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내부사정을 알고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오래전부터 이글스는 베터랑에 대한 대우가 매우 좋은 구단이었습니다. 나이 마흔이 넘을때까지 현역생활을 했던 선수들도 많고 많은 선수들이 은퇴식을 했고 소위 레전드라 불리는 코치들도 많습니다.모기업의 사훈이 "의리"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그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진것 같습니다. 일반 회사생활할때도 "어느 기업은 정년이 더 길다"와 같은 소문은 듣게 마련이듯이 국내 선수들 사이에도 "한화는 베터랑에 대한 예우가 좋다"와 같은 소문이 퍼져있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노장을 선호하면서도 성적을 내었던 김인식 감독시절의 방출선수 영입과 노인정 별명까지 맞물리며 더더욱 그런 이미지가 커졌을 겁니다. 최근 김성근 감독도 노장을 선호했고요. 그래서 한화는 베터랑 선수들의 입지가 타팀에 비해 탄탄하고 베터랑 중심의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군대에서 신참 간부들이 병장급들을 함부로 하지 못하고 후임병들도 간부들보다 선임들을 더 무서워하듯이 말이죠.
몇년전에 기아 장성호가 조범현 감독과 갈등을 일으키며 한화로 트레이드를 요구한 적이 있었죠. 그리고는 젊은 선수를 선호하는 김응용 감독에 의해 롯데로 다시 트레이드 되었습니다. 장성호는 그당시 한화에서는 본인의 입지가 더 탄탄할 것 같다는 식의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한화가 그당시 매우 약팀이었던지라 주전자리가 더 확고할 거라는 뜻이었겠지만 저는 그때 "한화는 베터랑에게 후하니까"라는 인식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김응용 감독이 노장 중 한명인 장성호를 그해 데뷔한 송창현과 바꿔서 매우 큰 충격을 주었는데 이것도 한화이글스의 강력한 힘을 가진 베터랑들의 기선을 잡기 위한 충격요법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요.
많은 전문가들이 한화 암흑기의 이유로 "세대교체 실패"를 꼽습니다. 한대화 감독이 스스로 본인은 성적이 아닌 리빌딩때문에 왔다고인터뷰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경질되었습니다. 이후 젊은 선수를 선호하는 김응용 감독역시 지나친 조급함과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운영으로 2년연속 9위에 그쳤고 김성근 감독은 오히려 노장을 선호했었죠. 박종훈 단장과 한용덕 감독이 부임하면서 대놓고 "세대교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젊은 선수들을 계속 중용하고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으로 인해 베터랑 선수들의 비율이 높아져서 유난히 많은 베터랑들을 매년 방출시키고 있는데다 계속해서 베터랑과 구단과의 잡음이 기사로 들려오고 있습니다. 박단장과 한감독이 강경하기도 하고 몇몇 분들 말씀대로 소통이 부족한 탓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한화 베터랑들의 힘이 강력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글스 출신인 한감독이 그러는 거에 더 크게 반발할 수도 있고요. 은퇴한 박정진이나 작년에 항명사건에 휘말린 송광민, 그리고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권혁이 실력도 없는 주제에 말만 앞세운다고 말하는게 아닙니다. 이들 이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방출되었지만 이 세 선수들의 갈등이 드러난건 이선수들이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대교체의 실패가 암흑기의 원인이고 앞으로도 우려가 되는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단장 및 코칭스텝이 세대교체를 표명했고, 실력이 뛰어난 베터랑들이 많은 우리팀이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야할 일인 것 같아요. 실제로 오랫동안 강호로 군림했던 해태나 두산은 세대교체가 잘 이루어지고 베터랑들에 대한 대우는 좋지 못했습니다. 팬들이야 "지속적인 세대교체"와 "좋은 베터랑 예우"를 함께 보고 싶겠지만 그 둘은 어쩌면 함께 이루기 매우 어려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현 단장과 감독 및 코칭스텝은 그동안 다른 감독과 프런트들이 하지 못한 일종의 개혁을 시도하는 중이고 그로인한 마찰이 계속 나타나는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 결과물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박단장과 한감독의 세대교체 방식에 의문을 품게 되겠지만 실제로 작년엔 세대교체와 성적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죠. 아직도 리빌딩할 곳이 많고 성적도 기적에 가까운 것이긴 하지만요. 물론 자꾸 기사화되고 갈등이 불거져 나오는 건 아쉽긴 합니다.
권혁이 결국 방출되었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권혁역시 돈이 아닌 기회보장을 외치며 한화로 왔고 다시 기회보장을 원하며 한화를 떠났습니다. 만약 권혁이 몸상태가 좋고 구위가 살아있음에도 1군캠프에 배정이 안된거라면 권혁에게 뭔가 억울한 부분이 있는게 맞겠지만 코칭스텝의 판단에 그게 아니라면 권혁은 2군캠프에서 시작해도 할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단에서 대승적으로 방출시켜주었으니 올해 타팀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면 되겠지요. 사실 선수가 1군캠프 탈락을 이유로 방출요구한다고 구단에서 들어주는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 역시 항명이라고 보이거든요. 권혁은 최근 2년간 매우 부진했고 작년말에도 그다지 좋은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몸상태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나이도 30대 후반이고 2군캠프에서 시작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송창식 윤규진이 합류한게 권혁이 의문을 품는 이유라면 결국 몸상태겠죠. 코칭스텝쪽에서 송창식과 윤규진의 몸상태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건강하기만 하면 좌완에 공까지 빠른 권혁을 단지 외부FA 영입자라는 이유로 배제했을리가 없다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2년간 혹사논란속에서 열심히 한 권혁이니까, 단순히 항명했다고 들어주는게 아니라 그만큼 헌신한 선수니까 구단에서 그런 요구를 들어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잡음이 많은 상태에서 시작하려니 구단도 부담되겠네요. 본인들의 선택이 납득되려면 결국 올해 젊은 선수들이 많이 활약해주고 좋은 성적이 나야겠죠. 스프링 캠프를 통해서 젊은 선수들이 많이 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첫댓글 오 글 너무 잘쓰세요~~ 100퍼 동감입니다!
