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046
S#1. 경빈 처소 외경
S#2. 동 경빈 처소 방 안
난정과 경빈, 서로를 쏘아보는 시선이 불꽃을 튀기듯 부딪친다.
난정 : ...!
경빈 : ...!
난정 : 좀 앉아야겠사옵니다! (앉는다)
경빈 : 이런 발칙한 년! 네 정녕 목이 잘라져 나가야 함부로 나불대는 주둥이를 다물겠느냐?!
난정 : 이년, 이년 같은 미천한 목숨이 떨어져 나간들 무엇이 아깝고 무엇이 두렵겠사옵니까?
하오나, 이년 경빈마마께 참으로 크게 실망하였사옵니다.
경빈 : 뭬야, 실망?!
난정 : 마마께오서 이년 아비의 목숨을 틀어 쥐시고 위협하신다고 이년의 마음이 경빈마마의 손아귀에
쥐어 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셨사옵니까?!
경빈 : 허면, 네 지금 아비의 목숨을 구걸하러 찾아 온 것이 아니란 말이더냐?
난정 : (싸늘한 미소)...
경빈 : ...?!
난정 : 일전에 마마께오서 이년이 마마를 닮았다고 말씀 하신적이 있으셨지요?
경빈 : ...
난정 : 언젠가 전하께오서 내수사 비리로 경빈마마의 생부이신 박별좌 나으리를 치죄하실 때
마마께오선 오히려 전하께 박별좌 나으리를 내치시라는 말씀을 올렸다고 들었사옵니다.
경빈 : ('떠올리기 싫은 기억' 때문에 일그러지는)..!
난정 : 이년 역시 끝까지 살아 남아 평생의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서라면
이년 눈앞에서 도총관대감께서 형장을 맞고 귀양을 가신다 해도 모른척 눈을 감고, 단호하게 등을 돌릴 것이옵니다.
경빈 : ('무서운 년!')...!
난정 : 하오니, 이년을 위협하기 위해 도총관 대감을 잡아 들이셨다면 마마께오서 크게 잘못 생각하신것이옵니다.
경빈 : (웃음을 터뜨리는) 호호호!
난정 : (흠짓)...?!
경빈 : 난정아 네 첩년의 딸년 주제에 아비에 대한 효심이 참으로 극진하구나!
난정 : 예에?
경빈 : 나 역시 네게 실망이 크구나. 네 그리 말한다고 도총관을 순순히 풀어줄 것으로 생각하였더냐?
난정 : 마마, 이년의 말을 믿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 도총관을 잡아들이는 일은 조정의 중대사이거늘 내 어찌 너 같이 하찮은 계집년 따위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리 했을까?
난정 : ...!
경빈 : 네가 중궁전의 밀명을 받고 내게 중전마마의 거짓회임을 흘리러 왔음이 백일하에 드러났거늘!
이제 내겐 너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지물인 것을!
난정 : (움찔, 그러나)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셨다니요?!
경빈 : (버럭) 네 이년! 어의가 진맥하여 중전의 회임이 거짓으로 판명났거늘 네 이래도 간살을 떨 작정이냐?!
난정 : (충격)...!
S#3. 중궁전 방 안
윤비,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윤비 : (E) 난정아, 경빈을 함정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네가 미끼노릇을 잘 해주어야 될 것이야.
S#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난정을 본다.
경빈 : 난정아, 네가 중궁전에서 종아리가 터지도록 회초리를 맞은 것도 고육지책이 아니었더냐?!
(비아냥) 네 그리도 애썼거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렸구나?
난정 : (고개를 숙인채 입술을 깨무는)...
경빈 : 난정아, 네 어찌 아무 말도 않는것이냐?
난정 :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마마, 정녕 중전마마께오서 놓으신 덫에 치이고 함정에 빠지시어
가려한 어육 신세가 되시고 싶으신 것이옵니까?
경빈 : 뭐라? 어,어육?!
난정 : 마마, 중궁전의 회임여부에 이목이 쏠리어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계시는 중전마마께오서
어인 연유로 어의의 진맥을 받으셨다고 생각하시옵니까?
경빈 : 뭬야?..(생각하다가 흠짓) 허면?
난정 : 이년 생각으론 중전마마께오서 연막을 피워 회임하시온 걸 감추시려는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경빈 : ...!
난정 : (생각할 여유를 주듯 보는)...
경빈 : (분한)..허면, 양어의 그 놈이 감히 나를 속였단 말인가?
난정 : 어의가 중전마마가 아닌 다른 상궁 나인의 맥을 짚은 것일수도 있지요.
경빈 : 뭐라?!
난정 : ...
경빈 : (E) 그렇지! 그래, 그럴수도 있음이야, 하마터면 내 큰 실수를 할뻔 했구먼!
난정 : 마마, 이년에 대한 의심이 풀리셨사옵니까?
경빈 : ..음!
난정 : 아직도 이시옵니까?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잉태를 하신 것이 분명히 판가름 나기 전까진 내 너를 더 두고 볼 것이야.
난정 : 마마, 하오면 이년의 아비를 방면해 주시옵소서.
경빈 : 방면해 달라? 네 아까는..?
난정 : 이년, 도총관대감께오서 집에서 내치신 서출이오니 부녀지정은 남아있지 않사오나, 이년의 어미가 걱정이 크옵니다.
이년 어미의 눈물을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
경빈 : 도총관은 지난번 거사과정에서 조광조를 두둔하였느니! 귀양을 면키는 어려울 것이야!
난정 : (움찔)...!
경빈 : (난정을 보다가) 난정아, 만일 내가 네 아비를 구명해 준다면 너는 내게 무엇을 내놓겠느냐?
난정 : 그런 날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사오나, 마마께오서 화급한 처지에 놓이시는 날이 온다면
이년, 신명을 다 바쳐 마마를 구해 드릴 것이옵니다.
경빈 : (야릇한 미소)..그래? 네 약조할 수 있겠느냐?
난정 : 믿으시옵소서!
경빈 : 도총관에 대한 처결은 전하께오서 하실것이나 내 힘을 써볼터이니 기다려보거라!
난정 : (조아리며) 마마께오서 베푸신 은혜, 이년 가슴속에 깊이 새겨두겠사옵니다!
S#5. 의금부 옥사 안
정윤겸, 옥창살 안에 갇혀 정자세로 앉아있다.
정윤겸 : ...
S#6. 편전 외경
중종 : (E) 도총관을 문초하라니?!
S#7.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전, 홍경주, 심정, 이유청(*), 고형산(*), 홍숙(*), 그리고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화천군, 대체 도총관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이오?!
심정 : 도총관은 지난번 거사때 주초의 무리를 잡아들이라는 어명을 거부하고 주초의 무리를 두둔하였사옵니다.
홍경주 : 이런 자가 도총부군사를 지휘하는 도총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전하께 큰 위해가 될것이옵니다.
중종 : 허나 도총관은 이미 과인에게 스스로 사직을 청했소.
