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랩에 언니 오빠... 운운한 것을 제외하면 노래의 화자는 철저히 남성이다. 말투와 화법이 다 그렇다.
그것도 1970~80년대 감성이다.
어쩌면 팝저씨(를 비롯한 기성세대 남성)에 대한 헌정곡일지도 모르겠다.
ex)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내멋대로
언제부터 내가 이리 약해졌었던가.
엎어지고 자빠져도 나는 간다.
뜨거웠던 가슴으로 다시 한 번 일어나.
이중 "언제부터 내가 이리 약해졌었던가"는 오늘따라 힘들어 죽겠는데 벌써부터 무척 힐링이 된다.
이미 지난해 여름엔 <걱정은 노 고민도 노> 가사에 진짜로 걱정 근심이 사라지지 않았던가.
(2) 몇몇 분이 이미 지적을 하셨지만, 이 노래와 안무는 기나긴 대한민국 현대사를 응축하고 있다.
(초아의 반동 구호-軍 또는 운동권
금미의 권투 모션-홍수환과 유제두 시절
웨이-비보이
엘린-배삼룡을 연상케 하는 막춤
이기동의 "쿵다라닥닥 삐약삐약..."과 닭싸움
새마을운동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잘살아보세 내용의 가사... 등등
다만 예전 새마을운동기의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란 가사는 <블링블링 나도 한번 잘살아보자>로 바뀌었다.
나라가 살만큼 살게 됐으니 이제 개인이 잘살아야 한다는 시대적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노래의 배후에는
1960년대 박노식-황해의 액션영화부터 1970년대 새마을운동 노래, 홍수환의 4전5기와 이기동의 웃으면복이와요,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1990년대 비보잉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그렇다.
이들은 진정한 국민돌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에 이미 그런 말이 나왔었다. 마마 무대와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다 설 수 있는 아이돌이 또 있겠느냐고.
온국민 대박은 물론, 올해 지방행사 장윤정보다 많이 더 뛰겠다.
이런 얘긴 골백번은 한 것 같지만, 세상에 이런 걸그룹이 또 어디 있을까!!
(3) 용팝이들은 쇼케이스에서 첫 공연을 하기 직전 무척 떨린다고 했다. 천만에 말씀이다.
그들은 한 동작 한 동작을 철저히 즐기고 있었다. 무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특히 엘린.
(4) 기자 두 명이 대단히 불필요하고 무례한 질문을 했는데(왜 노래 전에 질문 두 개를 미리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오디오 준비가 미처 덜 돼서 양정모가 황급히 그렇게 돌린 것 같다), 용팝이들은 능수능란하게 대답했다. 어디 아무개 기잡니다 하면 "안녕하세요~" 하는 모습도 무척 보기 좋았다. 여기서 나온 웨이의 명대사 <하우스 일렉트로닉 뽕짝>은 최소한 올 상반기 용팝이들을 규정하는 용어가 될 것이다.
(두 기자의 그 질문은 마치 이문열 선생이 신간을 내서 간담회를 하는데 "선생님 작품은 왜 계속 똑같으냐. 삼국지는 박태원이나 정비석 작품하고 뭐가 다르냐"는 질문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너는 왜 그렇게 생겨먹었느냐"는 질문. 나이어린 걸그룹이라고 이렇게 무례해도 되는 건가?)
(5) 용팝이들이 공연에 몰두하는 그 3분여의 시간은 마법이었다. 세상이 정지된 것 같았다.
뭔가 예고없이 뺨 위를 흘렀다. 눈물이었다(이런 얘기를 도대체 어디 가서 하겠는가?).
사람들이 볼까봐 애써 손을 올려 닦지도 않았다.
감동이었다. 대박의 예감이었다.
그것은 온 국민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였다.
얼핏 들으면 그저 웃기려고 만든 가사요 곡조인 것 같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다른 숱한 아이돌처럼, 그저 가벼운 사랑타령 노래가 아니라
책임과 의무를 지니며 힘겹게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찬사와
잔머리 굴리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그건 용팝이들도 마찬가지다)에 대한 위로와
그들이 용기를 얻고 다시 도약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치유가 있다.
댄싱퀸과 마찬가지로, 고독한 자아에 대한 성찰과 철학이 있다.
