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의 스포츠 관련 콘텐츠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이종록 전무의 모습.
요즘 축구팬들 사이에서 쿠팡플레이는 ‘갓팡’으로 통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최고, 감동’을 의미하는 접두사 ‘갓(God)’에 쿠팡플레이를 조합한 조어다. 쿠팡플레이는 ‘OTT(Over The Top의 약칭. 인터넷 플랫폼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함)’ 업계의 신흥강자다. 2020년 12월 24일(크리스마스 이브를 골랐다)에 런칭했으니 서비스를 개시한지 만 3년도 안됐지만, 그 존재감은 매우 위력적이다.
OTT 서비스의 대명사격인 넷플릭스가 사용자 숫자에서 부동의 1위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쿠팡플레이는 선발 주자인 티빙이나 웨이브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선지 오래다. 티빙은 국내 콘텐츠 업계의 대표주자격인 CJ ENM이 만든 브랜드이고, 웨이브는 지상파 3사와 SKT가 연합해서 만든 곳이다. 그러니 전자상거래가 주업인 쿠팡에서 만든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한 것은 상당히 뼈아플 수밖에 없을 터이다.
쿠팡플레이는 다른 OTT에 비교해 스포츠 콘텐츠쪽에서 강점이 두드러진다. 특히 축구 콘텐츠는 경쟁자를 압도한다. 국가대표팀 경기나 K리그 경기는 디지털에서 오직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FA컵이나 K3리그 경기도 즐길 수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스페인의 라 리가, 프랑스의 리그1, 잉글랜드의 2부격인 챔피언십 같은 볼거리가 넘친다.
‘벤투호’의 여정을 담은 ‘국대 : 로드 투 카타르’나 인천 유나이티드의 분투를 담은 ‘피치위에서’ 등 독점 다큐멘터리도 즐비하다. 지난해 여름 토트넘, 세비아에 이어 올해 맨시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PSG 내한 경기를 통해 선보인 ‘쿠팡플레이 시리즈’는 단기간내에 대표 콘텐츠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투자가 있는 곳에 성과가 있다는 단순한 인과관계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콘텐츠 관련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이종록 전무를 만난 것은 단기간내에 스포츠 콘텐츠의 새 기준을 제시한 전략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국내 굴지의 중계권 사업체인 에이클라를 거쳐 CJ ENM에서 스포츠 콘텐츠를 담당한 뒤 쿠팡플레이에 합류해 새로운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사내에서도 인정받아 최근에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OTT에서는 후발 주자인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콘텐츠에 특화된 서비스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런칭한지 3년이 채 안되었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스포츠 콘텐츠가 없었다. 다른 서비스처럼 엔터테인먼트 위주였고 2년 전부터 스포츠 콘텐츠를 추가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 비록 스포츠에서 호평받고 있지만 엔터테인먼트, 그중에서도 영화, TV,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고 교육 콘텐츠나 키즈 콘텐츠 같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
시작 당시에는 없던 스포츠 콘텐츠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 설득도 중요했을텐데 어렵지는 않았나?
쿠팡플레이의 콘텐츠 전략은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단순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 고객이 경험하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 엔터테인먼트로 시작했지만 고객의 니즈(요구)가 스포츠쪽에도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고 그쪽에 맞춰서 접근했다.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콘텐츠를 다루기로 결정했을 당시는 내가 CJ에 있을 때였다. 이후 쿠팡플레이에 합류하게 되면서 스포츠 콘텐츠 제공에 기여하게 됐다. 축구대표팀을 시작으로 K리그는 물론 유럽리그 등 축구 콘텐츠 확보에 힘을 기울였다.
업계에서는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해 전자상거래 본업을 활성화시킨다는 차원에서 쿠팡플레이가 ‘아마존’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는데.
