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연결.
은희, 도리질, 너무 추워서 부들부들 떨며 몸을 웅크리는데,
(E) 다가오는 지훈의 발자국 소리!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은희 (고개 들 엄두 못내고 겁먹어서) 머,멉니꺼? 아이씨
지금 머하자는 짓입니꺼?
지훈의 잠수함 같은 운동화 돛단배 같은 은희의 운동화 앞
에 바싹 멈춰선다.
은희 (홱 고개 들고 도끼빗 은장도처럼 치켜들며) 안돼예!
절대로 안돼예! (하는데)
지훈 (피식, 오리털 파카를 건네고 있다)
은희 (어?)
지훈 (괜찮으니까 입으라고 재촉한다)
은희 (빤히 응시한 채 도끼빗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2. 버스정류장
눈사람이 된 길녀, 눈보라 속에서 애타게 은희를 기다
리고 있다.
*플래시 백, 1부 씬53 원망 가득한 눈으로 길녀를 쏘아보며
하염없이 우는 은희.
은희 (E) 언니만 자식이고 나는 소가? 돼지가? 안한다! 몬
한다! 내가 와? 내가 와 자퇴 를 해야 되는데? 죽어도 나는
몬하니까 언니보고 해라케라! 언니보고 하라카문 되 잖아?
길녀 (애 끓이며) 이 눈보라 속에 도대체 야가... ...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3. 동 버스 안
지훈의 오리털파카 입고 몸을 녹이는 은희, 지훈의 파
카가 따뜻하고 포근하다.
은희 (지훈이 고맙다! 슬쩍 쳐다보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버스 손잡이를 잡고 열심히 철봉을 하
고 있는 지훈.
은희 (미안하고 불편하다)
지훈 (뻘겋게 핏대까지 서서 매달린 채) 하나만 물어보자.
니, 아까 대체 먼 맘으로 그 껌팔이 아한테 코틀 벗어준 기
고? 서울서 여까지 길이 을만데?
은희 보고 있었서예?
지훈 (내려오며) 동정심? 연민? 마, 동정심도 내가 따뜻하
고 나서재, 이 눈속에 얼어 죽으문 우짤라고...
은희 그러는 아이씬 와 이걸 내인테 벗어준는데예? 이 눈속
에 얼어죽으문 우얄라꼬?
지훈 (할말 없고)
은희 그냥 벗어준 깁니더. 쪼맨한 기 하도 추버봬서. 그래
야 올밤에 두 다리 짝 뻗고 디 비잘 수 있을 꺼 같고... ...울
아부지 말씀이 자고로 사람은 이 몸보단 맘이 편해야 진짜
행복한 기라꼬, 큭큭- 그라고보이 나 편할라꼬 벗어준 기네 뭐.
지훈 (깊은 시선으로 응시)
은희 (느끼고 뺨 발그스레해져서) 와,와 그래 사,사람을 빤
히 쳐,쳐다봅니꺼?
지훈 어? 어어. 내,내가 운제? (후다닥 토끼뜀) 자슥이 쳐다
보긴 누가 쳐다봤다꼬...
지훈, 토끼뜀으로 버스 앞까지 뛰어갔다가 다시 버스 뒷좌
석까지 뛰어간다.
지훈 (숨차게 뛰며) 고1? 고2?
은희 고1예. 아이씬예?
지훈 대1. 내 스무살이다. 아이씨란 소린 좀 그렇재?
은희 (끄덕이며 중얼) 대학생? 스무살? (자세히 뜯어본
다)... ...(대따 잘 생겼다!)
지훈 이름이 뭐꼬?
은희 (괜히 수줍어서 모기만한 소리로) 이은희.
지훈 (멈추고 돌아보며) 안들린다 임마?
은희 (괜히 몸을 배배 꼬며) 이은, (하다가)
은희, 호호 입김을 불어 유리창에 '이은희'라고 쓴다.
지훈 이은희?
은희 아이씨, (하다가) 오..빠..는예?
지훈 내는 민, (하다가)
지훈, 벌떡 일어나 버스 뒷유리창으로 가서 은희처럼 호- 입
김을 불어 '민지훈'이 라고 쓴다.
은희 민.지.훈. (가슴에 새긴다)
은희, 호호- 불며 이번엔 '고마워요. 아주 많이!'라고 쓰고...
지훈, '만나서 반가워. 아주 많이!'라고 답한다.
따뜻하게 서로를 응시하는 은희와 지훈.
4. 버스 밖
세찬 눈보라를 맞고있는 눈버스, 그러나 왠지 따뜻해
보이고.
5. 동 버스 안
맨 뒷자리의 지훈, 웅크린 채 오돌오돌 떨고있는데,
은희, 쭈빗쭈빗 다가가 천천히 파카를 벗는다.
은희, 좀 거리를 두고 지훈 옆에 가 앉고 파카 덮어주는데
파카 너비가 모자란다.
은희, 망설이다가 바싹 붙어앉으며 잘 덮어주는데 여전히
지훈쪽 파카자락이 흘러 내리고,
지훈, 그 파카자락 주워 덮고는 은희쪽에 더 많이 가게 잘
덮어주는데, 지훈의 팔 이 은희의 어깨를 감싸는 형국이 되
고... 찌르르- 감전되는 두 사람!
두사람, 시선 안마주치려고 죽어라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향
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경과 되어 따뜻한 아침햇살이 버스 안을 포근하
게 비추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체온 속에서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다정 한 연인 같다.
6. 길녀집 앞
걱정스런 낯빛의 금희, 등교차림으로 나온다. 무거운 표정
으로 집안을 일별하고 발 걸음을 떼는데 저쪽 마을길 입구
에 은희다!
금희 (반색) 은희, (뭔가 발견하고 ?)
은희, 웬 남자와 함께 있다! 옷을 벗어 남자에게 건네는 은
희!
금희 (누구지? 남자를 자세히 보려는데)
은희와 작별인사를 한 남자, 뒤돌아 걸어나가는 바람에 뒷
모습밖에 볼 수가 없다.
금희 (갸웃하며 응시하고 섰는데)
은희, 아자! 아자! 아자!를 외치고 이리 폴짝 저리 폴짝, 그
것도 모자라 길 한가운 데서 막춤을 춰댄다.
금희 (황당) 은희야! 이은희!
은희 (그제야 발견) 언니야! (달려와 덥썩 껴안으며 까부
는) 언니야! 언니야아~!
금희 (버럭) 머꼬 니? 연락도 ?이 도대체?
은희 미안 미안! 진짜로 미안! 마 일이 그래 돼뿌?다.
