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노는 날이라.. 심심해서 진짜 전공에 관한 글을 하나 써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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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면 많은 학생들이 부모 손에 이끌려 교정치료 상담을 하러 오곤 합니다.
그 중 많이 듣게 되는 표현이..
**치과 갔는데, 거기 원장님이 부정교합이라고 교정치료 하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알아보러 전문의한테 왔어요.. 라든가..
구강검진을 받는데, 거기 담당의가 부정교합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어요.. 하는 말들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부정교합(malocclusion)'이 무엇인가?
또, 부정교합은 어떤 질병인가?가 문제가 되겠습니다. ^^
그럼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어요?
부정교합이 아닌 건 그럼 뭐지? 긍정교합..? '안부정'교합..? 정상교합..?
100여년 전, 현대 교정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에드워드 하틀리 앵글(E. H. Angle)은..
상악 제1대구치의 협측교두가 하악 제1대구치의 근심협측구에 교합되는 형태의 대구치관계를 'I급관계'로 정의하고, 이것이 정상적인 교합이라고 했습니다.
무슨 외계어같으니.. 못알아듣겠죠..? ㅎㅎ
쉽게 말해, 상악대구치(molar,큰어금니)가 하악대구치보다 반칸(소구치,작은어금니 크기의) 정도 뒤로 물린다는 의미죠.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다양한 교합의 양상을 표현할 수는 없었죠.
그는 매우 청교도적인 사람이었다 하며, 이로 인해 종교적신념을 자신의 치료철학으로 고집한 대표적인 인물이었기도 합니다.
평생 이를 빼지 않고 교정치료를 하는 걸 고집했고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고 해요.
한참 지난 이후에 교정의사 로렌스 앤드류스는 정상교합(Normal Occlusion)의 조건을 이렇게 표현했지요.
교정의사라면 달달외우고 다니는, 6 Keys to Normal Occlusion(정상교합을 이루기 위한 6가지 필수요소)라는 유명한 개념입니다.
(라틴어원의 의학용어라 이해하기 어려울테니 한글주석을 달겠습니다)
1. Molar relationship : I급의 대구치관계(위에서 앵글이 말한)를 가질 것
2. Crown angulation (mesiodistal tip) : 각 치아는 적절한 전후방적 치축경사를 가질 것
3. Crown inclination (labiolingual / buccolingual inclination) : 각 치아는 적절한 협설측 기울기를 가질 것
4. Rotations : 치아의 회전이 없을 것
5. Spaces (tight contacts) : 치아 사이에 공극(틈)이 없을 것
6. Occlusal Plane : 교합평면이 평탄하거나 적당한 커브를 이룰 것
여기서.. 1은 상하악의 전후방적 위치관계이고..(앵글이 말한 같은 개념)
2,3,4,는 쉽게 말해 3차원적인 각 치아의 피치, 요, 롤(pitch, yaw, roll)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5는 치아들이 틈이 없이 줄지어 배열됨을 의미하며, 6은 교합면의 측면 형태입니다.
이 이론은 결국 최신교정장치의 제작 컨셉이 되었지요.
*사실 여기에 치아의 크기(특히 전치의)와 형태, 그리고 line of occlusion(교합선, 치열궁의 형태)의 개념이 추가되어야 하기는 합니다.
물론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제안하는 이론이에요. ㅋㅋ 제가 혹시 외래교수로 학생들 가르칠 때는 이 얘길 꼭 추가합니다.^^
저걸 이해시키면서, 학생들에게, '앤드루스가 말한 저 6가지를 충족시키면 정말 아이디얼(ideal)한 교합이 될까? 빠진 걸 생각해봐라.' 하고 문제를 내거든요. ㅎ
저런 고전적인 의미의 '노멀 오클루전(정상교합)'이라는 표현(명칭)은, 이것이 아니면 '어브노멀(비정상)'이라는 것이 되기에,
후대에 와선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요.
그래서 다음에는 '옵티멀' 오클루전('optimal' occlusion, 적절한 교합)이라는 개념이 대두되었는데,
이번에는 또.. 그럼 이게 아니면 '부적절한' 교합이냐는 반론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래서 최신교정학에선 아예 '억셉터블' 오클루전('acceptable' occlusion, 받아들일만한 교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ㅎ
학문에서 점점 가치중립적인 표현이 등장하는 것이죠. ^^
'장애인'이 '비정상인'이 아니듯.. 나머지가 '정상인'도 아닌 것. 뭐 그런 겁니다.
이런 이상적인 교합형태를.. 그냥 치료목표라는 의미에서 '아이디얼 오클루전(ideal occlusion, 이상적인 교합)'으로 추구하기도 해요.
우리가 치료의 궁극적 지향점으로 삼는 교합개념이죠. 비록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
왜 이런 얘길 하냐 하니..
저런 이상적인 교합이론에 들어맞는 이는 사실상 거의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가 '너는 부정교합이야' 라고 한다고 해서 그리 겁먹을 게 없다는 거에요.
'부정교합', 즉 malocclusion이란 말에서.. 단어 앞에 붙은 라틴어 'mal-'이란 '나쁜-' 혹은 '잘못된-' 이라는 접두사입니다.
이 용어는 의학의 역사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malocclusion이란 용어는 다분히 잘못 이해되는(과장된) 표현의 하나라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한 저런 조건들에 들어맞지 않는 교합형태라면 모두 다 malocclusion(부정교합)이 되는 거고..
그럼 아주 사소한, 한 치아의 위치이상만 보이더라도 전부 다 싸그리 '부정교합'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는 말이 되지요.
