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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리시스트라타」로 불리며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BC 404) 때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무대로 전쟁을 중지시키는 데 성공하는 아테네 여성들의 책략과 소동을 그린 희극. 젊고 예쁜 리시스트라타가 주도한 소위 ‘섹스 파업’은 자국 아테네뿐만 아니라 적국인 스파르타의 여성들까지 동참하게 만들어 마침내 남성들의 항복과 휴전을 이끌어낸다.
작가 아리스토파네스 (Aristophanes, BC 448년 추정 ~ BC 380년 추정)
발표 BC 411
작품해설
칼리스트라토스(Callistratos)라는 예명으로 아리스토파네스가 기원전 411년 겨울에 열린 규모가 작은 디오니소스 축제인 레나이아제에서 상연한 작품이다. 몇 등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작품은 고대 아테네의 제도 등에 대한 지식 없는 현대 관객들을 포함하여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열한 편의 희극들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희극이기도 하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기원전 411년의 아테네 상황은 심각했다. 기원전 413년의 시칠리아 원정은 아테네 함대의 전멸로 인해 말 그대로 재난으로 끝났다. 이후 동맹국들은 호시탐탐 탈퇴할 구실을 찾는가 하면, 일부는 스파르타 진영에 합류하기도 했다. 알키비아데스의 조언에 따라 스파르타는 아테네 근교의 전략 지역을 점령하고 페르시아와 동맹을 체결했다.이런 상황에서 <아카르나이 주민들>과 <평화>처럼 <리시스트라타> 역시 전쟁을 중단시키려는 성공적인 노력을 다루고 있다.
세 작품 모두 허구이지만 앞의 두 희극과 달리 <리시스트라타>는 지도자나 시민들이 명백히 실패한 것이라고 판단한 정책에 대해 공격하는 대신 당대 연극 무대에서는 다소 낯선 설정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이를 통해 아리스토파네스는 관객의 시대비판적 시선을 과도한 남성 애국주의에 대한 익살로 향하게 만든다. 이런 허구적이고 얼핏 터무니없는 설정은 기원전 411년 아테네의 현실 속에서 ‘평화란 이제 무조건 항복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모든 이들의 불안을 정화시켜주는 기능도 떠맡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잊고 있던 평화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스파르타 남성들뿐 아니라 아테네 남성들도 여성들에게 패배하는 전사로 묘사된다. 거기에 더해 그리스와 동맹국뿐만 아니라 적국의 모든 여성들까지 리시스트라타의 계획에 따라 화해를 이루기 위해 협력한다. 그래서 관객은 욕구와 일상생활, 심지어 꿈과 희망까지도 자신들과 동일한 적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최소한 그 순간만은 문화적 차이와 지나간 증오들이 사소하고 쉽게 초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리시스트라타>는 다른 희극<평화>처럼 사랑하는 것이 전쟁을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기원전 411년 아테네 시민들에게 현실 정치와 실패한 정책들, 호전적인 정치인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이와 관련된 극히 일부의 시사점만을 표현할 뿐이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너무 진지한 비판의 부담을 지지 않고서도 힘 있는 쪽(남성, 정치인, 주전론자 등)의 굴욕을 즐길 수 있다.
관객들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여성과 남성 혹은 남편과 아내로서 부부관계를 두고 벌이는 전쟁에 참여하고, 결국 양쪽 모두 승리한다. 그런 점에서 이 희극은 아테네인들의 평화에 대한 간절한 욕망을 희극적으로 다루면서 최소한 연극, 특히 희극에서만큼은 평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심지어 사물의 본성이라는 점을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
리시스트라테(Lysistrate) : 아테네의 여인. 그리스 전 지역에 여인들만의 회의를 소집해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정착할 계책으로 아크로폴리스를 점령해 전쟁 수행 비용 지출을 막고, 남성들이 전쟁을 우선시하는 한 모든 여성들에게 남편과의 ‘섹스 파업’에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
칼로니케(Kalonike), 뮈르리네(Myrrhine) : 아테네 여인들로 리시스트라테를 도와 남성들과의 평화를 위한 전쟁을 이끈다.
