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마치고 화요일에 연휴로 미진했던 업무 처리 후 신년의 운세도 점검 해보고
연휴 동안 누적된 정신적 피로도 풀겸 강랜을 방문하려고 하이원 리조트 앱으로 들어가서
수요일 입장예약을 했다. 저녁 6시 경 받은 문자에 뜬 당첨된 입장순번은 800번 대.
입장 전 좌석 예약제가 원래의 입장 순번에 의한 선착순 좌석 착석제로 환원되었으니
블랙잭 30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평일이기도 하니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일단 가기로 하고 '버스타고' 앱으로 들어가서 고한/사북 공용터미널 행 새벽 6시 버스 좌석을 예약했다.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이것저것 준비하고 버스 시간에 편하게 맞출 수 있으니 밤 10시에 알람을 맞춰두고
잠을 청해 본다. 잠을 청하기 위해 감은 눈 위에는 이미 블랙잭 테이블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분주하게 노란 칩과 블랙칩을 베팅하는 핸디들의 분주한 손이 겹쳐보이고,
"No More Bet Please!"라고 하는 딜러의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딜러가 카드를 셔플 머신에서 한 장씩 뽑아내는 "샥, 샥"하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나른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크, 바로 이거지. 블랙잭의 승부가 시작된다'
새벽 4시에 알람소리에 잠이 깨고, 늘 그렇듯이 루틴대로 성공적인 원정을 위해 필요한 소품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샤워 후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새벽의 한적하고 무거운 공기를 접하며 주차장으로 가서
윤기가 흐르는 검은 색 애마에 시동걸고 버스 터미널 공용주차장으로 향한다.
새벽 5시 45분에 도착한 터미널은 아직 잠이 덜 깨서 인지 어두은 정적 속에 있었다.
6시 정각에 버스에 탑승하고 출발하면서 실내등이 꺼지고 안전벨트를 매자 마자 스르르 다시 잠이 찾아온다.
8시 45분에 고한/사북 터미널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강랜으로 가서, 입장권 발매 후 조식 뷔페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시드 머니 장착 후 순번이 되어서 10시 10분 경에 입장했다.
5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탄 게이머들의 발걸음이 부산하다.
모두들 자신들이 원하는 좌석에 앉기위해 마음이 분주한 탓이다.
재빠르게 BJ 30 테이블들을 스캔하는데 딱 3개의 오렌지 색 버튼이 놓여 있는 빈 자리가 보인다.
두 개의 테이블은 말구,
빠르게 내머리가 회전하며 즉답을 한다.
'이제 말구는 무리야. 눈이 나빠져서 1,2,3구에 있는 카드들이 또렷하게 보이지 안잖아.'
그리고 한 테이블은 7구인 말말구.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갑자기 커져서 재빨리 7구의 원안에 입장권과
신분증 그리고 콤프카드를 놓는다.
'세이프'.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여자 딜러가 화사한 미소로 답한다.
이미 테이블의 다른 핸디들은 모두 시드 머니의 환전을 마치고 대기 중이다.
초구, 과묵한 인상의 중년 남자 사장님. 한 번 함께 게임한 적이 있는 요주의 인물이다.
항상 자기가 원하는 카드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갖가지 신묘한 무공을 난사하는 인물.
그나마 오늘은 초구에 앉아서 그 영향은 그리 날카롭지 못할것으로 예상되니 다행이다.
2구, 야구 모자를 쓰고 안경을 낀 화살촉 코와 날카로운 눈매의 중년 남자 사장님.
같이 게임해 본 적 없다. 날카로운 눈매이지만 입가에는 잔잔한 여유가 깃들어 있다.
만만치 않은 내공 수위가 느껴진다. 절대로 손해보는 전투는 하지 않을 스타일로 읽힌다.
3구, 짧은 머리에 두터운 24K 목걸이를 한 중년 남자 사장님. 같이 게임해본 적 없다.
눈빛이 불안하고 눈가 주위가 맑지 못한걸 보니 수 일간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이미 적지 않은 외상과 내상을 입은 듯 싶다. 내공 수위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강랜에 출수한 지
얼마되지 않을 확률이 크다.
5구, 건장한 체구에 목소리가 걸걸하고 초구 사장님과는 잘 아는 사이인듯 말이 많다.