우리만의 고유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다른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임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겠다. 그런 산물이 ‘쿠플픽’이나 ‘쿠팡플레이 시리즈’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이라는 사업을 하는 회사인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멤버십 사업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원이 되면 12개가 넘는 혜택이 주어지고, 그 가운데 하나가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권한이다. 매달 4,990원을 지불하는 고객들에게 매일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고객들이 ‘갓팡’이라는 말씀도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스포츠 콘텐츠를 즐기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쿠팡플레이는 유료 모델로 보이지만 무료 모델로도 인식되는 묘한 느낌이 있다. 그런 점에서 ‘스포티비’의 일부 유료 서비스와는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 전자상거래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스포츠 콘텐츠를 즐기게 된 쪽과, 차별화된 스포츠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 회원으로 가입하는 쪽과는 현실적으로 구분이 가능한가?
내가 에이클라의 초창기 멤버여서 (에이클라가 운영하고 있는) 스포티비의 유료화 모델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스포티비의 유료화 모델과 쿠팡플레이는 전혀 다르다. 월 구독료를 받아서 어떻게든 수익을 내야하고, 중계권에 투자한 만큼 가입자가 늘어야만 하는 모델과 우리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역할은 스포츠 콘텐츠를 통해서 고객에게 감동과 만족을 주는 것이다.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요소들을 확인한다. 정량적인 데이터도 물론 보지만 우선적으로 보는 주제는 아니다. 멤버십 안에서 누리는 혜택이 많은 만큼 회원들의 유입 통로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다만 정성적인 판단은 할 수 있겠다.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예를 들자면 4990원의 구독료를 내고 다른 배송 서비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K리그도 보고 스페인 라 리가도 보면서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스포츠 콘텐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반응을 보면 ‘가성비 쩐다’, ‘역시 갓팡’ 이런 표현들이 많다.
지난해 여름 토트넘을 초청해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처음 열었을 때를 전후해 상당한 규모의 신규 가입이 이뤄졌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때문에 가입했다고 특정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쿠팡플레이는 다른 OTT와 비교하면 스포츠 콘텐츠가 특화되어 있고, 특히 축구가 핵심 콘텐츠로 보인다. 축구를 전략 종목으로 선택한 이유는?
사실 딱 ‘축구다’ 하고 이렇게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웃음). 우리 스포츠팀이 12명인데 모두 스포츠에 진심인 친구들이다.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팬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이들이 갈망하는 것을 찾는 과정에서 축구쪽에 요구가 있다는 걸 파악해 시작하게 됐다. 미식축구나 F1 그랑프리처럼 아직 한국 시장에서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팬들이 있는 분야는 도전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축구 콘텐츠도 국내 축구와 해외 축구로 크게 구별할 수 있겠는데, 회원들 사이에 차이가 느껴지는가?
해외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특히 한국인 선수가 활약하는 구단 쪽으로 쏠림 현상이 있는 것 같다. K리그와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한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국내 리그도 예상보다 휠씬 더 좋은 반응이 나타났다. K리그 중계를 하면서 새롭게 시도한 ‘쿠플픽’에 대한 반응이 특히 인상적이다. (쿠플픽은 라운드당 1경기의 빅매치를 선정해 쿠팡플레이가 별도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셀럽 등이 참여하는 한시간 분량의 프리뷰쇼, 총 17개의 카메라를 투입한 경기 영상, 경기후의 리뷰쇼 등으로 구성된다 - 편집자)
국가대표도 카타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반향이 컸다. 국가대표 팬들은 열정과 집중도가 높은 반면, 해외축구 팬들은 광범위한 특징이 있다. 국내 축구냐 해외축구냐 구분보다는 오히려 리그팬 vs 국가대표팬으로 비교하는게 좀 더 적합하지 않나 싶다.
쿠팡플레이는 2021년 11월 대한축구협회와 4년간 파트너십을 맺었다. 계약 기간의 절반 정도가 지났는데 내부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우리가 스포츠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축구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됐고, 그렇다면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해외축구 쪽보다는 이왕이면 국내에서 축구를 대표하는 단체와 협업한다면 조금이라도 한국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판단에서 파트너십을 결심하게 됐다. 이후 협회쪽에서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효과면에서도 만족하고 있다.
