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보고. 부모의 법도 상속된다
요즘 금수저나 흙수저 같은 신조어를 비롯해 아빠 찬스, 엄마 찬스 같은 단어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단어들은 법률적으로 따지면 상속이나 세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상속이나 세습은 인류 역사상 대대로 내려오는 사회제도로 완전한 이상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습은 신분이 나뉘어 있던 사회에 있던 제도였으므로 이제는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상속의 경우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상속은 일정 부분사회의 동력이 된다고 보아 현대사회에서는 상속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옛날의 가족공동체 문화에서 19세기 이후 개인주의가 강화되는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시대에 따라 상속 방식이 변해왔습니다.
- 재산에도 종류가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부모에게 빚이 있는 경우 채권자들이 부모에게 돈을 받지 못해 자녀들에게 대신 갚으라고 압박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채무자 또는 그 자녀가 유명한 연예인이거나 공인인 경우, 채권자들이 채무 관련 내용을 언론에 흘리거나 여론에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가 진 빚까지 자신이 갚아야 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느껴 항변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때로는 채무자 자녀의 태도가 옳은지 채권자의 태도가 옳은지 애매할 때도 있습니다.
흔히 상속이라고 하면 재산을 받는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재산과 빚을 동시에 상속하게 됩니다. 회계학적으로는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이 포괄적으로 동시에 오는 것이어서 ‘재산만 받고 빚은 안 받는다’는 조건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관례에 따르면 한 집안의 문제는 그 집안 구성원이 다 같이 해결해야 했으므로 아버지가 빚을 진 채로 사망하면 자식들이 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했습니다. 자녀가 빚을 갚지 못해 노비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규범은 봉건시대에는 당연한 사회질서였습니다.
이제는 부모의 빚이 무조건 자녀에게 곧바로 넘어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법을 통해 상속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즉, 상속을 선택할 자유를 상속자에게 주고 있습니다. 다만 세부 항목을 하나하나 따져서 상속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상속을 할 것인지 아닌지만 결정합니다.
우리나라 민법이 처음에 만들어지던 1960년대에는 상속의 유형을 세 가지로 정했습니다. 상속을 포기할 수도 있었고, 아버지가 준 재산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겠다고 할 수도 있었고, 상속인이 전부를 상속하겠다고 할 수도 있었습니다. 민법이 시행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만 당시에는 자녀가 아버지의 빚을 갚지 않는 것은 불효라고 여겼기 때문에 아버지의 빚도 능력이 되면 자녀가 대신 갚으려던 사회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 이후부터는 ‘왜 내가 아버지의 빚까지 갚아야 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민법을 살펴보니 상속포기 또는 상속승인을 하려면 기간 제한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 범위 내에서만 자녀가 빚을 갚겠다고 하면 이를 ‘한정해서 승인한다’는 뜻의 ‘한정승인’이라고 부르는데 그 결정 기간이 3개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3개월의 기산점이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입니다. 즉, 상속 개시는 사망한 때부터 개시됩니다. 그런데 자녀들은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느 정도의 재산을 보유했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사망하고 한참 후에 은행에서 갑자기 아버지가 진 빚을 갚으라는 청구서를 받는 경우도 있었고, 아버지가 사망하고 한참 뒤에 채권자들이 아버지가 준 차용증서를 자녀에게 들고 와 사망한 아버지 대신 갚으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아버지가 사망한 지 3개월이 지나버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법은 있지만 아무 쓸모가 없는 데다 유용하지 않아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법은 법문상 명백하기 때문에 해결 방법이 없으므로 법을 고치는 게 옳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했습니다. 결국 헌법재판소에서는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보았고 이후 국회에서 법을 고쳤습니다. 결국 빚이 있는 것을 중과실 없이 모를 때는 알게 된 시점부터 3개월 안에 결정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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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포기의 기간
민법 제1019조
1.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2. 상속인은 제1항의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다.
