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남의 수박 밭에 들어가
잘 익은 수박을 몰래 따서 막다가
주인에게 들켜 버렸습니다.
“네가 감히 내 수박을 먹다니.”
주인은 화가 나서 그를 꽉 붙잡고 야단을 쳤습니다.
그러나 수박을 훔친 사람은 태연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의 수박을 훔치지 않았소.”
“뭐라고, 이 수박은 내가심은 것이야.
지금 내 수박을 따서 먹고 있으면서도 발뺌을 하려고 해?”
“허! 당신은 수박을 심은 게 아니고
수박씨를 땅에 심은 것 아니오.
내가 먹은 수박은 수박 줄기에 매달린 수박인데
당신이 심은 씨앗과는 무신 상관이 있단 말이오?”
이 사람은 당당하게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수박넝쿨에 달린 수박은
땅 속의 수박씨앗이 자란 것으로 서로 윤회 관계에 있듯이
우리의 생명 또한 수박이 자라는 것처럼
끊임없이 태어나고 이어지면서 유전流轉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윤회 사상은
무아無我사상과 서로 모순되는 관계가 아닌가?하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근본 교의는 제법무아諸法無我입니다.
온갖 것이 고정불변의 자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제법이 무아라면
어찌 윤회를 할 수 있단 말일까요?
그러나 결코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무아라는 말은 생명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의 몸이 오온五蘊과 사대인연四大因緣의 화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중 어느 것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는데
그것은 바로 인연에 의해서 생겼기 때문입니다.
본래 자성自性이 없기 때문에 무아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어와 윤회는 결코 모순되지 않으며,
마치 한 덩어리의 황금으로 여러 형태의 액세서리를 만들더라도
황금의 본질이 변하지 않듯이 우리의 생명 또한 어느 순간에
이것이 되는가 하면 어느새 저것이 되고,
나귀와 말이 되는가 하면 인간과 천상계를 오락가락하며
끊임없이 윤회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윤회를 하는 것은
우리 몸이 아니라 몸 안에 있는 주인공일 뿐입니다.
부처님의 본생담本生談에 의하면
부처님은 때로는 천신으로 때로는 축생으로,
사문으로, 왕족으로 끊임없이 윤회를 하면서
육도만행의 보살도를 닦으시고
중생교화에 힘쓰시다가 마침내 보리를 성취하셨다고 합니다.
위앙종의 조사 위산 영우선사가
열반에 드시려하자 제자들이 몹시 서운해서 물었습니다.
“스님, 스님께서는 수지하신 수행으로
열반 하신 뒤에 왕생하시게 됩니까?”
“이 노승은 산 밑에 있는
한 농가로 가서 암소로 태어날 걸세.”
“녜?
스님처럼 수행이 높으신 분이
축생으로 환생할 리가 있습니까?”
제자들이 깜짝 놀라서 물었습니다.
“내 말을 못 믿겠는가?
그러면 암소 옆구리에
‘위산 영우승’이라 쓴 다섯 글자를 찾아보게나.
바로 나일세.”
제자들은 스님의 다비식을 치르고,
그 후 산 밑 농가에가 것 태어난 암소가 있었다기에 찾아가
암소의 옆구리를 보니
과연 거기에는 스님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업력의 선악에 의해
우리의 미래 생명 방향이 결정되므로
어떻게 선을 쌓고 악을 제거하는가 하는 것이
미래의 행복을 보장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모든 종교가 윤회의 존재,
즉 사후의 세계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도교는 불로장생不老長生에 있다고 하고,
기독교와 천주교, 이슬람교는 천당에 가 하느님과 함께 살면서
영생을 얻는데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불로상쟁이나 영생이나
불사不死 역시 윤회의 고통 속에 있으므로,
오직 태어남이 없을 때 생명은 가혹한 고통을 벗어나
상락아정常樂我淨한 세계에 머물게 된다는 것입니다.
윤회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고 과정이며 수단이요,
윤회를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최종의 목적이며 희망 아니겠습니까?
《출요경出曜經》에 말하길,
“나무를 베되 뿌리를 베지 않으면
나무는 다시 자란다.
애정의 나무를 베더라도
그 뿌리는 뽑지 않으면
애정은 다시 자란다.
마치 우리가 만든 화살이
우리 자신을 헤치듯이
애정이라는 화살은
우리 중생을 다치게 한다.”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이번이 내가 인간세계에
마지막으로 몸을 받은 때이다.”고 하셨습니다.
윤회를 타파하고 윤회를 벗어나며
나아가 윤회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비록 윤회의 소용돌이 속에 머물더라도 결코 오염되지 않습니다.
범부는 업력에 의해 윤회하고 이승二乘은
속히 윤회를 벗어나고자 하지만
보살은 대원력으로 윤회 환생하기를 발원합니다.
오늘의 따끈따끈한 글을 여기서 마칩니다.
이제부터 여름 장마 비가 시작 되었으니
전국이 장마권에 들었습니다.
비 피해가 없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2024년 07월 04일 오전 06:16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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