김전 : 전하, 사직이라니 당치도 않사옵니다. 나라의 녹을 먹는 관료에게 잘못이 있었다면
전하께오서 죄를 물으신 연후에 파직하는 것이 마땅한줄 아옵니다.
중종 : ..음!
S#8. 대궐 일각 (교태전 가는길)
난정, 중궁전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금이, 살금살금 난정의 뒤를 밟고 있다.
난정, 걸음을 뚝 멈추고 휙-돌아보면 금이, 담장 옆으로 재빨리 숨는다.
난정 : (금이가 숨은 곳을 보며) 쥐새끼처럼 숨어있지 말고 나오너라!
금이 : (몸을 드러내며) 쥐새끼라니?!
난정 : 내 중궁전에 들어 중전마마께 문후를 여쭈고 퇴궐할 것이니 경빈마마께 그리 고하거라.
금이 : ...
난정 : 금아, 니가 궐밖에서 내 뒤를 밟았느냐?
금이 : 그래, 남소문, 건천동, 장통교기방, 혜화문 갖바치네까지 네 주변은 속속들이 캐냈으니 딴 맘 먹을 생각마!
난정 : (빙긋 웃으며) 참으로 애썼구나! 내 관상을 조금 볼 줄 아는데,
금이 네 상을 보니 승은을 입어 내명부 첩지를 받을 상이로구나.
금이 : (싫지 않은)..증말?!
난정 : (노려보며 버럭) 허나, 네년은 제 명에 죽지 못할 것이야!
금이 : (섬찟)..!
난정, 몸을 돌려 중궁전쪽으로 총총히 간다.
금이 : (놀란가슴)..저, 저년이! (불안한 듯 난정의 뒷모습을 보는)..
S#9. 중궁전 앞 마당
난정, 중궁전 계단을 올라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위로.
엄상궁 : (E) 중전마마, 정 아무개 들었사옵니다.
S#10. 동 중궁전 방 안
난정, 윤비에게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윤비 : (자상한) 난정아, 몸은 좀 어떠하냐?
난정 : 마마께오서 내려주신 약을 발랐더니 상처가 금새 아물었사옵니다. 모두가 중전마마의 크신 은혜시옵니다.
윤비 : (끄덕끄덕) 다행이로구나.. 그래 오라버니와 신방차리는 일은 잘되가고?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독수공방을 하고 계시온데 이년이 시집을 가게 됐사오니 마마 뵙기가 황공무지할 뿐이옵니다.
윤비 : (미소) 네 별 소리를 다하는구나. 호호호.
난정 : 하온데 마마, 어인 연유로 어의에게 맥을 짚게 하셨사옵니까?
윤비 : 난정아, 네 그 일 때문에 들은 것이더냐?
난정 : 마마, 경빈이나 후궁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중궁전을 지켜보고 있는 판에 진맥을 하시다니요?
윤비 : 난정아, 내 교태전에 앉아 세 빈들을 겪어보니 생김새가 다르듯이 성정도 제 각각이더구나.
난정 : ...?
윤비 : 창빈은 제 살 길을 찾아 놓고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현명한 사람이고...
희빈은 만사를 자기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한 사람이고.. 경빈은..경빈은 머리는 영특하고
뱃속은 야심으로 가득차 있어 항상 다른 사람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려고 애쓰는 위인이지..
난정 : ...
윤비 : 경빈같은 위인은 남에게 좀처럼 속을 사람이 아니다. 제 꾀에 제가 빠져들게 하는 수가 상책이야.
난정아, 내 말이 무슨 뜻인줄 알겠느냐?
난정 : 예에.. 마마께오서 회임에 대해서 입을 닫으시고 계시오면 누구도 중전마마를 함부로 위해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윤비 : 헌데 달수가 차도 배가 불러오지 않으면 어쩌누?
난정 : 당분간은 경빈과 희빈이 각자의 소생 왕자를 왕세자로 책봉시키려는 초석을 닦고자 기세 싸움을 벌릴 것이옵니다..
윤비 : 그럴게야.
난정 : 그 와중에 마마께오서 낙태를 하셨다고 하시옵고 두 빈 중에 기세가 오른 한명에게 그 죄를 물어 찍어내시오면...
윤비 : (심기 불편한)..음!
난정 : 마마, 모두가 마마께오서 살아남으시기 위함이옵니다.
윤비 : (한숨) 그 일은 차차 생각해보자구나.
난정 : (윤비를 보다가) 하온데 마마께오서 보시기에 이년은 어떤 사람이옵니까?
윤비 : (농담반 진담반) 어떤 사람이라니? 난정아, 너는 내 충실한 개가 아니더냐? 아니 그러하냐?
난정 : (조아리며) 예, 마마, 이년은 중전마마의 충견이 될것이옵니다.
윤비 : (미소를 짓는)..
난정 : 이년, 미친개가 되기도 하겠사옵니다. 그래야 교태전을 노리는 난적들을 물어 뜯지요!
S#11. 김안로 사랑채 외경
황서방이 방문 앞에 서있다.
S#12. 동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윤임, 찻상을 놓고 침통한 얼굴로 앉아있다.
윤임 : 파릉군대감에 이어 이번엔 도총관대감이 옥사에 갇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오.
김안로 : (차를 마시는)...
윤임 : 희락당 대감,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우리 두사람이 도총관의 구명을 주청드려야 하지 않겠소이까?
김안로 : 대감, 지금은 가만히 있을때이옵니다. 저들은 판부사대감과 이사람을 다음번 과녁으로 노리고 있을것이옵니다.
윤임 : 설마하니 그럴리가요, 이사람이야 그렇다쳐도 희락당 대감은 전하의 사돈이시고
조정에는 대감의 숙부이신 영의정대감께오서 떡 버티고 계시온데 무슨 탈이 있을라구요?
김안로 : 파릉군대감 같으신 신망 두터운 종친이 찍혀져 나가는 세상이옵니다.
또한 이 사람의 숙부께오서 영의정의 자리에 계시다고는 하지만 허명일 뿐이옵니다.
윤임 : 하긴 남양군과 좌의정에게 뇌물과 청탁을 넣느라고 문턱이 다 닳아빠질 지경이라니
누가 조정의 실세인지는 자명한 일이지요.
김안로 : 대감, 우리 두사람도 뇌물을 들고 그 댁 문턱을 자주 넘어야 하옵니다.
윤임 : 허어, 사대부가 어찌 그런 짓거리를 할 수가 있겠소이까?
김안로 : 대감, 앞으로 삼년동안은 저자거리 파락호 노릇을 하는 한이 있어도 살아 남아야 하옵니다.
윤임 : 삼년이요? 삼년 후라고 무슨 뾰죽한 수라도 생기겠소이까?
김안로 : (낮게) 삼년후면 원자께오서 입학하실때가 되오니 왕세자 책봉을 거론할 수가 있사옵니다!
윤임 : (눈이 번쩍) 왕세자?!