제법 오랜 기간 강랜에 출수 한 듯 아는 사람 이 많은 듯 하며 다양한 핸디들의 경험담을 풀어낸다.
일순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내공수위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6구, 약간 마르고 키가 크며 눈이 선해 보이고 안경 낀 40대의 여자 사모님. 같이 게임해 본 적 있다.
초구 사장님의 부인이라고 했다. 전에 같이 게임을 해보았음에도 기억에 담아놓은 특별한 사항이 없으니
정상적인 무공을 펼치는 핸디로 인식된다. 말 수는 많지 않지만 본인의 남편과 한 테이블에서 게임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적이 없다며 걱정이 많다. 전에도 그랬다. 그런데도 왜 같은 테이블에 앉았을까?
8구, 말구 사장님. 야구 모자를 쓴 선선한 인상의 30대 후반 남자 사장님. 전에 같이 게임해 본적 없다.
나름 강랜에 출수한 지 꽤 되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한다. 말수가 적지만 베팅 동작이 정순한 걸
보니 베팅 무위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오후3시,
초구 사장 - 시드머니 유지, 2구 사장 - 시드머니 60% 손실, 3구 사장 8백 만원 손실,
5구 사장 3백 만원 이상 수익, 6구 사모 - 5백만원 손실, 8구 사장 - 백 만원 정도 수익
나는 이 시각까지 본전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후 8시,
초구 사장 - 시드머니 거의 전소, 2구 사장 - 시드머니 거의 복구, 3구 사장 1천2백 만원 손실,
5구 사장 4백 만원 이상 수익, 6구 사모 - 6백만원 손실, 8구 사장 - 2백 만원 정도 수익
나는 백만원 정도 수익 발생
오후 10시
초구 사장 - 시드머니 전소 후 5백 추가 투입, 말구 아웃 후 자리 바꿈, 2구 사장 - 백 만원 정도 수익, 초구로 자리 옮김
3구 사장 1천 4백 만원 손실, 2구로 자리 바꿈, 5구 사장 4백 만원 이상 수익, 6구 사모 - 8백만원 손실,
8구 사장 - 3백 만원 정도 수익 거둔 후 아웃.
나는 백오십만원 수익 발생
자정 12시
밤 10시 경 초구 사장이 말구로 자리를 바꾼 후 사태는 점점 더 심각해져서 딜러 신공이 더욱 강해졌다.
2구 사장님은 잃었던 시드 머니 모두 복구 후 약 백오십 만원 정도 수익을 올리고 있고,
3구 사장님은 결국 천오백만원을 잃은 후 아웃했다.
5구 사장님은 계속 승승장구 중이었고, 6구 사모는 팔백만원 손실을 입고 복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는 새벽 6시 30분 버스를 예약 해두었기에 새벽까지 계속 게임을 유지할 지,
아니면 윈컷을 하고 터미널 근처 모텔에 가서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한 후 버스를 탈지 고민하다가
딜러 신공이 풀어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자정을 넘긴 12시 20분에 아웃했다.
결과는 275만원 수익.
한 테이블에서 수익을 거둔 핸디와 손실을 입은 핸디가 이렇게 극명하게 갈린 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대부분의 핸디가 함께 수익을 거두거나, 혹은 막강한 딜러 신공에 모든 핸디가 손실을 입거나
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번은 4명의 핸디가 수익을 거둔 반면 3명의 핸디는 막심한 손실을 입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카지노에서 그냥 잃어도 되는 돈은 없다.
그 손실액이 얼마이든 어렵게 노력을 기울여서 자신이 벌어들인 돈 일것이다.
카지노에서 수익을 거두면 마치 공돈이 생긴 걸로 치부하는 사람이 있다.
내 생각에 그런 사람은 절대로 강랜에 오면 안된다.
이 세상에 공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카지노에서 거둔 수익 또한 자신이 엄청난 노력을 통해 얻은 결실이다.
같은 테이블에서 게임을 하면서 수익을 얻고 있는 핸디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집념과 몰입을
나는 소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손실을 입는 핸디들은 과연 운이 없어서 돈을 잃는걸까?
카드의 흐름이 특정인에게만 그날의 운에 의해 좋고 나쁘게만 작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야말로 큰 오산이다.
