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초(浮萍草)
연못이나 논물에 떠서 자라는 물풀이다. 가을에 물 위 있던 잎에서 만들어진 겨울눈이 물속에 가라앉았다가 다음해 봄 물위로 떠올라 번식한다. 줄기와 잎이 없이 한 장의 잎처럼 생겼는데 크기기 손톱 정도로 둥그렇다. 물속에 잠겨 있는 쪽은 자주색이고 공기와 접해 있는 쪽은 초록색이다. 뿌리는 잎처럼 생긴 부분 중 물속에서 나오나 땅에 뿌리를 박는 것이 아니라 물 위에 떠 있다.
한여름에 하얀색 꽃이 피는데 꽃잎과 꽃받침 잎이 없는 두 개의 수꽃과 한 개의 암꽃이 조그만 구멍 속에서 만들어진다. 수꽃은 한 개의 수술로만, 암꽃은 한 개의 암술로만 이루어져 있다. 꽃이 매우 작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이와 비슷한 식물인 좀개구리밥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식물 중 가장 작은 꽃을 피운다. 논에 물을 대놓으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식물 중의 하나이다.
위 두 단락은 개구리밥을 소개한 인터넷 자료를 일부 다듬어 정리한 것이다. 개구리밥은 한자어로는 부평초(浮萍草)라 하는데 햇빛에 말린 것은 한방에서는 해열과 이뇨 등 치료에 쓰며 불에 덴 피부에 바르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개구리밥은 여러해살이 수초로 부평초는 물 위에 떠 있는 풀이라는 뜻으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를 이르는 말로 쓰거나 덧없는 인생을 이를 때도 쓴다.
환경 수도를 표방하는 창원에는 철새도래지인 광활한 면적의 주남저수지를 끼고 있다. 주남저수지에는 남녘의 여름철새가 찾아와 식구를 불리어 떠나기도 하지만 수많은 개체의 겨울철새가 찾아와 겨울 한 철 따뜻한 날들을 보내다가 북녘 본향으로 돌아간다. 새들이 서식하는 곳이라면 사람 사는데 환경오염은 아무런 문제없다. 철새도래지는 친환경의 지표로써 생활의 나침판이 되어준다.
사람들이 주남저수지를 떠올거나 현장을 찾아가면 모두들 철새들에만 관심이 집중 된다. 주남저수지에는 철새 말고도 여러 동식물이 공존 공생한다. 넓은 수면 아래는 다양한 어류가 사는 물고기 천국일 테다. 주남저수지 가장자리 버들 숲엔 철새들의 천적인 매나 족제비나 물뱀도 있다. 최근에는 외래종인 뉴트리아라는 괴물이 이상 번식하여 환경단체에서 퇴치하려고 온갖 힘을 쏟고 있다.
주남저수지에는 식물군들도 다양하다. 저수지 둑 건너편인 가월마을에서 용산마을에 이르는 올망졸망한 저수지 가장자리는 군데군데 왕버들 군락지다. 갈대와 부들도 무성히 자란다. 유월이면 저수지 둑에 자라는 찔레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면 장관이다. 여름이면 저수지 가장자리엔 연분홍빛 연꽃이 가득하다. 표면적이 넓은 가시연꽃과 잎과 꽃이 앙증맞은 노랑어리연꽃도 동동 떠 있다.
주남저수지 수면엔 마름이나 부레옥잠 같은 수생식물이 가득하다. 이들은 물고기들의 좋은 은신처이자 알을 낳는 장소가 될 것이다. 주남저수지의 여러 식생 가운데서 가장 개체수가 가장 많은 것이 개구리밥이다. 개구리밥은 넓디넓은 수면을 녹색으로 모자이크하듯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개구리밥은 식물의 특성 중 하나인 한 곳에 뿌리박아 살지 않고 너른 저수지를 떠다닌다.
개구리밥은 말 못하는 식물로써 한갓 무정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개구리밥은 다른 숱한 식물군으로부터 한없는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남저수지 너른 수면을 우주로 삼고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이는 대로 어디론지 떠다님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행복이렷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존재이지만 자유로이 하늘을 훨훨 하는 새들의 반열에 끼워도 손색이 없는 개구리밥이다.
엊그제 칠월 둘째 주 주말 지인이 가꾸는 북면 텃밭을 방문했다. 봄에 들여 놓은 병아리들은 몸집을 많이 불어나 있었다. 고구마 순은 넝쿨이 뻗어가고 깻잎은 무성했다. 매실은 수확이 끝났고 대봉감은 고물이 차고 있었다. 농막 근처에 연지 항아리가 놓여 있었는데 연은 없고 개구리밥만 가득했다. 개구리밥에겐 좁은 항아리도 작은 우주였다. 균질 잎맥은 어깨를 맞대고 잘 살고 있었다. 14.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