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파는 ‘캠핑계의 샤넬’… 회사 주가 올라도 최대주주 지분 확대

[누구도]

없어서 못파는 ‘캠핑계의 샤넬’… 회사 주가 올라도 최대주주 지분 확대

캠핑 열풍에 감성코퍼레이션, 올해 주가 110% 급등
김호선 대표는 장내매수·콜옵션 행사로 지분 늘려

김효선 기자
입력 2023.06.08 10:00

골프는 실력이 안 따라주면 스트레스받는데, 캠핑은 그럴 일이 없다. 일단 장비를 갖고 가서 텐트를 치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풍경을 보면서 힐링한다. 캠핑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는 이유다.
‘캠핑계의 샤넬’로 불리는 브랜드 ‘스노우피크’를 앞세워 고속 성장하고 있는 감성코퍼레이션(4,080원 ▲ 60 1.49%)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캠핑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주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도 회사 최대주주가 주식을 매수해 지분율을 끌어올렸고, 기업 소속부도 중견기업에서 우량기업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당분간은 순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감성코퍼레이션은 올 초부터 이달 7일까지 주가가 110% 급등했다. 지난해 말 1800원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4000원을 웃돌고 있다. 최근 감성코퍼레이션의 실적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 2020년 51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감성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62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영업이익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올해 감성코퍼레이션의 영업이익이 265억~2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노우피크 그랜버그 L. /스노우피크 홈페이지 갈무리
스노우피크 그랜버그 L. /스노우피크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캠핑 인구는 약 700만명으로, 2년 전인 2019년보다 100만명 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캠핑을 즐기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 덕분에 국내 캠핑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5000억원에서 현재 4조원대로 성장했다.

캠핑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환경에서 감성코퍼레이션은 고급 브랜드 ‘스노우피크’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 스노우피크는 일본의 고급 캠핑 브랜드인데, 지난 2019년 스노우피크 국내 라이선스를 확보한 감성코퍼레이션은 스노우피크 어패럴을 론칭해 의류·신발·용품과 같은 잡화류를 제조·유통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과 아울렛, 직영점을 포함해 14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온라인에도 자사몰을 포함해 총 4곳의 판매처를 두고 있다.

스노우피크의 텐트 하나 가격이 100만원을 웃돌지만, 한정판 제품이 출시되면 몇 분 만에 완판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제품은 6개월에서 1년 이상을 기다려야 구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류승범 캠핑 패션’으로 젊은 층의 이목을 끌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캠핑계의 에르메스’, ‘캠핑계의 샤넬’ 등으로 알려져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노우피크는 캠퍼라면 누구나 소유하고 싶어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이고, 충성도가 높다”며 “1년에 한두번 진행하는 오프라인 행사 외에는 이렇다할 마케팅 행사가 없지만, 수요 대비 공급이 적어 구매욕을 자극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최대주주가 지분율을 끌어올린 것도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김호선 감성코퍼레이션 대표는 지난 3월부터 9차례에 걸쳐 회사 주식 45만주 이상을 장내 매수했다. 최근에는 기존에 발행했던 전환사채(CB)에 대해 콜옵션(주식 매수권)을 행사해 지분을 더 늘렸다. 통상 최대주주 등은 주가가 하락하면 저점 매수를 하는데 김 대표는 감성코퍼레이션의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지분율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감성코퍼레이션은 지난해 2월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을 상대로 6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해당 CB 발행 당시 김 대표의 지분은 25.05%였는데, 현재는 29.72%(2686만2934주)로 높아졌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한국거래소 소속부서도 변경됐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달 2일부로 감성코퍼레이션을 중견 기업부에서 우량 기업부로 소속부를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는 기업 규모, 재무 상태, 경영 성과 등을 고려해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 기업부와 벤처 기업부, 중견 기업부, 신성장 기업부 등 4개 소속부로 분류해 관리한다. 우량 기업부는 자기자본 70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최근 6개월 평균이 1000억원 이상이면서 ▲자본잠식이 없고 ▲최근 3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 3% 이상이거나 순이익 평균 30억원 이상 ▲최근 3년간 매출 평균 500억원 이상 등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입성할 수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감성코퍼레이션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성코퍼레이션은 올 한해 주목해야 할 패션 브랜드사로,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성장 기회도 열려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만큼 매력적인 성장주는 없다”라고 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등산에 치우쳤던 아웃도어 영역이 캠핑, 하이킹 등으로 확장되면서 20~40대를 핵심 타깃으로 하는 캠핑 감성 기반의 패션성을 강조한 스타일이 부상하고 있다”면서 “캠핑 감성, 고프코어 등으로 3세대 아웃도어 시장이 열리고 있어 스노우피크의 수혜가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고프코어는 야외활동 시 먹는 견과류를 뜻하는 고프(gorp)와 자연스럽고 편안하면서도 멋을 가지고 있는 패션을 뜻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로, 고프코어 룩은 아웃도어 룩을 일상룩과 믹스매치한 스타일링을 의미한다.

수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감성코퍼레이션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화권 라이선스도 확보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캠핑 시장은 이제 개화 단계지만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데, 특히 한국과는 다르게 여성의 캠핑 장비 구매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고가 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김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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