황서방 : (E) (방밖에서) 대감마님!
김안로 : (방문쪽 보며) 무슨 일인가?
S#13. 동 김안로 사랑채 방 밖 마당
황서방과 그 뒤에 윤원형이 서있다.
황서방 : 파산부원군댁 둘째 서방님이 오셨습니다요.
김안로 : (E) 뫼시게.
황서방 : (윤원형보고) 드시지요.
윤원형 : 음! (헛기침하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14.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와 김안로, 윤임 앞에 조아리고 앉는다.
윤원형 : 숙부님, 처숙어른, 그간 기체 대안하셨사옵니까?
윤임 : 조카님도 평안하셨는가?
윤원형 : 예, 두분께오서 염려해주시는 덕분이옵니다.
김안로 : (뼈있는) 조카사위께서는 좌의정한테 정치를 배우러 다닌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정치란 것이 배워볼만 하던가?
윤원형 : 허허, 햇병아리가 소리개한테 날개짓을 배우자니 아주 죽을 맛이옵지요.
하온데 무슨 재미난 말씀들을 나누고 계셨사옵니까?
윤임 : 재미는 무슨? 도총관대감께서 금부에 하옥되신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네.
윤원형 : (번쩍) 예에? 도총관대감께오서요?!
김안로 : 그렇다네.
윤원형 : (벌떡 일어서며) 시생,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급하게 방밖으로 나간다)
윤임 : (영문몰라) 허어, 저 사람...?
김안로 : ...?!
S#15. 난정모 집 마당
윤원형, 급한 걸음으로 대문안으로 들어오고 그 뒤를 임서방이 따른다.
윤원형 : 난정아-난정아-
난정모 : (방문 열고 나와 힘없이 조아리는) ..나으리, 오셨사옵니까?
윤원형 : (난정모 앞에 서며) 장모, 장인영감께서 금부에 끌려갔다는게 사실이오?!
난정모 : ...예..
윤원형 : 허어, 이런 변괴가 있나?! 장모, 난정이는 어디있소?
난정모 : ..자세한 사정을 알아본다고 나갔사옵니다..
윤원형 : 그래요?..장모, 이 사위가 조정에 계신 높은분들한테 줄을 대어 장인어른 일이 무사타첩되게 청을 넣어볼테니
너무 걱정마시오.
난정모 :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윤원형 : (임서방보며) 가세. (대문 밖으로 나간다)
S#16. 자운아 기방 부엌 안 팎
옥매향, 부엌쪽으로 걸어간다.
옥매향 : (부엌안을 들여다보며) 심퉁아, 미음 아딕도 이네?
심퉁 : (솥뚜겅 열어보며) 다 됐시유. 퍼담기만 하면 되유.
옥매향 : 기래..? (걱정되는 눈길로 안채방쪽을 본다)
S#17.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자운아, 병색의 얼굴로 넋을 놓고 앉아있다. 그 얼굴위로 떠오르는.
S#18. 어느 길
파릉군, 함거에 실려 덜컹덜컹 어디론가 가고 있다.
말을 탄 금부나장이 앞장섰고, 멀찍이서 거문고를 맨 천서방이 따른다.
파릉군 : ...!
S#19.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자운아 : (눈물 글썽)...나으리..
옥매향 : (E) (방문 밖에서) 오마니!
자운아 : ...
S#20. 동 자운아 안채 방 밖
옥매향, 미음소반을 들고 방문 앞에 서있다.
옥매향 : 오마니, 내레 매향이야요!.. (대답이 없자 옆에 선 심퉁에게) 열라우.
심퉁 : 야. (방문을 열어주면)
옥매향, 안방으로 들어가면 심퉁이 방문을 닫아준다.
S#21.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옥매향, 자운아 앞에 미음 소반을 내려놓고 앉는다.
옥매향 : (짐짓 밝은) 오마니, 와 대답도 안하셨시오? 내레 똑 듀무시는듈 알았시오.
자운아 : ...
옥매향 : 미음 드시라요. 며칠동안 곡기를 끊으셨띠 않아요?
자운아 : ...목구멍에 아무것도 넘어가디 않으니끼니 티우라우.
옥매향 : 기런 소리 마시라요. (수저를 들고 미음을 떠서 후후 불고) 댜 아-하시라요!
자운아 : (미음그릇을 확 밀쳐버리며 버럭) 에미나이래 티우라디 않칸?!
옥매향 : (방바닥에 와장창 뒤집어진 미음그릇을 보다가).. 오마니! 대테 와 이카는거야요!
니대로 굶어 듁을려고 아듀 댝뎡한거야요?!
자운아 : 니가 에미맘을 어케 알갔어! 어케 알갔냐구?!
옥매향 : 기래요, 맘대로 하시라요! 내레 앞으론 오마니 일에 턈견않을테니끼니 굶어듁든 말든 오마니 맘대로 하시라요!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자운아 : (무릎에 고개를 묻고 흐느낀다)...
S#22. 동 기방 대문 안 마당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옥매향, 잔뜩 화난 표정으로 안채 중문쪽에서 나와 후원쪽으로 간다.
난정 : (반가움에) 매향아..
옥매향 : (보지 않고 후원쪽으로 가버린다)
심퉁 : (중문쪽에서 나오다가 난정을 보고) 난정아씨, 오셨어유?
난정 : (대충 분위기 파악이 되는)...
S#23. 자운아 기방 후원 연못가
옥매향, 연못 앞에 슬픈 얼굴로 앉아있다.
난정 : (후원으로 들어와 옥매향 옆으로 다가서며)..매향아..
옥매향 : (연못에 시선 고정 시킨채) ..오마니래 와 뎌러시는듈 모르갔어! 기런다고 아바디 귀양이 풀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난정 : ...
옥매향 : (참았던 감정이 울컥 치미는) ..뎨듀도는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텩박한 섬이라든데..
아바디께서 어띠 혹독한 귀양살이를 견디실디...흑..
난정 : (토닥여주며) 파릉군 나으리께선 반드시 돌아오실거야..
옥매향 : (난정 보며) 뎡말? 기럴까?..
난정 : 파릉군 나으리한테는 죄가 없으니까 곧 귀양이 풀리실거야.
옥매향 : 기렇케띠?
난정 : (손가락으로 옥매향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럼.. 니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아주머닌 더 마음이 아프실거야..
그러니 힘내, 매향아.
옥매향 : (눈물을 닦으며) 기래.. 오마닐 생각해서 내레 울디 않캈어.. 울디 않을거이야..
난정 : ...매향아, 나 이달 스무여샛날 혼례를 올려...
옥매향 : 뭐이 혼례?
난정 : (끄덕끄덕) 승후관나으리께서 정식으로 혼례를 올려주신댔어.
옥매향 : (손 맞잡아 주며) ..야, 고거이 턈 댤됐구나야.
난정 : 매향아, 꼭 올꺼지?
옥매향 : 기럼, 동무가 시딥간다는데 꼭 가고 말고!
