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7 - 경북 영천 와인 투어
인기멤버
hanjy9713
2024.05.15. 22:34조회 3
댓글 0URL 복사
경북 영천 와인 투어
따고, 으깨고, 마시고……. 잘 익은 포도가 와인이 되기까지는 적당한 햇볕과 온도, 습도는 물론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가을의 문턱, 잘 익은 포도는 이미 눈앞에 있고 이제 나만의 와인을 만드는 일만 남았다. 포도 수확에서 와인 담그기와 와인 시음까지, 포도와 와인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기회, 경북 영천으로 향기로운 와인 투어를 떠나보자.
영천의 와이너리 전경. 전국 최대 규모의 포도 주산지 영천은 2007년부터 와이너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18개 와이너리가 옹기종기, 영천의 황금 포도밭
영천은 강수량이 적고 일조량이 풍부해 김천, 경산, 영동과 어깨를 견주며 전국 최고 품질의 포도와 복숭아, 자두 등 당도 높고 질 좋은 과일 생산지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전국 최대 규모의 포도 주산지로 포도는 영천의 과일 중 첫손에 꼽히는 작물이다. 질 좋고 당도 높은 포도를 생산하는 농가가 많은 덕분에 영천에서는 2007년부터 와이너리(Winery)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와이너리는 ‘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을 뜻하는데, 영천에는 국내에서도 내로라하는 와이너리 18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시에서는 영천와인사업단을 꾸려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농가에 다각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그 중심에 와인 투어가 있다.
영천에 자리한 18개 와이너리의 와인 코르크. 18개 와이너리는 고유한 라벨을 가지고 운영되면서 동시에 ‘씨엘’이라는 영천와인으로 통합된다. | 영천농업기술센터 내 와인 터널. 와인 투어에 참여한 여행자들이 설명에 귀기울이고 있다. |
맑고 쨍쨍한 하늘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씨엘(Ciel)’은 영천와인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18개 와이너리는 각각의 라벨을 갖고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 씨엘이라는 영천와인으로 통합된다. 18개 라벨의 영천와인은 대경대학교 와인마스터과 교수들의 관리와 자문을 통해 그 맛과 질을 유지하고 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일정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비결이다.
와인 투어 비용은 점심식사를 제외하고 2시간에 1만 2,000원. 포도 값도 채 안 되는 체험비다. 이런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영천와인사업단이 보조를 해주기 때문이다. 와인 투어에 들어가는 실비는 2만 5,000원이지만 절반 정도를 시와 와인사업단이 지원한다. 체험객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다. 특히 35명 이상 단체라면 버스비 30만 원까지 지원해준다. 영천의 와인 투어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꽃보다 포도, 애인보다 와인
와인 투어는 포도 따기부터 와인 담그기, 와인 시음 등 와인의 세계를 경험해보는 체험으로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먼저 영천농업기술센터에 마련된 작은 와인터널을 통과하며 영천와인의 빈티지와 생산 과정 등 기초적인 안내를 받는다. 약 20분간의 짧은 설명이 끝나면 바로 영천 곳곳에 자리한 와이너리로 이동한다. 영천에는 그 특성에 따라 농가형, 마을형, 공장형, 교육형 등 네 종류의 와이너리가 18곳이나 된다. 그룹 특성에 맞게 체험장을 배정하거나 여행자가 지정할 수도 있다.
당도가 높고 질이 좋기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영천 포도.
오늘은 하루 숙박과 식사를 와이너리 내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We와이너리로 간다. 한 농가가 운영하는 농가형 와이너리치고는 규모가 꽤 크다. 박진환 대표가 직접 와이너리 저장고를 개발하는 등 열정도 남다르다. 와이너리에 도착하면 먼저 포도밭부터 들어간다. 각자 집으로 들고 갈 와인을 만들 포도부터 살핀다.
“와~ 이 예쁜 색깔 좀 봐!”
