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샤브사브용 냄비에는 왜 기둥이 가운데 있을까?
샤브샤브 요리 전문점에 가면 구리 재질에 가운데가 원기둥으로 솟아 구멍이 뚫린 냄비를 볼 수 있다. 중국에서 넘어온 양고기용 샤브샤브 냄비인데 원기둥이 단순한 장식은 아니다. 그 기둥 덕분에 물 온도가 일정해지고 샤브샤브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기둥이 없는 일반 냄비는 불기운을 냄비 바닥으로만 받는다. 그래서 위치에 따라 물 온도가 달라지지만 구멍 난 기둥이 있으면 열기가 훨씬 골고루 전달된다. 게다가 구리 재질은 열전도가 뛰어나다. 그만큼 냄비 속 물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Q 소의 양깃머리 부위를 구입하기 점점 힘들어지는 까닭은?
고기 하면 갈비, 안심, 양지 등 다양한 부위가 있고 양깃머리(양, 소의 제1위) 같은 내장 부위도 인기가 많은데 요즘 질 좋은 양깃머리가 드물어지고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소가 초원에서 풀을 뜯고 한가로이 되새김질하면서 거친 섬유질을 커다란 위장에서 천천히 소화했다. 하지만 요즘 소는 소화가 잘되는 사료를 주로 먹기 때문에 하루 종일 되새김질할 필요도 없고 커다란 위장이 필요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양깃머리, 즉 위의 크기가 줄어들어 공급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Q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는 있는데, 왜 문어 먹물 스파게티는 없을까?
스파게티 소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마니아들이 즐기는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처음에는 색깔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 이 소스는 맛이 독특하다. 그런데 왜 문어 먹물 스파게티는 없을까? 오징어 먹물은 점착력이 있어서 소스로 쓰기에 좋지만 문어 먹물은 점착력이 없어 흐트러지기 때문에 면에 잘 묻지 않는다. 이렇듯 문어 먹물과 오징어 먹물의 성질이 다른 것은 그 용도가 달라서다. 문어는 잘 퍼지는 먹물로 바닷물을 검게 만들어 적의 시선을 흐리게 한다. 반면, 오징어가 내뿜는 끈적한 먹물은 바닷물에 풀리지 않고 검은 덩어리가 되어 물속을 떠다닌다. 천적이 이것을 오징어로 착각하게 하려는 것이다. 문어 먹물은 연막 작전용, 오징어 먹물은 허수아비 작전용인 셈이다.
Q 밀가루는 왜 반드시 종이봉투에 담아 팔까?
비닐봉투의 전성기인 이 시대에 밀가루만은 아직 종이봉투에 담겨 나온다. 이는 밀가루의 생명인 ‘글루텐(gluten)’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글루텐은 밀가루를 밀가루답게 만들어주는 단백질로, 밀가루가 우동이나 빵이 될 수 있는 것도 글루텐의 점성 덕분이다.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등으로 구분해 부르는 것은 글루텐 양의 많고 적음의 차이를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글루텐은 끊임없이 외부 공기와 접촉하지 않으면 굳어버리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밀가루는 통기성이 좋은 종이봉투에 담아야 한다.
Q 구워서 만든 빵을 다시 구워 먹는 토스트가 만들어진 이유?
밥은 한 번 지으면 다시 지어서 먹지 않는다. 그런데 식빵은 다르다. 오븐에서 구워 만든 빵을 토스터에서 한 번 더 굽는 것이 보통이다. 왜 이런 수고를 들일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갓 구워낸 식빵은 부드럽고 폭신폭신해서 그냥 먹어도 맛있다. 날 것이던 전분이 열 때문에 끈적끈적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빵이 식으면 전분이 노화되어 딱딱해지며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버린다. 그 상태로는 맛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 번 더 구워서 전분을 다시 끈적끈적한 상태로 만들어 먹는 것이다.
Q 왠지 옛날 우유가 더 맛있게 느낀다면 무엇 때문일까?