난정 : ...고마워.
S#24. 어느 강변 길
당추와 갖바치, 그리고 떨어진 강물 앞에 길상이 앉아 있다.
당추 : 아우님은 앞으로 어쩌실 작정이신가?
갖바치 : 어쩌긴요, 가죽신 짓는 본업으로 돌아가 세월을 낚아봐야지요.
당추 : 음!..세월을 낚는다?.. (길상을 보고) 자넨 어쩔텐가? 목숨을 맡겼다던 도주에게 돌아갈겐가?
길상 : ...예..허나 그전에 이놈 손으로 해야할 일이 있사옵니다.
당추 : 해야할 일이라?
갖바치 : 행여나 원수 갚는 생각 따윌랑은 하지 말게. 다 헛된 일이야.
길상 : (일어서서 조아린다) 이놈은 먼저 떠나겠사옵니다.
당추 : 그래, 이번에 자네가 애썼네. 인연이 닿으면 또 보세나.
길상, 빠른 걸음으로 돌아서 간다.
갖바치 : 형님은 어쩌실게요?
당추 : 암자로 돌아가봐야지. 원이도 묘향산으로 수도를 떠나야하니 당분간 암자에 박혀 지낼셈이네.
갖바치 : 형님, 암자로 가시기전에 난정이 작수성례에 덕담이나 해주시구려.
당추 : ..덕담이라?.. 내 되돌려줄 물건도 있으니.. 그래야겠구먼..
갖바치 : (저 멀리 가는 길상 뒷모습을 보며)..음!
S#25. 남소문 객주 마당 객주
담장위로 중치막의 얼굴이 슬그머니 솟아오른다.
중치막, 객주 안을 날카롭게 살피는데 능금, 툇마루에 무릎을 모으고 골똘한 생각에 빠져있다. (*송서방은 없다)
능금 : (E) 백도주가 말은 번드르르하게 해도 까뒤집어 보면 제 잇속만 따지는 사람이니
분명 길상일 넘겨줄거야. 그럼 어쩌지?...
달래 : (다가오며) 언니, 뭐하오? 한가하면 물목 맞추는 것좀 도와주오.
능금 : (휙-보며) 한가하긴?! 내 머릿속이 얼마나 바쁜데. 달래야 잠시 다녀올게! (일어나 대문밖으로 나간다)
달래 : 치, 도와주기 싫음, 싫다고 하지. (다시 물목을 정리한다)
중치막의 얼굴이 담장밑으로 슬그머니 사라진다.
S#26.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백치수와 송서방, 서안 위에 놓인 문서들을 살펴보고 있다.
백치수 : (문서를 들며) 삼년전 김판서한테 맡아둔 포천땅은 어떤가?
송서방 : 포천땅은 척박한 돌산에다 물상까지 활발하지 못하니 큰 돈을 받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요.
백치수 : 그래, 그럴게야.. (문서를 한편에다 치운다)
송서방 : 도주 어르신, 하온데 급히 이 많은 재물이 왜 필요한 것입니까요?
백치수 : 길상이의 목숨을 살리고자 함일세.
송서방 : 길상이 목숨이요?
백치수 : (끄덕)..그래.
송서방 : 하오면 어르신께오서 맡아두신 각서가 있지 않습니까요?
도주어른신께오서 조정 대감님들한테 한 장씩은 받아두신 걸로 아는뎁쇼?
백치수 : 각서로 구할 목숨이 있고 재물로 구할 목숨이 있는 법일세. 이번엔 각서도 재물도 힘들 것 같으니 그게 탈이지만..
능금 : (E) (방밖에서) 백도주 아저씨! 능금이오!
백치수 : 들어오너라.
능금 : (방문 열고 들어와 백치수 앞에 서서 내려다 본다)
백치수 : (의아하게 보며) 앉거라.
능금 : (앉으며 쪽칼을 꺼내 서안위에 쾅-박는다)
백치수 : ...!
송서방 : (놀라) 능금아, 너 이게 무슨 짓이냐?!
능금 : 백도주아저씨, 만일 길상이를 넘겨줄 생각이라면 관두슈. 아니면, 이 칼로!
백치수 : (버럭) 이 칼로 뭘 어쩌겠다는게냐?!
능금 : 그 대감놈을 콱! 쑤시고 나도 죽을거요! 알았소?!
송서방 : ..느, 능금아..
백치수 : 능금아! 길상이만 살릴수 있다면 니 목숨도 버릴수 있다는게냐?
능금 : 그렇소!
백치수 : 좋다, 내 전재산을 다 털어내서라도 길상이를 지켜주마.
능금 : 증말이요?!
백치수 : 대신, 네가 그 재산을 다시 불려놓아야 할 것이야. 약조할 수 있겠느냐?
능금 : 조, 좋수다!
백치수 : 오냐, 약조의 징표로 이 쪽칼은 내가 맡아두마.
능금 : 고맙소, 내 도주 아저씰 믿어보겠소.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백치수 : (쪽칼을 뽑아 살펴보며) 허허..
S#27. 남곤 사랑채 마당
남곤집사가 박희량을 안내하여 방문 쪽으로 다가간다.
S#28.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중치막을 보고 말한다.
남곤 : 남소문 객주에는 없다?
중치막 : 예, 이미 다른곳으로 튄 듯 싶사옵니다.
남곤 : 조광조를 호위하던 그 총각놈을 반드시 찾아내서 없애거라. 그런 놈을 놔두면 후환을 부르는 법이다.
중치막 : 예.
남곤집사 : (E) 대감마님, 박희량이란 유생이 마님을 뵙자고 하십니다요.
남곤 : 박희량?..(생각난 듯) 들라하게. (중치막보고) 나가보거라.
중치막 : 예. (일어선다)
박희량,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중치막, 나가면서 방문을 닫는다.
남곤 : 앉게나. 헌데 무슨 일로 왔는가?
박희량 : (앉고) 좌의정대감께오선 시생의 공을 벌써 잊으셨사옵니까?
남곤 : 잊다니?! 그럴 리가 있나. 내 근자에 조정일이 번잡하여 자넬 찾지 못했을뿐이네.
박희량 : ...
남곤 : 입을 떼어보게나. 무슨 벼슬을 원하는가?
박희량 : 시생, 사간원 정언자리를 원하옵니다.
남곤 : 사간원 정언?!
박희량 : 시생 삼사에 들어가 대감의 입과 귀 노릇을 하겠사옵니다.
남곤 : 내 입과 귀노릇을 하겠다?
박희량 : 예, 대감께 견마지로 할것이옵니다. 조정암이 출사한지 네해만에 사헌부 대사헌 자리에 올랐다면
시생은 삼년안에 이룰것이옵니다. 하오나 좌의정대감께오서 시생을 밀어주셔야 하옵니다.
남곤 : 암, 사내라면 이정도 기개가 있어야지. 내 이조판서에게 말해 놓겠네.