“따서 먹어보래이. 아주 혀가 녹는다 아이가.”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연신 터져 나온다. 포도밭 이랑에 들어서자 포도 특유의 달콤한 냄새와 탐스러운 자태가 체험객을 유혹한다. 하얀 분을 가득 머금은 검은 포도가 탱글탱글하다. 하얀 분이 많을수록 당도가 높다는 표시이니 분이 많고 색깔이 진한 포도를 따면 된다. 포도 따는 법은 딱히 배울 것도 없이 간단하다. 잘 익은 포도의 가지를 자르기만 하면 된다. 힘든 농사일은 농부가 하고 수확의 기쁨은 여행자가 누린다. 농약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포도가 아주 어릴 때만 잘 자라라고 약을 조금 치고, 어느 정도 자라면 약을 치지 않는다. 더구나 5일만 지나면 농약 성분이 사라진다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질 좋은 포도로 만드는 나만의 와인
각자 포도를 2kg 정도 따서 직접 만들 와인의 재료로 쓴다. 포도 2kg은 5~6송이 정도 되는데, 와인으로 만들면 750ml 와인이 2병 정도 나온다. 와인 만들기는 생각보다 간단하면서도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다. 먼저 각자가 딴 포도알을 3kg 들이 통에 전부 털어넣고 손으로 으깨고 뭉갠다. 포도알이 터지고 물러져 보랏빛이 돌 때까지 뭉개는 작업이 계속된다. 이 과정이 꽤나 재미있다. 포도알이 톡톡 터지는 감촉과 성한 포도가 즙이 되는 과정이 통쾌하다. 스트레스가 절로 풀린다.
포도를 통에 넣고 으깨는 것이 와인을 만드는 첫 번째 작업. | 포도를 으깨며 스트레스도 푼다. |
한참을 주물럭거리다 보면 탱탱했던 포도가 액체 반 건더기 반 상태가 된다. 여기에 세균을 억제하는 아황산과 발효를 돕는 효모를 넣는다. 통 뚜껑에 체험자 이름과 날짜를 기입하면 끝이다. 여기까지가 와인 투어에서 체험하는 와인 만들기 과정인데, 집으로 돌아가서도 할 일이 남아 있다.
온도에 따라 7~15일간 매일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저어주며 1차 발효를 시켜야 한다. 그 후 천에 건더기를 걸러내고 즙만 따라 유리병에 3~4일 넣어두었다가 층이 생기면 아래로 가라앉는 이물질은 버리고 깨끗한 윗물만 따라 다시 6개월간 2차 발효를 시킨다. 이 과정을 마치면 레드 와인이 완성된다. 직접 딴 포도로 만드는 나만의 와인은 시중에서 파는 와인과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각자 와인을 담근 후엔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을 시음하는 시간이다. We와이너리에서는 작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내놓는다. 산머루와 일반 포도의 개량 품종인 머스캣밸리A(일명 MBA)로 담근 것도 있고 거봉으로 담근 것도 있다. 맛이 달고 색이 진한 머루포도로는 아이스와인도 만든다. 포도를 수확하는 가을에 맞춰 연간 7,000여 병을 생산하는 We와이너리는 상큼한 과일 맛이 강하게 나는 와인이 특징이다.
We와이너리의 오크통. | MBA종으로 만든 We와이너리의 레드 와인. |
We와이너리에서는 야외 바비큐 등 식사와 숙박이 가능하다. 숙소는 황토방과 펜션형, 단체형으로 마련되어 있다. 2인부터 30인까지 하루 종일 와이너리에 머물며 포도밭을 산책하고 와인 시음도 하면서 여유롭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2시간 만에 끝나는 와인 투어가 아쉽다면 1박 2일 와인 투어를 계획해볼 수 있다.
오는 11월 2일에는 단 하루 동안 영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와인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스탠딩 파티 형식으로 진행되며 와인 시네마, 와인 교육, 와인 시음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경북 영천 와인 투어 (한국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한국관광공사, 이송이)*
hanjy9713님의 게시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