금희 (흘기고) 조금 전에 같이 있던 남잔 누고?
은희 (입이 찢어져서) 애인! 내 애인!
금희 머? 애인? 하룻밤새 애인?
은희 응. 앞으로 꼭 그래 될 끼다. 두고봐라. (황홀경에 빠
져서) 첨이다 이런 기분은!
금희 (어이없어 하며 저 멀리 남자에게 시선을 준다)
7. 안방
벽에 기댄 채 무릎 세우고 한쪽 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있는
길녀, 불안과 걱정으 로 입은 바싹 마르고 속은 다 타 들어
가는데,
금희 (E) 엄마 엄마 은희 왔다!
길녀, 반색하며 정신없이 뛰어나간다.
8. 마루 - 마당
뛰어나온 길녀, 마루 끝에 멈춰서서 돌아온 딸을 눈으로 먼
저 확인하는데,
얇은 교복차림의 은희, 뭐가 좋은 지 연신 해죽해죽 혼자 웃
고 있다.
길녀 (순간 확 치밀고, 내려서고 다가가서) 이기 머하는 행사머
리고? 어? 어데 가스나 가 할 짓이 ?어서 외박이고 외박
이? 어데 갔드노? 어데 갔드노 니?
은희 서울.
금희 (깜짝 놀라고)
길녀 머? 어데? 어데를 가? (때리며) 서울? 서울? 이 겁대가리
?는 가시나가 참말로! 서울이 아 이름이드나? 아 이름이드
나 이 문디가시나야! 와 왔노? 어? 와 돌아왔 노? 에미 싫다
꼬 작정하고 띠쳐나간 년이 와 하루도 안돼 기들왔노 말이다!
은희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아이다! 아이다 엄마! 그
기 아이고,
길녀 (O.L) 그래 나가보이 우떻드노? 집구석 밖은 천국이
드나? 천국이 따로 ?재? 그 자? (하는데)
은희 (혼자만의 생각으로 배실배실 웃으며 끄덕끄덕)
*플래시 백, 지훈과의 달콤한 장면들!
은희 (입이 찢어져라 웃는다)
금희 (??)
길녀 (완전히 뚜껑 열려서 싸리비 집어들며) 웃어? 웃어? 이노
무 가시나가 어데 지 에 미가 야단치는데? (줘패며) 또 웃
어봐라! 또 웃어봐라 이노무 가시나야! 니 에미가 니한텐
발꼬랑 새 때만큼도 몬하재? 어? 그래 웃어라! 계속 그래 웃어봐
라 이노무 가시나야! 이기 진짜 머가 될라꼬 이래 애를 믹
이노? 어? (정신없이 때리는데)
간밤의 달콤한 추억에 쏘옥 빠진 은희는 계속 해죽해죽 웃
어댄다. 싸리비에 긁힌 손등에선 피가 나는데, 그 피를 입
으로 쏙 빨며 입술에 선홍빛 피를 묻힌 채 행복 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우리의 엽기적인 은희! (F.O)
9. 대학수학능력 시험장 앞 (1997년 12월)
'98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장'을 알리는 플래카드, 그 외
합격을 기원하고 응원 하는 각종 플래카드들, 기도하는 학
부모들,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후배들...
그 풍경들 속으로 프레임 인 되는 금희, 다부진 눈으로 고사
장을 응시하고 있다.
금희 (떨린다)
갓난아이를 포대기에 업은 길녀, 보온도시락을 건넨다.
길녀 매 보고 단디 풀어라.
금희 (끄덕이고는 들어가는데)
은희 (E) 언니야! 금희언니야 잠깐만!
금희 (돌아보면)
길녀와 똑같이 포대기에 갓난아이를 업은 은희, 공짜로 얻
은 커피를 들고 사람들 속을 비집고 뛰어온다.
은희 속 대따 찹재? 안떨리게 이거 마시고 들어가라. 자.
(건네는데)
금희 (밀며 예민) 커피, 이뇨작용 하는 거 모르나? 쌍둥이
들 감기 들겠다. 엄마 모시고 퍼뜩 집에나 가라.
은희 (머쓱해서 그저 끄덕인다)
길녀 우리는 마 아무래도 괘안타. 춥다. 니나 어픈 들어가
라. 어?
금희 (들어간다)
은희 (눈으로 배웅하는데)
은희, '98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 플래카드에 시선이 가 멎
는다. 분주히 고사장 안 으로 들어가는 금희와 아이를 업
고 있는 자신의 모습 비교가 돼 기운이 빠지고...
은희 (커피 씁쓸하게 쳐다보다가 벌컥 마시는데) 앗 뜨거
버! 아으- 아우-
10. 시험장 안
금희, 집중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코피가 흐르
고....
금희,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휴지를 꺼내 코를 막고는 다
시 집중해 찬찬히 문제 를 풀어나간다.
11. 비닐하우스 안
똑같이 갓난아이를 업은 길녀와 은희, 쭈그리고 앉아 능숙
한 솜씨로 딸기를 따고 있다. 은희, 많이 부어있다.
은희 (홱 면장갑을 벗어던지며 신경질) 으이 또 샀다 또!
길녀 (모른 척, 딸기 바구니를 이고 밖으로 나간다)
12. 비닐하우스 밖 - 창고 밖
아이를 업은 은희와 딸기 바구니 인 길녀, 하우스를 나와 창
고 안으로 들어간다.
13. 창고 안
은희 (가파르게 포대기를 풀며) 묵고 싸고 묵고 싸고, 확 동
생이고 머고 진짜!
책상에 앉아 딸기를 포장하고 있던 갑식, 그런 은희를 짠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곁에 목발이 보이게)
은희, 성 마르게 책상 옆의 길다란 소파로 가 아이를 눕힌
다.
은희 누군 대학생 될라꼬 수능 보고있는데 누군 아 업고 딸
기나 따고 있고! (능숙하게 기저귀를 갈며) 동네 창피하게
가리늦까 늦둥이가 뭐꼬 늦둥이가? 그라고 나을라 면 하나
만 낳던가? 와 또 쌍둥이고 쌍둥이가? 엄마 아부진 쌍둥이가 지겹
지도 않 나?
그 순간 뜨끔해 하는 갑식과 길녀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힌
다.
