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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불러주는 곳에 갔더니~~~~~
목요일 늦은 밤 열한시에 걸려온 전화를 받으니 제가 아시는 목사님이었습니다. 토요일 아주 귀하고 중요한 곳에 흥사단이 봉사를 가니 꼭 참석하여 가곡을 공연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노래를 불러 달라는 곳이 행복하지만 아직은 미완의 성악가여서 답변을 못하고 사양하니 그냥 꼭 참석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는 은근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낭송 파트에서는 이제 거의 성악가로 인정을 받고 있었고 또 워낙에 제가 흥얼거리며 냄새를 요란하게 풍기고 다니니까 제법 찾아 주는 곳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매년 수많은 성악가가 음대를 졸업하지만 살아남는 확률이 현저하게 낮은 현실인데도 들이대는데 선수가 되어 간간히 초대를 받으니 그 공연장이 어떤 곳이건 저는 행복한 사람이지요. 저도 들이 대는 데는 김흥국 만큼이나 선수이거든요.
날씨가 스산한 토요일, 흥사단이 봉사를 가는 곳은 사할린 동포들 일세들이 영구 귀국하여 한국국적을 취득을 축하하는 의미로 흥사단에서 짜장면 중식봉사를 곳이었습니다. 약 팔십여명 정도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오십 여명이었습니다. 흥사단 봉사단원 열명과 우리 시낭송단체에서 시낭송과 노래를 부르기 위해 세명이 합세했고 라이브카페에 통키타 가수도 한명이 초대되었습니다.
사할린에 오신 분들은 모두 칠십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습니다. 거의가 부부들이었는데 남자분 들은 국적 취득이 모두 되었고 여자분 들은 6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국적이 취득된다고 했습니다. 어떤 할아버지는 3살 때 떠났다가 육십 칠년이 지난 지난주에 귀국을 했는데 국적 취득과 함께 기초생활 수급자가 된 다고합니다. 육십칠년동안 살았던 터전을 버리려야 할 정도로 사할린은 러시아에서도 유배지라고 합니다.
한편에서는 짜장면을 준비하고 우리 시낭송 팀들은 공연을 시작했지요. 반주도 없는 공연이었지만 들으시는 분들이 워낙에 진지하게 눈물을 흘리실 정도로 우리들은 열과 성의를 다했습니다. 다행이 지난주에 귀국하신 분들이라 우리들 문화를 속속들이 모르시는 분들이라서 걱정이 덜했습니다. 노래가 틀려도 모르실 분들이었거든요.
저는 [그리운 금강산] 앵콜곡으로 [ 선구자] 불렀습니다. 다행이 그분들도 가끔은 들으셨던 곡이었는지 흥얼거리며 눈물을 글썽이시는데 그 장면을 보며 부르는 저도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노래를 하면서 감동하시는 분들 때문에 저도 울면서 부른 것이지요. 아주 작은 청중이었지만 제 생애에 가장 경건하고도 성스럽게 우리의 가곡을 불러본 것이었습니다. 또 부르면서도 저 스스로 놀랐습니다. 바쁜 관계로 발성연습도 노래연습도 제대로 못했는데도 제 목소리를 백이십프로 품어냈으니까요.
공연이 끝나고 우리 봉사단이 만든 짜장면을 사할린 동포들과 함께 먹는데 자장면과 면발의 쫄깃한 맛과 짜장 소스의 풍성한 재료맛과 우리들 봉사의 맛이 더해져 근래에 먹은 점심중에는 당연히 최고였습니다. 어르신들도 두 그릇은 기본이었고 공짜라면 날아오는 대포알도 받아먹는 저는 두그릇 반이나 먹었습니다. 이렇게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 달마다 공연봉사와 짜장면 봉사를 다니는데 일년 열두달의 봉사 일정이 빼곡하게 잡혀있다는 말에 숙연한 감동을 느끼며 짜장면을 먹으니까 그 맛의 깊이와 느낌이 자정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가슴에 남아서 훈훈한 맛을 주네요. 어르신들 옆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러시아네 남겨둔 자식들도 모두 귀국를 시키고 싶은데 2세들은 어렵다며 눈물 흘리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돌아오면서 지금이라도 국가가 나서서 그들은 받아 준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도 국가가 변변치 못해서 사할린 까지 글려간 분들이니 이제 국가가 반듯하게 반석을 이루고 있으니 그분들을 받아들이는 게 국가의 사명이고 미래 인 것입니다. 만약 국가가 그들을 모른 체하고 있다면 앞으로 국가와 민족이 위태하게 될 때 아무도 나서지 않고 몸을 사리며 저만 살 궁리만 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분들을 위해서 국가가 해주는 것은 국적을 취득해 주는 것과 기초생활 수급자를 만들어 주는 거랍니다. 주공아파트의 비용은 그들의 사할린 재산을 처분 한 것과 일본의 배상프로그램 으로 진행되는 것이랍니다. 전극에 약 팔백여명 정도가 귀국을 해서 정착을 한다고 합니다. 곱씹어 생각을 하니 일본의 만행에 치가 떨리네요.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저도 시간이 허락하는 선에서 짜장면 봉사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그 짜장면의 뒷맛이 너무나 깊고도 개운한 맛이었기 때문이지요. 또 봉사를 함께한 흥사단원들이 그러는데 노래를 우렁차게 불러서 진짜 성악가가 초대되어 오신 줄 알았답니다.
진심어린 표정으로 그렇게 표현을 해 주시면서 남은 짜장면 밀가루 반죽과 남은 짜장을 나누어 주는데 까닭모를 정까지 느껴진 하루였습니다.
집에 돌아와 오늘의 사연을 식구들과 나누며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데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작은딸 시영이 녀석이 오늘은 소주를 마셔도 된다고 허락을 해서 반주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오늘 사진도 많이 찍은 것 같은데 아직 홈에 안 올라와 사진은 올라오는 대로 올리기로 하고 이렇게 조촐한 공연후기를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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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굿럭!
감사합니다. 긴 글을 읽어 주셔서요.
어머나 드림메니아님 .. 여기에서 뵙네요.. ㅎㅎ..
설희누나도 여기에 단골이었었군요. 성악이 좋아서 이렇게 방황처럼 성악이라는 곳만 만나면 다 돌아댕깁니다. 미친사람처럼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자장면 반죽이 아직도 냉장실에 조금 남았는데 자장소스가 부족해서 못먹고 있습니다^^ 다음 봉사에 가서 얻어와 보태서 먹을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