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산 (618m)
위 치 : 경남 남해군 남해읍
산행코스 : 봉성마을-떡고개-괴음산-송등산-호구산-염불암-백련암- 용문사-주차장(산행시간 : 4시간)
특 징 : 원산 혹은 납산으로도 불린다. 원숭이 원(猿)자와 원숭이의 옛말인 '납'자를 사용한 이유는 이 산을 북쪽에서 바라봤을 때 원숭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정상 봉우리서 용문사쪽으로 뻗은 지맥의 형태가 호랑이가 누워있는 모습이라 해서 호구(虎丘)산이라고도 불린다. 암봉으로 된 정상에서 바라보는 앵강만의 풍경이 일품이다.
산행들머리인 봉성마을
산을 걷는 다는 것은 큰 가슴에 작은 나를 포개는 일이다. 산은 나의 교만이 하늘의 두려움을 잊을 때 쯤이면, 뻣뻣해진 허리와 무릎 꿇기를 말 한마디 없이 나에게 명령한다. 그러나 하산의 끝에는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낮아졌음을 즐겁게 깨닫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나는 산을 품이 큰 스승으로 모실 수 밖에 없다
야트마한 봉우리 몇개 넘으며 찔레나무 넝쿨과 씨름하다 보면, 고행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여름인가 의심할 정도로 푸르름을 자랑하는 치자나무 군락을 만날 수 있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야트마한 봉우리 서너개 넘다보면 만나게 되는 떡고개...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를 건너 가을의 전령인 억새밭 사이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산을 오르며 연발할 감탄사를 충분히 ‘장전’해 본다. 바위와 바다가 빚어내는 절경에 무슨 수로 입을 닫지 않고 내쏘을... 남해의 산사람들은 그래서 호구산이 외부에 알려지길 바라지 않는단다. 그들에게 호구산은 장롱속에 깊이 숨겨 놓은 보물처럼 생각날 때 한 번씩 꺼내 보고 싶어하는 그런 곳이라나?
괴음산에 가까워 지면서 등산로는 바윗길로 변한다.
오른편은 제법 날카롭게 등허리를 고추세운 절벽인데, 왼편은 밋밋한 육산이다.
끌어안고 보듬기도하고 기어오르다 우뚝 솟은 반석 위에 서면 언듯 산자락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그러나 벼랑 아래를 굽어보면 깊고 험해서 아찔하다
괴음산 정상
언제 바윗길을 올랐나할 의심이 들 정도로 정상은 바윗덩이 몇개 얹혀져 있는 밋밋한 흙산이다. 남해군의 4대 명산 답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괴음산 정상에서 바라본 앵강만
바윗길을 오르며 열리는 산자락 사이로 보이기 시작하던 앵강만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쪽빛 바다에는 눈부신 햇살이 잘게 부서지고 있다. 바위에 앉으면 앵강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만 가운데 노도가 돛단배처럼 떠간다. 조선의 정치가이자 문장가인 서포 김만중이 당쟁에 휩쓸려 귀양살이를 하다 생을 마감한 곳이다. 서포는 3년 남짓한 노도 유배생활 중 한글소설인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등을 집필하고 눈을 감았다.
왼편엔 삼천포 앞바다가 펼쳐지고...
송등산 가는 능선은 부드러운 흙길이나 간혹 너덜지대도 만주친다.
결코 위험하지 않건만 행여 넘어질세라 밧줄까지 매어논 정성이 고맙기만 하다.
괴음산에서 바라본 남해지맥(남해대교-망산까지의 약 49Km 구간)
봉우리 위에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가 흡사 전남 장흥군에 있는 제암산을 연상시킨다. '옥녀봉도 저렇게 생겼는데요' 산행경력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집사람도 한마디 한다.
