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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장,
승미는 집주인으로부터 집세를 올린다는 통보를 받는다.
재계약을 두 번이나 하면서 그때마다 조금씩 전세 값을 올려 받은 주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값이 만만치 않다.
방 한 칸을 세놓으면서 한 번에 천만 원을 올리겠다는 주인의 통보다.
승미는 많은 것을 생각해 본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혜정이 중학교에 올라가게 된다.
이제는 혜정이의 방을 따로 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방이 두 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차피 전세 돈을 올려줄 바에는 이사는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근처의 아파트를 보러 다닌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파트의 전세 값이 만만치 않다.
이십 평 정도만 해도 억이 넘어가는 전세 값이다.
물론 수중에 있는 모든 돈을 다 털어 넣는다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당장 살아가는 일이 빡빡할 것임을 생각하며 아파트보다는 조금 저렴한 연립 쪽으로 생각을 바꾼다.
아파트는 쾌적하고 깨끗하기는 하지만 너무 부담스럽다.
다행이 연립은 이십여 평형이 아파트의 삼분의 이에 해당하는 전세 값이다.
“혜정아!
우리 아파트로는 이사를 갈 수 없어도 요 앞에 있는 연립으로 이사를 갈 수가 있는데 네 생각은 어때?“
”엄마!
그곳으로 이사를 가면 내 방도 있어?“
”그럼! 방이 두 개에 거실도 있고 작지만 베란다도 있더라!“
“아파트가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방이 있으면 좋아!”
“그래!
그동안 우리 혜정이가 많이 참아 주어서 엄마는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해.
이제 중학생이 되기 전에 네 방도 따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
내 방만 있으면 정말 좋아!
단칸방에 세를 산다는 것보다는 너무 좋지.“
”그럼 우리 그곳으로 이사를 하자.
엄마가 내일 가서 계약을 할게!“
혜정이는 몹시 좋아한다.
처음으로 자신만의 방을 가지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이제 혜정이는 오학년이다.
중학교를 앞두고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혜정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공부에만 매달리는 혜정이다.
학원도 한군데를 더 늘려서 세 군데를 다니고 있기에 조금의 자유시간이 없이 늦게까지 학원을 다녀와서 엄마가 올 때까지 공부를 한다.
그런 혜정이를 볼 때마다 승미는 마음이 든든해진다.
좁은 방이지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고 책상보다는 밥상을 책상 삼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 혜정의 모습이다.
승미는 집을 계약하고 나서 이사날짜를 결정하고 혜정이를 위해서 필요한 가구들을 들여놓기로 한다. 안방인 큰 방을 혜정이의 방으로 하기로 하고 작은 옷장과 책상 그리고 혜정이를 위해서 침대를 준비해 주려고 값을 알아본다.
자신은 작은 방만으로도 충분하다.
가지고 있는 옷도 별로 없고 큰 방이 아니어도 충분히 잠을 잘 수가 있고 거실이 있기에 생활하기가 불편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비싼 가구는 아니더라도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혜정이의 방을 꾸밀 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이 가벼워진다.
다행스럽게 집 주인이 새로 집을 수리를 마친 집이기에 집에는 손을 댈 곳이 없이 깨끗한 집이다.
연립주택이 들어선 곳도 찻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아파트하고는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주변이 깨끗하고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든다. 또한 아파트 쪽으로 가다보면 재래시장이 형성이 되어 있어서 없는 서민들이 살기에는 더없이 편리하고 좋다.
아파트 역시 서민층의 아파트로 큰 평수가 아닌 이십 여 평에서부터 사십 평대의 아파트가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사를 가기 전에 모든 가구들을 구입한다.
주방에 놓을 식탁과 새 티비와 세탁기도 구입을 한다.
그동안 중고를 사서 참으로 오랜 세월을 사용했었다.
주방 용품 또한 비싸지 않은 것으로 조금은 여유롭게 준비한다.
혜정이는 엄마가 책상과 침대를 사는 것을 보고 좋아서 깡충깡충 뛴다.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침대였고 책상이다.
이제 공부를 할 때마가 밥상을 펼쳐놓지 않고서도 의자가 있는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너무나 좋다.
“엄마!
너무 좋아!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아!
그리고 어서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야!“
“그래, 우리 혜정이 마음을 엄마도 짐작을 할 수가 있다.
엄마도 지금까지 엄마 혼자만의 방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엄마도 아주 가난하게 살아왔거든!“
“아빠도 있는데 엄마 네도 가난했어?”
“그래!
엄마 아빠는 혜정이 외할아버지가 되지만 돈을 잘 벌지 못하시는 분이야!
그래서 외할머니가 돈을 벌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공부도 시키기 때문에 언제나 가난하고 살아가는 것이 힘이 들었지.“
”근데 엄마는 왜 그런 할아버지하고 할머니를 만나지 않아?
가난한 부모라서 만나기 싫어?“
”혜정아!