나이 든 사람 중에는 “옛날 우유가 더 진하고 맛있었지!”하며 그리워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한 착각이다. 우유의 맛을 좌우하는 우유의 유지방이 오히려 10년 전보다 0.2퍼센트 정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런 착각을 하게 될까? 옛날 우유는 골고루 섞이지 않아서 유지방분이 위쪽에 떠 있었다. 진한 첫 모금의 인상이 남아서 그때의 우유가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요즘 우유는 유지방이 엉김 없이 고르게 잘 섞여 있어 조금 싱겁게 느껴진다.
Q 녹차는 왜 종류에 따라 물 온도를 달리해야 할까?
고급 녹차일수록 물 온도를 낮게 해서 우려야 한다. 예를 들어 녹차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옥로는 그 맛의 비밀이 테아닌 등의 아미노산류에 있다. 옥로 잎에서 아미노산이 우러나는 것은 50도 전 후다. 그보다 뜨거우면 떫고 쓴맛의 원인이 되는 타닌(tanin)까지 우러나버린다. 다음으로 전차는 고급품이 70도, 보통품은 90도가 적당하다. 전차에는 타닌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물이 뜨거우면 타닌이 너무 많이 우러나 쓴맛이 강해진다. 마지막으로 번차의 경우, 끓는 물이 가장 좋다. 타닌이나 아미노산류의 함량이 적어 물이 끓을 정도로 뜨거워야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Q 어떤 물이 가장 맛있을까?
생수(미네랄 워터)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산에서 솟는 물, 계곡물 등 모두 자연의 은혜를 상품화한 것인데 예로부터 이런 천연수는 다음처럼 구분하곤 했다. 가장 맛있는 물이 산수고, 그다음으로는 가을 빗물, 강물, 우물물이다. 특히 산수에는 물맛을 좋게 하는 미네랄과 탄산가스가 많이 들어 있다. 참고로 등산 도중 계곡물을 마셔도 안전한 것은 태양 빛에 살균 효과가 있어서다. 게다가 불어오는 바람이 계곡물의 성분을 산화, 침전시킨다. 또 계곡 바닥의 모래에 섞여 있는 실리카(silica)라는 물질이 물을 여과해준다.
Q 상한 와인을 가려내는 방법은?
와인의 품질을 판별하려면 우선 병을 들어 빛에 비춰보자. 색이 탁하면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상표나 병 입구의 청결 상태를 체크한다. 그 부분이 지저분한 것은 운송 중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와인의 양에 주목한다. 코르크 마개 아래 1~2센티미터까지 와인이 차 있어야 하는데, 그 이하로 내려가 있는 것은 사지 않는 게 좋다. 온도 변화로 와인이 팽창하여 새버렸거나 코르크가 말라서 와인이 휘발한 증거로 볼 수 있으니 당연히 와인이 산화했다고 보아야 한다.
Q 음식에 소금으로 간하기가 왜 어려울까?
어느 나라 요리든 소금간은 정말 쉽지 않다. 조금 모자라면 허전하고 심심한 맛이 되고 조금 많으면 짜서 먹기 힘든 요리가 된다. 소금간이 어려운 것은 짠맛이 맛있게 느껴지는 미각의 범위가 대단히 좁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금은 단순히 짠맛만 조절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층 조절이 어렵다. 요리별 적정한 소금의 양을 살펴보자. 국 끓일 때나 데칠 때는 0.9~1퍼센트, 반찬용 찜류는 1.5~2퍼센트, 채소 샐러드는 1퍼센트 전후가 적당하다. 무엇보다 요리할 때는 소금을 처음부터 듬뿍 넣지 말고 조금씩 맛을 보며 넣는 것이 좋다.
Q 신 음식은 그냥 보기만 해도 몸에 좋다?
신 김치라는 글자만 봐도 입에 침이 고일지 모른다. 새콤한 음식을 보거나 상상하면 침이 솟는 것은 일종의 조건반사인데, 침은 사실 건강에 정말 좋다. 일반 성인은 하루에 약 1리터의 침을 분비한다. 침은 대부분 물이며 그 밖에 무틴, 요소, 아미노산,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의 무기염, 아밀라아제, 말타아제, 리파제, 옥시타제 등 의 효소가 0.05퍼센트 정도 함유되어 있다. 이들 고형 성분은 우리 몸에 유익한 기능을 하는데, 예를 들어 침샘에서 분비되는 염화나트륨은 침에 포함된 아밀라아제를 활성화한다. 아밀라아제는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효소다. 이렇듯 침이 많이 나오면 건강에 좋다. 그러니 새콤한 음식은 먹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 몸에 유익하다.
