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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5일(금)
내 인생 역대 행복의 전당에 오를 순간을 만났다.
몇 달 전부터,
국가회계 교육 가냐마냐
7월 말에 부산 교육을 신청했다 취소했다 신청했다 취소했다
수십번도 고민고민고민하다가
그 다음 교육은 8월 초 대구인데
대프리카 가라고..?
하아. 빨리 부산가서 놀고싶은데... 고작 하루인데
하필이면 공시점검표 마감날(7/31)과 교육일이 겹차다니...
엄청 고민했는데
ㅇ이가 운영지원과 사람 몇 명이 부산교육 3일다 휴가겸해서 놀러간다고 얘기들어서
갑자기 확 욕구가 솟구치며 그럼 나도 3일 다 간다 했다가
그냥 좀 말꺼내기도 애매하고,
도저히 마지막날 빠지기 눈치도 보이고 해서...
우선 부산교육은 취소하고,
ㅇ이한테
"나 대구 교육 신청하려구.. 대신에 너보러 가는거니까 너가 놀아줘야해!"
이랬더니,
"엉엉. 대구와라. 막창 사줄게."
이러더라~
그래서 대구 교육을 일단 신청해놓고,
대구 하아. 진짜 볼거 더럽게 없고, 덥지만 그래도 뭐 벼룩의 간을 찾는 심정으로
볼거리를 구석구석 찾아보다가
밤에 야경좋은 곳을 찾으며,
ㅇ이한테 83타워 간다니까
"거기보다 앞산 전망대가 더 좋아."
나: 앞산? 근데 거기는 못가. 너무 멀어
ㅇ : 내가 데꾸가 줄게.
이러더라
누나 가슴 설레게
BGM
이승기가 부릅니다.
"누난 내여자니까"
그래서 내가 정말~~??!?!?!?
엄청 좋아했더니,
ㅇ : 어 ㅋㅋ 금욜에 차가지고 가야겠네
하더라 ㅋㅋㅋ
나 그때부터 거의 정신 나갔잖아.
대구까지 갔는데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서 나혼자 있다가 교육 끝나고
ㅇ이가 짠하고 차끌고 나타나서, 막창 먹고, 둘이서 야경 드라이브 하면서
앞산 전망대에서 멋진 야경보고 황홀황홀 해피해피
상상만해도 너무 좋아~~
진짜 엄청 설레고, 꼭 소개팅 하고나서 에프터받고 다음에 만나는 날 기다리는 여자 같았다.
너무 좋으니까....
혹시 근데 무슨 일 생겨서 못만나는거 아냐?
괜히 설레고 기대했다가 실망하는거 아냐? 아냐아냐아냐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자 했는데....
하아...
하아...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안는걸까..
갑자기 8월 1일(월)요일 아침에
ㅇ에게서 메신저도 아니고, 카톡이 왔다.
읽어보진 않았어도.. ㅇ 이가 나한테 카톡을 보낸거 보면, 오늘 출근을 못했다는거고,
출근을 안했는데 나한테 카톡을 보냈다는건 뭔가 급한 일인거다.
왠지 나 못만날거 같아서 카톡 보낸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ㅇ: 누나 ㅋㅋ 나 코로나 걸렸어 ㅠㅠ
헐....
왜 하필.. 이번주야...
저번주도, 저저번주도 있고 다음주도 있잖아
왜 내가 가기로한 주에 코로나 걸리냐고
나는 너 만나는거 생각하고, 밤에 드라이브할 생각에
벌써 지금 너랑 차타고 드라이브로 세계일주 한 거 같이 붕떠있는데 ㅠㅠ 왜왜왜왜왜
대구에 내가 그럼 혼자서 뭐하냐고 ... 절망 절망... OTL
그럼 첨부터 만난다고 하지 말지...
그럼 이렇지 않는데
왜 사람 설레게 해놓고, 이제와서 못만난다고 하면...
너무 슬푸잖아..
근데 뭐... 코로나로 인해서 못만난다는데...