은희 (아이의 옷을 입히며) 엄만 아부진 우떤는가 몰라도
내는 쌍둥이라믄 진짜 은선시 럽다! 우리집 형편이야 뻔한
기고, 동시에 둘 키울라카믄 또 야들 중 하나는 내맨 쿠로
딸기나 따야할 신셀 낀데,
길녀 (O.L , 갑식의 눈치 읽고는) 시끄럽다 마! 나무 귀한
아들들을 갖꼬 머라꼬 지껄이 샀노? 느거야 시집가문 끝이
지만 야들은 느거 아부지캉 내 두고두고 맷밥 올리줄 아아
들이다. 하이구 야, 시집가문 그날로 땡인 가시나 쌍둥이하고 비할
라꼬? (쓸쓸 한) 거게다 하나는 그 전에라도 운제 불쑥 떠
나버릴 지도 모리는 일이고... ...
갑식 (일손 확 멈추고 싸늘하게 굳어진다)
은희 (아이를 업다가 홱 고개를 들고 ??) 그기 머슨 말이
고? 와 떠나는데? 누구? 내? 언니?
길녀 (몹시 당황) 어? 머,머가? 마 아이다 아무것도. 알라
기저개 다 갈았으문 들어가 새참 좀 내온나. 느그아부지
시장하시것다.
은희 (?)
길녀 새참 내오라카는데 머하고 섰노?
은희 (?하며 나간다)
14. 논두렁길
은희, 의구심으로 갸웃하며 걸어나가다 자전거 벨 소리 듣
고는 홱 쳐다본다.
저쪽 도로에 집배원 아저씨다!
은희, 반색하고 후다닥 달려간다. "아이씨! 아이씨!"
15. 시골 도로
우편물을 건넨 집배원 달려나가고,
은희,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며 편지에 입을 쪽쪽 맞춘다.
편지 겉봉엔 지훈의 병원주소와 '민지훈 보냄'이라고 씌여
있다.
은희, 서둘러 개봉하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읽어나간
다.
미소로, 또 킬킬거리며 읽어나가던 은희의 눈이 어느 순간
휘동그래지며 캭캭 환 호성을 지른다.
은희, 두 팔 뻗고 뱅글뱅글 크게 돌며 캭캭거리는데, 너무
돈 나머지 도로 옆 비탈 진 논으로 나뒹굴고 만다. 논바닥
에 대자로 엎드려 누운 은희. 등에선 진이가 울어 대는데,
갈대며 풀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 또 뺨이며 이마는 날카롭게 베
어 붉은 상처선이 여기저기 생긴 채, 엎어져 지훈의 편지
바라보며 행복해 하는 은희.
16. OO 종합고등학교 내 등교길 (다른날 아침)
인문고와 실업고가 함께 있는 종고의 독특한 등굣길 풍경.
인문女 으이 저 촌년! 딱 봐도 실업이다! 내같으문 저런 교복
입고는 쪽팔리서라도 학교 안 다닌다! 아후 꼴에 스커트
줄인 것 좀 봐라! 저거는 어데 패숀이고?
그 실업고 여학생, 은희다! 은희, 건들건들 걸으며 학을 접
고 있다.
17. 교장실
교장 (수화기 들고 흥분) 사,삼백칠십점! (사이) 하모요 개
교이래 첨인데 경사고 말고요!
금희, 자신의 점수에 안도하며 꼿꼿하게 앉아있다.
교장 예 그라문요. (사이) 예 살피들어가이소. (끊고, 벅차
서) 삼백칠십점이란다 금희야! 삼백칠십점! 장하다! 이런
촌구석서 참말로 니가 장한 일을 해냈다!
금희 (의지에 찬 두 눈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렌다)
18. 실업고 3학년 교실 (점심시간)
은희, 분단별로 뭔가를 나누어주는데 학을 접을 색지다!
은희 느그가 두당 열마리씩만 접어주믄 하루에 500마리, 이
틀이문 바로 천마리의 학이 탄생하는 기다! (자는 아이의
머리를 때려 깨우며) 가스나가 콱- 고만 디비자고 퍼뜩 일
나가 작업개시! 자. 10마리다 어? 야, 학 주둥아리 학실하게 빼라!
뒷문에선 그제야 등교한 실업짱, 껌을 짝짝 씹으며 인상 구
기고 쏘아보고 있다.
은희를 향해 비웃음을 흘리던 실업짱의 시선이 순간 반짝하
며 한자리에 고정된다.
실업짱의 시선 머문 곳에 반장이 수십장의 만원권 지폐를
세고 있다.
은희, 반장 향해 가고 있고, 반장 지폐봉투를 가방에 잘 넣
어둔다.
은희 느그가 접을 이 천마리의 학은 그냥 종이학이 아이다! 어?
마이 포에벌 러벌 지훈 오빠야와 내 사랑을 이루어줄 큐피
터의 학 어? 큐피터의 학이란 말이다! (반장에 게 나누어주
고) 인자 안받은 사람 없재? (하는데)
실업짱 (E) 봐라, 내는 몬받았는데?
은희 콱- 누고? 어느 가시나가 이래 디비쪼노? 어? (홱 뒤
돌아보는데)
반장 전부 움직이지 마라. 꼼짝달싹도 하지 마라. 5분전까
진 분맹히 내인테, 이 가방 안 에 있었다. (실업짱과 은희
차례로 쏘아보며) 돈이 없어진 건 바로 요 5분 사이다!
실업짱 (자리에 앉아서 은희 힐끗거리며 풍선을 짝짝 불어댄
다)
은희 (반장의 눈초리에) 야, 기분 드럽구로 가시나 니 와 그
런 눈으로 낼 쳐다보노?
반장 도둑년이 누군지는 소지품검사 해보문 바로 드러나것
지!
은희의 주머니에서 조금 비져 나와있는 돈봉투!
19. 교무실
고개를 푹 숙인 은희, 머리며 몸을 출석부로 심하게 맞고 있
다. 머리 다 헝클어져 있고 맞을 때마다 온몸이 휘청휘청
한다.
담임 나쁜 자식! 어디 할 짓이 없어서 도둑질이야 도둑질
이? 어?
은희 글쎄 지는 모리는 일이라 안캅니꺼? 믿어주이소 샘
예! 지는 절대로 안훔쳤어예!
담임 이렇게 증거가 있는데 딱 잡아떼면 다야 임마? 이놈
이거 정말 나쁜 놈이네 어? 솔직히 자백 못해!
은희 (내지르는) 안훔쳤어예! 안훔쳤어예! (비명처럼) 안훔
쳤어예!
담임 (뚜껑 열려서) 이 자식이 근데 어따 대고! (마구 뺨을
날리며) 불어! 불어! 불어! 빨리 안불어? 불어 이 새끼야!
너 이새끼, 너 정학이야! 어? 월요일날 부모님 모시 고 와!
알았어?
