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무역클레임과 해결
제1절 무역클레임의 의의와 종류 / 365
제2절 무역클레임의 해결 / 368
제1절 무역클레임의 의의와 종류
1. 무역클레임의 의의
국제무역은 본질적으로 언어, 법률, 관습, 상관행 등을 달리하는 당사자간에 이루어지는 거래라는 점에서 국내거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무역클레임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는 물론이고 선박회사, 보험회사, 외환은행, 창고회사 등 무역관련 당사자들 사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클레임(claim)이란 구상 또는 손해보상 청구라는 의미로 계약당사자의 일방이 계약의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무역실무상 클레임은 손해화물에 관한 클레임과 무역거래상의 클레임으로 분류되는데, 전자는 운송 중의 사고에 의하여 화물에 손해가 생겼을 때 선박회사나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의미하며, 후자는 매매계약상의 위반행위에 의한 손해에 대하여 당사자간에 일어나는 상사분쟁의 구상을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클레임이라 할 때에는 후자를 가리키며 양자를 구별하기 위해서 이를 무역클레임이라 한다.
무역클레임의 청구내용에는 대체로 계약의 해제, 물품의 대체, 대금의 변제 및 도덕적 제재의 요구 등이 있다. 계약의 해제란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선적의 중지요청과 더불어 계약 자체를 해약하고, 그 동안의 경비 등을 변제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을 말하며, 물품의 대체란 매수인이 도착된 물품의 인수를 거절하고 다시 계약상품에 일치하는 물품의 재선적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대금의 변제란 매수자가상품대금의 지급을 거절하고 대금감액을 요구하거나 손해가 발생된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도덕적 제재 요구란 클레임 피신청인이 만족할만한 보상과 해결을 할 때까지 클레임 제기자가 거래를 중지한다든지, 자국과 상대국의 관계자들에게 통지함으로써 부당행위자를 압박하는 것을 말한다.
2. 무역클레임의 종류
무역클레임은 먼저 제기자에 따라 매도자 클레임(seller's claim)과 매수자 클레임(buyer's claim)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예방 가능성 여하에 따라서 피할 수 있는 클레임(avoidable claim)과 피할 수 없는 클레임(unavoidable claim)으로 나눌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은 그 발생원인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되고 있다.
(가) 품질불량
무역클레임 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계약상품과 다른 품질, 즉 저질의 상품이 도착한 경우에 제기되는 클레임이다. 여기에는 품질불량, 조악한 품질, 품질상위, 품질부정, 불량품 혼입, 품질 결함, 불완전 물품, 열등등급, 변질 등이 있다.
(나) 규격상위
무역계약에서 수출업자와 수입업자가 합의한 규격과 차이가 나는 규격이 선적되어 클레임이 제기되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는 치수의 부족, 치수의 초과, 치수의 상이, 함량미달, 성분상위, 색 및 색조 차이 등이 있다.
(다) 수량과부족
계약된 상품의 수량과 실제로 도착한 상품의 수량과의 차이에 의해 야기되는 클레임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착하부족, 인도량의 부족, 중량부족, 양육량 부족, 절도나 발하(pilferage)에 의한 부족. 분실, 불착, 수량증감허용 범위의 위반 등이 있다.
(라) 포장에 관한 클레임
무역에는 상품의 장거리 수송이 반드시 뒤따르기 때문에 상품의 특성에 알맞은 포장을 하여야 한다. 포장에 대한 클레임의 경우로는, 불량포장, 불만스러운 포장, 부정포장, 그리고 포장의 결함 등이 있다. 또한 포장에 표시되는 하인과 관련해서는 하인누락, 하인소멸 등이 있다.
(마) 선적에 관한 클레임
선적에 관한 클레임으로는 무역계약 상의 선적시기보다 늦게 선적하는 선적지연(delayed shipment), 적재 부주의에 의하여 다른 화물에 의해 손해를 입게 되는 불량적재, 부족하게 선적하는 부족선적, 전혀 물품을 선적하지 않는 부적(non-shipment) 등이 있다.
