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베란다와 사무국 뒤뜰의 작물들

[풀씨기언]

작물을 키우면서 그 전에는 전연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

첫째가 볕. 

지금 집은 북향이다. 베란다는 북쪽과 서쪽 두 군데이다. 

지난해 두 곳에서 다 작물을 키우다가 북쪽은 아예 자람이 없어 망했다.

그나마 이 서쪽 베란다가 조금 시늉을 한다.

다음에 집을 옮기면 반드시 남향으로... 

관련 자료를 훑다 보니 집 난방도 크게 좌우한다.

지금 집은 한겨울 50만원이나 난방비가 나오기도 했다...ㅜㅜ

둘째가 흙.

아래 사무국의 흙은 세 가지 종류다. 

고추가 잘 자라지 않은 정방형 화분은 민중의 집에서 얻어온 것으로 여러 해 고추를 키워낸 흙이다.

흙이 줄 것 다 주었는가 보다. 지난해 약간의 영향흙을 넣었고, 올해는 압축고형계분도 얹었는데, 효과는 모르겠다.

흙에 주는 것이 없이 바라기만 하니...

집 베란다의 토마토와 사무국 직사각형에 있는 토마토는 같은 날 구입한 토마토이다.

다만 사무국 것은 화분 살 때 같이 구입한 흙이고 집의 것은 흙살림에서 구입한 흙이다.

동네 가게의 흙이... 엉터리였다.

붉은 흙, 황토를 이 땅의 상징처럼 여겨왔는데, 알고 보니 이게 박토를 나타내는 색깔이란다.

기름진 흙은 검단다.

봄이면 온 산천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도, 낙낙장소 소나무도 흙의 산성화를 나타내는 것이란다.

하여 이들이 많은 산은 박토라는 증거란다...ㅜㅜ

비옥한 흙은 검다. 

활엽수가 많은 산은 그 낙엽이 쌓이고 쌓여 부엽토를 만들어낸다.

흙을 기름지게 하는 생명의 순환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이를 긁어다 밭에 넣으면 흙이 살아나고 작물이 살아난단다... 

셋째가 퇴비.

흙을 살리는 것도 퇴비고 작물을 기름지게 하는 것도 퇴비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과 같은 도시주거생활에서는 먹거리와 배설의 순환고리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세식화장실에 모아진 배설물들은 모두 바다로 버려진다...

그 바다도 이제 가득 차서 버리지도 못한단다...

도시생활에서 똥의 퇴비화까지는 미치지 못해 

오줌은 한 번 해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몇 통 받아두었다. 금세 여러 통이 되니, 더 받지를 못한다. ㅜㅜ

문제는 받아두긴 했는데 활용하는 방법이다. 

잘 해 봐야지. 

음식물을 퇴비화해 흙으로 돌려내는 과정은 꼭 만들어내고 싶은데,

이제까지 눈귀동냥한 방법으로는 마땅치가 않다.

밀폐된 한정한 공간인 베란다.

그나마 해 볼만한 것은

다른 것은 일단 버리고

과일채소류만 따로 모아 퇴비화시키는 방법이다.

이것들과 신문지만으로 퇴비를 만들 수 있을까...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것은 썩는다는 것이다.

발효되는 것과는 다르다.

방법을 찾아내야지...

벗들, 제게 방법을 알려주소서~^^

▲집 베란다 토마토 ▼사무국 뒤뜰 토마토. 같은 데서 산 토마토 모종을 심은 것이다. 베란다와 뒤뜰의 차이인가? 그 옆 화분의 고추 자람을 보면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그러니 문제는 흙이다.

▼여러해 고추 연작을 하고 있는 화분 흙. 자람이 영 시원치 않다.

▼김석규 샘이 주신 수수와 봉숭화를 옮겨 심었다. 수수는 이 화분에는 키울 수 없을 거라고 승훈이 얘기하던데, 집에 것도 그렇고,      여주에 가져가서 심어야겠다.

▼여주에서 파온 돼지감자를 심었다. 아~주 잘자란다.

▼자연인 김석규 샘이 준 봉숭화 모종들. 지난 금욜 받아서는 이튿날 5월연수까지 꼬박 2박 3일을 차안에 있었던 것이다. 죽나 싶게 축들 늘어져 있더니, 하룻밤새 물을 가득 머금고는 언제 그랬냐 싶게 생생하다. 여주에 가져가 심을 것들이다.

[풀꽃]

헐~ 집 난방비 왜곡 사건... 최고 27만원이었음... 전기수도관리비도합 50에 육박하였다 함을 그리 왜곡하시다니... 수정하면 댓글 내림. 개인의 수리추리력과 기억력의 부실로 가정경제를 부정확하게 드러낸 일에 대해 매우 규탄하는 바임. 오늘 저녁부터 당분간 맥주 없음.

[낭만샘(안준철)]

하하하......저녁마다 맥주 마시남요? 지난 주 광주에서 기언샘과 함께 방을 썼지요. 그때 보니까 똥배(영어로는 비어 벨리라고 하지요)가 장난이 아니던디...

[풀꽃]

글치요? 그런데도 저보고 맥주 많이 마셔서 비계가 늘었다, 관리해라, 그러네요... 저는 적어도 아직까진 밸리를 형성하진 않았거든요 ^^...

[배추도사]

와 베란다 텃밭 부러워요 저는 퇴비는 쌀뜨물을 두었다가 물대신 주어요 거름과 물 절약으로 이제 날이 더워서 삼일이면 쉰내가 나네요. 키만 자란 토마토.

[배추도사]

풀꽃님, 풀씨님 용서해주세요. 저도 뻥도산데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에요. 걍 기억이 저절로 뻥을 일으킨다는 ㅎㅎ

[풀꽃]

와, 베란다 너머 나무가 부럽습니다. 저희 집은 밖을 내다 봐도 나무가 없어요. 하늘은 예뻐서 별 구경은 가끔 하지요. 광주 연수 가서 선생님이 계셔서 참 좋았어요. 대화를 많이 못 나눠도 그냥 좋네요. 마음에 귀감이 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풀씨기언]

ㅎㅎ 이번 5월연수 가는 길에 뻥도사로 등극하셨다고 김민곤 샘이 말씀하시더군요!ㅋㅋㅋ

[세슬(김영진)]

오늘 저녁부터 당분간 맥주 없음...?
풀꽃 님과 풀씨기언 님은...?

[풀꽃]

음... 만난 지 한 30년 가까이 되는 친구이고요, 애인이고요, 어쩌다 보니 풀씨와 풀꽃이 만나 새끼 잡초 두 마리도 함께 낳은... 뭐 그런 사이지요.. 하하하...;

[오래된미래]

30년을 애인처럼! 멋지다! ^^

[세슬(김영진)]

"풀씨와 풀꽃"
그렇군요... 이름에서도 두 분이 범상치 않은 관계임이 드러나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