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일반부 산문- 장원및 우수작품입니다*

[김연희]

 장원

                      나들이

                                                                  강신혜( 경남대 국어교육과 4학년 )

   어스름한 새벽, 아직 모두가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이었다. 나는 조용히 집에서 나와 다가올 아침을 기다리며 고요하게 숨죽이고 있는 새벽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찬 기운이 뺨을 스치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새벽의 거리로 빠져들었다.

 새벽의 차고 맑은 공기를 깊이 마시며 나는 답답한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뚫리기를 바라며 눈을 감았다.

학교로 가는 버스를 보내고 여느 때 달리 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이른 새벽이라 한산한 버스 안에서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창밖은 어느덧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어느 결에 따스해진 것을 느끼며 나는 눈을 감았다.

  나는 대학교 4학년이었다. 이곳저곳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취업난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현실 앞에 나는 4학년이었다.

두 동생과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의 장녀로서, 나는 4학년이었다.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 커가는 두 명의 동생, 무겁게 우리 가족을 누르고 있는 빚더미 앞에서 나는 어느덧 대학교 4학년이 되어있었다.

가늠할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 속에 차오르고 나는 요즘 부쩍 늘어난 한숨을 나도 모르게 내쉬며 감았던 눈을 떴다. 창밖은 이제 아침이었다. 새벽녘의 찬 기운은 어느 샌가 사라지고 봄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창 밖에는 하이얀 목련이 나무가득 흐드러지게 피어있었고, 어느 한 집 마당에는 매화나무가 옅은 묽은 빛을 머금은 흰 색의 꽃이 만개해있었다.

   󰡒봄이구나.󰡓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 중얼거림은 지금이 봄이라는 사실을 한층 더 다가오게 만들었다. 봄기운이 가득찬 밖으로 나가기위해 나는 벨을 누르고 버스에서 내렸다. 평일 오전의 산은 간간히 오르내리는 등산객을 제외하고는 적막감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 적막감은 봄이 오고 만물이 깨어나 숨을 내쉬는 생동감이 깃든 적막감이었다.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 위로 움이 트고 그 사이에 선홍빛의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터트려 놓은 것을 보며 나는 천천히 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요즘의 나는 너무 지쳐있었다. 4학년이라는 생각에,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의 끝자락에 있을 시험을 앞두고 그 중압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심신이 지쳐있었다.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을 때도 가슴한 구석에는 나를 누르는 커다란 짐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늘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현실의 무게에 두려워져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벌써 여러 해 시험을 치고 있다는 선배들의 피로와 고통에 찬 얼굴을 보며,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취업난의 소식을 들으며, 사람들의 입을 통해 풍문으로 전해지는 내가 준비하고 있는 시험의 합격 문이 내 한 몸 들어가기에도 매우 좁다는 것을 들으며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고 괴로움에 차 있었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에 자꾸만 커나가는 우리들 때문에 부모님의 삶은 곧 고달픔이었다. 번듯한 구두 한 켤레 사서신지도 못하고 처남이 신던 신발을 가져와 신는 아버지, 아이크림이니 주름개선크림이니 하는 화장품이 넘쳐나는 세상에 스킨, 로션조차 사지 못하고 샘플만 받아서 바르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어서 빨리 내가 취직이 되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메우고 있었다. 부모님도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으시지만, 책을 보고 있는 내 곁에 다가와 어께에 손 한 번 얹어주시고, 시원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시며 내비치는 눈길에는 당신들의 딸을 향한 기대가 어려 있었다. 그런 부모님의 기대와 부모님의 짐을 덜어 드리고 싶은 나의 바람 앞에서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재학생이 합격하는 건 정말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을 듣고 실제로 그러한 현실에 눈을 뜨며 나는 고통스러웠다.

