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석 편집인
6월 초입에 들어서자 아란야 과원에는 멀구슬 꽃바람 잦아들고 장미, 수국, 라벤더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마스터가드너인 내자 덕분에 계절 따라 피는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참 편안하다.
“달도 차면 기운다.”, “열흘 붉은 꽃 없고 십 년 누리는 권세 없다.”는 우언(寓言)이 있듯이 자연의 꽃들은 열흘 넘기기 어렵다. 하지만 마음의 표상인 꽃들은 그렇지 않다.
즐겁고 행복하면 피어나는 웃음꽃이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타오르는 불꽃은 그 원인이 소멸할 때까지 피어오른다. 그리고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는 경건하고 청결한 마음으로 우리들 가슴에 오롯이 피어나는 세계일화(世界一花)가 있다.
현충(顯忠)의 꽃이다. ‘충렬을 드러내는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현충일은 민족과 국가의 수호 및 발전에 기여하고 애국·애족한 열사들의 애국심과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치고 나라를 위해 희생된 모든 이들의 충성을 기념하기 위한 ‘국가 추념일’이다. 후손들이 호국영령들의 고마움을 모르고 지낸다면 도리가 아니고 잊고 산다면 죄짓는 일일 것이다.
6월은 6·25전쟁이 발발한 달이기도 하고, 432년 전인 1592년 임진년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남해에서 크게 왜선을 격파한 달이기도 하다.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충무공은 1592년 5월 7일부터 6월 5일까지(30일) 옥포와 합포 해전에서 35척, 적진포에서 11척, 사천에서 12척, 당포에서 20척, 당황포에서 26척 등 합계 104척의 왜선을 하는 큰 전공을 올렸다고 한다. 임진왜란의 초기에 육전(陸戰)에서는 전패하였으나, 해전(海戰)에서는 전승한 것이다.
무릇 역사적 사건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는 법이다. 임진왜란에서 한반도가 초토화되고 수십만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주된 원인의 하나로 역사학자들은 동서분당이라는 당파싸움을 꼽고 있다.
서인(西人)의 정사(正使) 황윤길은 일본이 많은 병선(兵船)을 준비하고 있어 반드시 병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한 반면, 동인(東人)의 부사(副使) 김성일은 침입할 정형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도요토미는 사람됨이 서목(鼠目)이라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김성일을 수행했던 황진(黃進)도 김성일의 무망(誣罔)을 탄핵했다는 점에서 그는 선조임금에게 거짓 보고를 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 ‘허위공문서작성죄’(형법 제227조)에 해당한다.
김성일은 어쩌면 국사(國事)를 위한 왜국의 정탐(偵探)에서 ‘사실 그대로’ 의견을 내지 않고 당파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서인의 의견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것으로 보여 진다. 조정도 김성일의 의견을 존중하여 충정, 경상, 전라의 3도에 명하여 방어용 축성을 중지시키고 말았다.
율곡 이의는 ‘만언봉사(萬言封事)’라는 상소를 올려 나라의 위태로운 지경을 낱낱이 지적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상세히 제시하였으나 선조 임금은 율곡의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간신들의 거짓말에 귀 기울려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자초했다.
6월은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달이다. 그런데 오늘의 위정자(爲政者)들은 마치 서로가 갑(甲)의 위치에 올라서겠다고 온갖 거짓말을 하고 사술(詐術)을 써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여의도 정치는 파당의 길로 치닫고 있고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과 막말 등은 마치 망나니 두 사람이 긴 칼을 들고 피바람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형국이다.
임진왜란의 전야(前夜)를 보는 듯하다. 오늘의 정치인들은 입으로 ‘현충’을 외치면서 권력에 눈이 멀어 불충(不忠)을 범하고 있다. 사방의 곡소리가 요란한데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점점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변질되고 있다.
불신과 불안의 안개가 짙게 깔려 시계 제로의 현실이다. 호랑이의 꼬리를 밟겠다는 심정으로 올곧은 소리를 내서 현충의 꽃을 영원토록 피우고 싶다.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_()_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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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