ㅇ 이가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니 원망도 못하구 흐잉
근데 내가
나 : 그럼 우리 못보는거야? ㅠ..ㅠ
ㅇ : 자고 일어나니까 아픈거 괜찮은데 ㅋㅋ
지금 기억은 안나지만,
전혀 못만나 이런 반응이 아니라 상황보고 만날 수 있음 만나자 이런식으로 열린 결말이어서
10%의 희망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 멘붕이어서
누리한테 같이 대구가서 놀자고 카톡보냈는데
토요일에 일이 있단다 ㅠㅠ
하아.. 애당초 원래 혼자 가기로 했잖아.. 그니까 그냥 혼자가서 노는거야 하며 마음을 다잡고
우선은, 회사 출근 안하니까
금요일에 신나는 마음으로 일어났다.
아침에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후다다닥 BRT타러가서 바로 B2를 타고 오송역에 8시 10분에 도착했다.
8시 15분 기차인데 정말 딱 시간맞춰서 탔다.
기차타고 가면서 졸려서 잤다.
대구 대프리카라고 엄청 쫄았는데 날이 흐려서 그런지 전혀 덥지 않고 괜찮네 했다
교육시간보다 30분 지각이어서 후다다닥 버스를 타고 한 30분쯤가서 엑스코역에서 내렸다.
좀 대구 시내랑 떨어져있는...
공장단지 같은 느낌? ㅎㅎ 교육장에 가서 앉자마자
계속 ㅇ 생각뿐....
10%의 열린 결말로 며칠전에 마무리했기 때문에
나는 얼른 ㅇ 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 교육받으러 왔음. 출첵하고 엑스코 구경보는 중
ㅇ : 엑스코 뭐 잼있는거 있어?
나: 아니 ㅋㅋ 그냥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한마리의 하이애나처럼 돌아댕기는 중
ㅇ : ㅋㅋㅋㅋㅋ
이러면 난 ㅇ 이가
언제끝나냐? 오늘 만날래? 이런걸 기대했는데
전혀~~ 그런 말 없고, 마지막 카톡이
ㅋㅋㅋㅋㅋ 이길래.
아 만나는건 끝이다. 10%의 희망이 0%로 바뀌었다.
그리고 교육듣기 싫어서
오전에, 오후에 계속 밖에 왔다갔다하면서
하아.. ㅇ 이한테
대구날씨 너무 좋다, 너 집이 어디니?, 대구 버스에 왜 일본어가 뜨니? 등등
그리고 필살기로 못만나서 너무 아쉬워 등등등 애걸복걸 해볼까...
온갖 메시지 생각을 혼자서 다했지만....
그만 하자.. 찌질하다.. 어차피 혼자 놀려고했잖아 하면서 스스로를 엄청 다독였다.
교육들으면서도
하아 왜왜왜왜 못만나는거야
내가 너 만나고 드라이브하며 같이 있는 상상을 며칠전부터 얼마나 했는데 ......
진짜 기운빠지고.. 히잉히이이잉
계속 카톡 몇 번이나 먼저 보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꾸욱
그리고 교육이 거의 끝나가자
혼자서 연습장에 카톡을 상상하며 썼다.
나 : ㅇㅇ아, 나 5시 15분에 끝날거 같아
ㅇ : 아 맞나? 그럼 내가 6시에 퇴근하니까 거기 ㅁㅁ식당앞에서 만나자.
나 : 응응 오키
이렇게 상상하면서 썼다.
오늘 만났으면 이랬을텐데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슬퍼.요...
교육은 예정시간보다 20분정도 일찍 끝났고, 버스타려고 나왔는데
썅 왜케 더워 대구 진짜!!!!
햇볕에 살이 너무 따가울정도였다.
버스타고 가면서도
아니 ㅇ 얘는 내가 교육 끝나고 혼자 대구 돌아댕기는게 불쌍하지도 않나?
어떻게.. 'ㅋㅋㅋㅋ' 이후로 연락 한 개 없냐? 나쁜놈이라고 욕하려다가..
그래... 뭐 일부러 자기가 안 나오는것도 아니고, 아파서 못나오는건데...
그리고 내가 6시에 교육 끝날 줄 알텐데.. 지금 5시 반이니까 당근히 연락 안하겠지..