  숨이 찼다. 산은 어느덧 중턱쯤이었고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다시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산타기에 익숙하지 않은 몸은 가쁜 숨을 내뱉고 다리는 모래주머니라도 찬 듯 계속 무거워져가고 몸 전체가 물 먹은 솜처럼 늘어지며 땅 밑으로 꺼져가는 기분이 들었다. 며칠 동안 나의 마음도 그러했다. 눈을 감으면 냉혹한 현실이 입을 벌리고 심연 속으로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눈을 뜨면 현실은 오르지도 못할 거대한 산이 되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숨쉬기가 괴로웠고 답답함에 소리 쳐봐도 꽉 막힌 속은 쉽사리 트이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었다. 순간순간 모두가 안 된다고,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 시험이니까 나도 올해 되겠다는 다짐을 버리고 내년을 기약하고 싶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책을 보면서 포기해버릴까하는 생각에 시달렸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을 동생들과 고된 삶 속에서도 당신의 딸은 잘하리라 믿으며 그 믿음을 삶의 등불 삼아 웃으며 힘을 낸다는 부모님을 두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의 싸움은 나를 더욱 더 지치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책을 들여다봐도 쉽게 집중할 수 없었고 계속해서 우울해져 가는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헛되어 쓸 수 없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게 되었고 또 헛되이 보내는 시간 앞에 내 자신이 한심해져 마음이 무거워졌고 그러니 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산에 오르기로 했다. 홀로 산을 오르면서 마음을 다스리기로 했다. 산을 오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팔다리는 무거워지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한 걸음 한 걸음 오르기가 너무 힘겨웠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포기하는 것은 지는 것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이기고 싶었고, 세상에서도 이기고 싶었다.

   돌아서고 싶었지만 꾹 참고 올라갔다. 비록 더디지만 그래도 올랐다. 여기서 지면 안된다고 이를 악 물고 근처의 나무줄기를 간간히 잡아가며 올라갔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숨쉬기 괴로웠지만 그래도 올랐다. 그러자 끔이 서서히 보였다. 나무들만 차있던 눈앞에 나무 사이로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눈을 꼭 감고 올라섰다. 정상이었다. 드디어 오른 것이다.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했다. 힘들었던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을 느끼며 그 동안 나를 괴롭히던 괴로움이 한결 가시는 것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나는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 것이다.

더욱 더 크게 숨을 쉬고 미소 지으면서 나는 오늘의 봄나들이를 가슴에 새겼다.

차상

                            이화정(부산대학교 )

 내가 이 세상에서 처음 눈을 뜨고 이(李)씨 가문과 조우한 지도 어느덧 이십년이 지나간다. 20년을 보고 같이 살았으니, '가족'을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비유하는 문구가 낯설지 않음은 다른 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딱 한사람, 아버지는 여전히 어렵고 가끔 낯설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뱃사람'으로 평생을 사시는 아버지는 일년에 집에 계시는 시간이 반년도 되지 않으니, 나와 함께 사신 시간도 십년이 되지 않으신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이기 하지만 '아빠'는 아닌 것이다. 할머니는 이런 아빠를 보시면 꼭 하시는 말이 있다.

"지 애비 꼴 났지."

 그렇다. 할아버지도 아버지와 비슷한, 아니 어쩌면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삶을 모방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버지 또한 할아버지와 함께 지낸 시간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에 절반이 되지 않으신다. 비단 아버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모두가 그와 함께 한 시간이 제각기 살아온 생에서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이유인즉 이틀에 한번 격으로 외박을 단행하시는, 할아버지 자체 표현으로는 '나들이' 인생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의  '나들이' 인생 때문에 이틀에 한번 꼴로 집안을 들썩거렸다. 복고풍 양복을 쫙 빼입으시고 중절모자를 눌러 쓰시는 할아버지를 쳐다보며 한 손으로는 밥그릇을, 다른 한 손에는 주걱을 드시고 밥을 주느니 마느니 할머니의 잔소리가 새벽 아침부터 끊이지 않았었다. 할머니의 언성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은 할아버지가 양말을 챙겨 신으시는 순간이었다. 할아버지는 양말의 제 짝을 잘찾지 못하셨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같은 말을 반복하시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으시기 시작하시더니 양말도 항상 짝짝이로 신고 다니시기 까지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치매인 것 같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짝짝이 양말을 신는 것을 보시고도 한 번도 갈아신켜 주신 적이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 위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왜 그렇게 할아버지가 '나들이'를 단행하시는지 어머니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할아버지도 아버지 처럼 뱃사람이 셨는데 어머니가 시집오시고 얼마 안되어 치매가 오셔서 배를 타지 못하게 되셨다고 했다. 그러고부터 항상 이틀에 한 번 격으로 저렇게 양복을 빼입으시고 외출을 하신다고 하셨다. 양복 아래로 짝이 안 맞는 양말-심할 때는 검은 것과 흰 것을 신으시곤 했다-을 신고서 구두에 발을 넣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뒷태가 항상 외로워 보였고 슬퍼보였다. 할머니도 같이 가주시면 좋을텐데하고 항상 생각했었다. 그런 할아버지의 슬픈 뒷태가 초연하게 보였을 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나들이'를 나시던 그 날이었다.