가난하다고 부모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엄마가 왜 외갓집 식구들과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지 우리 혜정이가 조금 더 크면 설명을 해 줄게! 지금은 혜정이가 엄마 마음을 이해를 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네!”
혜정이는 더 이상 엄마에게 묻지 않는다.
엄마의 아픈 마음이 뭔가 모르게 자신의 몸으로 전해지는 것만 같다.
승미는 이사를 하기 전에 그동안 중고로 구입을 해서 쓰던 모든 가전제품들을 버린다.
참으로 오랜 세월동안 잘 버티어 주었던 것들이다.
혜정이가 티비를 보고 싶어도 수없이 고장이 나서 고쳐 쓰곤 했던 티비였고 이미 세탁기는 작동이 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이사를 간다고 해도 가져갈 살림들이 별로 없다.
모든 것이 다 새로 구입을 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쓰지 않고 저축을 해 왔던 돈을 낭비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살림들을 구입하고 최소한의 지출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이사를 하는 날이다.
가구점에서 모든 가구를 들여놓은 다음에 자잘한 살림들을 옮긴다.
남들처럼 거창하게 이삿짐센터를 불러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용달을 불러 짐을 싣는다.
거의 다 버리고 난 살림은 가져갈 것이 별로 없는데도 막상 이사를 하려고 내 놓고 나니 그것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사람을 부르지 않고 손수 모든 것을 나른다.
혜정이 역시 신바람이 나서 이마에 구슬땀을 흘러가면서도 힘들다는 말 대신에 콧노래를 부르면서 연신 삼층까지 짐을 나른다.
큰 짐들이야 가구점과 가전제품회사에서 모든 것을 배달해주고 제 자리를 잡아서 놓아주었기에 자잘한 것들만 모녀 둘이서 나른다.
“혜정아!
조금 쉬었다가 해!
엄마가 할 테니까 너는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해!“
“엄마! 내가 이제는 엄마보다 더 힘이 좋다는 것을 몰라?
내가 할 테니까 엄마가 쉬어가면서 해!”
모녀는 힘이 들어도 기분이 좋다.
처음으로 집다운 집과 살림다운 살림을 갖추어 놓고 살아보려는 모녀는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하나도 힘든 줄을 모른다.
“엄마!
점심을 먹고 하면 안 될까?이제 들여올 것은 다 들여다 놓았으니까 정리는 점심을 먹고 합시다.“
”그래, 그러고 보니 나도 배가 고프다.
우리 자장면 시켜 먹을까?“
”암요, 너무 좋지요.“
모녀는 중국집으로 전화를 해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배달시킨다.
점심을 먹고 나서 승미는 잠시 집안을 둘러본다.
참으로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살림이 뿌듯하기만 하다.
이것이 내 집이로구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집안을 둘러본다.
안방에 하얀 작은 장롱과 혜정이를 위한 침대와 책상을 들여놓고 보니 너무나 아늑하고 좋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정말 이 방을 내가 써도 되는 거야?“
혜정이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묻는다.
“그럼!
이 방이 이제는 우리 혜정이의 방이다.
엄마는 작은 방만 해도 아주 넉넉하고 좋다.
엄마가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니 책상이 필요하지 않고 엄마는 침대를 써 보지 않아서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자는 것이 더 편안하니까 침대가 필요 없으니 방이 큰 필요가 없잖니?“
“그래도 다른 집들은 안방이 엄마 아빠 방이잖아?”
“우리가 다른 집하고 똑같이 살아갈 필요가 어디 있어?
우리 나름대로 편리하고 좋으면 되는 것이 아니니?”
“엄마! 정말 고마워요.”
혜정이는 엄마의 볼에 뽀뽀를 한다.
저녁때가 거의 다 되어서야 모든 집안 정리가 끝이 난다.
혜정이의 침대에 예쁜 침대보와 이불을 정돈을 해 놓고 나니 방이 한결 더 아늑해지고 따뜻한 기온이 흐르는 것만 같다.
그동안 혜정이에게 사 준 책들은 거실 한 벽을 거의 차지할 정도가 된다.
티비를 설치하고 혜정이의 책장들이 거실을 꽉 채운다.
소파는 없지만 방석을 놓으니 그런대로 거실도 온기를 주는 것만 같다.
승미가 쓸 작은 방에도 서랍장과 행거를 준비해 놓으니 그런대로 어울린다.
“아! 이 모든 것이 내 힘으로 마련한 것인가?”
승미는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생각하니 더욱 모든 것이 소중하다.
물론 그런 사고가 없었더라면 이 모든 것들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랜 동안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그 사고로 인해서 받은 보상금이 있었기에 이렇게 지금 모든 것을 갖추어 놓고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더욱 열심히 벌어서 내 집을 장만하는 꿈을 키운다.
혜정이의 뒷바라지를 해 가면서 내 집 장만을 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의 욕심도 이루고 싶은 것도 없을 것만 같다.
승미가 저녁을 하고 있는 동안 혜정은 자신의 방을 꾸미고 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생전 처음으로 가져보는 나만을 위한 방이라는 생각에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엄마가 쓰지 않고 내준 안방이다.
