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국땅 오고 싶어서 온 것 아니고 살고 싶어서 온 것 아니지만 맡은바 임무는 완수
해야 겠기에 도착후 다음날 아침 일찍 아버지 후배 현지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너댓명 한국분들이 책상 여기저기 앉아있었고 간단한 인사 나누며 둘러보니 대부분 연세가
많으신 분 들이라 좋은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현지 사장님 께서 내가 여기 온 이유와 할 일을 설명 듣고 어설픈 직장 생활 을 하게 되었는데
한국에 가서 집사람 을 데리고 와야 하고 아파트 도 하나 얻어야 하고 다른 서류 들 준비도
해야 해 일주일 뒤 한국에 갔다 와야 겠다고 하고 그 동안은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엔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얻는 일은 생각보단 쉽지가 않았지만 발품 넓은 후배 덕분에 해변 에 작은
원룸 아파트 계약을 했는데 둘이서 생활하기엔 충분한 공간에 살림살이도 가득하며
해변을 볼 수 있는 베란다도 넓어 신혼살림 하기에 적당하지 싶더군요.
일주일 뒤 지긋지긋한 북극 항공노선을 타고 돌아와
일주일 동안 파악한 현지 사무실 분위기와 상황을 아버지께 보고 드렸습니다.
라스팔마스 란 섬 은 대서양 에 나가있는 한국 원양어업의 전진 기지 역활을 하는 곳 입니다.
일본 원양수산업체들이 먼저 진출했고 뒤 이어 한국 원양어선들이 따라 들어온 서부 대서양
바다는 황금어장이었습니다.
대부분 북서부 아프리카 의 모로코 를 깃점으로 모리타니아 세네갈 감비아 코나크리 등
남쪽 어장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어장은 문어와 한치,갑오징어,돔,조기,등 다양한 고급어종이
어획되는 곳 이며 참치 같은 대형어종 들도 많이 어획 되는 곳 입니다.
이 천혜의 어장은 한국에서 너무 멀어 현지에서 조달해야 물자 공급과 선박 수리 ,선원교체 등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는 불가한 일이라 어장에서 가깝게는 이틀. 멀면 열흘 거리에 있는 이곳에
전진기지가 형성된 것 입니다.
이곳 라스팔마스 사장님은 일본에서 중고어선 2척을 구입 저희 조선소에서 수리를 했는데
어선 기계 가 좋지 않아 애초 예상 경비로는 한척 수리도 못 할 상황이었습니다.
중고어선 도 중고 자동차 처럼 선박종류, 톤수 (크기) ,건조일자,그리고 선박상태 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며 몇년동안 안 팔리면 해체 해 고철로 처리 하거나 깊은 바다에 빠트려
물고기 집으로 사용 하기도 합니다.
이 분이 사온 중고어선 은 수리 보단 물고기 집으로 가라 앉히는게 더 싸게 치일 정도로
엉망 이었습니다.
우스운 일은 이 분이 지불한 어선 두척 가격이 스페인에서 일본 , 일본에서 한국 그리고 약 6개월 간
수리하기 위해 한국에서 상주한 경비 대비 20% 도 안되는 값 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수리후 두 척의 어선을 한국에서 대서양 까지 보내는 경비 는 어선 구매값과 경비 를 합친 것 보다 배로
많이 든다는 사실 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저희 아버지도 그 누구도 몰랐던 내용이었는데
이 회사에서 직원 아닌 직원으로 몇개월 일하다 보니 알게된 내용이었습니다.
귀국후 집 사람과 작은 행낭차림 으로 출발을 하였는데
이번엔 북극노선이 아닌 방콕,에서 사우디 젯다 두바이를 경유 하는 동남아 노선으로 왔는데
북극노선에 비하면 항공시간도 짧고 군데 군데 경유 하므로 비록 공항 내 이지만 구경도 할 수 있어
훨씬 덜 지루하더군요.