도도히 흘러 온 역사가, 만만찮은 경지의 인문학이,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고집하는 인디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걸 2012년 10월 26일 댄싱퀸 첫 음방때처럼 정말 열심히 보여준 것이다.
(6) 예전에 날따라팔로우님이 이런 말씀을 했다.
국민돌을 만드는 것은 초딩이다.
초딩이 따라부르기 쉽고 따라부르려 할 만큼 재미있어야 한다.
내가 물었다. 아니 그럼 신곡도?
예상대로 됐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젠 유아부터 고구마밭 어르신까지 다 따라 부르겠다.
봄철 놀이터와 운동장과 골목마다 아이들이 이 안무 따라한다는 데 500원 건다.
(7) 한가지 오늘 분명히 깨달은 점이 있다.
이 각박하고 힘겹고 부박하고 험난한 2014년의 세상에
저들은 하늘이 내려보낸 천사 다섯 명이라는 것이다.
다섯 개 인형이 말도 하고 노래도 한다.
저렇게 이쁘고 귀여운 애들이 근심과 시련을 사라지게 해 준다.
그런데 이제는 "엎어지고 자빠져도 나는 간다"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돌직구를 날리는 것이다.
나가다가 금미와 눈이 뙇 마주쳤다.
얼어붙어서 아무말도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웨이는 눈웃음을 치며 "안녕히 가세요~"라고 한다.
최소한 <웨이양 너무 잘했어요! 신곡 대박날거예요!>라고 말해줬어야 했는데
바보처럼 아무말 하지 못하고 고개만 간신히 끄덕였다.
아악.
힐링의 비수가 심장에 꽂힌다.
언제부터 내가 이리 약해졌었던가.
첫댓글 응원가로 손색이 없을듯 시퍼요
70년도 느낌으로 가는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용팝이들은 힐링 그자체입니다. 진심 사랑하는 존재입니다
선거용으르도 좋을거 같네요 ^^
정말 제 스탈이네요
이게 용팝이죠 ㅎㅎ ^^
와~~ 어이에 잘 어울리는 멋진 후기입니다. 어제 이후로 제곁엔 어이가 함께 합니다
좋기도하고 절 낫게하는 치료제 이기도 해서요.^^ 걸그룹중 하나가 아니라 크레용팝 만이
할수있는 노래가 또 나와서 즐겁고 행복합니다. 댄싱인더문라잇님 말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는게
진작부터 진심으로 믿어지는
용팝이들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냅니다~~~~~~
야구장 응원가는 당연하고
군대에서 대박터질거 같음~
지금 출근길인데 어제 영상 계속 보고 있어요^^ 멋진 후기 잘 보고 갑니다.
진짜 야구장 응원가로 좋을듯!!!
용팝다운 노래.. 그리고 팝저씨다운 후기네요...^^;;
초당들이 따라하기엔 가사와 안무가... ^.,^;;
울 용팝들도 힘들다했으니.. 근데.. 사람이 좋다 노는 언니들 춤을 그대로 넣을줄이야..^^;;;; 그춤이 신선하고 좋아서 넘 자주보는 바람에 정작 이번 어이에서 같은안무를 해니.. 조금 아쉬움이..^^;;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용팝들은 이런그룹이다 라고 알릴수 있는곡이네요.. 빠뻐빠로 용팝들을 알게 되었지만 정작 빠지게 된건 빙빙의 초록색츄리닝입고 노는 언니춤을 추는 방송을 보고 충격먹고.. 게릴라 무대를 보면서 어느새 팝저씨가된 저처럼 다른분들도 용팝덜의 유쾌한 매력에 빠져들게할만한 노래라는건 확실합니다..^^;;
팝저씨들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걸그룹이 닭싸움 포즈와 진지한 표정만으로 기자들을 무장해제시키고 너털웃음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알고보면 웃기는 일만은 아니지요. 이젠 더이상 본인들이 공연할 무대를 찾아 길거리를 전전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임에도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체제 전복적인!' 진지한 철학을 고수하는 그녀들이 (어쩌면 외형만으로는 더 예쁘고 깜찍한 아이돌이 있을 순 있겠지만) 제겐 그 어떤 아이돌 보다도 아름답고 귀엽고 자랑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