2021년 열린 대한축구협회와 쿠팡플레이의 파트너십 조인식에 참여한 이종록 전무(오른쪽에서 두번째)의 모습.
그 기간 동안 ‘국대 : 로드 투 카타르’라는 이름으로 국가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에 진출하는 과정을 6부작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대중적으로 엄청난 빅히트는 아니어도 팬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던 것으로 안다.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내부 평가도 아주 좋았다. 실제로 많은 팬들이 이 작품을 사랑해 주어서 무척 고마웠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뒤 이른바 ‘벤버지 신드롬’이 축구팬 사이에 일어났는데, 이 다큐멘터리가 조금이나마 기여하지 않았나 자부한다. 벤투 감독의 알려지지 않은 면모를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소개했기 때문이다.
거의 1년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 가면서 제작했는데, 축구협회의 협조와 도움이 없었다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냈던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곳인데, 유소년 육성을 포함해 새로운 시각의 다른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대해도 될까.
진심으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무언가 다른 것, 가치있는 것,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항상 고민하고 있다. 스포츠는 매우 타이밍이 중요하다. 오늘 핫한 것이 내일은 달라질 수 있으니, 무엇을 딱 꼬집어 준비한다고 예고하기 보다는 여러가지를 고민중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웃음)
다만 조금 양해를 구한다면 우리가 무언가를 준비한다고 해도 관련된 이해 관계자들이 여럿이 있다보니 현실화하는데 시간도 필요하고, 우리가 단독으로 무언가를 먼저 말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스포츠 콘텐츠라 하면 라이브 중계도 있고, 다큐의 형태도 있을터인데 라이브 중계를 어떻게 하면 차별화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쿠플픽으로 나타났듯이 오리지널 시리즈도 그러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해부터 K리그와 협업을 하고 있고 그 가운데 라운드당 하나씩 진행하는 ‘쿠플픽’에 대한 축구팬들의 반응이 대단하다. 쿠플픽을 늘려달라는 팬들의 요구도 높을 것 같은데.
실제로 여러가지를 두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늘리는 것도 고민하고 있지만 리소스(자원)라는게 한계가 있다. 쿠플픽을 늘리는 방향으로 한정된 재원을 배분할지 아니면, 다른 새로운 시도에 투자할지 연구중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쿠팡플레이 K리그 '쿠플픽.'
국가대표 A매치의 경우 TV중계권자인 TV조선의 제작 영상을 받아서 틀다가 지난번 튀니지 친선경기부터 배성재 캐스터와 한준희 해설위원이 중계진으로 참여해 쿠팡플레이만을 위한 별도의 코멘터리 중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같은 방침은 향후에도 계속 이어갈 계획인가.
국가대표 경기도 쿠플픽처럼 확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의를 내부적으로 계속해 왔다. 우리가 확보한 권리안에서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또 협조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 혼재해 있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시도했다. 우리 스포츠팀 구성원을 칭찬해주고 싶은 것이, 튀니지전 사흘 전에야 별도의 코멘터리 방송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통상적인 방송사 일정과 여건으로는 아마 진행이 힘들 수도 있었지만 팀원들이 모두 스포츠에 ‘찐팬’이어서 일을 해냈다.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앞으로 대표팀 경기도 좀 더 양질의 콘텐츠, 차별화된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고 보시면 될 듯하다.
TV조선의 이용수, 쿠팡플레이의 한준희 씨가 각각 해설을 하니 신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해설 대결이었다.(웃음)
그것도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포인트이고 멘트거리다.(웃음) 우리는 아무래도 디지털쪽으로 중계하는 입장이어서 조금 자유롭게 차별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K리그에서 TV중계를 제외한 뉴미디어 중계는 올 시즌부터 쿠팡플레이가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이런 내용의 계약이 공개됐을 때 축구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네이버 등 포털에서 K리그 중계가 사라지는 것 때문에 노출 효과면에서 걱정이 컸는데, 실제로 진행해보니 그런 우려는 상당 부분 불식된 것으로 보인다.