3.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 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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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려면 피상속인의 관할 가정법원에 한정승인 신청을 해야 합니다. 신청서에는 신청인과 피상속인을 표시하고 피상속인의 재산 목록을 첨부하게 됩니다. 가정법원이 이를 수리해도 확정적인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피상속인의 채권자와 상속인 사이의 재판에서 확정적인 판단이 나게 됩니다. 피상속인의 채권자가 이행소송을 제기하면 채권액이 한정승인액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다만 그 채권으로 집행할 재산이 한정승인된 피상속인의 재산 범위 내로 한정되게 합니다. 즉, 상속인은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 채무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게 됩니다.
이와 같이 법률이 개정된 이후로는 한정승인 제도를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바뀐 제도에 따르면 상속 포기도 가능하고 한정승인도 가능한 데 만약 첫 상속 대상이 상속을 포기하게 되면 관련 내용이 그다음 상속자에게 넘어갑니다. 예를 들어, 상속 대상 1순위인 아들이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 순서에 따라 손자에게 넘어갈 수 있고 손자가 없으면 사망자의 형제에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그 다음순위의 상속인이 계속 상속을 포기해야 해서 번거로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금은 한정승인을 합니다. 즉, 첫 번째 상속자가 재산과 빚 모두를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재산은 5,000만 원 인데 빚이 8,000만 원이라면 5,000만 원을 상속한 다음 8,000만 원을 비율대로 갚고 상속을 마무리하면 됩니다. 이 방식이 더 간편해서 대부분 상속 포기보다 한정승인을 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고, 실제로도 이런 사례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빚 중에서도 애매한 것들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데 대학에 입학한 성인 자녀의 등록금이 부족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버지는 고민하다 자신의 친구에게 자녀의 등록금을 빌립니다. 그러면 이것은 아버지의 빚인지 자녀의 빚인지 애매합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도 “아버지인 당신이 빚을 못 갚으면 당신의 자녀가 대학을 졸업한 후에 대신 갚을 것인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아예 차용증에 자녀를 보증인으로 세우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자녀 입장에서는 자신의 대학 등록금이므로 자신이 갚아야 할 빚이기도 합니다. 국가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아도 본인이 갚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모의 빚도 부모의 사업상 빚과 가족 공동체의 빚은 구분합니다.
부부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만약 배우자가 생활비로 돈을 빌린 경우, 가정생활에 쓰는 돈은 부부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모가 자식을 위해 빚을 졌을 때에는 좀 다르게 해석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연대책임을 지우는 법률 규정은 없습니다.
- 예전에는 배우자에게 상속을 하지 않았다
상속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배우자 상속입니다. 지금은 배우자 상속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실 과거 우리나라의 상속은 혈연관계여야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배우자는 무촌이라 부르는, 촌수가 없는 관계입니다. 인척도 아니고, 친척도 아니고, 혈족도 아닌 특수한 신분인 배우자를 상속에서 다루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배우자에게 상속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효 개념이 강해서 자녀가 어머니를 잘못 모시는 것을 큰 불효로 여겼기에 배우자가 남편의 재산을 상속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1945년 해방 이후 민법을 새로 만들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상속은 관습이 중요한 만큼 관습을 고려해 법을 만들어왔는데 배우자는 이제껏 상속을 해오지 않았으므로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두고 논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시집 간 딸은 출가외인으로 여겨 남편이 사망해도 친정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사망 후 자녀가 있으면 자녀의 상속을 관리하며 살았지만,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배우자는 시집에서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하는 지위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망자의 아내이자 시집온 집안의 며느리인 배우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민법에 특별 규정을 두었습니다. 상속 순위는 1순위, 2순위, 3순위, 4순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망한 사람을 기준으로 1순위는 직계비속으로 자신으로부터 출생된 친족입니다. 아들, 딸, 손자, 손녀가 여기에 속합니다. 2순위는 직계존속으로 직계비속에 상대되는 개념입니다. 본인을 출생하게 한 가족으로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를 뜻합니다. 3순위는 형제자매 입니다. 4순위는 방계혈족으로 삼촌, 사촌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1순위, 2순위, 3순위, 4순위는 겹치지 않습니다. 1순위가 없을 경우 2순위로 가고, 2순위가 없어야 3순위에 가고, 3순위가 없어야 4순위에 가고, 4순위까지 없으면 국고로 환수됩니다. 그러나 배우자(처)는 상속 순위 안에 없었습니다.