설흘산에서 보면 윗부분이 칼로 자른 것처럼 한일자로 반듯하게 보이는 산이 특이해서 한번쯤은 찾아보고 싶었던, 이름부터가 괴상한 호구산... 국립공원이라 옛부터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금산, 아름다운 바위능선과 바다 조망이 좋은 설흘산, 바다조망에 철쭉을 끼고 있는 망운산과 함께 남해군이 자랑하는 4대 명산이다.
송동산 정상
송등산 정상도 바윗돌 몇개 심어 놓은 듯 싶은 서너평 남짓한 넓이의 흙산이다. 능선을 감아도는 바람노래를 뒤로하고 정상에 오르니,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조금 더 걸음을 더디게 했어도 좋았을 걸... 어린 짐승들 놀랄세라 조용조용 콧노래라도 부르며 쉬엄쉬엄 걸어서 말이다
송등산 정상에서 바라본 앵강만
앵강만은 꾀꼬리 앵(鶯)자에 물 강(江)자를 쓰는데, 비 내리는 밤에 꾀꼬리 울음소리가 나고 꾀꼬리 눈물 같은 빗물이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로 흘러내려 ‘꾀꼬리의 눈물바다’로 불렸다는 얘기가 있다
조망이 좋은 호구산
일자머리 부분은 100m 가까운 용마루를 위에 두고 남쪽으로 지붕처럼 생긴 비탈의 바위가 놓여 있고, 그 처마 끝은 높은 벼랑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바위봉우리이다.
평지처럼 이어지는 산등성이는 넓은 숲속을 거쳐, 봉우리와 잘록이도 지난다. 전에 암자라도 있었는지 잘자란 신우대 숲을 지나고 나면 곧 바로, 호구산 정상을 만들고 있는 거대한 바위 봉우리 만난다. 손 끝에 느껴지는 바위 맛에 이끌려 조그만 위험쯤은 감수...
정상엔 옛날 봉화를 올렸던 봉화대터가 있고, 잔돌을 쌓아 올린 탑이 어설프게 서있다.
예상보다 품이 넓은 공간이 반긴다. 팔을 벌려 심호흡을 하다 보니 앞쪽으로 올망졸망 그림 같은 섬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산위에서는 넓은 바다를 다 품을 수 있을 듯 넉넉해서 좋다.
호구산 정상
꼭대기는 남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지붕처럼 되어 있으나, 북쪽은 그대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물론 지붕을 이루는 이 바위덩치의 양편(동과 서))도 낭떠러지... 이 바위지붕은 남,서,북 삼면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발붙일 수가 없고, 동쪽만이 겨우 바위틈새로 오르내릴 수 있다. 표지석은 납산 가로속엔 한자로 원산이라 표기하고 있다.
호구산 정상에서 바라본 앵강만
사면이 쪽빛 바다로 둘러싸인 경남 남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바다로 꼽히는 앵강만은 마치 나비가 두 날개를 펼친 형상의 남해도 아래쪽에 있다. 서쪽의 설흘산과 북쪽의 호구산, 그리고 동쪽의 금산에 둘러싸인 앵강만은 호수처럼 잔잔한데다 활처럼 휜 해안선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검은 갯바위를 수놓은 해초의 푸르름 때문일까? 햇살에 부서지는 겨울바다는 옥빛으로 물들어 더욱 눈부시다. 늙은 어머니를 향한 서포 의 그리움을 실어 나르던 파도가 앵강만 해안선과 입맞춤을 한다.
염불암
하산길 급경사의 너덜지대를 지나고 나면 푸르른 대나무 숲을 끼고 자리를 잡은 암자를 만난나는데, 암자 앞엔 스님들이 즐긴다는 녹차밭이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대웅전 앞 약수는 가뭄에 메마른지 오래지만, 요사채 근처 플라스틱 호스에서는 맑고 시원한 물줄기를 내품고 있다. 양껏 들이키는데 뒤 따라오던 분의 말씀 ‘당뇨에 효험이 있답니다’ 욕심에 한 바가지 더 마실 수 밖에 없다.