람피토(Lampito) : 스파르타 여인. 보이오티아 대표로 회의에 참석해 리시스트라테와 약속한 대로 스파르타 여성들로 하여금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도록 주도한다.
코로스 : 노인과 여인들로 반씩 구성되어 있다.
키네시아스(Kinesias) : 미르리네의 남편. 아내들의 섹스 파업으로 힘들어하는 아테네 남자의 전형이다.
관리(Proboulos) : 스키타이 출신의 아테네 공공안전위원회를 이끄는 고위 경관.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고루한 전형적인 관료로 무력으로 여인들을 제압하려 한다.
내용요약
Illustration by Aubrey Beardsley, 1896.
아테네 여인 리시스트라테가 주동해 그리스 전 여성들은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전쟁을 일으키자는 데 합의한다. 그들의 적은 다름 아닌 남편들과 자신들을 독수공방시킨 그리스 전쟁이다. 모든 아테네 여성들은 부부 생활을 회복하기 위해 잠자리를 거부함으로써, 펠로폰네소스 동맹국과 델로스 동맹국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그리스 국가의 남성들이 아내와 잠자리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평화조약에 동의하기를 희망한다.
계획에 따라 젊은 여성들은 남편과의 잠자리를 이리저리 피하고, 좀 더 나이 든 여성들은 전쟁 경비 조달을 막기 위해 아크로폴리스를 점령해 파르테논 신전의 문을 걸어 잠근다. 남자 합창단이 여인들을 쫓아내려 장작에 불을 붙이자 여인 합창대는 물동이를 가져와 신전을 지킨다. 무장한 스키티아인 고위 경관이 나서 여인들의 방어를 뚫고 신전의 문을 열려고 한다. 하지만 여인들을 무력으로 제거하려던 남성들의 시도는 결국 굴욕으로 끝나고 만다.
이 관리는 여성들의 행동을 옹호하고 리시스트라테의 설득력 있는 정치적 조언을 듣기는 하지만 그 뜻을 따르지는 않는다. 물세례를 받은 관리는 위원회 동료들에게 그 상황을 전하기 위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일부 여성들은 마음이 바뀌어 거사를 망칠 위기에 처한다. 성적 충동을 이기지 못한 여성들은 온갖 핑계를 대면서 어떻게든 그 자리를 떠나 집과 남편에게 가려고 하다가 그 마음을 꿰뚫어 본 리시스트라테의 놀림거리가 되고 만다. 결국 아내의 잠자리 거부 때문에 성적으로 극도로 흥분한 한 남편이 아내에게 집요하게 관계를 요구하는 국면을 맞이하면서 여인들의 노력은 성공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된다.
아내는 관계 직전에 갖가지 핑계를 대며 남편을 달아오르게 한 다음 어쩔 수 없이 남편으로 하여금 평화조약을 주선하게 만든다. 그가 떠나고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남자들이 몰려와 평화를 이루고 사랑을 할 수 있기를 갈망한다. 리시스트라테는 양 진영 모두를 꾸짖고 알몸의 무희인 ‘화해’가 있는 데서 양보를 강요한 다음 아내들을 데리고 갈 수 있게 허용한다. 평화를 이룬 두 진영은 잔치 음식을 나누며 신들을 찬양하는 춤과 노래 속에 하나가 된다.
A 2007 staging of Lysistrata
명장면 명대사
오! 키프로스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숨결이여! 부드러운 에로스여!
여인네를 향한 그리움에 몸과 마음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욕망의 불꽃에 불을 댕기고,
사무친 남자들이 흥분하여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될 때,
그때 그리스인들은 우리를
평화의 여왕이라고 소리쳐 칭송할 테지요!
[...]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에로스와 퀴프로스에서 태어나신 아프로디테께서
우리의 가슴과 사지에 매력을 불어넣고
남자들에게 달콤한 긴장과 남근을 일으키신다면, 생각건대
우리는 멀지 않아 헬라스에서 전쟁의 해결사라고 불리게 될 거예요.
리시스트라테는 여성들이 나서서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실현할 것을 기원한다. 작가의 희극적인 발상이 잘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