이에 특별 규정을 만들어 1순위가 있는 경우에는 1순위와 공동상속, 1순위가 없으면(아들이나 딸이 없으면)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그다음 순서 이므로 직계존속과 공동상속하게 됩니다. 3순위까지는 해당이 없으므로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하게 됩니다. 이렇게 특수한 조문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상속 순위는 이와 같이 정해졌지만 각자 가져가는 몫의 세부 내용은 달랐습니다. 민법이 시행된 1960년경 여성은 남성의 반 정도를 상속했습니다. 아내도 여성이므로 자녀가 아들인 경우 상속분의 반 밖에 못 받았습니다. 아들이 3명이면 아들들은 각각 1, 1, 1을 받게 되고, 아내는 그 2분의 1을 상속했습니다. 전체로 따져보면 아내는 전체 재산의 7분의 1만 상속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들이 또 호주상속하면 그 아들은 1과 2분의 1을 가져가게 되어 어머니보다 맏아들이 3배를 상속받게 되었습니다. 호주상속은 호주상속인을 큰아들로 하는 상속 형태였으나 이 조항은2005년 3월 폐지되었습니다(984조 1호, 985조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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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자의 상속순위
민법 제1003조
1.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제1000조제 1항제 1호와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2. 제1001조의 경우에 상속개시 전에 사망 또는 결격된 자의 배우자는 동조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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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도가 이어지다 보니 어째서 배우자가 아들보다 대우받지 못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어 결국 법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1979년 1월 6일부터는 배우자가 1과 2분의 1을 상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배우자의 지위가 올라갔고 1990년 이후 남녀평등에 발맞추어 가족법을 대대적으로 손보았습니다.
1991년 1월 1 일부터 바뀐 가족법에서는 딸과 아들의 지위가 상속에서 같아졌습니다. 그리고 며느리와 사위도 같은 지위가 되어 처의 상속이 아닌 ‘배우자의 상속’이라는 조문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위와 며느리도 같이 대우해주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관습에서는 ‘사위는 상처하면 재혼할 수 있으므로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 처갓집 재산을 사위가 상속한다’ 같은 관념이 없을 때였습니다. 민법 제정 당시, 며느리는 남편이 사망하더라도 시집을 떠나지 않고 시댁에서 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특별하게 상속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사위의 경우 배우자를 잃고 나서 재혼을 하면 처가와는 인연이 끊기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 따로 상속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기계적으로 법을 고쳐놓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큰 사고가 하나 발생했습니다. 1997년 8월, 괌으로 향하 던 항공기가 추락했습니다. 그때 한 일가족이 그 비행기에 타고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부부, 그 부부의 아들 부부, 딸, 외손자, 친손자가 다 사망했습니다. 당시 사위만 한국에 남아 있었습니다. 상속법을 따져보니 그 사위가 상속인이 되었습니다. 법이 고쳐지기 전이었다면 그 사위는 상속 대상이 아니었고, 그 사망자의 형제들이 3순위로 상속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당시 사망자가 큰 그룹의 회장이었기에 그 회장의 형제들이 사위가 그 많은 재산을 단독 상속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서 묘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상속은 사망 시점이 중요합니다. 누군가가 사망하면 법이 정한 순서에 따라 그다음 사람이 상속하고, 그렇게 상속받은 사람이 사망하면 또 법에 따라 그다음 상속 순서가 결정 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동시에 사망했기 때문에 사망 시점을 논할 수 없습니다. 즉,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민법에는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판단합니다. 추정이므로 구조했을 당시 한 시간이라도 더 살아 있었으면 되는데 보통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당시 회장의 형제자매들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당시에 딸이 살아 있었으면 딸이 상속하고, 또 딸이 사망한 다음 배우자가 상속하는 것은 맞다고 했습니다.