박희량 : 시생, 또 한가지 청이 있사옵니다.
남곤 : 청?!
박희량 : 금부 옥사에 계신 도총관대감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남곤 : 도총관을?!
S#29. 금부 옥사 앞 마당
금부도사, 박희량을 데리고 온다.
금부도사 : (멈춰서) 서둘러 만나뵙고 나오게.
박희량 : (옥사안으로 들어간다)
S#30. 동 금부 옥사 안
박희량, 옥사안으로 들어와 정윤겸이 갇힌 옥창살 앞에 다가와 선다.
박희량 : 어르신! 희량이옵니다.
정윤겸 : (눈을 뜨고 보며) 네놈이 여긴 어쩐 일이냐?!
박희량 : (무릎을 꿇으며) 어르신, 이놈을 사위를 받아주시옵소서.
정윤겸 : ...뭣이라.
박희량 : 어르신이 그리만 해주시오면 이놈이 조정에 줄이 닿는 대감들께 어르신의 방면을 청해보겠사옵니다.
정윤겸 : (버럭) 네 이놈!
박희량 : (움찔)..!
정윤겸 : 네놈 대가리엔 똥만 가득 들어찼단말이냐?! 글을 배웠다는 놈이 어찌 청탁부터 배웠단 말이냐?!
박희량 : 어르신..
정윤겸 : 닥치거라! 네놈 손에 구제되느니 차라리 옥사안에서 평생을 보낼것이야!
박희량 : (벌떡 일어서며 원망스럽게 보는)..어르신, 후회하지 마시옵소서. 언젠가는 이놈을 고마워 하실때가 있으실것이옵니다.
정윤겸 : 네 썩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못할까?!
박희량 : (보다가 휙-나간다)
정윤겸 : (분노의 신음)..음!!
S#31.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윤원형, 생각에 빠져 계단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임서방이 그 뒤를 따른다.
윤원형 : (E) 엎친데 덮친다고 첩장인이 금부에 끌려가다니? 허어...이거 참!
윤원로 : (E) (저편에서) 원형아-
윤원형, 돌아보면 윤원로가 윤지임을 부축하며 걸어오고 있다.
윤원형, 급히가서 윤지임을 부축한다.
윤원형 : 아버님! 출타하시고 오시는 참이시옵니까?
윤지임 : 오냐, 내 원로와 압구정에서 강바람을 쐬고 오는 길이다.
윤원형 : 형님, 어쩌려고 편치도 않으신 아버님께 강바람을 쐬게 하셨소?
윤지임 : 아니다, 내 방구석에 있기가 하도 답답하여 원로에게 도성밖에 나가자고 청한게다.
오랜만에 강바람을 맞으니 속이 다 뚫리는 듯 싶다.
윤원로 : 그래, 다음번엔 우리 삼부자가 함께 나가 뱃놀이도 하고 들병이가 따라주는 탁배기도 한잔씩 하자구나.
윤원형과 윤원로가 윤지임을 부축하여 계단을 올라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S#32.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원로와 윤원형이 윤지임을 부축하여 보료위에 앉힌다.
윤원형 : 아버님, 곤하셨을텐데 편히 쉬시옵소서.
윤원로 : 소자, 저녁 진지상 앞에서 뵙겠사옵니다.
윤지임 : 오냐, 애들 썼다. 건너가 보거라.
윤원로,원형 : 예.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33. 동 윤원형 큰 사랑채 마당
윤원형과 윤원로, 방문을 열고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윤원형 : 형님, 혹시 남양군대감께 청탁 좀 넣을수 있겠소?
윤원로 : 청탁?!
S#34.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안
윤원로, 윤원형을 보고 말한다.
윤원로 : 뭐라? 허면 옥사에 갇힌 사람을 구명하기 위해 청탁을 넣겠다는게냐?
윤원형 : 왜요, 힘들겠소?
윤원로 : 원형아, 철든 처신 좀 하거라.
윤원형 : 예에?
윤원로 : 남양군이 누구시더냐? 조광조를 때려잡고 권세를 한손에 움켜쥐신 분 아니시냐?
윤원형 : ...
윤원로 : 네가 구제하려는 사람이 금부 옥사에 있다면 주초의 잔당으로 몰렸을게 뻔할 뻔자인데
남양군이 그런 청을 들어줄 성 싶으냐?!
윤원형 : 그거야 그렇지만...
윤원로 : 괜히 그랬다간 너까지도 주초의 잔당으로 몰려 치도곤맞기 십상이다. 허면 중전마마께도 큰 누가 될테고 말이다.
윤원형 :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윤원로 : 암! 네가 구하려는 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네 벗이라면 우정을 끊고, 네게 은혜를 베푼 사람이라면 배은망덕 해버려라!
윤원형 : 배,배은망덕이요?
윤원로 : 그래, 비정한 충고 같지만 이 형 말대로 처신하는게 네 신상에 이로울게야.
윤원형 : 음...!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로 : ...
S#35. 동 윤원형 중문 앞 마당
윤원형, 뒷짐을 지고 고민에 빠져 서성대고 있다.
윤원형 : (E) 그래, 형님 말씀대로 도총관의 서출인 난정이와 혼례를 치뤘다가는 괜한 구설에 올라
중전마마께 누가 될 수도 있음이야.. 허면 부인과 합방을 하는 편이..? (별채쪽을 돌아보는데)
탄실 : (별채 쪽에서 걸어온다)
윤원형 : (탄실을 보며) 탄실아- 초당아씨께선 지금 뭘하고 계시느냐?
탄실 : 아씨께오선 판부사댁 정부인마님과 절에 가셨는뎁쇼?
윤원형 : 절?! 절엔 왜?
S#36. 어느 절 대웅전 (혹은 석불 앞)
대웅전 문 틈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배천댁.
김씨와 윤임처가 부처님 앞에서 간절하게 절을 올리고 있다.
부처님 얼굴.
S#37. 절 누마루 아랫길
김씨와 윤임처가 나란히 걸어온다. 그 뒤를 따르는 배천댁.
윤임처 : 질부께선 부처님께 무얼 그리 간절하게 비셨나?
김씨 : (빙긋 웃는)...
윤임처 : 이번 조카님과 합궁일에 덜컥 아들을 잉태하게 해달라는 거였겠지?
김씨 : (긍정하듯 미소) 숙모님은 무얼 비셨사옵니까?
윤임처 : 원자아기씨의 전정에 막힘 없고 무탈하시길 빌었네.
김씨 : 숙모님께오선 숙부님이나 자녀분들보다 원자아기씨를 위하는 마음이 더욱 지극하신 것 같사옵니다.
윤임처 : 질부께서 모르는 말일세. 세상 어느 아낙이 남편과 자식들보다 중한게 있겠는가?
김씨 : 하오시면?
윤임처 : 조카님께서 출사를 하시면 질부도 알게 될걸세.
원자아기씨가 무탈하셔야 대감과 가문이 무탈할것이니 그렇게 빌 수 밖에..