Q 아재는 식도락가가 될 수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른바 미식가라는 사람 중에는 중년 이후 세대가 많다. 일류 요리 점이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맛이 있는데, 그러려면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젊은이보다 중년 이상의 나이대에 미식가가 많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미각이 쇠퇴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식도락가라고 하기 어렵다. 음식의 맛은 혀로 느낀다. 혀의 표면에는 까칠까칠한 돌기가 무수히 나있다. 그 돌기 속에는 미뢰라고 하는 맛을 감지하는 안테나가 250여 개나 있는데 이것은 젊었을 때의 이야기다. 노년기가 되면 그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Q 미각은 음식 맛을 즐기기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니다. 진짜 임무는 따로 있다?
미각이란 4가지 기본 맛, 즉 단맛, 짠맛, 쓴맛, 신맛을 느끼는 감각을 말한다. 그런데 미각은 오로지 맛을 즐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을 유지하고 또 위험을 피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젖먹이 아기는 단맛만 느끼는데, 이는 단맛이 몸의 성장에 꼭 필요한 영양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 짠맛을 알게 된다. 짠맛은 혈액 속 나트륨을 유지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마지막으로 생기는 것이 신맛과 쓴맛을 감지하는 능력이다. 유독물 중에는 이 맛들이 나는 것이 많다. 입에 넣은 음식이 쓰면 반사적으로 뱉어내는 능력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것이다.
Q 곤약은 손으로 찢어야 더 맛있다?
곤약은 식칼로 자르면 맛이 없어지는 신기한 식재료다. 원래 아무 맛이 안 나는 곤약이지만 칼이 닿으면 금속 냄새가 배고 만다. 그래서 곤약은 칼로 썰지 말고 손으로 찢어야 한다. 그러면 잘린 면의 표면적이 커져서 요리할 때 맛이 더 잘 스며든다. 모양이 들쑥날쑥해서 다소 예쁘지 않더라도 맛은 훨씬 나아진다. 또 손으로 찢으면 혀에 닿는 감촉도 더 좋아진다. 이런 이유로 곤약은 칼로 반듯하게 썰면 안 되는 재료다.
Q 쇠고기도 생선처럼 제철이 있다?
생선과 채소에 제철이 있는 것처럼, 소고기에도 철이 있다. 가을이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하니 소도 덩달아 살이 올라 맛있어지는 걸까? 그런데 쇠고기가 가장 맛있는 것은 한겨울이다. 왜일까? 소는 가을이면 식사량을 듬뿍 늘려 지방을 비축해서 겨울철 추위에 대비한다. 지방만 늘어난 이 상태보다 그 지방을 포함한 고기가 성숙하는 이듬해 2월이 가장 맛있다.
Q 스테이크를 숯불에 구우면 더 맛있어지는 까닭은?
한 대학교 식품학 연구실에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품질, 무게, 크기 면에서 똑같은 고기 두 조각을 동일한 화력으로 동일한 시간 동안, 가스불과 숯불에서 각각 구워보았다. 그러자 가스불에 구운 고기는 표면 온도가 85도일 때 속은 35도밖에 되지 않았다. 숯불의 경우 겉이 85도일 때 속은 55도였다. 내부 온도가 가스불보다 20도나 더 높다. 숯불에 구우면 고기 속까지 불기운이 잘 스며드는 것이다. 같은 화력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가스불과 숯불의 적외선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돌에 구울 때 맛있게 익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로, 숯불이 뿜어내는 적외선이 두꺼운 스테이크의 속까지 고르게 익혀주는 것이다.