딸이 먼저 사망한 뒤 딸의 아버지가 사망하면 딸은 (사망해서) 없지만 딸의 가족은 딸을 대신해서 상속한다는 대습상속이 되는데 이것도 괜찮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동시 사망한 경우에는 그에 관련한 규정이 없고, 규정이 없으므로 상속권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억지스러워 보이는 주장이기는 했으나 당시에는 규정이 없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먼저 사망해도 상속을 하고 늦게 사망해도 상속을 하는데 동시에 사망했다고 상속을 못 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는 사위가 승소했습니다.
당시에는 아주 큰 사건이었고, 그 사건 이후에는 이 경우처럼 문제가 된 사건은 없습니다. 법이 개정되면서 마침 이런 사건이 있었고, 사람들이 관습과 법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라 관심이 높았습니다.
- 새롭게 가족이 된 사람들은 상속을 받을 수 있을까
가족법이 개정되면서 계모(새어머니)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계모를 어머니로 받아들이는 것이 관습이었는데 가족법이 개정되어 어머니가 아니게 된 것입니다. 계모는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의 배우자입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배우자면서 어머니는 아닌 신분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계모라는 용어가 법적인 지위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통념으로는 계모가 어머니인데, 어머니가 아니라는 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가족법에 의하면 계모는 어머니가 아닙니다. 민법에서도 1990년에 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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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와 자기의 출생 아닌 자에 관한 경과조치
민법 부칙 제4조(법률 제4199호)
이 법 시행일 전에 발생한 전처의 출생자와 계모 및 그 혈족, 인척 사이의 친족 관계와 혼인 외의 출생자와 부의 배우자 및 그 혈족, 인척 사이의 친족관계는 이 법 시행일부터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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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계모도 어머니의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래서 계모가 사망하면 계모의 재산을 전처 소생의 자녀도 상속했습니다. 또 자기 소생의 자녀가 있으면 같이 상속했습니다. 아버지는 다를 수 있지만 같이 어머니를 모시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족법이 바뀌면서 아버지가 사망한 후 계모는 배우자로서는 상속을 받으나 계모가 사망하면 그 재산은 아버지가 계모에게 상속한 것이므로 자녀(전처 소생의 자녀)에게는 가지 않습니다. 즉, 계모의 자녀에게는 상속이 가능하지만 전처 소생의 자녀는 계모의 사망 후에는 상속받지 못합니다.
다른 자식이 없는 경우에는 계모의 형제자매나 부모에게, 즉 계모의 친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사돈이 자기 아버지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형태입니다. 원래 이 집에 있던 아버지의 재산을 계모에게 상속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남에게 상속하는 형태가 되어서 자식들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재혼하면 큰일인 겁니다. 그래서 전처 소생 자녀가 재혼을 가장 반대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럼 재혼 시 가족의 반대를 극복하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미리 재산을 정리해 나눠주는 경우를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자녀들을 불러 재산을 미리 나누어주고 남은 것만 가지고 살겠다고 하면 여기에 또 하나의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유류분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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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류분 제도
상속재산 가운데, 상속을 받은 사람이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일정한 상속인을 위하여 법률상 반드시 남겨두어야 하는 일정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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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권 또는 유류분 권리자로서의 지위는 피상속인이 사망해 상속이 개시되는 시점에 비로소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유류분을 산정할 때 그 기초가 되는 재산의 평가 시기를 미리 일률적으로 정해놓아야 수증자나 유류분 권리자도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고 재산분할 시 혼란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여러 사람에게 증여한 경우 증여한 재산의 종류도 다를 수 있고 시기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법에서는 상속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증여할 때가 아닌 상속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현금은 물가 수준을 감안해 상속개시 당시의 금액으로 다시 산정합니다.