(사) 운송에 관한 클레임
상품의 운송도중 발생하는 하자에 대한 클레임을 말한다. 이에는 누손(leakage)과 증발(evaporation), 혼합(mixture), 기름접촉(contact with oil), 빗물 및/또는 담수(rain and/or fresh water), 땀과 열(sweat and heat) 곰팡이(mould and mildew) 등에 의한 손해 등이 있다.
(아) 마켓클레임(market claim)
무역계약상 상품은 계약대로 도착되었지만,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그 상품에 대한 서류상의 사소한 하자를 이유로 제기하는 클레임을 말한다.
상대방의 계약위반으로 손해를 입은 무역업자는 우선 어떤 이유로 클레임을 제기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클레임 제기의사를 상대방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이 때, 물품의 종류, 클레임의 원인, 거래의 형태 및 상관습에 따라 통지해야 할 기간은 각각 차이가 있다. 따라서 무역계약서 작성시에 클레임 제기기간을 명시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며, 클레임 제기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가능한 한 빨리 제기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클레임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권위가 있는 검정기관에서 발급한 검사보고서와 같은 증빙자료를 확보해두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2절 무역클레임의 해결
1. 무역클레임의 해결방법
(1) 단순경고 및 당사자간 타협
단순경고(warning)란 클레임의 액수가 적거나, 또는 수출업자가 수입업자에게 다른 조건으로 대체보상 함으로써 클레임을 포기하고 수입업자가 수출업자에 대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고만 하는 것을 말한다.
당사자간 타협이란 클레임이 제기되더라도 당사자간에 서로 타협(compromise)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제3자를 개입시키지 않고 해결하는 것으로써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법이라 할 수 있다.
(2) 제3자의 개입
당사자간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제3자를 개입시킴으로써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에는 알선, 조정, 중재, 소송 등이 있다. 알선(intercession)이란 당사자 일방의 의뢰에 의하여 상업회의소(Chamber of Commerce) 등의 제 3 기관이 사건에 개입하여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조언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알선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쌍방 수락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조정(conciliation or mediation)이란 양당사자가 공정한 제 3 자를 조정인(conciliator, meditator)으로 선임하고 이러한 조정인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해결안에 대하여 합의함으로써 클레임을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당사자는 조정안을 수락할 의무는 없지만 일단 수락하면 강제력을 가지게 된다.
중재(arbitration)란 조정의 경우와 같이 당사자가 공정한 제3자를 중재인(arbitrator)으로 선임하고 이 중재인의 판정에 복종함으로써 클레임을 해결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와 같은 중재가 조정과 다른 점은 조정은 조정안의 수락 여부가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달렸으나 중재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중재판정을 거부할 수 없고 강제집행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중재는 소송과 유사하나 중재판정에는 상소의 길이 없고 중재에 위탁된 사건은 소송에 의하여 다룰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소송(litigation)이란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에게 강제를 기하기 위하여 국가 기관인 법원에 제소함으로써 국가공권력발동을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무역과 같은 국제거래는 상대방과 법역(法域)을 달리하기 때문에 자국의 재판권이 상대국에 미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강제력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국의 법원에 제소하여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으므로 오늘날 소송에 의한 해결은 거의 이용되고 있지 않다.
2. 상사중재
(1) 상사중재의 의의 및 장단점
가. 상사중재의 의의
중재라 함은 당사자간의 합의, 즉 중재합의에 의하여 사법상의 권리 기타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을 법원의 소송절차에 의하지 않고 사인(私人)인 제 3 자를 중재인(arbitrator)으로 선정하여 그 분쟁의 해결을 중재인의 결정에 맡기는 동시에 최종적으로 그 결정에 복종함으로써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중재합의는 분쟁에 대한 법원의 재판권(jurisdiction)을 배제하는 약속이므로 중재제도는 국가의 법원이 아닌 민간인에 의한 자주적 분쟁해결방법이다. 따라서 중재는 소송제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나. 상사중재의 장단점
상사중재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① 중재는 재판보다 신속하게 끝난다. 재판은 3심이나 중재는 단심이므로 신속히 끝난다. ② 중재는 재판에 비하여 비용이 절약된다. 중재는 신속히 해결될 뿐 아니라 소송의 경우는 변호사 비용 등이 많이 드는데 비해 중재의 경우는 이러한 비용이 많이 절약된다. ③ 자유합의에 의해 분쟁이 해결된다. 중재는 본질상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모든 절차를 당사자의 합의로 결정할 수 있다. ④ 중재심리가 비공개이다. 중재는 거래의 기밀보장을 생명으로 하기 때문에 비공개로 진행된다. ⑤ 중재는 효력의 범위가 국제적이다. 중재는 중요 국가간에 중재협약이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의하여 타국 내에서도 강제집행이 가능하게 된다.