Q 식재료의 소금기를 빼야 할 때는 소금물에 담그면 된다. 그 이유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식재료의 소금기를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금물에 담그는 것이다. 이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조리 비법이다. 이 방법은 ‘삼투압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농도가 다른 2가지를 붙여놓으면 농도가 서로 비슷해진다. 소금물의 농도가 식재료의 소금 농도보다 낮으면, 두 농도가 같아질 때까지 식재료 속 소금기가 빠져나간다. 어느 정도 지난 후 농도가 옅은 소금물로 갈아주면 소금기를 더 뺄 수 있다. 정말 과학적 조리 방법이다.
Q 문어는 암컷이 더 맛있다. 과연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지만, 문어는 수컷보다 암컷이 더 맛있다. 수컷은 암컷에 비해 몸이 딱딱하고 암컷의 살은 폭신하고 부드럽다. 그럼 어떻게 문어의 암수를 구분할까? 여기에는 확실한 요령이 있다. 문어 다리에는 빨판이 있는데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빨판이 크기 순서대로 가지런히 나 있는 것이 암컷이다. 반대로 빨판의 크기가 들쭉날쭉 불규칙한 것은 수컷이다.
Q 그물로 잡은 꽁치가 맛이 없는 까닭은?
요즘 꽁치는 별로 맛이 없다. 꽁치잡이 방식이 옛날과 다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그물 속에 흘러들어온 꽁치의 머리가 그물코에 꽉 끼어 옴짝달싹 못 하게 해서 잡아 올렸다. 요즘은 큰 그물을 쳐놓고 환하게 불을 밝힌 후 빛을 보고 몰려든 꽁치를 한꺼번에 끌어올린 다. 옛날 방식과 달리 꽁치가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비늘이 떨어지고, 떨어져 나간 비늘을 다른 꽁치가 삼킨다. 이런 과정에서 꽁치에 상처가 나고 내장이 까칠까칠해져서 맛이 없어지는 것이다.
Q 복어회는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서 먹는다. 비싸서가 아니라 그래야 더 맛있어서다?
복어회를 얇게 저미듯 써는 것은 단순히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다. 복어는 얇게 썰어야 제맛을 낸다. 원래도 꼬득꼬득 탱탱하게 수축해 있는 살을 두껍게 썰면 딱딱해서 마치 말린 오징어 같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복어 본래의 감칠맛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복어회는 할 수 있는 한 얇게 썰어 먹어야 한다. 한편 살이 부드러운 참치 같은 붉은 살 생선은 얇게 썰면 씹는 맛이 없다. 그래서 두툼하게 써는 것이다.
Q 도미는 썩어도 정말 맛있을까?
일본에는 ‘썩어도 도미’라는 말이 있다. 과연 썩은 도미를 정말 먹을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도미는 수심 30~150미터에서 산다. 가까운 바다치고는 상당히 깊은 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압을 받으며 살다 보니 세포막의 외막이 꽤 단단하다. 즉, 몸에 상처가 나도 세균이 침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죽은 뒤에도 세균이 잘 들어가지 못하니 쉽게 썩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확히 말하면 ‘썩어도 도미’가 아니라 ‘잘 썩지 않으니까 도미’다. 시간이 지나면 날것으로 먹기 어려워도 잘 씻어 불에 익히면 먹을 수 있다.
Q 생선회는 저녁에 먹어야 맛있다?
저녁에 먹는 회가 더 맛있다는 이야기는 인간의 후각과 관련이 있다. 후각이 가장 민감할 때는 아침이고, 오후가 될수록 무뎌진다. 요컨대 저녁에는 조금 덜 싱싱한 생선을 먹어도 비린내를 잘 못 느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Q 물고기는 씻을수록 맛있어진다?
요리사는 발라낸 생선살을 물에 씻는다. 특히 흰살 생선은 여러 번 정성스레 씻어낸다. 그래야 더 맛있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흰살 생선의 근육 속에 함유된 ATP(아데노신삼인산)라는 물질 때문이다. 이 성분은 찬물에 닿으면 근육을 수축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찬물에 씻으면 씹는 맛이 더 좋아지는 것이다.
Q 아무리 배가 불러도 더 먹을 수 있는 까닭은?