그리고 특별수익을 받은 수증자나 공동상속인이 그 목적물을 처분한 경우나 국가에 수용된 경우에도 당시 가액으로 계산하지 않고 상속개시 시점으로 평가해 계산합니다. 이 경우 처분 시의 금액에 그 뒤 물가 수준을 감안해 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처분하지 않은 사람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상속개시 시점으로 평가하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아버지가 상속지분을 침범해 자신의 재산을 남에게 줄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상속받아야 하는 재산을 부모가 다른 곳에 주고 나면 사망 후 상속분을 나눌 때 분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자녀와 배우자의 경우, 유류분 제도를 통해 상속지분의 절반은 찾아올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의 경우에는 3분의 1만 찾아 올 수 있습니다.
민법에서는 유류분을 사망할 당시로 규정하고 있고 타인에게 준 것은 1년까지만 소급해 적용합니다. 그러나 같은 상속인끼리는 기간 제한이 없습니다. 옛날에 준 재산도 유류분 계산을 할 때는 현재 물가에 맞춰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재혼하기 전에 재산을 정리했더라도 계모가 새로 계산하자고 하면 예전에 자녀들이 받은 것도 전부 다시 포함해 유류분을 계산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확한 금액을 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버지가 계모와 재혼하기 전에 자식에게 증여한 재산을 포함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까지는 나오지 않았고 하급심에서는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입양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입양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증여한 부분이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제들은 미리 받은 것을 늦둥이는 받지 못한 경우가 있으므로 막내가 태어나기 전에 준 것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문 하나만 가지고 전체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유류분 상속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법을 고치게 된다면 재혼할 때는 계약을 통해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러나 길을 열어놓으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함부로 열 수는 없습니다.
또한 상속재산분리제도는 상속개시 시 상속인의 고유 재산과 상속재산을 따로 분리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아버지의 재산과 자녀의 재산이 상속으로 합쳐지는 경우 아버지의 재산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채권자들입니다. 아버지의 채무이행 능력을 믿고 돈을 빌려준 사람이 어느 날 채무자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한 자녀에게 빚이 많다면 자녀는 상속 재산으로 자신의 빚을 갚을 수도 있습니다. 채권자들이 자녀에게 자기 빚을 갚지 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동시에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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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재산분리
상속에 의한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과의 혼합을 방지하기 위해 상속 개시 후에 상속채권자, 수유자 또는 상속인의 채권자의 청구에 의해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분리해 상속재산에 관한 청산을 목적으로 하는 재판상의 처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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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들은 이제 자녀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이득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속재산을 분리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버지 것은 아버지 것대로, 자녀 것은 자녀 것대로 분리해 그 분리된 재산사이에서 각자 채권자들이 권리를 행사해서 돈을 받으면 공평합니다. 이렇게 상속개시 후 상속재산과 고유재산을 분리해 정리하는 제도를 상속재산분리라고 합니다.