은희 (눈물로 부들부들 쏘아본다)
20. 읍내 터미널
고속버스에서 내리는 지훈.
지훈, 휘- 둘러보면 이발소며 사진관, 중국집, 서점... 언제
봐도 정겨운 풍경이다.
21. 읍내 서점
금희 책을 고르고 있고, 별님은 금희만 졸졸 따라다니고 있
다.
별님 한분만 그라문 딱 한분만 나온다 어? 내가 니 델꼬 온
다꼬 성당 오빠야들한테 을 마나 큰소릴 땅땅 치났는데 친
구 체면을 봐서 딱 한분만 엉 금희야?
금희 (훑어보며) 시간?다 내. 그동안 몬읽은 책도 읽어야
되고 앞으로 서울 아들캉 경쟁 할라문 영어공부도 더 해야
된다.
별님 여,영어공부? 야아 잘됐네! 어? 담주부터 우리성당에
의대생들 의료봉사 나오거든, 영어공부 그 의대생 오빠야
들한테 봐달라꼬 하문 된다 아이가.
금희 (조금 솔깃) 의대생?
별님 엉. (기대) 나올래?
금희 (현기증이 일어 이마를 짚으며) 싫다. 혼자 하는 게 편
하다. (하는데)
별님 (놀라서) 금희야 코피!
금희 (만져보면 코피다) 머슨 코피가 이래 시도 때도 없노?
별님 시험 끝나가 긴장이 확 풀리서 그렇지 머.
금희 (휴지로 잘 막는데 현기증이 가시지 않는다)
22. 읍내
은희 (부은 채 분해서 씩씩거리는)
꽃님 그냥 오늘 일진이 사나봐가 길가다 똥 밟았다꼬 생각
해라.
은희 내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지! 정학 멕인
다꼬 부모님 모시고 오란다.
꽃님 머? 정학?
은희 후우- 집에다간 머라꼬 얘기하노?
두 사람, 선물의 집으로 들어간다.
23. 읍내 선물의 집
은희와 꽃님, 종이학을 담을 예쁜 유리병을 고르고 있다.
꽃님 근데 지훈이오빠야도 학실이 니한테 맘이 있는 기
가? 괜히 니 혼자 몸 달아서 오 바하는 거 아이가? 가시나
니가 또 한착각 한다 아이가?
은희 착각할 기 따로 있지 내가 바보가? 지훈오빠야 맘도
모르게.
꽃님 야 그러타 아이가. 까놓고 말해서 니가 얼굴이 이쁘
나 머리가 좋나? 마 그것도 아 이문 집에 돈이 많나? 서울
에 이쁘고 쭉쭉빵빵한 가시나들 세삐?을 낀데 와 하필 이
문 니같은 아를, 야 그 오빠야 혹시 변태 아이가? 가끔씩 혁대 빼
가 니 때리고 그라재? 니가 맷집 하난 직인다 아이가.
은희 머? 이게 진짜로! 안그래도 천불나 죽겠는데! (덤빌
기세로) 야 왕꽃님! (하는데)
꽃님 (진지) 툭하문 열만 받지말고 지훈오빠야 잘 간수해
라 가시나야. 지금이야 둘 다 학생이지만 몇 년만 있으문
오빠야는 의사지만 니는... ... 어데 취직할 만한 데 추 천
서 들온 데 ?나?
은희 (무겁게 가로젓는) 누가 내같은 아를 추천해주겠노?
(유리병 고르며) 니 말대로 내가 얼굴이 이쁘나 머리가 좋
나 아이문 돈이 많아가 빽 써서 취직을 하겠나.
꽃님 ... ...
은희 (결연한 의지) 밧뜨, 돈 워리 비 해피! 취직은 내 능력
갖꼰 몬하지만 지훈오빠야만 큼은 내 사랑갖꼬 충분히 내
껄로 만들 수 있다! 비장의 무기도 있고!
꽃님 비장의 무기? 그기 먼데?
은희 다른 가시나들이 껄떡대기 전에 마 내가 먼저 꾸욱 도장
을 찍어삐는 기다!
꽃님 도장? 머슨 도장? 인감도장? 막도장?
은희 (입을 쓱 닦고 입운동 요란하게 하며 반드시 찍고 말
거야!)
24. 시골길
금희와 별님, 걸어간다. 금희 어질어질 현기증이 난다!
2,30미터쯤 뒤의 지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작은
선물상자다! (*삐삐가 포 장된)
지훈 (바라보며 미소)
금희, 비틀하다가 철퍼덕 쓰러진다.
별님 (화들짝) 금희야! (뺨을 때리며) 금희야! 금희야! 와
이라노? 니 와 이라노?
지훈, 발견하고 놀라서 달려가고,
지훈 머고? 야 우에 된기고?
별님 몰라예. 그냥 갑자기...
지훈 (당황) ABC! ABC! 응급환자를 만났을 땐 먼저 A!
Airway를 확보하고, 기도를 확보하고 기도를 확보하
고... ...
지훈, 금희를 잘 눕히고 기도를 확보하기 위한 응급행위들
한다.
지훈 다,담은 Breathing, 호흡! (귀를 갖다대고 숨을 쉬는
지 확인하고 놀라서) 와,와 수, 숨을 안쉬노? (동공을 확인
하고 뺨을 때리며) 봐라? 봐라?
금희 ... ...
지훈 (빠르게 어떻게 해야 되는지 떠올리고)
지훈, 금희의 가슴을 압박하며 심장마사지를 하기 시작한
다. 그러나 반응없고...
긴장한 지훈, 여학생이라 잠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인
공호흡을 하기 시작한다.
별님 (허걱! 두 눈 휘동그래지고)
사력을 다해 금희의 입술에다 인공호흡을 하는 지훈.
어느 순간 금희의 손이 먼저 꼼지락 움직이고 금희 스르르
기운없는 눈을 뜨는데, 지훈은 아직 모른채 정신없이 공기
를 최대한 많이 들이마시고 금희의 입술을 향해 돌진한다!
지훈의 입술이 금희의 입술에 닿으려는 찰나,
금희의 손이 지훈의 뺨을 찰싹 때린다.
실업짱, 태연하게 또 다른 물건을 훔쳐 가방 속으로 집어넣
는데, 그 손을 확 낚아 채는 손이 있다!
실업짱 (은희다! 일순 당황) ... ... (그러나 이내 비웃음 흘리
며) 좋은 말 할 때 꺼지라!
은희 (지지않고) 그러는 니나 좋은 말로 할 때 원위치 해
라!
실업짱 허! 미?나 이기? 퍼뜩 이 손 몬놓나! 퍼뜩!