나아가 인류의 거의 전부를 부정교합자로 지칭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식의 용어정의는 매우 위험한데.. 마치 0에서 100까지의 수 중에서, 0을 제외한 1부터 100까지를 전부 다 100이라고 수치화하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전 그래서, 개인적으로, 교정치료 상담하러 오는 분들에게.. '당신 부정교합이라서 치료해야 한다..'라는 표현은 쓰지 않습니다.
어디어디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교정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라든가..
당신 교합에 이러저러한 문제는 있지만, 사소한 것이니 그냥 살아도 무방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해야 된다고 봅니다.
세상에 '부정'한 교합은 없습니다.
의학적인 부정교합이라 하여 반드시 '비정상'인 것도 아니구요.
그런 교합형태 역시 인체가 적응한 결과입니다. 다만 그게 병변을 유발하거나 상태를 악화시킬 것이냐의 판단이 필요할 뿐이죠.
'인체 적응에 있어 부적절성 여부'의 평가의 문제인 거지요.
교정의(orthodontist)는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GP)가 아닌 전문의(specialist)이니, 그걸 양심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니.. 여기서 결론.. 쾅쾅..
'부정교합'이란 소릴 듣는다고 너무 충격받지 말아라..!!
그거 당신 상태가 심한 질병(disease)이란 말을 하는 게 전혀 아니다.
현재 사용되는 의학용어 '부정교합'은 모두가 치료대상인 것이 아니다.
첫댓글 92년 개업한 치과의사 황금쥐입니다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질주본능님
정독해서 읽었습니다 ㅎ
어휴 선배님이시군요. 부끄럽습니다. ^^
참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쓰신단말입니다…..글 재주도 부럽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쉽게 쓰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되면 좋겠습니다.
부정교합은 질병이 아니다
부연드리자면..
'부정교합'도 질병에 속하는 건 맞습니다. 대한민국 질병분류상 K07.**로 시작하는 질병분류코드를 가지고 있지요.
다만 부정교합이라는 범위가 너무나도 넓어서.. 아주 사소한 변위조차도 부정교합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얘기인데..
이런 경우는 질병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다는 거지요.
저도 요즘 애엄마가 딸들 교정 시켜주고 싶어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어서 정독 했습니다.
근데 교정할때 발치 하는게 좋아요 않하는게 좋아요?
동양인들, 특히 한국인들 사이에 발치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사실 발치 자체는 문제는 아닙니다.
교정치료 시 시작전에 반드시 교정진단검사를 하는데요..
주로 방사선사진을 통한 두부계측분석을 합니다만.. 이 결과, 발치가 필요하다면 하는 게 맞는 거구요..
비발치치료를 해야할 경우, 혹은 비발치로 더 좋은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가 따로 있어서, 그런 경우에는 발치를 하면 안좋은 겁니다. 대개는 큰 문제없습니다.
교정과의사가 경험이 쌓인다는 건 바로 그런 건데요.. 발치 비발치를 바르게 판단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요.
저도 젊은 의사 시절에는 잘못된 판단도 많이 하고 소위 '닭질'을 했지요. 사실 개업 초기에도 그래요. ㅠ 이젠 저도 30년을 하니 실수를 거의 안하게 되었죠.
사실 교정치료는 일반치과학과 많이 달라서.. 겉보기엔 사람손으로 하는 거 같지만.. 사실은 내과 비슷합니다. 거의 머리쓰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의사의 경력, 나이에 따른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도, 저보다 십수년 오래하시고 이제 은퇴각이신 선배님들이 저보다는 훨 나으십니다. ^^
전 낼모레50살인데,부정교합 그것도 모르고자라서 얼굴비대칭이 좀 심합니다.턱디스크도 있구요.단순히 쉽게 또 생각할 질병은아닌것같아요. 가만들여다보면 우리아이도 그런거 같은데 검사받아봐야겠네요.ㅜㅜ
안면(얼굴)비대칭은 사실 악교정수술 같은 방식이 아니라면 다 고쳐지진 않습니다.
사실 수술도 만능이 아니고요. 이미 살아가면서 적응된 부분은 수술해도 그리 차이나지 않거든요.
그래서 중년 정도의 비대칭은 그냥 살라고 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턱디스크라는 건 아마도 '악관절장애', 흔히 부르기엔 '턱관절장애'를 말하시는 거 같은데요.. 이 역시 완전한 회복이 되는 건 아닙니다.
측두하악관절, 즉 턱관절에도 메니스커스(연골판, 아티큘라 디스크)가 있어서 이걸 턱디스크라고 언급하는 이도 있던데.. 사실 올바른 표현은 아니에요.
안면비대칭이 턱관절장애를 야기하기도 하고요.. 또 어느 한쪽에 턱관절장애가 심한 이가 후천적인 안면비대칭이 되기도 해요.
턱관절장애의 치료는 소위 '대증요법'적인 것이라.. 통증이 있다면 그걸 해소하거나 감소시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현재, 의학의 정설로는, 관절의 손상은 회복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또 이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정파 대비 사파라고 해야하나..? 이단이라 할까요? ㅎ 암튼 정설이 아닌 썰을 주장하는 의사들이 더러 있기도 합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일단 치과에 가셔서 상담이라도 해보십시오.
저 개인적으로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 할지라도, 무조건 일단 장치 만들어 넣는 건 반대하는 편입니다.
행동개선이나, 운동 및 스트레칭, 기타 스스로 할 수 있는 물리치료 요법등을 먼저 시도해보는 게 훨씬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