그렇게 도착한 이 섬에서 우린 신혼살림을 시작했는데
초등학교 선생님 출신 집 사람은 모든게 교과서 식 이라 내가 적응 하기엔
적잖이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외국 낯선 땅 이라 집 사람이 많은걸 양보 해 줘서 어려운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곳 회사 생활을 시작 하면서 아버지 얼굴에 먹칠 하기 싫어 나름으로 정말 열심히 일 을 하였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운 걸 알기에 두달 월급을 주지 않아도 불평 한마디 안 했고 한시간 일찍 출근 하고
퇴근은 젤 늦게 했으며, 바닥 청소 ,유리창 딱기,서류 정리에 어선에 보내야 할 기계를 준비하면서
포장비 아끼려 부두에서 나무 판자를 주워 못질 로 포장작업도 혼자 하며 조업상황이 나아지기 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7개월 동안 받은 월급은 딱 한번 한달치 , 몇푼 안되는 비상금도 떨어져 후배에게 쌀과 반찬값을
빌렸는데 도 이 회사 사장님 이란 양반은 미안하다는 표정 조차 없고 무엇보다 앞이 보이지 않는게
문제 였습니다.
" 전 오늘부로 이 일을 그만두겠습니다 !"
8개월 되는 아침 비울것 도 없는 책상을 정리하고 ,사장님에게 정식으로 통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 키도 돌려주고 밀린 월급은 안 주셔도 됩니다. 라는 말을 끝으로 인연을 정리 하고
저의 아버지 로 부터 받은 팩스를 한장 내밀었습니다.
팩스 내용은 어선 수리시 발생한 경비는 계약조건에 명시된 바 에 따라 이 시간부 로 투자 가 아닌 미수금으로
전환 하며 이에 대한 모든 권리는 저에게 넘긴다는 내용 과 그리고 필요시 공증서류 일체를 발송하겠다는 단호한
내용 이었습니다.
그렇게 이 회사와 인연을 정리 하고 미수금의 절반 정도로 양보한 해결책을 제시 쌍방간에 불만 없는 합의하에
공증을 거쳐 어선 한 척을 제가 인수 하게되었습니다.
첫댓글 오늘 아침도 도영아버님의 인생담을 읽고 시작하는군요. 오래전에 일을 마치 좀전에 겪은듯이 자세하게 묘사해주시니 점점 흥미를 더해갑니다.
주말동안 시간내서 읽게 왕창 올려주심이...으
도영해병 실무지적응 잘 하기를 응원합니다.
선임부모님,
오늘 아침 백령도 맞선임 (1266기) 으로 부터 생활반 배치, 잘 케어 하겠다는 반가운 소식 을 받았습니다.
해서 일단 한시름 덜었습니다. 여기는 9월 본격적으로 폭염 이 시작되는데 체감온도 가 43 도가 넘는 곳이 많다니 말 그대로 불타는 금요일 이니 할일이 별로 없네요,,
늦둥이 와 이야기 시작한 터라 부끄럽고 모자란 글 이지만 수산업 을 시작하게 된 동기 와 이 지역과 아프리카 등 제가 다녀본 여러 나라를 ,소개도 해 드릴겸 겸사 겸사
적게 되네요,.
지난 기억 도 돌아보면서 졸필 이지만 후회 와 반성도 해가면서 기억나는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필 승 !!!
생생하게 잘 써주신 이민생활 잘 읽었습니다~
울도영해병 아버님닮아 어디서든 잘해내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먼땅에서 화이팅하세요~~
동기맘님
성준이는 지금 도파대에서 백령도로 출발 했나요 ?
감사합니다.
화이팅!!!
@1271기권도영부(흑룡63대10중)스페인 성준인 담주에요
오늘을 건영해병 입도했어요~
@1271기 김성준맘(6여단/영상)인천 앗! 그렇군요,, 두 아들이 다 6여단 배치고 둘 다 후반기 중이라, 성준이와 박격포 ,,건영이 자꾸 헷갈리네요,,,
어느덧 팬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승.
어이구,, 겁나는 말씀 ,,
그런 깜냥이 안되는 사람입니다,
돌아보며 참 부끄럽고 어줍짢은 짓 거리 뿐이라 후회막심 입니다.
감사합니다.
필 승 !!!
읽을때마다 드라마한편을보는느낌입니다.다음편또한기대할께요.
도영이 실무배치받아 잘하고있다죠.잘할겁니다.