‘밥 배 따로, 디저트 배 따로’라며 식사 후 곧장 디저트나 커피 등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대체 위장 어디에 그런 자리가 남아 있을까 싶지만 사실 포만감과 식욕은 별개이다. 포만감은 공복 시 떨어져 있던 혈당치와 체온이 식사를 통해 올라가면서 뇌가 ‘이제 배가 부르다’라고 신호를 보내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배가 부른 것과 배 속 위장에 음식이 더 들어갈 자리가 남았는지는 별 관계가 없다. 아무리 뇌에서 포만감의 신호를 보내도 먹을 의지와 식욕이 있는 사람이 많다. 식욕은 맛있는 음식을 향한 욕망이니까.
Q 감자, 고구마는 돌 위에서 천천히 구우면 왜 더 맛있을까?
겨울이면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는 길거리 음식, 군고구마. 그런데 감자, 고구마는 돌에 구우면 더 맛있는데, 왜 그럴까? 돌 위에서 천천히 구우면 아밀라아제라는 효소의 작용이 활발해지고 고구마의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고구마를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불 위에 직접 구우면 고구마가 너무 빨리 익기 때문에 아밀라아제가 활약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퍽퍽하고 맛없는 고구마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돌에서 천천히 구운 고구마는 껍질이 바삭하게 익어 피라진(pyrazine)이라는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그러므로 집에서 군고구마를 해 먹을 때는 적어도 오븐을 이용하자. 고구마를 되도록 수북이 넣어 오랜 시간 천천히 굽는 것이 비결이다.
Q 달콤한 단팥죽에 소금을 넣는 까닭은?
사람은 두 종류의 다른 자극을 동시에 받을 때 강도가 더 센 쪽의 자극을 한층 강하게 느낀다. 이것을 ‘대비현상’이라고 한다. 단팥죽을 만들 때 소금을 살짝 치는 것도 이 대비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약간의 소금은 전체 맛에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인간의 미각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소금을 살짝 넣어 대비현상이 일어나면 설탕의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Q 칵테일은 원래 맛없는 술을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었다?
나라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있다. 프랑스는 와인, 영국은 위스키, 독일은 맥주, 러시아는 보드카, 일본은 정종. 그러면 미국은? 사실 미국에는 국민주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굳이 꼽으라면 칵테일일까? 칵테일은 미국에서 태어났다. 여기에는 조금 애처로운 사연이 있다. 국민주가 없던 미국은 유럽의 수입주에 의존해야 했는데, 대부분 조악한 술뿐이라 그대로 마시면 너무 맛이 없었다. 별수 없이 시럽이나 향료 따위를 넣어 맛을 내다 보니 각종 칵테일이 탄생한 것이다.
Q 위스키 봉봉 속에는 과연 위스키를 어떻게 넣을까?
초콜릿 속에 위스키가 들어 있는 위스키 봉봉. 먹을 때마다 그 안에 어떻게 위스키를 넣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초콜릿으로 껍데기 부분을 만들고 마무리 단계에서 위스키를 주입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스키를 탄 설탕액을 봉봉 틀에 흘려넣고 천천히 식히는 방법으로 만든다. 그러면 액체화되지 않은 설탕이 바깥쪽 위스키 봉봉에 결정을 만든다. 그리고 분리된 위스키가 그 안에 갇히는 것이다.
Q 프랑스 브랜디에 영어로 등급이 매겨져 있는 까닭은?
브랜디는 프랑스 술이다. 그런데 등급은 ‘Three star, V.S.O.P’처럼 영어로 매겨저 있다. 왜일까? 프랑스제 브랜디의 가장 큰 소비국은 영국이다. 그래서 그에 맞춰 영어로 적은 것이다. 브랜디의 등급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V.S.O.P는 Very(매우), Superior(뛰어난), Old(오랜), Pale(맑은)의 약자이다. X는 Extra(특별히), F는 Fine(훌륭한), E는 Especially(특별히), C는 Cognac(코냑)의 약자이다. 예를 들어 ‘X.O’라고 하면 ‘특히 오래된’이라는 뜻이다.
Q 생리 전에 술을 마신 여성은 알코올 중독에 걸리기 쉽다?