 이상하게도 시끄러워야 할 날 아침인데도 할머니는 조용히 아침을 준비하셨다. 주걱으로 밥을 담으시며 오른쪽, 왼쪽 꾹꾹 눌러 담으시는 할머니가 여성스럽게 보이기 까지 했다. 그 날은 어느 잔소리도, 미워죽겟단 눈초리도 할아버지에게 쏟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했던 것은 한 번도 할아버지의 짝짝이 양말을 챙겨주지 않으셨던 할머니가 현관 앞에 검은 양말 한 켤레를 나란히 놓아두신 것이다.

 할아버지의 생일도 아니었는데 할머니가 왜 그러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몸조심 하고, 밥 잘 챙겨 묵고, 뭔 일 있으모 집에 전화하이소. 번호 적어놨심더."

 현관을 나서던 할아버지에게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목걸리를 걸어주시는 할머니가 하신 따뜻한 말씀이였다. 그때 난 그저 할아버지가 먼길로 떠나신다고만 생각했다. 그 날이 내가 대학 합격 발표를 받고 기숙사로 들어가는 날 아침이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할아버지는 어딘지 모르게 여행을 떠나셨고 나는 부산으로 짐을 옮겼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집에서 연락이 왔다. 할아버지가 오셨다고, 그리고 멀리 떠나셨다고 말이다. 청천 벽력 같은 소식에 정신 없이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울고 있는 내게 말씀 하셨다.

 "느그 할배 그라드라. 겨울에 나가노니깐 마이 춥다꼬. 그래서 오자마자 봄에 나들이가 최고라 카믄서 바로 또 나들이 간기라."

 할머니는 그 말을 하시면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셨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떠나셨다. 따뜻한 봄에 나들이를 떠나신 것이다. 할아버지는 생의 끝자락 겨울 나들이를 떠나시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생각해봤다. 평생을 바다 위에서 작업복을 입고 자연과의 사투로 지친 영혼을 위해, 얼마 안되는 여생을 멋진 양복으로 세상과 공유하는 영혼으로 사셨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겨울, 그동안의 생애를 마무리 하고 곧 다가올 영원한 봄나들이를 맞이하기 위해 잠시 영혼을 정리하신게 아니었을까. 겨울 나들이는 할아버지가 살아왔을 때 마지막으로 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그 여행에서 생을 정리하고 인생을 돌아보는 그 시간이 얼마나 짧게만 느껴지셨을까. 하지만 이 세상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정리할 인생이 있었다는 것과 그럴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시간이 남아있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생각한다. 그리고 다가온 봄나들이는 다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할아버지는 어쩌면 겨울 나들이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 아니라, 봄나들이를 맞이하기 위한 행복한 준비를 하신 것이 아닌가 싶다.

 며칠 전, 아버지가 귀국하신다는 연락이 왔다. 긴 겨울 나들이를 끝내시고 집이로돌아오시는 것이다. 아직 나는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아버지가 마지막 겨울 나들이를 떠나신다고 하면 나도 아버지의 뒷태를 바라보며 할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태연한 척 웃어드릴 것이다. 그건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또 다른 정리일 뿐이니까 말이다. 봄나들이

 어찌됐던 봄나들이는 좋은 것이다.

 

차하

                  윤해영(창원시 소계동 701-24 대양동백빌라 401호)

 마흔 즈음에, 밤은 짙은 블랙커피 같이 진하게 배여져 코끝을 으쓱이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습니다. 마음이 빗장을 열며 가슴 한 켠에 큰 자물쇠를 채우고 아련히 적셔오는 그 은은한 향기처럼 수증기가 되어서 사르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내가 알 수 없는 곳으로 그대도 나처럼 마음 언저리 후미진 곳에 빗장을 걸어두고 칸칸이 자물쇠를 채우진 않았습니까? 언제부터인가 숨을 쉴 때마다 그 무게에 짓눌러 헉~헉 거리며 마른 연기처럼 토해 내는 날들이 점점 더 횟수가 늘진 않았습니까? 어제 내가 20대인 줄 알았는데~ 벌써 30대를 훌쩍 넘고 사십을 코압에 바라보는 나이를 먹었습니다. 이제 내 나이도 인생의 절반쯤 살았습니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작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 남은 절반은 당신과 원 없이 사랑하면서 살고 싶어요. 앞만 보고 승리를 위해서 질주하는 경주마가 아니라 내가 당신에게로 달려가는 정녕 그런 사랑이였으면 좋겟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김밥도 싸고 단촐한 외출에도 감사하고, 내사랑이 오래되어 당신의 넓은 가슴에 안겨 파란 하늘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마음에 당신과 나의 하늘을 담고,,, 황혼으로 저물고 싶습니다.

