 썼지만 그 방법대로 일단 맞추고 난 다음 음악으로 다시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밑에 방법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가이드는 될 수 있지만 절대적 기준은 되기 힘듭니다. 저음이 너무 벙벙거리고 탁하거나 뭔가 타이밍이 안맞다 싶다면 그것은 서브우퍼와 메인 스피커의 저음 영역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크로스오버를 낮추십시오. 결국 자기 귀에 듣기 좋게 맞추는 것이 최선입니다. 위상이나 서브소닉 필터 맞추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크로스오버 맞추는 것에 비하면 그 중요성이 떨어집니다. 크로스오버 맞추는 데서 결국 결판이 납니다.
리시버의 크로스오버는 되도록 이용하지 마십시오. 리시버들은 대체로 -12db/oct를 제공하고 심지어 -6db/oct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리아웃 단자가 없는 리시버를 가지고 있다면 스피커선으로 서브우퍼와 연결하십시오. 만약 서브우퍼에 스피커단자가 없다면 제가 밑에 글에서 썼던 방법으로 메인 스피커는 리시버 네트워크를 우회시키고 리시버쪽 크로스오버는 제일 높게 설정하고 서브우퍼 크로스오버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브우퍼 추가를 통해 메인 스피커의 저음 성향을 바꾸려고 하면 안됩니다. 서브우퍼가 담당하는(담당해야 하는) 저음 영역은 성향이랄 것이 별로 없습니다. 브릴론에 서브우퍼를 연결한다고 해서 PSB저음이 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저음 성향을 "필요할 때만 나서는 저음"과 "아무때나 나서는 저음"으로 나누는데 전자 성향의 스피커가 서브우퍼를 추가한다고 해서 후자 성향이 되지는 않습니다. 서브우퍼는 저음 성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메인 스피커가 내지 못하는 매우 깊은 저음을 살짝 보충해주는 역할을 맡을 뿐입니다. 물론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높인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본분을 벗어나면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셋팅만 잘 하면 서브우퍼와 메인 스피커는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서브우퍼가 담당하는 영역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큰 개성이 작용하는 구간이 아니므로 서로 다른 메이커라고 해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완만한 크로스오버 슬로프나 셋팅의 잘못이 이질감의 주원인입니다. 전 크로스오버를 높게 잡았을 때 가장 큰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인클로져가 견고하지 못해 잡음을 많이 산출하는 서브우퍼도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좋은 서브우퍼를 잘 셋팅한다면 동가격대의 톨보이 스피커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깊고 풍부하면서도 정확한 저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톨보이 스피커+서브우퍼지만 (예를 들어 오디오피직은 기함인 크로노스 빼고는 모두 서브우퍼를 사용해야 하는 스피커로 보고 있습니다.) 가격적인 부담이 너무 심하고 북셀프+서브우퍼는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