백련암
염불암에서 10분 정도 내려오면 잘 다듬어 놓은 시골 고향집 같은 암자가 산을 길손을 반긴다. 울창한 숲길은 가족끼리 쉬엄쉬엄 걸오보고 싶은 길이다.
용문사
신라 애장왕 때 창건된 절로 남해 최대의 사찰이며, 임진왜란 때에는 승병활동의 근거지로서 조선 숙종 때 수국사로 지정 보호받기도 했다. 경내에 경남 유형문화재 몇점과 조선 인조때의 학자 유희경의 시집인 촌은집을 간행키 위해 만든 판목인 "촌은집책판" 등을 보존하고 있으며, 주위를 둘러싼 아름드리 소나무와 측백나무 등의 상록수림이 절의 운치를 한층 더 북돋운다.
남해군 최고최대의 사찰. 많은 요사채로 건물이 꽉 짜여 웅장함을 주고 절 살림이 풍요로운 듯 또 하나의 건물을 신축중이다. 그러나 고색 짙은 건물 보다는 주위에 있는 큰 은행나무, 아름드리 소나무, 늙은 벚나무, 단풍나무가 더 볼 만하다. 또한 키큰 측백나무가 숲을 이루어 용문사를 감싸안고 있다.
당뇨에 좋다고 소문난 용문사 약수...
소문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줄지어 있는 생수통이 만만치 않다. 좋다는 걸 어이 그냥 지나치리오 나 또한 물통 가득이 채워가지고야 발길을 돌린다.
귀경길 보너스로 삼천포항에 들러 회 한 접시...
시간에 쫒겨 갑오징어 회에 소주 두병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우고 나왔다.
올들어 가장 추운 날, 어디는 대설주의보, 또 다른 어딘 한파주의보.. TV에서는 계속해서 집을 나서지 마라 충고하고 있다(아니나 다를까 복정역에는 평소의 3/1도 안되는 인원들이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추위를 무릅쓰고 찾아간 호구산은 내 가상한 용기를 보상해 주고도 남았다. 이른 봄날 같은 온화한 날씨는 방한복을 입을 필요도 없었고, 뻥 뚤린 시계는 앵강만의 푸른 물빛이 옷깃에 물들가 걱정일 정도로 조망이 좋았다. 거기다 삼천포 어시장에서 회까지 한접시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산행이 어디 있을가?
오늘 살아있지 못하면, 어제에도 내일에도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네.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두려워 말아야 하네.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지 못하면, 나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네. 지금 이 시간만이 나를 사랑할 수 있다네
- ‘카르페 디엠’ 에서 옮김 -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이렇게 그녀와 내가 마주보고 더운 숨결을 내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순간이 그녀와 나 사이에 가장 특별한 날이다. 그러니 이렇게 특별한 날에 어찌 가만히 있을손가
난 이렇게 특별한 날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함께 걷는 집사람의 손을 꼬옥 맞잡고 내 사랑의 뜨거운 열기를 전해본다. ‘내 모든 열정을 다해 당신을 사랑합니다~~~~~’
첫댓글 두분 산정사랑의 열정에 다시금 박수을 보냄니다...조은글 사진 잘보고 갑니다..
올망졸망 이쁘고 바다도 보이는 멋진 호구산을 다녀오셨군요....맛난회도 드시고 귀경을 하셨으니 행복이 두배였을꺼 같습니다 아름다운 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남해의 숨겨놓은 보물 호구산에서 초겨울을 맞으셨군요 신년 일출을 이웃한 금산에서 맞을까 합니다.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직 미답지인데 상세하게 소개시켜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두분의 산행 모습도 너무 보기좋습니다,, 쪽빛남해다가 한눈에 내려다 뵈는 조망이 참으로 좋습니다,, 늘 안산하시고 행복한 산행길 이어가세요,,^^***^^
몇개의 산과 남해 바다를 두루 두루 섭렵하시고 중간 중간 사찰 순례까지 더하셨군요. 좋은 곳 찾아 다니시는 가을하늘님이 부럽습니다. 두분 항상 건강하십시요..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