 먹고 살기가 바빴던 20대를 잃어버리고, 객식구들 치다꺼리에 힘들었던 30대를 잃어버리고 이제부터 우리는.... 당신과 나는 신혼입니다.

 일상의 잔여물을 훌~훌~ 털어버리고 깨끗한 한 마리의 한 쌍 같은 원앙이 됩시다.

 시간이 오래 되어 마지막으로 가는 황혼의 열차를 타고 정녕 당신과 함께 한 날들이 한편의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그려봅시다.

 사랑 앞에 당당하고...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이 세상 함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그대와 함께 행복한 날들이 였기에 나는 날마다 소망합니다.

 조금 덜 미워하고 조금 덜 서운해 하고 조금 덜 안타까워한다면 그것이 사랑으로 가는 나들이용 간식입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매일 그것들을 가꾸고 만들려면 늘 바쁘고 분주합니다. "우리"라는 이름 앞에 스스로 저절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가 만들 수 없는 "소풍"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떠합니까? 내 생각은 하셨는지요? 당신이 하는 일은 무척이나 관심이 많습니다."

 파란 하늘 위에 그 애틋한 눈빛으로 당신을 그려봅니다.

 봄 향기는 바람을 타고 당신에게로 달려갑니다.

 어느 연인들처럼 산책로가 그립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앳된 소년의 모습도 보입니다.

 먼 훗날 세월이 흘러...

차하

                               신맹희(마산시 중앙동)

  나와 아내는 마지막 나들이를 떠나려 채비를 한다.

 옷 꾸러미를 챙기고 진통제와 주시기를 꼼꼼히 준비한다.

 3년 동안 입어온 허물 같은 아내의 환자복을 고이 접어 침상에 올려두고 희망과 미래도 놓아두었다.

 우리는 지금 호흡기를 떼고 요양원으로 나들이를 간다.

 언제일지 기약 없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나들이...

 주님이 두 팔 벌려 마중 나와 있는 순천 요양원에 아내와 즐거운 동행을 한다.

 두 번 다시 못 볼 것 같은 산과 들, 서울에서 순천으로 내려가는 길도고 짧은 나들이 길에 아내는 말이 없다. 보고 느끼는 두 눈에 눈물만이 흘러 내린다. 3년전 머리가 아파 병원 한번 갔던 것이 백혈병이란 무서운 병명으로 신혼의 우리 부부를 잔인하게 갈라놓았다.

 결혼한 지 3개월만에 아내를 서울 무균실에 홀로 두고 헤어져 살아햐 했던 우리!

 미운정도 들지 않았는데 너무 고와 눈에 넣기도 아까운 아내였는데 왜 하필 우리에게 이런 시련과 고통을 주어야 했는지 알 수 없는 정체에 원망도 많이 했었다.

 3년동안 아내의 곱고 검은 머리카락과 꿈과 희망과 우리의 미래도 모두 사려졌다.

 뼈만 앙상한 아내의 손을 잡고 요양원의 꽃길을 걸어본다.

 인정할 수 없는 마지막, 포기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 우리 부부의 가슴엔 서로와 헤어질 이별의 준비를 해야한다.

 이 나들이가 끝나는 날, 이별하는 날, 그 날을 위해..

 나와 함께한 세월이... 그 짧은 3년이 30년 살아온 아내의 생애에서 제일 행복했엇다고 말한다... 오래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제 내 손을 놓는다.. 그리고 우리 나들이는 끝났다.

 사랑하는 내 아내와의 마지막 나들이는 별로 즐겁지 않다.

 가슴 메이는 이별도 아내의 마지막을 돌봐주고 아내를 홀로 보냈다.

 사랑하는 당신, 다음 세상에선 절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태어나세요, 항상 웃는 얼굴이 예쁜 당신, 우리 다음 생에 다시 부부로 만나 내가 당신의 아내가 되어 당신 사랑받으며 살고 싶네요.

 너무나 그리운 당신, 꽃길을 걷던 우리 나들이를 잊지 않고 살께요.

 사랑합니다.

[축복결혼상담]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습니다. 영혼을 심어준 부모님의 재산은 돈 주고 못삽니다. 힘내고 생동감 있는 나날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