최근 주부들 중에 ‘키친 드링커(kitchen drinker)’가 늘고 있다. 남편이 가정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생긴 불안, 불만이 그 이유로 꼽히는데 생리적으로 보더라도 남성에 비해 여성은 알코올에 중독되기 쉽다. 잠재적 알코올 중독자 중 젊은 여성은 여성 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월경 직전에 술이 가장 생각난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할 뿐만 아니라 이런 음주 패턴이 반복되면 알코올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폐경기 또한 위험하다. 음주욕구를 억누르던 여성 호르몬의 제동이 사라지기 때문이 갑자기 술이 세진다. 그래서 키친 드링커가 생기는 것이다.
Q 고급 브랜디는 왜 ‘나폴레옹’이라 불릴까?
1912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의 아들이 태어났다. 코냑 제조사가 황제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해 생산된 브랜디를 ‘나폴레옹’이라고 명명했던 것이 최고급품에 붙는 ‘나폴레옹’ 이름의 시작이다. 지금은 프랑스의 여러 제조사가 자사의 최고급 브랜디에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럼 ‘나폴레옹’이 붙으면 모두 고급일까? 그렇지는 않다. 프랑스에도 저렴한 술만 생산하는 회사가 있고 이들도 자사 제품 중 가장 좋은 것에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을 붙여 출하한다. 한 병에 1만 원짜리 나폴레옹도 있으니 영웅의 이름에 혹 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Q 맥주를 빨대로 마시면 왜 빨리 취할까?
맥주를 빨대로 마시면 평소보다 빨리 취하게 된다. 과학적으로는 잔으로 꿀꺽꿀꺽 마시든 빨대로 쭉쭉 빨아 마시든 같은 양을 마시면 같은 정도로 취해야 할 텐데, 현실은 빨대 쪽이 빨리 취한다. 빨대로 조금씩 마시면 위벽 구석구석 빠짐없이 맥주가 돌아서 알코올이 더 잘 흡수된다. 잔으로 꿀꺽 마시면 일부는 그대로 배설되는 데 비해 빨대로 마시면 거의 100퍼센트 흡수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경제적인 음주법이지만 맥주 특유의 시원한 목 넘김을 맛볼 수 없으니 그 점은 좀 안타깝다.
Q 맥주의 맛있는 쓴맛은 귀하게 키운 홉에서 나온다?
식물에는 수꽃과 암꽃이 따로 피는 것이 있다. 맥주의 향과 쌉쌀한 맛을 내는 홉(hop)도 그중 하나다. 대개 이런 식물은 바람에 날려온 수꽃의 꽃가루가 암꽃의 암술에 닿아, 수정하고 자손을 남긴다. 맥주에 사용하는 홉은 수정 전의 ‘처녀 암꽃’이어야 한다. 그것도 최대한 성숙해서 한창때인 아가씨 꽃이 가장 좋다. 그래서 적당한 시기가 되면 나쁜 벌레(수꽃의 꽃가루)가 붙지 못하도록 비닐을 씌운다. 그야말로 ‘온실 속 아가씨’로 키우는 배려가 필요하다.
Q 너무 차가운 맥주는 왜 맛이 없을까?
맥주가 너무 차가우면 맛이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맥주를 너무 차게 식히면 맥주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거품이 잘 일지 않는다. 거품의 정체는 탄산가스인데, 맥주 온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가스가 맥주 속에 녹아버린다. 그래서 맥주를 컵에 따라도 거품이 일지 않는다. 맥주가 가장 맛있는 온도는 대략 10도 전후다. 냉장고에 반나절 넣어두면 딱 좋은 상태가 된다.
Q 냉장고 도어포켓은 맥주에게 잘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다?
냉장고의 도어포켓을 맥주의 지정석으로 삼은 집이 많은데, 사실 그 장소는 맥주 보관 장소로는 최악이다. 맥주는 진동에 맛이 떨어진다. 프로야구 우승팀에 ‘맥주 뿌리기’를 할 때 마구 흔든 맥주의 마개를 따면 거품이 확 솟아올라 제대로 마실 만한 것이 못 된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냉장고의 도어포켓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열었다 닫힌다. 그때마다 맥주는 움직이게 되어 결과적으로 맛이 없어진다. 도어포켓은 어린이용 주스나 생수 등에 양보하고 맥주는 냉장고 안쪽에 얌전히 보관하는 게 어떨까?