김씨 : ...!
S#38. 대비전 외경
금이와 경빈의 상궁나인들, 향이와 희빈의 상궁나인들, 창빈의 상궁나인들이 몰려서있다.
금이와 향이, 서로를 째리며 콧방귀를 뀌고 있다.
S#39.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경빈, 희빈, 창빈이 각자 다과상을 앞에 놓고 앉아있다.
자순대비 : 이 늙은이가 세분 빈들을 드시라 한 까닭은 내 다짐을 받고자 함이오.
경,희,창빈 : ('다짐?' 각자의 표정)...
희빈 : (붙임성 있는) 대비마마, 다짐이라니요?
자순대비 : 지난번 주상께오서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를 축출하시는 과정에서 중궁전은 물론이고
여기 앉아계신 빈들까지도 주상께 진언을 드린 것으로 알고 있소.
경,희,창빈 : (움찔)..!
자순대비 : 이 늙은이가 잘못 안 것은 아니겠지요?!
경,희,창빈 :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자순대비 : 허나 이 늙은이가 지나간 일로 빈들을 꾸짖으려 하는 것은 아니오.
경,희,창빈 : ...
자순대비 : 요즘 주상께오서 그동안 해이해진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으시고 동요하는 민심을 추스르시기 위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정사를 펼쳐나가시려 이때 내명부의 우두머니들이신 빈들께서도 주상께
그에 걸맞는 내조를 하셔야 할것입니다. 아시겠소이까?!
경,희,창빈 : 예.
자순대비 : 차후로는 중전이든 후궁들 누가 되었던 간에 조정일에 나서서 정사를 알음알이 해서는 아니될 것이오!
빈들께서 이 늙은이 앞에서 다짐하실수 있겠소?!
경,희,창빈 : 다짐 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다과들 드세요.
경빈 : (E) (찻잔들며) 대비마마, 고목나무에서 꽃이 피길 바라시옵니까?
희빈 : (E) (빙긋) 암요, 자식을 보위에 올리기 위함인데 앉아만 있을수는 없지요!
자순대비 : 경빈.
경빈 : 예, 마마.
자순대비 : 일전에 복성군이 원자에게 손찌검을 하여 중궁전에 불려 들어갔다고 들었소.
경빈 : (조아리며) 신첩, 자식 훈육을 잘못시킨 것에 대해 뼈저리게 자책하고 있사옵니다.
중궁전에 사죄를 드렸사오니 대비마마께오서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허나,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있을시에는 이 늙은이도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을게요.
경빈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마마.
자순대비 : 요즘 중전께서 심신이 미령하다고 들었소. 허니 빈들께서 중궁전에 자주 자주 발걸음을 하시어
중전을 위로해 주시구려.
창빈 : 하온데 마마, 신첩의 생각엔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흠짓) 회임?! 지금 뭐라 했소, 회임이요?!
희빈 : (화들짝) 회임이라니요?! 창빈, 그 무슨 말씀이오?!
창빈 : 일전에 문후를 여쭈러 중궁전에 들었다가 중전마마께오서 입덧을 하시는 증상을 보이셨사옵니다.
경빈 : ('입덧?')...
희빈 : 창빈께서 뭔가 잘못 아셨을게요!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경빈 : 희빈, 마치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구려?
희빈 : 뭐요? 내가 언제요?!
창빈 : (낮지만 근엄한) 그만들 두세요, 대비마마 안전에서 무슨 짓들이십니까?
경,희빈 : ...!
자순대비 : 창빈, 중전께서 회임을 하셨다고 말씀하십디까?
창빈 : 그런 말씀은 듣지 못하였사옵니다.
자순대비 : 이 늙은이도 어의가 중궁전에서 진맥을 하였다길래 불러 하문해보았더니 회임은 아니라고 합디다.
희빈 : (E) (안도하는) 암요, 아니고 말구요! 중전이 회임을 했다면 다 된 죽에 코 빠뜨리는 격이지요!
경빈 : (E) (희빈쪽 힐끔보며) 희빈, 너무 자신하지 마시오! 그러다 중전이 놓은 덫에 치여 비명횡사 하실 수도 있음이오!
창빈 : ...
자순대비 : 주상께서 하루라도 속히 중궁전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풀리시어 예전처럼 두분의 다정한 모습을 뵙는게
이 늙은이의 바램입니다. (한숨을 내쉰다)
S#40. 경빈처소 방 안
경빈,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위로 떠오르는.
S#41. 후레쉬 백 (새롭게 촬영)
윤비 : (비웃는) 경빈, 너무 자신하시진 말게. 경빈 같은 사람은 제꾀에 빠져 스스로 함정속으로 걸어들게 마련이거든! 호호호호-
S#4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 (입술을 깨물며) 까딱이라도 잘못했다간 나와 복성군은 천길 벼랑아래로 구를수도 있음이야! (연상을 쾅! 친다)...!
금이 : (E) (방밖에서) 경빈마마, 화천군 드셨사옵니다.
경빈 : (생각에서 깨어나면 방밖 보며) 뫼시어라!
방문 열리면 심정이 방안으로 들어와 경빈 앞에 다가와 조아리고 앉는다.
심정 : 찾아계시옵니까?
경빈 : 이번 도총관을 탄핵하는 일은 어찌되었습니까?
심정 : 분부대로 도총관의 가산을 적몰하고 극변에 위리안치 시킬수 있도록 삼사에서 상소를 준비하고 있사옵니다.
경빈 : 화천군대감, 도총관에 대한 탄핵은 잠시 멈춰주세요.
심정 : 예에? 그 무슨 말씀이오신지...?
경빈 : 도총관이 아직은 더 쓸모가 있을지 모른다는 말씀입니다. 허니 도총관에 대한 문초를 미뤄달라 이 말씀입니다.
심정 : (영문 모르나) 예, 마마의 말씀에 따르겠사옵니다.
경빈 : ...
S#43. 편전 외경
김승지, 급한 걸음으로 편전계단을 오르고 있다.
대전내관 : (E) 전하, 김승지 입시했사옵니다.
중종 : (E) 들라하라!
S#44. 동 편전 방 안
중종, 앉아있는데 김승지가 들어와 조아린다.
김승지 : 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도총관 정윤겸에 대해 조정의 공론를 모으라고 하명했거늘 어찌되었는가?
김승지 : (움찔하며)..아직 삼사의 공론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옵니다.
중종 : 아직도이더냐? 허, 도총관의 죄상이 명백하다면서 어인 연유로 이리 더뎌지는것인가?!
김승지 : 황공하옵니다.
중종 : 알았으니 물러가라.
김승지 : 예.. (방문이 열리면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연상위의 책장을 펼치는데 책장위로 떠오르는 이미지들.
조광조, 안당, 이장곤, 정광필, 그리고 파릉군의 환하게 웃는 얼굴들.
중종, 책장을 쾅 덮어버린다.
중종 : ...!