나는 관대하다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한편으로는
오늘 ㅇ이랑 파토난게 혹시 혼자 여행하다가
어떤 멋진 남자랑 같이 여행지에서의 운명적인 만남을 위해 신이 주신 기회인가? 하고
점점 미쳐가기도 하고...
휴우 어쨌든 혼자라도 맛있는거 먹고 재미있게 놀자 하며 스스로를 토닥토닥
버스타고서 남산역 근처가서 원래 가기로했던 콩국집을
땡볕에서 영차영차 걸어 갔는데... 젠장... 휴가란다...
대체로 미리 딴 집을 알아보길 잘했지...
그 집가서 콩국을 먹었는데 많이 못먹겠다.. 느끼느끼
바로 이어서 납작만두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먹자 해서 먹는데 핵 존맛! 그래그래 좋아좋아! 기분 다시 좋아졌어!
그리고 차근히 앉아서 어디갈까 찾아보다가
83타워... 가기 귀찮아.. 뭐 볼거 있다고
ㅇ 이한테 물어볼까? 거기 괜찮냐고??
아냐아냐 연락 안하기로 했잖아 하면서 또 번뇌에 빠지고....
그냥 녹차 아이스크림 먹고, 서문시장갔다가
닭똥집사서 호텔갈까? 하다가 아냐아냐 기왕 왔으니
대구 야경은 함 봐야지 하면서 식당에서 막 나온 순간...
ㅇ 이한테 카톡이 왔다.
어찌나 반가운지 빛의 속도로 답장했다.
ㅇ: 누나 뭐하고 있나?
나: 히이이잉 마구 방황하면서 돌아댕기고 있지
그러다가 내가 문뜩
혹시 ㅇ이 집 근처가 여기면 그냥 잠깐 얼굴만 보자고 하고 불러낼까 하고,
나: 너 집이 어디야?
하는데 얘가 그냥 무슨 동이야 할줄 알았는데
다음앱으로 서로 위치 공유하는거를 보내서 수락했더니
걔와 나의 위치가 서로 공유가 되어서 내가 움직일때마다 표시가 되더라..
어어?? 이건 좀 아니지 않냐? ㅋㅋㅋ
걔도 이런 기능이 있는지 모르고 그냥 보냈단다
우선 83타워 가기로 했으니까
카톡을 주고받으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며
3호선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ㅇ이 집이 저기 대구 아래쪽인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내가 내일 비엔나커피 먹으러 가기로 한 황금역 근처 아파트더라...
그래서 내가 내일 황금역 근처 간다니까
자기네 동네라고 하면서
ㅇ : 동네주민도 안가본 곳을 ㅋㅋㅋ / 낼 몇시에 와?
이러더라...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왜 몇시에 간다하면 너가 나올거야? ㅋㅋ
그래서 또 갑자기 쿵쾅쿵쾅 심장이 뛰어서
나 : 낼 4-5시 사이쯤?
그랬는데도 별 반응이 없어서
내가 펭수 우는 이모티콘으로 최후의 어필을 했다.
나 : ㅠㅠ 대구 왔는데 널 못보다니 흑흑
ㅇ : 미안 ㅠㅠ 내일 나 병원가서 PCR검사하는데 음성 뜨면 보자.
이러더라.. 응???
야 코로나걸리면 한달은 양성떠
글고 왜 중간에 검사를 해?
그리고 내가 원래 아플 때만 전염력있고, 그 후에는 안 옮긴다고
오빠사례 얘기하면서 오빤 코스트코도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자 어서 미끼를 물어버려라
ㅇ : ㅋㅋ 그럼 낼 만나도 되는거 아니야?
나 : 난 솔직히 너 만나도 상관없는데 너가 아파서 다니기 힘들까봐
ㅇ : 아프진 않는데
나 : 그럼 돌아댕겨 ㅋㅋ 집에만 있으면 더 아파 ㅋㅋ
그랬더니
할렐루야
드디어 미끼를 물어버렸다
입질이 왔다
ㅇ : ㅋㅋㅋㅋ / 숙소 데려다주깡?