Q 맥주를 색다르게 마시는 법, 이건 어때요?
맥주는 적당히 시원한 것을 꿀꺽꿀꺽 단숨에 비우는 게 최고라지만, 가끔 다른 방법으로 즐기는 건 어떨까?
레드아이: 맥주와 토마토 주스를7:3으로 살살 섞는다. 맛이 깔끔해서 목욕 직후나 해장술로 딱 좋다.
샹티: 커다란 잔에 맥주를 붓고 라임 주스를 30밀리리터 정도 섞는다. 갈증 날 때 마시면 좋은 방법이다.
블랙 비어: 맥주와 콜라를 반반씩 넣고 가만히 저어준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폭탄주: 맥주에 차가운 드라이 진(위스키도 좋다)을 60밀리리터 정도 넣어 섞는다. 맥주로 부족하다는 주당들에게 권하는 술이다.
에그 비어: 커다란 맥주잔에 계란 노른자를 하나 넣고 살살 섞으면서 맥주를 조금씩 붓는다. 기력이 샘솟는 맥주다.
Q 최고의 맥주가 탄생한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뮌헨, 삿포로, 밀워키. 세 도시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산지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맥주 명산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거의 동일한 위도, 즉 북위 43~48도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이 위치는 대륙성 혼합림 기후라고 하여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매우 춥다. 맥주 제조에는 최적의 기후인 것이다.
Q 채소는 언제 수확해야 맛있을까?
채소는 하루 중 언제 수확해야 가장 맛있을까? 일본 농림수산성이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에 사용한 것은 풋콩과 소송채. 수확 시간대에 따라 맛을 내는 성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보는 실험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풋콩의 경우, 단맛의 바탕이 되는 자당(sucrose, D-글루코스와 D-프록토오스로 이루어지는 이당류)과 알라닌(alanine, 아미노산의 하나)이 해 질 무렵 가장 많아졌다. 그리고 감칠맛을 좌우하는 글루탐산(glutamic acid, 산성 α-아미노산의 하나)은 정오 전후가 가장 많았다. 소송채도 거의 비슷했다. 정오에서 일몰에 걸쳐 맛을 내는 성분이 가장 많았고 이는 광합성이 얼마나 활발하게 일어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Q 통조림 속 귤은 껍질이 아주 깨끗하게 제거되어 있다. 과연 어떻게 손질했을까?
통조림용 귤은 겉껍질뿐만이 아니라 알맹이에 붙은 속껍질까지 깨끗하게 제거되어 있다. 설마 하나하나 손으로 벗겼을 리는 없고, 어떤 방법을 썼을까? 통조림 공장에서는 먼저 귤을 통째로 수증기에 쐬어 겉껍질을 부드럽게 한다. 그 상태에서 상처를 내어 롤러 위에 굴리면 그 위에서 통통 튀는 동안 귤껍질이 자연스레 벗겨진다. 다음으로 속껍질을 벗기는데, 먼저 산성 용액에 담가 천천히 녹이고 이어서 알칼리성 용액에 넣어 껍질을 완전히 녹이면서 중화시킨다. 마지막으로 물에 헹궈 자잘한 껍질을 떨궈낸다. 참고로 여기 쓰이는 산성, 알칼리성 용액은 모두 식품첨가물로 인정받은 것으로 용액의 농도를 적절히 조절한 것이다. 귤의 산지나 종류에 따라 농도를 미세하게 조절해야 알맹이까지 녹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Q 초밥과 고추냉이는 왜 찰떡궁합일까?
일본 요리에 사용되는 향신료는 고추냉이, 생강, 고추, 산초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초밥 하면 고추냉이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초밥 속에 고추냉이를 넣는 것은 생선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서다. 같은 용도로 고춧가루나 생강을 사용해도 괜찮을 듯하지만, 이런 향신료의 매운맛은 입에 계속 남아 생선의 감칠맛을 해친다. 반면 고추냉이의 매운맛은 생선의 비린내와 함께 입안에서 사라지는 특징이 있어 초밥과 찰떡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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