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
구비구비에
솜털처럼 피어오르는
운무의 향연
마음은 벌써
은사시나무의
꿈을 틔우고
이름없는 한마리
새가된다
시간과 공간의
무상을 허접고
퇴색된 가람의 이끼를털고
천년석등의 말없는 침묵에
찌들어간
맘의 갈피
추스리는 새벽
손이 너무 시려워
푸르름의 떨림인가
산골 골을 손잣하며
무등을 태우며 타고온
청아한 물줄기
눈 시울을 시리게 하며
햇살에 어른어른 거리며
잿빛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섬진강 어울목에
한가히 졸고있는 나룻배
깊은밤이면
눈을 번득이며
슬슬 기어내려오는
짐승들처럼
강 어귀를 뒤덮는 칡넝쿨은
줄 다리기하는 인생같아라
칭칭감은 구렁이 같아라
아카시아꽃잎도
떨어지고
정액냄새나는
밤꽃도 떨어지고
산골 골에
구수한 노루똥도 타고
격한 멧돼지 터럭도 싣고
구비구비 흐르는 천년의강
낮엔
먹 뻐꾸기 피 맺히게 울고
은빛으로 퍼덕이는
은어들의 속살거림에
물때새들의 비상
어린날 할머니가
밤에 소쩍새가 자주울면
그해 풍년이 든단다
솥이 적다고 저롷게 울어대니 원
하시던 말씀...........
숨어있는 영혼을
일깨우며 찾아다니는듯한
버꾸기의 소리가 슬퍼라
소쩍새의 울음이 차마 서러워라
섬진강
나룻배 할아버지의
골골이 맺힌 주름살에
신화처럼 피어오르는생각
공양미 삼백석에 몸이팔려
고향땅을 저버리고 떠나가던
효녀심청이
아버지를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꼬
사연도 싣고
꿈도 싣고
가난한 사람들의 영혼을 실어나르며
젖줄처럼 먹여살리던 강
강은 맑고 푸르러라
서편제의 창이라도
한 곡조 뽑아보리라
섬진강 나루터 모레톱에
널려있는 모레알처럼
밤이오면 미리내를 건너는
수많은 별들의 사연들처럼
우리들의 회한을 적시며
섬진강은 어깨를 들썩이며
오늘도 덩실덩실 춤을추며 흐른다
여름날 여름밤을
잊은듯이 흐른다
이념의 푯대
피아골 전투의 아카보소총의
밤을 가르는 소리
착한청이의 눈시울이 타들어가는소리
싣고
싣고
섬진강은 흐른다
하루종일 흐른다
밤낮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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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들
섬진강 나룻터에서..
콩세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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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18 09:2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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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 샴실잉께 차분히 집에 가서 정독을 허고스리 ... 암튼 머신가 솔찬히 음미를 히봐야 씨것네요. ^)^
머신가 감이 올라고 허면서도 그 감을 못잡건네~~!!! 암튼 먼가 구슬프긴 헌데... 흐른다 흐른다 내 두뺨에 뜻뜻한 물줄기가 소리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