이에 반해 상사중재에 의한 해결방법은 다음과 같은 단점도 가지고 있다. ① 삼심제를 채용하고 있는 재판에 비해 중재는 단 한번의 판정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확정되므로 그것이 큰 불안이 된다. ② 재판관은 법과 선례에 구속되지만 중재인은 법률에 구속됨이 없이 판정하므로 판정기준이 애매하여 종종 주관이 개입될 위험이 있다. ③ 중재인은 대리인적 경향을 배제할 수 없다. 중재는 당사자가 각각 1명씩 중재인을 선임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경우 당사자에 의해 선임된 중재인은 자기를 선임해 준 당사자에 대한 일종의 의리 때문에 그의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이 있다. ④ 중재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 즉 중재에서는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정당하게 중재절차에 대한 통지가 되었으면 당사자가 결석하더라도 심리를 진행시킬 수 있다. 따라서 결석한 당사자의 입장이 완전히 무시될 위험성이 있다.
(2) 중재판정
중재판정은 중재인이 분쟁해결에 있어 내리는 최종결정이며 양 당사자를 구속하기 때문에 공평하고 정당한 판정이 되도록 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중재판정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중재인이 서명날인하고 중재자에 대한 주문 및 이유의 요지와 작성년월일을 기재해야 한다. 중재인은 판정의 정본을 당사자에게 송달하고 그 원본은 송달의 증서를 첨부하여 관할법원에 이송 보관하게 된다. 중재원에 의하여 판결이 나면 이 중재는 법원의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이 판정에 따라서 피신청인은 손해배상을 하여야 하고 판정에 소요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당사자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중재를 신청한 경우, 중재에 앞서 객관적인 입장에 있고, 또한 전문지식이 있는 제3자로 하여금 양 당사자간의 의견을 좁혀 합의점을 찾도록 하는 방법이 조정(conciliation)이다. 조정에 의한 해결방법은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며, 현재 대한상사중재원1)에 접수되고 있는 사건들 중에서도 이와 같은 중재에 의해 해결되는 클레임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조정이란 수출업자와 수입업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대립하기보다는 당사자가 서로 합의하여 선정한 조정인으로 하여금 공정한 입장에서 양 당사자들을 서로 조금씩 양보하게 함으로써 합의점을 도출하는 방법이다. 조정인은 통상적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고, 또한 경험이 풍부하며 신용이 있는 자가 선임되는데, 조합, 협회, 학계 등의 권위자로 구성된다. 이들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는 분쟁내용을 판단하기보다는 화해로 해결할 것을 알선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 따라서 조정은 중재보다는 절차가 간편하지만,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단점이 있다.
(3) 국제소송
클레임의 최종적인 해결방법으로는 관할권을 가진 법원에 정식으로 소송하는 방법이 있으며, 이를 국제소송(litigation)이라 한다. 소송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또한 상대방이 다른 나라에 있기 때문에 그 법적인 효력이나 강제집행 등에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따라서 소송에 의한 클레임의 해결방법은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통상적으로 알선 및 조정, 중재 등의 방법으로 해결되고 있다. 그렇지만 소송제도는 그 자체의 존재만으로도 당사자들을 다른 방법으로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유용성을 찾을 수 있다. 중재제도와 국제소송을 비교하면 <표 14-1>과 같다.
<표 14-1> 중재와 소송의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