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18,「냉이」외
신웅순(시인․평론가․중부대명예교수)
혀 같은 새순 나와
톱니가 되기까지
한 생을 엎드린 채
푸른 별을 동경했다
서릿발
밀어올리는
조선의 저 무명치마
-김덕남의「냉이」
냉이에서 민족의 혼을 본다. 가람 선생은 ‘수소탄 원자탄은 아무리 만든다하더라도/ 냉이꽃 한 잎에겐들 그 목숨을 뉘 넣을까’ 이리 말했다.
혀 같은 새순은 톱니가 될 때까지 납작 업드린 채 푸른 별을 동경했다. 연약한 새순에서 서릿발을 밀어올리다니 그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혼, 무명치마였다. 산하에 들불처럼 번져오는 삼일운동을 연상시킨다. 종장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사람의 마음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나를 내려놓아야 나를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시조이다. 천의무봉이라면 어떨까.
누구고,
인기척에 엄마는 내다본다
밤새 통증으로 잠도 못 이루신
아, 그건
마음 한 사발
엎어지는 소리였다
-김병락의 「독거」
독거의 엄마, 누구고? 인기척이다. 엄마는 밤새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셨다. 그런데 아, 그건 마음 한 사발 엎어지는 소리였다.
사방은 조용한데 엄마는 “쨍그랑” 사발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독거 노인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아파본 사람만이 시정을 알 수 있다. 마음 한 사발 엎어지는 소리는 적막이다. 얼마나 고독하면 마음 깨지는 소리를 마음이 들었을까. 상상할 수가 없다. 상상할 수 없는 그것이 시조이다.
-주간문학신문,2024,2,7(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