또 반대로 상속인 자녀 중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자녀가 부모를 모시기 위해 주택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본인(자녀)의 이름이 아닌 부모의 이름으로 사드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의 사망 후 이 부동산을 두고 상속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 법리를 따져보면 법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아버지의 명의로 둔 부동산이 실제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모에게 사드렸으므로 증여로 보아야 하는지, 명의만 부모의 이름으로 해둔 명의신탁으로 보아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명의신탁은 법으로 허용 되지 않습니다만 자녀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증여를 받았다는 증거인 증여세나 계약서, 명의신탁 계약서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제들 사이에서도 사준 사람의 재산으로 인정해 ‘형이 부모를 위해 샀으므로 형의 것’이라고 정리해주면 좋은데 ‘사준 것은 좋지만 지금은 아버지의 재산이니 같이 나누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결국은 그에 기여한 사람, 그 집을 사준 자녀가 ‘이 집을 사드린 덕분에 부모가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고, 내가 이 재산에 기여를 했으므로 이 재산은 내 것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자녀들이 협의해서 산정해도 되고 협의가 안 되면 법원에 기여분을 인정해달라고 신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후손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상속을 하면 세법상의 논쟁과는 별도로 논의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상속을 인정하면 자녀가 불로소득을 얻게 되는 것이니 그 재산을 받은 자녀는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다음 세대도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상속을 인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자녀가 가진 재산이 없으므로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반론을 폈는데 이에 또 다른 반론도 있습니다. 상속이 불가능하다면 윗세대가 왜 일을 열심히 하려 들겠느냐는 것입니다. 잘 벌어서 자녀에게 상속하지 못한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돈을 열심히 벌 이유가 적다는 것입니다. 또 윗세대가 일을 하지 않든 자녀가 일을 하지 않든 이는 격세로 일어나는 것이므로, 상속제도는 일과 상관없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꼭 상속 때문은 아니지만 사유재산을 보장해야 열심히 일할 동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상속세 세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나라 재벌가에서 상속이 이루어질 때 상속세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 재산을 보전하기 위해 탈법 행위를 하는 등 승계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던 와중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로마 시대에도 상속은 아주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당시 로마인들의 상속 방식은 조금 달랐습니다. 로마 시대에는 부자들이 다 장군이었습니다. 로마의 장군들은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오면서 많은 전리품을 가져와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유한 장군들이 사망하면 재산을 나누는 방식이 지금과는 좀 달랐습니다. 장군의 가족이 살 집과 기본적인 물품들은 그의 가족에게 상속하지만 대부분의 재산은 그 장군이 부를 이룰 때 도운 사람들, 즉 휘하에 있었던 장군들에게 나누어줬습니다. 그럼 그 장군의 아들은 무엇을 유산으로 받았는지 살펴봤습니다. 장군은 아들에게 다른 사람 밑에서 열심히 일해서 그 윗사람이 돈을 벌게 해주면 훗날 그 사람이 너에게도 나누어줄 것이라고 했답니다. 그리하여 장군의 아들은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일했고, 이런 식으로 로마 시대의 상속 제도가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상속에 관련한 또 다른 유명한 예로는 카이사르를 들 수 있습니다. 카이사르는 자식 없이 사망했고, 생질인 옥타비아누스가 상속인이 되었습니다. 카이사르 역시 생질에게 기본적인 상속은 했지만 자기가 이룬 모든 부를 자기를 따르던 부하 장군들에게 다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카이사르의 부하들은 다시 옥타비아누스에게 은공을 갚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결국 카이사르의 조카는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되었습니다.
로마 사람들의 상속 방식은 기발했습니다. 자기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주고 싶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봤습니다. 당시는 명예를 매우 중시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어 자기 아들에게만 남기면 그 사회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므로 아들에게만 재산을 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로마에서는 큰 부자가 사망하면, 그가 가진 재산 중 얼마를 누구에게 나누어주는가가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로마 사람들은 스톡옵션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로마의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글을 보면서 지금의 상속 문제에 있어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출처: 슬기로운 생활법률 / EBS BOOKS
첫댓글 무조건 부모를 잘 만나야~~~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반 서민들이 이 상속법을 알고니 있을까요?
재산도 상속 받지도 못하고 부모님의 빛만 물려 받는 사람들이 더러는 있습니다
좋은 글 많이 배우고 갑니다
모르고지내던생활법률상식~~
잘배우고갑니다.
장문의글 잘보고갑니다 감사드려요
귀한 정보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상속에 대해 다른 부분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상속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
어렵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