K리그의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을 쿠팡플레이가 확보하자는 것은 나의 아이디어였다. 이 구상이 공개됐을 때 업계의 우려가 있을 거라는 점은 잘 알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려는 있었지만 K리그 팬들이 정말 큰 사랑을 보내주고 있다.
프로축구연맹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제 K리그 팬들도 양질의 콘텐츠를 보고 싶어한다”, “감동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우리가 최대한 채워주겠다”고 약속했다. K리그 중계 수준도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성이 있었다. 팬들이 그것을 원한다고 판단했다.
쿠플픽을 하면서 경기 전후로 프리뷰쇼와 리뷰쇼를 추가하고 실제 경기에서도 카메라 대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각도의 화면을 제공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단지 카메라 뿐만 아니라 이전에 없었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K리그 올스타전을 다시 소생시켜서 새로운 콘텐츠로 업그레이드 시키자는 구상이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현실화됐다.
앞으로도 K리그를 통해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새로운 콘텐츠를 리그 팬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고민할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기존의 팬뿐만 아니라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올해가 K리그 40주년인데 공교롭게도 쿠팡플레이와 협업이 본격화된 올 시즌에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이런 대박에 한몫했다고 보는가?
분명히 여러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축구 붐이 조성됐고, 코로나가 사실상 막을 내리는 엔데믹이 되면서 스포츠 관람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폭발한 것도 있다.
동시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쿠플픽같은 우리의 투자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지난해 토트넘 초청부터 올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K리그 올스타간 친선 경기를 통해서 K리그에 대한 이미지가 한층 좋아진 것도 리그 성공에 분명히 플러스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대로 최고의 히트 상품은 역시 쿠팡플레이 시리즈였다고 할수 있다. 팬들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국내 축구 시장의 새로운 잠재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막강한 팀을 섭외하다보니 시리즈 자체로는 적자 아니겠냐는 추측도 있고, 쿠팡의 회원 늘리기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기에 가능한 사업이 아닌가 하는 평도 있다. 여러 면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부러움 반 시샘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이벤트로 단시간내에 자리잡았다. 축구팬들이 다 알다시피 해외 명문 클럽 초청 경기 관련해서 흑역사가 있었던게 사실 아닌가. 이런 안좋은 전례를 2년동안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통해서 말끔히 새롭게 세팅했다는 긍지를 갖고 있다. 워낙 기대치가 높다보니 내년에는 또 어떤 팀을 데리고 와야하는지 개인적으로 진짜 부담이 크다.(웃음)
쿠팡플레이 시리즈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고객 만족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이벤트다. 우리가 스포츠 콘텐츠를 어떻게 생각하고, 진정성있게 대하는지가 이 시리즈에 다 나와있다. 많은 분들이 당대 최고 클래스의 구단과 선수들이 대한민국에 직접 와서 최선을 다해서 플레이하고, 팬 서비스를 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하더라. 라이브 중계에서도 이전에 볼 수 없는 화면과 코멘트, 차별화된 부가 콘텐츠로 서비스를 했다. 이런 것들이 팬들에게 만족을 주면서 결국 우리의 성장으로 연결되고, 그래서 다시 이런 선순환이 확장되고 지속되는 것이 궁극적인 이 사업의 목표다. 그런 점에서 너무나 좋은 이벤트이고 서비스였다.
이제 국내팬들은 매년 여름 유럽의 명문구단이 방문해 K리그 올스타와 ‘한여름 밤의 축제’를 벌이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해도 될까?