넵 어제 금요일 부로 10중대 1소대 2 분대로 실무배치 되어 오늘 밴드에 전입축하 사진 올라왔습니다.
잘 하겠다 하고 잘 할거라 믿습니다.
우리 아들 들 우리가 믿어 주고 응원해 줘야 힘이 날겁니다.
감사합니다.
필 승 !!!
도영부님 고생 많이
하신거 같아요.
간략하게 쓰셨지만
그때의 심정과
스트레스 이루 말할수없이
맘고생 몸고생
하셨을거 같네요.
상상이 되었어요.
도영해병은
무사무탈 선임분들이
잘 챙겨주고
잘 지낼거 같아요.
걱정은 덜으셔도
될것같습니다.
도영해병 늘
응원하겠습니다 ~♡
락맘님.
락은 해병 이름 이 그냥 편하게 이리 불러지네요.,
그때 제 나이 35 ,젊었을때라 그런지 왕복 1시간 ..라스칸테라스 란 해변길을 걸어서 하루 두번 출,퇴근 길이 때론 힘들었지만
고생이란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습니다. 몸 보다 마음이 힘든게 고생이라 전 새색시 가 있어서 퇴근길이 즐거웠습니다. 출근 없는 퇴근은 없으니. 뭐,,
그리고 새로운 세상 경험을 하던 중이라 한편으론 적성에 맞기도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ㅎㅎㅎ
감사합니다.
필 승 !!!
자서전을 한 편 내심이 어떨런지요??
오~,성욱아부지,,
아들 사진 보셨우 ? 눈으로 보는 사진 말고라,,,
아빠 눈으로 보는 사진 말고 친구 눈으로 사진을 봤는지 궁금하고만이라..
난 요즘 아빠 눈으로 보는 사진 보다 엄마 눈 으로 사진 보려 고 하는디 고거이 참 다양하게 어렵더만이라.
다이어리 들여다 보면서 지난일 생각하며 끄적거리는건데 무신 자서전이라고라.
그럴 재주도 그럴 능력도 그럴 자신도 그럴 자격도 아무것도 없음다 !
그냥 성욱이 응원이나 열심히 하고 우리 아들 들 다 무사무탈 하기만 응원할라요 !
화이팅 !!!
★늦둥이와 의 인연★ 이라는 도서를 뜻하지 않은 기회에 해가모에서 접하게되어 시간이 허락되는대로 펼쳐 읽어내려간다는 그런 느낌 으로 게다가 상상스케치의 묘미랄까요? 오늘도 어김없이 상상스케치 해 보았습니다 상상스케치북에 남겨진 여백이 빼곡하게 채워질때 까지 구독은 이어집니다
꼭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매일매일 날마다날마다 1271기 해병이 손주들에게 화이팅을 외쳐주는거겠지요
오늘도 화이팅 보냅니다
1271기 손주들
지율이가 외손주 인가 보군요,!
제 늦둥이 아들 놈은 유달리 친할머니 ,외할머니 와 극진하게 친했답니다.정말 극진하게요!
토요일 이면 인천에서 학교버스로 신촌으로 신촌에서 지하철 타고 반포 외할머니 께 맨 먼저 들러 헐머니 와 투닥 투닥,손톱 ,발톱 도깍아드리고 머리 손질도 이리 저리 하라고
잔소리에 외할머니 께 짓궃은 장난도 치기도 해 혼내기도 했지만 속으론 참 흐뭇했었습니다.그러다 갑자기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 하셨는데 이모는 낮에 이놈은 밤에 할머니 병수발 드리는 효도도 불사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폐렴으로 돌아가셨는데, 장례식 중 손님들이 뜸한 새벽, 혼자 구석에서 애처롭게 울어 식구들이 달래다 같이 울고 말았답니다.
지율이 도 할머니께 그런 소중하고 친구 같은 손주 같네요..
손주 걱정 많이 하세요..감히 말리지 못하겠네요.!
그리고 화이팅 하시고요,,,
감사합니다.
화이팅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63대대에도 1271기 해병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필 승 !!!
도영 부모님 두분이 이 시기를 어떻게 해쳐 살아냈을까? 오직 두 사람의 사랑과 믿음과 의리가 있어 가능했겠지요. 찐심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