감사합니다.
전, 권혁을 1군캠프에서 제외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본인이 말한 몸상태 좋다고 했으니 말이죠.
그 지독한 혹사를 당하면서도 힘들다거나 몸상태가 나쁘다고 한번도 말한적이 없는 권혁입니다. 본인이 몸상태 좋다고 말하는 건 객관성이 떨어집니다.
글을 잘쓰셔서 다 동감됩니다.
개인적으로 선수가 개인이 몸이좋다고 하는 얘기는 다 선수 주관적이라고 봅니다.한화 뿐만 아니라 타구단에서 방출혹은 팀을 떠난 선수중에 몸상태 안좋다고 하는 선수들은 못봤거든요
한감독이 작년 송은범케이스를 예를 들며 권혁을 2군 캠프로 보낸것은 전력외였던 선수의 재기를 얘기한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작년2군 스탭들의 뛰어난 코칭실력을 분명히 보았었죠. 송은범처럼 2군코칭스탭들과 상의해서 몸을 만들고 새로운 구종을 연습하던 기존구위를 가다듬건 좀더 올해 잘 던질수있는 몸을 만들길 바랬던거라고봅니다.
지금 권혁 대체선수로 언급되는 좌완들이 다 물음표이잖아요. 단순히 나이많다고 권혁을 안쓸만한 뎁스를 가진팀이 아닌건 팬들도 알고있는데 감독 코치들이 모를까요.
저는 이모든 잡음들이 지난 감독이 만들어논 잘못을 남아있는 사람들이 욕먹으면서 하나하나 치우고 있는거라고 봅니다.
누군가는 했어야되는 일이고요.
권혁의 상징성은 좌완 파이어 볼러죠 좌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속구와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
혹사와 부상여파로 본인의 상징성을 극대화 하지 못한다면 변화를 주어야 맞는 겁니다 송은범이 투심으로 변화했듯이 2군 캠프는 그런 의미라 보는게 정확할 겁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서로에게 유종의 미는 찾기 힘듭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맞습니다
아마도 구단에서는 지금의 권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보고 2군에서 구종추가를 요구했고 자존심강한 권혁은 구단의 말을 인정하지 않아 방출수순으로 진행된거 아닐까요
아.. 그렇겠네요. 아쉽네요. 만약 성공적으로 장착이 되었다면.. 권혁 선수 본인 원한다는 야구를 몇년 더할수 있을텐데...
@팩하면류현진 어딜가던 자신의 실력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받는 선수가 되길바랍니다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과연 권혁이 다른 팀을 찾을 수 있을까요?
한용덕 감독은 내심 권혁이 제2의 송은범이 되주길 바랬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선수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거죠.
저는 송은범 얘기가 결정적 실수라고 보는데요 15년에 이적해오고 쭉 못해와서 2군가라고 해도 할말 없었던 송은범과 혹사후유증이 있어도 그나마 작년에 어느정도 회복세를 보여서 가을야구 엔트리에 들어간 권혁은 처지가 달라서 권혁 입장에선 그걸 말장난, 농간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추측됩니다
@볼트킨 제2의 송은범이라는게 같은 취급을 한다는게 아니라 송은범이 2군에서 투심을 배워왔듯이 권혁도 직구, 슬라이더 외에 새로운 구종을 더 작착해서 돌아오길 바랬을거 같다는 겁니다.
당연히 지난 몇년간 성적은 비교가 안되죠.
@kafman 비밀무기 장착 차원이라면 코칭스탭도 이해가 되는데 안그래도 아직 타격이 살아있는 정근우 외에 혹사 혹은 기량이 하락한 베테랑들이 작년 심수창 사례떄문에라도 불안해할텐데 너를 전력외 취급하는게 아니라 비밀무기 연마차원에서 보내는것이고 타팀 몇몇 베테랑처럼 천천히 몸 만들고 오라는것이라고 잘 설득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있네요
그때 상황이 자세히 어땠는지 알수 없지만 전 양측이 잘해결되길 바랬는데 이렇게된게 아쉽네요
저는 송은범 얘기를 한게 판단미스라고 보는데요 송은범은 그간 너무 못해왔기 떄문에 그렇게 시작하라고 해도 할말 없었지만 권혁은 송은범과 처지가 다르기떄문에 본인이 송은범 얘기를 받아들일리가 없었다고 봅니다
작년 어느정도 회복해서 가을야구 엔트리에 들어간 권혁과 달리 회복세를 못보여주고 끝내 가을야구 엔트리에 못들어간 송창식이 1군 스캠에 포함됐는데 자존심 상할수밖에 없었을거라 봐요
어쩌면 작년 심수창 사례때문에라도 나도 이러다가 수창이 형처럼 되겠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보는데 권혁을 안고갈 생각이었다면 코칭스탭, 프런트가 그렇지 않다는걸 잘 설득했어야 하지않았나 생각합니다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결과는 뭔가 많이 씁쓸하고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