은희 (꽉 잡은 채 쏘아보고 있다)
실업짱, 노려보며 짝짝 씹던 껌을 위협적으로 은희의 얼굴
을 향해 날리는데,
은희, 한치의 흔들림없이 실업짱의 손을 잡은 자세 그대로
그 껌을 피하지 않고 맞는다. 은희의 눈썹께에 가 부딪힌 껌
이내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은희의 눈썹 꼬 리에선 피가 흐르
고 있다!
실업짱 (놀라고 당황한다)
꽃님 으,은희야! 아,아줌, (부르려는데)
은희 꽃님아 잠깐만!
꽃님 (?)
은희 덕분에 정학 묵었다 내! 내 쌍둥이언닌 서울대학 붙어
가 학교에 플랭카드 붙이게 생?는데 내는 졸지에 도둑년이
돼가 우리언니 얼굴에 먹칠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재수?는 담
탱이 앞에 울부모님 무릎까지 꿇기야 된다!
실업짱 (움찔하는)
은희 (팔을 놓아주며) 니 가방 속에 있는 거 조용히 원위치
하믄 우리반에서 도둑년은 내 하나로 끝나께!
실업짱 (놀란다)
은희 (간절) 김수미!
실업짱, 천천히 가방 속의 훔친 물건들 제자리에 갖다놓는
다.
은희 (꽃님 향해) 가자. 째?는갑다. 병원 가서 깁어야겠
다! (나간다)
실업짱 (어떤 느낌으로 바라본다)
26. 선물가게 앞
은희와 꽃님,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가는데,
뛰어나온 실업짱이 두사람을 막고선다.
꽃님 (두려운)
은희 (기다린다)
실업짱 내가 그랬다는 거 알믄서도 담탱이한테 안꼰질러바치
겠단 이유가 머꼬? 가게 안서 도 주인아줌마 부르문 간단
할 꺼를 와, 내인테 와 이라는데 니?
은희 내는 도둑년 소리 암만 들어도 죽어도 도둑질 같은 건 안
하고 살 자신 있지만 니 는 지금부터 도둑년으로 낙인 찍히
문 평생 진짜로 도둑질하고 살꺼 같아서! 내는 내 친구가
평생 도둑년으로 남 등처먹고 사는 거, 싫다!
실업짱 (뭔가 따뜻한 느낌이 차 오른다)
은희 니는 누가 머래도 우리학교 짱 아이가?
실업짱 미친년! 피나 닦아라 이년아! (손수건을 홱 던지고 걸
어나간다)
은희 (받고 그 손수건 미소로 응시한다)
27. 읍내병원 전경
28. 응급실
금희와 지훈, 나란히 누워 수혈을 받고 또 하고 있다.
지훈의 피 튜브를 타고 금희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금희 (어떤 느낌으로 그 튜브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지훈을
쳐다본다)
지훈, 곤히 잠들어 있다.
금희, 찬찬히 뜯어보고, 엷은 미소로 오래 응시한다.
29. 병원복도
은희와 꽃님, 두리번거리다 응급실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간
다.
30. 응급실
간호사 무슨 일이야?
은희 (손수건 걷어내며) 쬐매 찢어진 것 같은데예.
간호사 (살피며) 뭐에 베었니?
꽃님 면도칼예.
간호사 (놀라서) 뭐? (은희를 훑어보는데)
별님 (들어오며) 꽃님아! 은희야! 느그들 어떠케 알고 벌쓰
로 왔노? 안그래도 느그집에 전화하고 오는 길인데 아무도
안받던데.
은희 (?)
별님 금희 저 있다.
은희 (?해서 보면 누워있는 금희다!) 어,언니야! (휘동그래
져서 달려가고) 언니야! 언니 야! 우,우리언니 와 이런데?
어? 별님아 우리언니 또 실리왔나? 어?
별님 쉿! 조용히 좀 해라. 금희 심한 빈혈에다 피로가 누적
돼가 실신했다꼬 의사샘이 반드시 안정을 취하라꼬 했다.
지금 헌혈하는 중이다.
은희 헌혈?
은희, 비로소 혈액봉투가 보이고, 튜브를 타고 흐르는 피를
좇아 따라가보면 놀랍 게도 건너편 침대에 지훈이 누워있
다!
은희 지,지훈오빠?
은희 (쪼르르 얼굴을 확인하고) 허? 진짜로 지훈오빠야네!
별님 지훈오빠? 그라문 이 오빠야가 은희 니...
은희 (지훈과 금희를 번갈아 쳐다본다)
간호사 얘 뭐하니? 드레싱하게 얼른 안눕고.
은희, 침대에 가서 눕고 간호사 드레싱을 하는데,
은희, 문득 건너편 바라보면 금희와 지훈이 나란히 누워있
고, 튜브를 타고 지훈의 피가 금희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있
는 게 보인다!
은희 (바라보며 왠지 느낌이 이상해진다!)
31. 병원복도
꽃님 머라꼬? 금희캉 지훈오빠캉 이,인공호흡을 했다꼬?
별님 하모! 하- 느그도 그 장면을 봤으야 하는 긴데! 그 오
빠야 입술이 안있나, 마 금 희 입술을 한입에 삼킬 듯이 쫘
악 빨아- (하는데)
은희 (O.L, 표정 굳고 목소리 착 가라앉아서) 고만 시부리
라 왕별님!
꽃님 (은희 심기 읽고) 가시나야, 니는 꼴랑 인공호흡 한 거갖
꼬 먼 과장이 그래 심하 노?
별님 야들이 참말로! 꼴랑 인공호흡이 아이다카니까! 이거
는 뽀뽀 수준을 넘어가 키스 긴라 키스!
꽃님 (별님에게 눈치를 준다)
은희 (속 상하고 뭔가 불안하다)
32. 읍내 분식집
은희와 금희를 마주하고 있는 지훈. (*은희, 눈썹 위에 꿰매
고 붙인 채)
지훈 둘이 진짜로 쌍둥이가? 2란성이라 그런지 하나또 안
닮았네!
금희 (살풋 미소짓는데)
은희 (그 말 오늘따라 더 상처가 되고, 눈썹 위의 상처 신
경 쓰인다)
주문한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진다. 떡볶이, 만두, 순
대.
은희 수저통의 수저 짝을 맞추어 집어드는데, 금희가 먼저
지훈의 앞에 가지런히 놓아준다.
은희 (? 금희를 쳐다본다)
지훈 묵자. 금희 많이 묵으라. 의사샘 말씀 들었재? 많이 묵
고 푹 쉬주고.