S#45. 금부 옥사 안
정윤겸, 정자세로 반듯하게 앉아있다.
정윤겸 : ...!
S#46. 정윤겸 집 안채 마당
양평댁, 술주전자를 들고 부엌에서 나와 정렴 방쪽으로 간다.
배서방, 양평댁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본다.
S#47. 동 정윤겸 집 정렴의 방 안
박희량과 정렴이 술상앞에 앉아있다. 그 옆에 옥련이 앉아있다.
박희량 : (대취한) 자네 아버님의 금부에서 풀려나고 못하고는 내 이 두손에 달렸다 이 말씀일세.
정렴 : 자네만 믿겠네.. (박희량의 잔에 술을 따르려는데 술주전자가 비었다. 방밖을 돌아보며) 양평댁!
양평댁 : (E) (방문 밖에서) 들여 가옵니다.
양평댁, 방안으로 들어와 술주전자를 놓고 빈주전자를 가지고 방밖으로 나간다.
정렴 : (술주전자 들며) 자 받게.
박희량 : 자네 말고 옥련낭자의 잔을 받고 싶구먼. (옥련쪽으로 술잔 내밀며) 자 따라 보시오.
옥련 : (당황하여) 도, 도련님.
정렴 : (버럭) 이보게, 아무리 취했다지만 어찌 이러는가?!! 옥련이가 기생인가, 술을 따르게?!
박희량 : (술잔 내려놓으며) 미안허이.. 몸에 흙탕물이 튀기면 더 이상 진창길이 두렵지 않더라 이 말일세. 크흐흐!..
(술기운에 자책하듯 흐느낀다)
옥련 : (안스럽게 보며)..도련님..
S#48. 난정모 집 마당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와 방쪽으로 걸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49.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방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난정모, 눈을 감은채 염주를 굴리며 중얼중얼 발원을 하고 있다.
난정모 : ..대자대비하오신 부처님 부디 우리 대감마님께오서 무탈하시게 해주시옵소서.. 대자대비하오신 부처님...
난정 : 어머니..
난정모 : (그제서야 난정의 기척을 알아채고 눈을 뜨고)..난정아, 대감마님께오서 무사하시다더냐?
난정 : 지금 금부 옥사에 계세요.
난정모 : 어쩌면 좋으냐? 금부에 끌려가면 몸이 성해서 나오질 못한다던데..
난정 : 어머니, 제가 대감마님을 구해드릴테니 걱정마세요.
난정모 : 니가 무슨 힘으로?
난정 : 믿으세요. 하지만 대감마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니를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자기 다짐) 어머니를 위해서요!
S#50. 갖바치 마당
당골네, 뒷곁쪽을 보고 서서 중얼중얼 아무도 모르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방백인, 툇마루에 앉아서 육갑을 짚다가 당골네를 보고 쯧쯧 혀를 찬다.
갖바치와 당추,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방백인 : (반가움에 벌떡 일어나) 형님들!
당추 : 막내 아우님께서는 집 잘 보고 있으셨는가?!
방백인 : 안그래도 내 오늘쯤 돌아오실 줄 알았소.
당추 : 허허, 내 자네가 족집게 점바치라는 걸 잠시 잊었었구먼.
방백인 : (갖바치에게 진지하게) 형님, 정암 나으리 임종은 지켜보셨소?
갖바치 : 임종은 무슨?! 그분이 어딜 가셨다던가?
방백인 : 예에?
갖바치 : 정암나으리께선 우리들 (가슴을 툭 치며) 여기에 계시지 않는가?
방백인 : (더욱 몰라) 예에에?
당추 : (당골네쪽 보고) 저 아주머닌 비맞은 땡중처럼 왜 저러시는가?
방백인 : (한숨) 그러게 말이오? 몸주가 돌아와서 저렇다는데 내 평생 저리 요상하게 신내림 받는 꼬락서닌 첨봤수.
당추 : 몸주를 받을 때 부정이 탄게지. 걱정말게나, 내 저런 당골들을 많이 봤으니 단박에 고쳐줌세. (당골네 쪽으로 달려가는)
당골네 : (당추를 휙-돌아보며) 이 땡초야, 뭐가 어쩌구어째?!
당추 : (버럭 죽장을 들고 치려는) 이런 요망한 년! 썩 물러가지 못할까?!
당골네 : (놀라 제 목소리로) 아이구, 이거 왜 이러시오?!
당추, 죽장을 휘두르면 당골네, 걸음아 나살려라 뒷곁쪽으로 도망친다.
당추, 껄껄껄 웃어댄다.
방백인 : 아, 아니 저여편네?! 멀쩡하잖아?
갖바치 : 허허, 아주머니가 자네 버릇을 고치려고 부러 저러신게지!
S#51. 중궁전 외경
S#52.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엄상궁과 오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엄상궁, 근자에 들어 내명부의 기강이 어떠한가?
엄상궁 : (난색)...
윤비 : 괜찮으니 말해보게나.
엄상궁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주상전하께오서 중궁전에 발걸음을 끊으신 이후부터 내명부들의 기강이 흐려진 것으로 아옵니다.
윤비 : 오상궁도 그리 생각하는가?
오상궁 : (조아리며) 황공하옵니다.
윤비 : (끄덕)..자고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란 말이 한치도 틀림이 없네.
중전이란 자가 위엄을 세우지 못하니 존경을 받지 못하고 아랫것들이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게지.
엄,오상궁 : 망극하옵니다.
윤비 : 이대로는 아니될 것이야. 아니될 것이야. 내 다시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야 함이야!
엄,오상궁 : ...!
윤비 : 엄상궁, 큰방상궁을 불러들이게.
엄상궁 :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다) 예,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엄상궁과 오상궁,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
S#53. 편전 뒤편 계단
김상궁, 편안한 표정으로 편전에서 나오는데
오상궁, 교태전 합문 쪽에서 걸어오다가 김상궁을 보고 다가온다.
김상궁 : (보고) 오상궁 아니신가?
오상궁 : 중전마마께오서 마마님을 불러들이라 하셨사옵니다.
김상궁 : (흠짓) 이사람을?!
S#54.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김상궁이 서 있고 그 옆에 엄상궁과 오상궁이 서있다.
김상궁 앞에는 베개와 목침, 그리고 비단보위에 회초리가 놓여있다.
김상궁 : (긴장되는)..
윤비 : 내 자네를 어인 연유로 불렀는지 알겠는가?
김상궁 : 쇠인, 영문을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모른다?
김상궁 : 예.
윤비 : 자네가 경빈의 눈과 귀 노릇을 한다는 것은 내 진즉부터 알고 있었네.
전하께오서 편전에서 신료들과 논의하는 조정대소사는 물론이고 지밀안의 내밀한 이야기들까지
경빈이 손금 보듯 훤히 알고 있는 것은 자네 덕이라 알고 있는데 내 말에 틀림이 있는가?
