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상소(上疏)를 올리다.
양상서가 화원에서 춘운을 보낸 후에는 오장이 타는 듯하여 아무일도 할 수 가 없으니 푸른 하늘을 우러러 길이 한 숨 쉬되 손을 어루만지면서 자주 탄식하기를,
“내 마땅히 상소극간(上疏極諫)하리라.”
이어서 붓을 드니, 인사가 심히 격절하더라. 그 상소문에 씌였으되,
<예무상서 신 양소유는 돈수(頓首) 백배하옵고, 황상폐하께 말씀을 올리나이다. 엎드려 아뢰건대 윤기(倫紀)는 왕정(王廷)는 근본이요, 혼인은 인륜(人倫)의 시초인즉, 그 근본을 한 번 잃으면 덕화(德化)가 크게 무너지니 그 나라가 어지럽고, 그 비롯함을 삼가지 아니하면 그끝도 이루지 못하여 그 집이 망하나니 국가의 흥만(興亡)과 성쇠(盛衰) 또한 이와 같지 아니하리이까? 성인군자와 인군명주(人君名主)는 미불상 이에 유의하여 그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니 반드시 그 기강을 바로잡고 그 집을 바로 잡고자 함에는 혼이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 으뜸을 삼는지라, 신이 이미 전한 것이거늘, 뜻밖에 이제 부마(駙馬)로 간택하시는 온명은 합당치 못한 천신에게 내리시니 황송무지하와, 성상의 하교와 조정의 처분이 과연 옳은 줄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신이 설령 정혼하지 않았다 해도 문벌이 미천하고 재주가 짧고 학시깅 얕은 몸이온즉, 부마 간택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많으므로 합당치 못하온데, 하물며정녀와 짝이 되고 정사도와 더불어 장인과 사위가 되기로 정하였거늘 아직도 육례(六禮)를 끝내지 않았다 하여 이를 거론치는 못할 것이옵니다.
이러하온데 어찌 귀한 몸이신 공주를 필부(匹夫)나 다름없는 천신에게 허가케 하시려 하나이까? 어찌 예법에 합불함을 묻지 아니하시고 구차한 기롱(譏弄)을 무릎써 예 아닌 예를 행코자 하시나이까? 이에 밀지(密旨)를 내리시어 이미 행한 예를 행코자 하시나이까? 이에 밀지(密旨)를 내리시어 이미 행한 예를 파기케 하시니 신은 예부(禮部)의 책임을 맡고 있는 신하로서는 말미암아 어지럽고, 인륜이 신으로 말미암아 무너져서 성상의 덕을 손상하옵고 아래로 가도(家道)를 무너뜨려 마침내 큰 화를 면치 못할 까 하오니 엎드려 바라건데 성상은 예의 근본을 중히 하옵시고 풍화(風化)의 비롯함을 바르게 하사, 빨리 조명을 거두시어 그로 하여금 천분(天分)을 평안케 하소서.>
상이 이 다 읽으시고 태후께 아뢰시니, 태후는 대로하여 양소유를 옥에 가두라고 하시매 조정 대신들이 일제히 간하니, 상이 이르시기를,
“짐이 그 벌이 과한 줄 아나, 태후께서 저렇듯 진노하시니 짐도 감히 사하기 어렵도다.”
하고 하옥하라 명하시니, 이에 이르러 양소유는 옥에 갇히고 정사도는 송구한 마음에서 스스로 문을 닫고 객을 물이치더라.
첫댓글 황상은 언행이 법이라 하여도 사회 윤리와 도덕을 넘어선다면
민심이 천심이라 백성을 생각하여 양소유를 석방 원소 복귀함이
마땅 할지니 역천자가 되지는 않겠지요?
다음 회를 기대하며 프란치스코님께 감사드립니다 _()_
성인군자의 옳바른 상소문이 태후의심기를 건드렷네요 잘보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