금희 (수줍게 끄덕이며 먹는다)
은희 (??)
금희 지도 내년 삼월이믄 오빠학교 후배 됩니더!
지훈 진짜가? 야아 이거 반가분데! 과는?
금희 영문과예. 동시통역사가 돼 볼까 하는데 요즘 같은
IMF에 살아남을려믄 희소가치 가 있는 전문직을 가지야
될 꺼 같아서예.
지훈 야아 금희 대단하네! 입학도 안해가 졸업 후까지 계획
하고. 동시통역사 멋있재! 잘 어울리겠다!
은희 (소외되고 상처받고) ... ... (팍팍 순대를 입안에 쑤셔
넣는데)
지훈 금흰 와 순대 안묵노? 몬묵나?
금희 예. 이상하게 순대는! 흉하기도 하고 냄새도 역하고...
은희 (입안 가득 넣은 채 신경질) 아줌마! 여기 간하고 허파
는 와 안줍니꺼? 간예 간!
은희의 입안에서 속사포처럼 마구 튀어나온 음식물들 지훈
의 얼굴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해댄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있는 성당.
그 어느 일각에 '서울대병원 농촌 의료봉사' 안내판이 보인
다.
36. 성당 안
텅 빈 성당 안에 홀로 서서 기도하는 듯 십자가를 응시하고
있는 은희.
지훈 (E) 머하노? 기도하나?
은희 (뒤돌아보면 의사가운의 지훈이다! 새로운 느낌이고)
나란히 앉아있는 지훈과 은희.
지훈 니 오늘 이상한 거 아나? 꼭 이은희 아이고 이금희 같
다?
은희 내는 어떠코 우리언닌 어떤데?
지훈 니는, (하다가 표정읽고) 진짜 와 그라노? 머슨 일 있
나?
은희 (십자가 응시하며) 오빠야, 신이 하신 일 중에 실수하
신 기 먼줄 아나?
지훈 (? 기다린다)
은희 쌍둥이. 쌍둥이를 만드신 거. 그라고 쌍둥이를 맨든
것보다 더 큰 실수를 하신 기 먼지 아나?
지훈 (??)
은희 그 쌍둥이마저도 차별해가 다르게 만드신 거. 쌍둥이
들 옷을 와 똑같이 입히는줄 아나?
지훈 쌍둥이니까. 우린 하나다, 머 그런 결속감 같은 거...
은희 아이다. 각기 다른 걸 사주문 서로 상대방 끼 더 좋아
보이가 물어뜯꼬 싸우거든. 태어날 때부터 엄마 젖갖꼬 싸
워야 되는 기 쌍둥이다.
지훈 ... ... 자라문서 금희하고 많이 다퉜겠다?
은희 (가로젓는) 우린 싸울 필요도 ?는 쌍둥이였거든. 오
빠도 봐서 알겠지만 언니하고 나는 경쟁상대가 안된다 아
이가. 언니가 반짝반짝 빛나는 태양이문 내는 달 아이 가?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지야지만 보이는...
지훈 임마 아이다! 니만치 반짝반짝이다 못해 깜짝깜짝인
아가 어딨다꼬, (하는데)
은희 (씁쓸하게 일어나며) 그만 가볼란다. (걸어나간다)
지훈 같이 가자. 데려다 주께.
은희 그냥 혼자 갈란다. 가께. (가다가 문득) 편지에 와 금
희언니 얘긴 안썼는지 물었었 재?
지훈 ... ...
은희 이거는 참 이상한 얘긴데, 이상하게 오빠야한테만은
우리언니 보여주기 싫더라.
37. 자매의 방
종이학이 가득 담긴 유리병을 들고 응시하고 있는 금희. 심
란하다.
그 유리병 제자리에 놓고 자신의 책상서랍을 열면, 예쁘게
포장된 크리스마스 선 물상자가 들어있다. 금희, 응시하며
갈등한다.
은희 들어오는 소리에 후다닥 그 서랍을 닫는 금희!
은희 들어오고 금희와 시선이 마주친다.
어색하고 묘한 두 자매. (F.O)
38. 길녀 안방
미역국 놓인 은희 금희의 생일상 앞에 식구들 둘러앉아 있
다.
식구들 갑식이 수저 들기를 기다리는데...
머리 가득 구르프를 말고 있는 은희, 벽거울 들여다보며 화
장중이다.
은희, 한껏 멋을 냈는데 너무 촌스런 공주원피스다!
실업짱 (E) 그 머시마 니꺼 만들고 싶으문 다른 가시나가 찍
기 전에 니가 먼저 콱 도장을 찍는 기다! 나비처럼 날아서
마 벌처럼 한방에 팍- 쏘아삐는기다!
은희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팍- (입술을 쭈욱 내미는데,
떠오르고)
*은희의 상상 컷, 금희의 입술에 키스를 하는 지훈!
은희 (자꾸 걸린다, 도리질하는)
40. 성당 내 진료실
지훈, 선물상자 손에 쥐고 나간다.
41. 성당 근처 (밤)
은희, 예의 그 촌스러운 공주원피스에 앞날이 신밧드 구두
처럼 뾰족한 빨간 구두 를 신고 연신 삐거덕 비틀대며 걸어
온다.
은희, 문득 멈춰서고, 키스 연습을 한다! 설렌다!
42. 성당 마당
지훈, 나오는데
금희 (E) 오빠!
지훈 (보면 금희다!) 어어 금희야!
금희 이거... (선물상자를 건넨다) 크리스마스 선물.
지훈 (어?) 어어. (받는다) 고맙다.
금희 풀어봐예. 읍내엔 없어서 OO까지 가서 사온 긴데 맘
에 꼭 들었으문 좋겠네예.
지훈 (좀 불편한 채)
그때 룰루랄라 걸어온던 은희, 두 사람 발견하고 홱 멈춰선
다.
선물상자에서 청진기가 나온다!
지훈 (놀라서 쳐다본다)
금희 맘예 들어예?
지훈 (감동) 금희야!
금희 좋은 의사 되라꼬예. 의사 되면 꼭 이 청진기로 환자
들 진료해야 됩니더.
지훈 (진심으로) 응. 진짜로 고맙다. 이 청진기 때문이라도
꼭 좋은 의사가 되도록 노력 하께.
금희 (손가락을 내밀며) 약속.
지훈 (약속한다)
은희, 자신의 선물 내려다보며 한심해진다. 풀죽어 천천히
되돌아나가는 은희.
지훈 은희...집에 있나?
금희 (조금 굳어지고) 잘 모르겠는데... 약속..했어예?