김상궁 : 마마, 천부당만부당 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대전상궁이 목이 달아날지언정 어찌 지밀안 일을 누설 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윤비 : (버럭) 큰방상궁이 죽더라도 해서는 아니될 일을 하니 자네의 죄가 크다 이 말일세!
김상궁 : (움찔)..!
윤비 : 내 자네의 종아리를 때려 일벌백계로 삼으려 하니 그리 알게!
김상궁 : 마마! 억울하옵니다.
윤비 : (쏘아보며) 자네의 억울함은 경빈에게 가서 고하게나!
김상궁 : (겁에 질리는)
윤비 : 김상궁, 치마를 벗게!
김상궁 : 예에? 마마, 정녕 쇠인의 종아리를 치시려하시옵니까?!
윤비 : 치마를 벗으라지 않는가! 어서!
김상궁 : 마마.
윤비 : 어허, 내 손으로 치마를 벗겨낼까?!
김상궁 : (수치심과 겁에 질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치마를 벗는다)..
오상궁 : (김상궁의 치마를 받아 베게위에 두르고 목침위에 놓는다)
김상궁 : ...?!
윤비 : 아무리 자네가 대죄를 지었다고는 하나 내 어찌 전하를 지근에서 받드는 큰방상궁의 몸에 회초리를 대겠는가?
김상궁 : ...!
윤비 : 허나 자네의 죄는 그냥 보아 넘길수 없으니 (치마두른 베개를 가르키며) 내 저것을 자네라 여기고 회초리를 칠것이야.
김상궁 : (말문이 막힌다)..!
윤비 : 자네 역시 자네 종아리에 회초리를 맞는 것으로 여기고 차후 경계로 삼아야 될것이야! 알겠는가?!
김상궁 : ...
윤비 : 알겠냐고 물었다!
김상궁 : (덜덜 떨리는)...예..에..
윤비 : (엄상궁을 보며) 엄상궁, 치게!
엄상궁 : 예.
엄상궁, 회초리를 들어 쐑-쐑-소리나도록 치마두른 베개를 내려친다. 치마위로 회초리자국이 새겨진다.
엄상궁이 회초리질 할때마다 김상궁, 섬뜩한지 움찔움찔 경기를 일으킨다.
윤비 : (김상궁을 보는)..!
S#55. 경빈 처소 외경
경빈 : (E) (분노한) 뭬야?!!
S#56.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조아리고 앉아있는 김상궁을 본다.
경빈 : (분이 난) 중전이 큰방상궁인 자네를 욕보였단 말인가?!
김상궁 : 쇠인, 앞으로는 경빈마마 처소에 발걸음을 하지 못할 듯 싶사옵니다.
경빈 : (버럭) 그게 무슨 소린가!
김상궁 : (움찔)..!
경빈 : 이는 중전이 나를 욕보였음이야! 나를! (분을 삭이다가) 음...! 자네 내가 시키는대로 하게!
김상궁 : ..예..
경빈 : (숨을 씩씩 몰아쉬며 분을 삭이는)..!
S#57. 남곤 집 외경 (밤)
S#58. 남곤 집 사랑채 마당 (밤)
어둠과 정적에 쌓인 담장위로 누군가의 머리가 솟아오른다. 복면(을 쓴 길상)이다.
복면, 사랑채 주변을 둘러보다가 휙- 몸을 솟구쳐 올라 담장안으로 넘어온다.
복면, 조심스럽게 불꺼진 사랑채 방쪽으로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가 방안으로 들어간다.
S#59.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밤)
복면(을 쓴 길상), 방안으로 들어온다.
아랫목에서 남곤이 이불을 덮고 잠든채 간헐적으로 코를 골고 있다.
복면, 남곤쪽으로 다가가 남곤의 가슴을 타고 앉는다.
남곤, 답답한지 몇 번 뒤척거리다 눈을 뜨다가 복면의 눈과 마주치자 화들짝 놀란다.
남곤 : (혼비백산한)..너,너,너..
길상, 품에서 단도를 꺼내 치켜든다.
남곤, 너무도 겁에 질려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길상, 그대로 단도를 휙-꽂아버린다.
남곤, 눈을 질끈 감았던 눈을 서서히 뜬다. 베개에 깊숙하게 박힌 단도.
길상 : 조정암 나으리의 원수를 갚은 것이다.
남곤 : ...!
길상 : (낮지만 위협적인) 네 한번만 더 소인배 노릇을 했다간 다음번에는 네놈에 명줄을 끊어 버리겠다.
남곤 : (넋이 나간채 끄덕끄덕)..
길상 : 내말 항상 머리속에 넣고 살아라. 알겠느냐?
남곤 : (고개 끄덕 끄덕)
길상 : (천천히 일어나 미끄러지듯 방문 밖으로 사라진다)..
남곤, 그제서야 숨통이 트이는 듯 벌떡 일어나 거친숨을 몰아쉰다.
남곤 : (문득 단도가 박힌 베개를 보며)...!
S#60. 난정모 집 외경 (밤)
방문으로 불빛이 새어나온다.
S#61. 동 난정모 방 안 (밤)
난정모 앞에 당추와 갖바치가 앉아있다.
당추 : 음.. 하필이면 난정이의 혼사를 앞두고 도총관께서 화를 당하시다니?
난정모 : 허니 어쩌면 좋습니까?
갖바치 : 난정이가 믿으라고 했다면 그 아이한테 무슨 수가 있을겝니다.
난정모 : 예에?.. 어린 아이한테 무슨 수가 있겠사옵니까?
갖바치 : 글쎄요..허허.
당추 : 헌데 난정이는 어딜 갔는지요?
S#62. 난정 초가 마당 (밤)
누군가의 발(*길상)이 살금살금 불켜진 방쪽으로 다가간다.
S#63.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 불빛 아래서 당의등의 옷가지를 정리하고 있다. 문득, 불빛이 흔들린다.
난정 : (방문쪽 휙-돌아보며 경계하듯) 밖에 누구요?!
길상 : (E) (방밖에서) 나야, 길상이.
난정 : (안도하며)..들어와.
길상 :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난정 : (반가운) 길상아, 그동안 대체 어딜 갔었길래 기별이 없었던거야?!
길상 : ...
난정 : 니가 무슨 화라도 입었을까봐 내 가슴이 얼마나 조마조마했었는줄 알아?
길상 : (방안을 보며) 난정아,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난정 : ..집을 비워야하니 짐을 싸는거야.
길상 : 집을 비우다니...?
난정 : (망설이다가)...이번 스무여샛날이 내 혼삿날이야.
길상 : (놀라) 뭐어?! 혼사?!
난정 : 그래..
길상 : 안돼, 안돼 그건 안돼 난정아..
난정 : 길상아, 이제 그만 나같은 건 잊어버려!
길상 : (독기서린 눈으로 난정을 바라보며) 난정아 니가 정녕 내 죽는꼴을 보고 싶은 것이냐?!
난정, 길상의 강렬한 시선을 피해 얼굴을 돌리는 모습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