이 방에서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고 성공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다진다.
모녀는 나름대로의 꿈들을 위해서 계획을 세워나간다.
이사를 오고 나서 모녀는 매일이 신바람 나는 일상들이다.
혜정이는 학원이 끝나고 나서 바로 집으로 돌아와 집안을 청소를 해 놓고 저녁을 뒤져서 먹고 나서 공부를 한다.
집안 청소를 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자신의 방 엄마 방 그리고 거실과 주방을 치우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단칸방에서 비비적거리며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것보다 사람 사는 질이 높아졌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져서 답답하지가 않다.
힘든 엄마를 생각해서 집안 청소를 하는 혜정이다.
청소기를 돌리고 나서 물걸레로 구석구석을 닦아낸다.
집안에 먼지가 조금만 끼어있어도 답답하다는 느낌을 갖는 혜정이다.
모든 것이 제 자리에 똑 바로 놓여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집으로 돌아오면 아무도 반기는 사람이 없지만 모든 것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반기는 것만 같다.
이제 주방에 들어가 물을 한 잔 마셔도 기분이 좋다.
혜정은 열심히 공부해서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또 다진다.
삼학년 때의 일을 계기로 반장 선출이 있으면 후보에 오르는 것마저 사퇴를 해 버리는 혜정이다.
후보에 오르는 것조차 허락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공부를 하는 것뿐이다.
누구 앞에 나서지도 않고 친구들을 사귀려고도 하지 않는다.
화장실을 가는 일 외에는 자신의 책상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고 복습과 예습을 하면서 오로지 공부뿐이라는 생각을 주입시키곤 한다.
“엄마!
내가 커서 반드시 성공을 해서 많은 돈을 벌 거야!
그러면 엄마를 호강시켜주고 남들보다 더 멋지고 근사한 옷도 많이 사 주면서 그렇게 당당하게 살아갈 거야!“
“그래!
엄마는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고 있다.
우리 혜정이는 엄마보다 야무지고 똑똑해서 엄마처럼 무능력하게 살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엄마도 믿고 있어!“
승미는 혜정이의 그런 말들을 믿는다.
승미에게 혜정이는 살아가는 원천이 되고 의지 처이면서 기둥이다.
혜정이가 없다면 아마 자신은 아직도 엄마의 수중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집을 위해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을 것이다.
혜정이가 있기에 집을 튀어 나올 수도 있었고 그런 결심을 할 수도 있었다.
자신의 분신인 딸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을 닮은 분신인 것이다.
어떤 일을 해서라도 자신이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게 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맛있는 것 좋은 옷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게 해 주고 싶다.
승미는 휴일이 되어 혜정이가 공부를 하고 있는 동안 혼자서 조용히 시장엘 가서 혜정이가 먹을 찬거리를 구입하러 나간다.
가까운 마트보다는 조금 걷더라도 아파트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으로 간다.
구경하기에도 좋고 물건이 좋고 싼 것들을 구입하는 재미도 있다.
급하지 않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시장을 구경하며 물건을 본다.
꼭 사려는 것이 아닌 물건도 관심을 가져보면서 구경을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에는 싸게 파는 물건들이 있다.
양말이 한 보따리에 오천 원이다.
혜정이와 둘이서 신는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아서 구입한다.
혜정이와 닭볶음을 해 먹으려고 닭도 한 마리 구입한다.
또한 그 안에 들어갈 부재료들을 구입하고 다시 천천히 시장을 돈다.
시간을 보니 적지 않은 시간들이 지난 것을 알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서둘지 않고 여유로운 발걸음이다.
“너 승미 아니냐?”
승미는 목소리를 듣고 잠시 그대로 몸을 정지한다.
엄마의 음성이 아닌가?
“우리 승미 맞지? 내 딸 승미지?”
윤순희는 승미 앞으로 온다.
“승미야!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엄마!”
“이 모질고도 독한 년!
십 몇 년을 집에도 연락도 하지 않고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었구나!“
그러나 승미는 엄마를 만난 것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어디냐?
네가 사는 곳이 어디야?“
윤순희는 당장이라도 승미를 끌고 가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엄마!
내가 무슨 죄라도 지었어요?
왜 소리를 높이고 그래요?“
”이것아! 엄마가 너 때문에 밤잠이라도 제대로 자 본 적이 있는 줄 아니?
행여 네가 어찌 되었을까 어디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밥이라도 제때에 먹고는 지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
그러나 승미는 엄마의 그 모든 말을 믿지 않는다.
“엄마가 이곳은 웬일이에요?”
집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네가 집과 연락을 끊고 사니 아는 것이 뭐가 있겠니?
우리 승철이가 결혼을 해서 이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니.“
”승철이가요?“
”그래, 벌써 삼년이 되었다.
아들도 하나 낳고 이 아파트에서 살아가고 있다.“
윤순희는 승철이의 소식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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