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영화 유치썰렁하지 않아?"
"금메, 니 나이에서 보믄 유치찬란이지만 저 나이에서 보면
절대절명이 아니냐? 재밋구먼,"
"하기사 고딩애들이 보면 재밋겠지,"
"그럼 잘 된 영화여, 어차피 애들이야기 애가 쓴 거 아녀?"
"저 거 쓴 애 대학 들어가고 한바탕 인터넷 난리났었지."
큰 딸래미가 칫솔질을 하다가 슬쩍 묻는다.
나도 안다.
귀여니가 쓴, '그 놈은 멋있었다.'
인터넷 소설이 화제가 되고
드디어 억수로 클릭해 대던 내티즌의 엄지 덕에
영화가 개봉 되었던 것도 알고 있었다.
물론 동국대학인가 어디 입학해서 한 인터뷰 기사도 보았다.
갑자기 언론이 왕왕 거리며 짖어대고 작가는 삽시간에 고공행진을 했고
그러다 심한 멀미에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는 후속 기사도 봤다.
"저 영화 망했어."
"왜, 안 멋졌대니?"
'그 놈은 멋있었다.'
그 소설을 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제목을 보는 순간 마음에 확 박혔다.
얼마나 쌈박한 제목인가.
내게도 저 시절에 그 놈이, 있었던가.
아니 누구였던가.
'그 놈은 멋있었다.' 라고 단호하게 말 할 수 있는 놈이 있기는 한가.
참 제목 좋다.
아니 저 제목을 붙일 수 있는 작가가 되었든 소설속 주인공이든 멋지다.
고등학교 말썽쟁이 아이들의 소재라는 게 사실 거기서 거기다.
쌈질하고 담임에게 야단맞고 코피 터지고, 부모 속 간간히 썩이고,
친구들과 우정인지 의리인지, 그거 하나 끝내주고 비슷한 사연이다.
특별하게 재미있을 턱이 없는 그런 영화를 성의껏 봤다.
연휴동안 극장으로, 티브이로 영화감독 대 여섯명 만났다.
여러 형태의 인생을 살아 본 셈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그 시절의 감정을 들추어 내 보지만 별로다.
범생이 였기에 별 추억이 없는것인지,
아니면 너무 멀리 와 있는 나이라서 기억이 흐린것인지,
하여간 영화보며 쯧쯧쯧, 혀도 차보고 실없이 웃기도 했다.
"저 때는 저게 죽을만큼 절실하지."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 화면아래 자막이 뜬다.
- 속보. 백남준씨 사망 -
몸이 성치 않아서 활동을 제대로 못한다는 신문 기사가 떠 올랐다.
우리 큰 사람 하나 떠났구나.
"정말 그 놈은 멋있었다."
첫댓글 고딩의 세계와 우리세대를 빗대시는 솜씨가 멋들어지시네요..시간의 스펙트럼은 공감할 수 있는 어느정도의 여지가 있지만 빨강이 흰색이 되기에는 불가능하죠..다만, 우린 그런 시대공감의 생각들을 거쳐왔구요..영화든, 소설이든, 제목이 성패를 가를 때가 많아요.."정말 그 놈은 멋있었다.".백남준 멋있게 살다 갔죠.^^
외국 박물관에... 떠~억 버티고 있는 백남준씨의 작품을 보면서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요...
나이가 들수록 추억도 무디지고, 감각도 퇴색되고... 한국에 묻히기를 소원하셨던 백남준, 자랑스런 한국인이였죠.
건강하셨으면 더 많은 일 하셨을텐데...명복을 빕니다..
주자천??? 낯익은 닉, 낯익은 문장! 그대 정녕 주자천맞능교?
그대 벽계수가 아니라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