지훈 아이다. 깜짝 파티, (하다가) 참, 그라고보이까 금희
도 오늘이 생일이겠다 그자?
금희 (끄덕, 지훈 손에 쥔 선물상자 상처받은 채 응시한다)
43. 논두렁 길, 창고
은희, 쓸쓸하게 걸어오고 비닐하우스 옆 창고 안으로 들어
간다.
44. 창고 안
은희 들어서는데, 갑식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다.
낡은 석유난로 보인다.
은희 아부지?
갑식 밤늦게 여는 와?
은희 (마주앉고 잔을 채워준다)
갑식 (비우고는 건넨다)
은희 (어?)
갑식 니도 인자 어른 아이가? 받아도 된다.
은희 (받아 마신다) 크-! 한잔 더 마시도 됩니꺼?
갑식 (말없이 따뤄준다)
은희 (원샷) 크-! 한잔만 더 묵으께예.
갑식 (따뤄준다)
은희 (원샷) ... ... (그렁그렁) 죄송해예. 정학 맞은 거 죄송
해예. 아부지 다리 아픈데 (눈 물 흐르고) 그 다리로 우리
담임샘 앞에 주구장창 서 계시게 한 것도 죄송해예. 공부
몬한 것도 죄송하고 이러케 한심해빠져가 도대체가 한심해빠져가
진짜로 죄 송해예 아부지.
갑식 ... ...
은희 지인테 아부지, 똥 같고 땅 같은 사람이 되라꼬, 그래
서 곡식도 품고 풀도 품고 사 람도 품고... 근데 아부지, 지
는 황무지에다 잡초만 무성하게 키운 거 같심니더.
갑식 품이야 많이 들것지만 황무진 개간하문 옥토가 될 수
도 있다. 손이야 많이 베겠지 만 잡초는 뽑으문 된다. 중요
한 건 땅을 버리지 않는 기다. 끝까지 내땅을 내가 내 손으
로 지키는 기다. 머슨 말인지 알겄나?
은희 (눈물로 끄덕, 아버지의 말 깊이 새긴다)
45. 길녀집 앞
지훈, 은희를 기다리고 있다. 꽤 오래 된 듯..
46. 자매의 방
상처받은 금희, 골똘하게 앉아있다.
길녀 (E) 야는 또 와 여태 안들오노?
갑식 (E) 하우스에 있다. 곧 들어올끼다. (안방으로 들어가
는 소리) 대문밖에 서있는 아 는 누고?
길녀 (E) 12시가 다 됐는데 나무집 대문앞에 누가예? (문닫
히는 소리)
금희 (지훈..이다!)
47. 길녀집 대문 앞
금희 (나오고)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겁니꺼?
지훈 은희한테선 아직... 어데 있는 지도 모르나?
금희 은희, (말해주려다가) 글쎄예, 친구들이랑 모이가 생
일파티라도 하나 보지예.
지훈 (끄덕, 선물상자를 건네는) 좀 전해줄래? 낼 아침 첫
차로 올라가야 돼서... 미안하 다.
금희 (받고)
지훈 인자 학교서 보겠다. 그때까지 잘 있어라. 간다. (걸어
나가는데)
금희 (안타깝게 붙잡듯) 지훈오빠!
지훈 (돌아보고 기다린다)
금희 아,아닙니더. 잘 올라가시라고예.
지훈 (웃어주고 걸어나간다)
금희 (지훈과 선물을 차례로 응시한다)
48. 창고 안
금희, 들어와서 보면 은희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다.
금희, 지훈의 선물 아프게 일별하고 은희에게로 다가간다.
금희 (흔들어 깨우며) 은희야! 은희야 좀 일나봐라! 은희
야! (하는데)
깊이 잠든 은희, 코까지 드르릉 골며 일어날 줄 모른다.
금희, 포기하고 책상에 가 앉는다. 순간 지훈의 선물이 궁금
하다! 금희, 떨리는 손 길로 선물을 뜯어본다. 삐삐다! 그리
고 조그마한 생일카드!
금희, 생일카드 열어본다.
지훈 (E) 오빠야 축하메시지 받고싶으문 음성사서함 확인
해봐라. 비밀번혼 니 생일날짜 로 했다!
금희 (착잡해지고 자존심이 상한다)
파르르 가늘게 떨던 금희의 시선에 순간 브루스타가 들어오
고, 금희 카드와 브루 스타 번갈아 보다가 천천히 다가가
불을 켠다. 카드를 불가로 가져가는 금희.
그때 은희가 꿈틀 돌아눕는다.
금희,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라는 바람에 그 카드에 불이 확
붙고, 그 불에 놀란 금 희가 휘청하면서 근처의 석유난로
를 쓰러뜨리고 만다. 그리고 금희가 놓친 불붙은 카드가 석
유난로에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펑-하고 터지며 불길이 치솟는다.
공포에 질린 금희, 뒷걸음치다가 정신없이 뛰쳐나간다. 문
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가 려던 금희, 그제야 은희가 생각나
서 홱 멈춰서고,
금희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한 채) 으,은희야! 은희야! (두
려움으로 뒤돌아보면)
활활 무섭게 타오르는 불길! 그 불길 속에 잠들어 있는 은
희!
금희, 은희를 구하기 위해 다시 들어가려 하지만 가로막힌
불길에 엄두가 나지 않 는다.
금희 (울부짖는) 도와주이소! 누가 좀 도와주이소! 여기예!
여기예!
49. 논두렁길
아이들을 찾으러 오던 길인 갑식, 화염에 싸인 창고를 발견
한다.
갑식 (얼어붙고) 으,은희야! 그,금희야! (정신없이 목발로
뛰어간다)
50. 창고 밖 - 안
갑식, 호스를 찾아들고 옷을 뒤집어쓰고 불길 속으로 들어
간다.
금희 으, 은희야! 아,아부지!
갑식, 시뻘겋게 타오르는 화염 속을 물로 헤치며 들어가는
데...
소파 곁에 쌓아놓은 비닐이며 상자에 불길이 번져 은희 주
위로 불길이 치솟으며 뻗어가고 있다.
영정 속의 무뚝뚝한 갑식을 넋놓고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
소복차림의 길녀.
쌍둥이들 빽빽 울어대는데, 길녀 시체처럼 미동없이 퀭하
게 앉아있다.
55. 자매의 방
소복차림의 금희, 가냘프게 떨며 흐느끼고 있다. 충격에 휩
싸인...
56. 갑식의 묘 (눈)
아직 붉은 봉분 위엔 곳곳에 눈이 쌓여있고 그 위로 또 눈
이 흩날리고 있다.