물론 하루종일 새벽까지 특별히 딜러에게만 좋은 카드가 꽂히는 날도 경험해본 적이 있다.
당연히 핸디들이 그런 흐름을 딜러에게 모아준 결과임은 새벽 6시가 되면 절실히 깨닫게 된다.
모든 일에는 고수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운동 경기에는 체급이 존재하고 등급이 존재하는 것이다.
카지노에서의 블랙잭 게임은 무체급, 노핸디 경기이다.
포커 게임에서의 고수를 핸디 모두 인식하듯이, 블랙잭 역시 고수가 존재한다.
나는 강랜에서 접한 고수 중, 한 달에 한 번 오면 항상 말구에서 플레이하며
천오백 만원 정도 씩 수익을 거두는 나이 든 분을 한 분 알고 있다.
그 분의 게임을 보고 있으면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절대로 카드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비밀은 카드의 흐름에 따라 미니멈 베팅 과 맥시멈 베팅을 적절하게
운용하는 것. 이게 승리하는 유일한 비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만 강랜에 오는 이유는 지난 게임의 기억을
모두 잊는데에 자신은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함을 오랜 카지노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회원 들 도 아마 이 분을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다.
그 경험을 매우 소중한 깨달음의 시간으로 간직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첫댓글 ㅎㅎ
님의 글을 읽다 보니 무협지 보는 느낌 입니다
내공이 대단한 분 같습니다
다음 출정 할때는 경공술이나 축지법
아니 독심술로 대승 하기를 기원합니다
매번 강랜에 갈 때마다 출정의 설레임을 느끼는 그 순간이 전 좋습니다. 승패 결과는 그냥 담담하게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만 게임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두서 없는 글을 읽어주시고 답글도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서없는 글이라는것은 겸손이신것 같고요
글 맵시가 보통의 가치를 뛰어 넘습니다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 들인 다는 말씀이
또한 대단한 내공 아닌가요
저는 맨날 랜드만 가면 뚜껑 열려가지고 씩씩되고 있습니다
근 십오년 넘도록 다녔으면 내공이 쌓일 법도
한데 말입니다
저 또한 아직 손절금액은 스스로 정하지 못한채 안타까운 손실을 아프게 받아들인 적도 많습니다. 올 해의 강랜 화두는 출정 시 손절 금액을 정해두고 준수해보는 겁니다. 올해는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승리도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꽃놀이패 님의 재미있는 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승하신것두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기억을 지워라. 잃은 기억도 이긴 기억도.... 그리고 운도 어느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운이 좋으면 많이 이기는 것이고 운이 없으면 조금의 승리에 만족하는것이지요
간만에 좋은글을 읽게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행운도 노력이있어야한다고 오디선가본거같아요~
공감글 잘보고갑니다~
좋은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
안타깝네요
베이직과 운이 전부입니다
베이직을 알면 오랫동안 게임할때
조금 잃게 되는게 맞습니다
베이직을 알고 그대로하면 고수인거고
고수는 잃긴하지만 덜 잃는거죠
댓글 감사합니다 ~ 베이직의 중요성은 진지하게 블랙잭을 대하는 게이머들이라면 다 잘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모두들 경험해 보셨듯이 강랜 블랙잭 테이블에서의 베이직 게이머들은 다소 난감한 상황에 자주 직면하게 됩니다. 그래도 요즘은 핸디들이 많이 성숙해 진듯 예전보다는 나아진듯 해서 다행입니다.
지난 게임의 기억을 모두 잊는 데에 필요한 자신만의 시간.. 새로운 명언 하나 메모합니다.
저는 하루 게임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게임 하면서 일어난 내용들을 가능하면 상세히 기록해 두는데, 이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마치 일어난 일들을 하나씩 적을 때마다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 같은 희한한 느낌을 받곤합니다,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하는게 아니라 하나씩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한 글자, 한 글자로 기억을 이식하는 느낌인거죠. 아마도 이역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기록의 본질적 기능을 뒤집어서 사용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
@시에라 카지노에서 망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잃은돈을 한번에 복구하기 위해 무리한 플레이를 하는 것인데, 그 기억이 잊혀지는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아웃필더 저도 그 얘기를 고수에게 듣는 순간 매우 깊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항상 강랜 출정 시 하루만 게임을 하는 원칙을 정하고 지키는 가장 큰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