(크게 웃으며)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 프로축구연맹과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맺을 때부터 K리그 올스타전을 새로운 자산으로 살려보자는 의기투합이 있었다. 그것이 하나의 큰 전략이었다. 올해도 K리그 올스타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이 끝나고 각자의 팀을 응원하는 K리그 팬들이 서로 화합하는 모습을 연출했던 것도 개인적으로는 참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내년에는 또 어떤 팀이 올지 나도 궁금하고 기대된다.
지난 7월에 열렸던 팀 K리그와 AT마드리드 간 맞대결 장면.
부산에서 시리즈의 세 번째로 PSG-전북전이 열렸는데, 연고 구단 이슈로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시리즈를 준비하려면 일정상 조율이 힘들고, 한국인 선수가 뛰는 구단을 우선적 섭외 대상으로 고려하다보니 이적 변수가 발생한다. PSG 초청 경기는 이전 서울에서 열렸던 경기와 또다른 차원에서 성공적인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경기 일정상 매우 급박하게 성사됐는데, 짧은 시간내에 이렇게 큰 이벤트를 성사시킨 우리의 내부 역량이 성숙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본질적으로는 올해 세번의 시리즈 경기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선수가 뛰고 있는 명문 구단의 초청 경기를 성사시켰다. 특히 이강인 선수가 PSG 유니폼을 입고 뛴 첫 번째 경기가 한국 땅에서 실현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난 해 토트넘을 초청했을 때도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팀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 한국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가 뛰는 구단을 초청하는 것이 우선 옵션이라고 할 때, PSG 초청은 국내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됐다고 본다. 이강인 선수가 PSG 유니폼을 입고 뛰는 첫 번째 경험을 우리 고객에게 줄 수 있었고, 그것을 현실화시킨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축구 콘텐츠 중에서 최고는 뭐니뭐니 해도 월드컵이다. 앞으로 월드컵과 같은 메가 이벤트를 국내에서도 OTT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올까. 보편적 시청권(월드컵과 같은 큰 이벤트는 모든 국민들이 볼수 있는 매체를 통해 방송이 되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한 견해도 궁금하다.
보편적 시청권은 우리도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방송법을 어기면서까지 우리가 독점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월드컵은 최고의 스포츠 콘텐츠다. 우리는 최고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인 회사다. 당연히 월드컵을 포함해 모든 콘텐츠를 대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월드컵은 당연히 지상파로 중계된다는 전제 아래 우리는 뉴미디어 중계에 참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준비는 늘 하고 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예전처럼 지상파 방송사들이 스포츠 중계권료를 확보해 돈을 벌던 시대는 지났다는 평가가 많다. 액수 자체가 지상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고, 다른 자본이 결합되는, 또는 홀로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다른 자본의 예로 쿠팡같은 회사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미디어 환경과 시청자들의 소비 패턴이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은 OTT의 행보가 주목받지만,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지상파에서 케이블방송으로, 다시 종합편성채널로 옮겨갔던 흐름이 지금은 OTT로 온 것같지만 미래에는 또 어떤 플랫폼이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장에서 나름대로 고민을 계속하는 것이고, 기본은 역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할지에 맞춰져야 한다. 그 대상에는 월드컵도 있고 다른 스포츠 이벤트도 있을 것이다.
또다른 콘텐츠의 하나에 국내 프로야구도 포함되는가. 올 연말로 예정된 KBO리그 중계권 협상에 쿠팡플레이가 참전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더라.
(웃으며) 이번 주에만 그 질문을 열 번 이상 받았다. 이런 원론적인 대답을 하고 있다. 우리 스포츠팀은 스포츠 콘텐츠를 다루는 조직이니까 외부 시장에 등장하는 콘텐츠 후보들은 기본적으로 다 검토한다고 보면 된다. 오늘의 최고 콘텐츠가 내일에는 아닐 수 있다. 환경적 변수도 있다. 이런 모든 요소를 포함해 우리는 계속 꾸준하게 추적 관찰을 한다. 월드컵도 그렇고 프로야구도 똑같다.
글= 위원석(대한축구협회 이사, 前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사진=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