소복차림의 은희, 눈물을 뚝뚝 흘리며 뻘겋게 익은 손으로
오직 그 눈을 치우고 또 치우고... 그러나 치우고 난 자리
에 눈은 또 쌓이고... 은희, 고집스레 다시 그 눈을 손으로
쓸어내다 결국 주저앉아 통곡한다. 은희의 서러운 울음, 깊고 길
다.
57. 안방
소복차림의 은희, 밥상을 들고 들어오고, 정신 나간 사람처
럼 앉아있는 길녀를 슬 프게 바라본다. 은희, 도리질, 마음
단단히 먹고 밥상을 길녀 앞에다 놓는다.
은희 (수저 억지로 쥐어주는데)
길녀 (홱 노려보는데 그 눈빛 서늘하다 못해 살기까지 느껴
진다)
은희 ... ... (묵묵히 감내) 묵으라. 제발 묵으라 엄마. 이라
다간 똑 엄마까지 잘몬 될꺼 같아서 겁나죽겠다!
길녀 (살기) 나가라! 내 집에서 당장 나가라!
은희 어,엄마?
길녀 나가란 소리 안들리나? 나가라! 나가라! 나가란 말이
다!
길녀, 미친 사람처럼 은희의 머리채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
간다.
은희 (울며) 엄마? 엄마?
58. 마당
길녀, 정신없이 은희를 질질 끌고 나온다.
길녀 나가라! 나가라! 나쁜 년! 죽일 년! 나가라! 나가라!
내 집에서 나가란 말이다!
은희 (울며 매달리는) 잘몬했다! 내가 내가 잘몬했다 엄마!
금희, 울면서 뛰쳐나오고...
금희 제발 그만 좀 해라! 제발! (스스로에게) 사,사고였다!
그,그래 그건 사고였다! 으,은 희도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단
말이다!
길녀 (스르르 손을 놓고 풀썩 주저앉는다)
은희 (오열한다) 아부지! 아부지... (F.O)
59. 종합고등학교 앞 (2월)
등교하는 아이들.
60. 교무실
담임 뭐야 이게? (보며) 자퇴서? (홱 쳐다본다)
은희 ... ...
담임 이 자식이 이거 정신이 있는 놈야 없는 놈야? 어? 마,
보름만 더 다니면 졸업인데, 너 바보야? 지금 자퇴하면 임
마 너 중졸이야 중졸!
은희 알아예. 헌데 남은 보름 동안 학교 나올 형편이 몬됩
니더. 그동안 감사했슴니더. (꾸벅 절을 한다)
61. 읍내 몽따쥬.
일자리 얻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정을 하는 은
희.
그 어느 동선에서 은희, 김회장의 고급자가용과 스친다.
62. 길녀집 마당
돈을 빌려준 동네사람들 앞다투어 몰려와 돈이 될 만한 세
간들 나르고 있다.
이웃1 봐라, 이딴 거 말고 논문서나 집문설 챙기야 되는 거 아이
가?
이웃2 하이고 마 그거는 벌쓰로 농협서 담보 잡아놨지 우리
차지까지 넘어올까봐서?
그 살풍경을 하교한 금희가 멍하니 서서 보고 있다.
63. 안방
벌집을 쑤셔놓은 듯 엉망인 방안.
길녀, 멍하니 잠든 쌍둥이들 응시하고 있다.
금희, 들어와 앉는다.
금희 사흘 남았다! 사흘 후에도 몬내면 내 자동으로 대학입
학 취소된다!
길녀 ... ... 포기해라.
금희 머? 머? 머?
길녀 포기해라.
금희 (우는) 그건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하고 똑같다! 엄마 아
나? 어떠케 포기하노? 멀 멀 포기하노? 나보고 은희처럼 농
사나 지으믄서 살라꼬? 나보고 지금 이 촌구석 에서 평생
엄마처럼 딸기나 따문서 살라꼬?
길녀 ... ...
금희 그러케 안살라꼬 죽어도 그러케는 안살라꼬 책만 파면서
살았다! 하루 4시간도 몬 자가면서 죽도록 공부만 하면서 살
았다! 싫다! 나는 싫다! 내는 죽어도 그래는 몬산 다!
64. 마루
은희, 듣고 있다. 무거운 표정.
금희, 방에서 뛰쳐나온다.
은희 (잡으며) 어데 가노?
금희 죽으러!
은희 들어가서 얘기 좀 하자.
금희 나중에. 돈 빌리러 가는 기다! 빌릴끼다! 머슨 수를 써
서든 입학금 꼭 마련하고 말 끼다! (걸어나가고)
은희 ... ...
금희, 뭔가 발견하고 ?해서 멈춰선다.
은희, ?해서 금희 시선 좇아 보면,
고급자가용 한 대가 집을 향해 달려오고, 집앞에 멈춰선다!
자매 (? 기다리는데)
기사 에스코트 받으며 차에서 내리는 김회장. (*지팡이 짚
고)
김회장, 본능적으로 두 자매에게 시선이 가 멎고, 차례로 쳐
다본 후, 다시 금희를 탐색하듯 훑는다.
금희 (?)
은희 (? 김회장과 금희 번갈아 보며) 엄마! 엄마! 여 좀 나
와봐라! 누가 찾아오?다!
길녀, 나온다.
길녀 (?)
김회장 (정중하게 인사하고 명함을 건넨다)
<태성그룹 회장 김태성> 이라고 적힌 명함.
길녀 (보고 놀라서 쳐다본다) ... ... 즈이 집을 찾아오신 깁
니까?
김회장 기래요. 내래 이 집을 20년을 찾았시오!
길녀 (?) 예? 머슨... 일로...
김회장 날래 내 손녀딸 내놓기요!
금희 (화들짝)
은희 (화들짝)
길녀 (얼어붙고, 스르르 떨어지는 명함!)
65. 안방
길녀 그런 일 없슴니더! 아무래도 머를 잘몬 아시고 오신
거 같슴니더.
김회장 (오래된 신문 꺼내 밀며) 바깥양반이 이자 갑자 식자,
그 양반이 79년에 신문에 낸 기요. 거게 실린 여자가 내 마
누라요.
길녀 (유가족을 찾는 그 신문 파르르 떨면서 본다)
김회장 밖에 있는 두 에미나이 중에 누가 내 피붙이요?
길녀 ... ...
66. 마루
문에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던 은희와 금희, 얼어붙는다.
멍하게 서로를 응시하는 은희와 금희.
제2부끝
첫댓글 감사하게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