딩동댕
할렐루야
월요일부터 지금까지 그 못만난다는 슬픔에 잠겨있다가
이 한마디에 정말 사르르르르르르르르르 녹았다.
인생의 승리를 맛본 느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온 힘을 다해 소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
이 자슥.. 누나를 그냥 들어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해?
나 : 아 쥔짜? ㅋㅋㅋㅋㅋ / 나와 밖에 시원해 ㅋㅋㅋㅋ
그리고 난 두류역에서 내려서 83타워 걸어가면서 너무 기분이 좋아서 막 도로에서 팡팡 뛰었다 헿헤헤헤
근데 혹시 부모님때문에 못나온다하면 어떡하지?
연락이 없어서 조마조마 했는데
ㅇ : 누나 ㅋㅋ 몇시에 만날까?
하더라..
너무 고맙게도 여기 83타워에 와준다고...
그래서 지금 시간이 8시이니까 얼른 후다닥 보고 빨리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빨리 전망대부터 올라가서 후딱 보고 내려오려고 하는데...
대체 산 꼭대기에 세워져있는 저 타워입구가 어디란 말이냐
설마 저 산까지.. 걸어 올라가야하는 거야????
얼른 ㅇ 이 만나야 하니까 무작정 산을 올라갔는데 헥헥헥헥헥 너무 힘들어
직원한테 물어보니까 곧 셔틀온다고 타고 가라더라
셔틀은 정각과 30분마다 있고, 위에서 내려오는건 매 5분과 35분이 있다.
지금 8시 이니까 1시간만 봐도 충분하고, 내가 9시차타고 내려오면 9시 10분 정도에 만나면 되니까
9시 10분에 만나자고 했다. 머리가 빨리빨리 돌아가는군...
하아 전망대에 올라갔는데
솔직히 야경이 하나도 눈에 안들어온다
ㅇ 이 만날 생각에 설레고 떨리고 긴장되고 너무 좋아서...
드뎌 만난다 ㅇ 이가 날 위해 차를 끌고 여기까지온다 하아
진짜 배아파서 화장실 몇번이나 가고
요 몇년 사이에 이성으로 인해 이런 설렘 얼마만인지..
시간이 빨리 가라
여기까지 와주고
드라이브도 시켜주는데 넘 고마워서 뭐라도 사주고 싶었다.
전망대 위에서 파는 83타워 자석 4천원짜리를 샀다.
차량용 디퓨저는 좀.. 오버인거 같고..
진짜 근데 사줄만한게 마땅히 없다.
드디오 8시 45분이 되어서 서서히 내려왔다.
아까 ㅇ 이가 서로 위치공유 해준거 덕분에 ㅇ 이가 이동하는게 보인다
지하주차장에서 왔다갔다하고 있군
다행이다
부모님이 못나가게 해서 못온다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차타고 오고있는게 보였다.
그나저나 ㅇ이 차는 뭘까? 난 구경도 못해봤네
마티즈? 아냐 키가 큰데 마티즈는 무슨..
그럼 아반떼?
외제차? 흐흐흐흐흐흐 SUV? 쉐보레 스파크? ㅋㅋㅋ 레이?
그리고 9시 정각에 셔틀이 왔고
ㅇ 이가 점차 오고있는게 보인다 3키로 남았군
근데 여기 주차장 들어오려면 주차료 내야하는데..
내가 차라리 아예 밖으로 나가있는게 나은거 같아서
ㅇ 이한테 전화해서 어디로 내비 찍었냐고 했더니
그냥 이월드로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다되어 서로 위치공유 하는게 종료되어서
정작 중요한 이 순간에 ㅇ 이가 어디로 오는지 파악이 안돼서
우선 주차장에서 이월드 입구로 미친듯이 걸어갔다. 헥헥헥
덥고 힘들지만 그래도 드뎌 그 순간이 온다 헤헤헤헤
그리고 ㅇ 이가 전화해서 이월드 맞은편 투썸 앞에 있으라고 했다.
횡단보도 건너서 있는데 전화가 온다. 자기 도착했다고,
호...혹시 저기 멀리서 파란색 마티즈 차가??
내가 혹시 파란색이냐니까 휴휴휴 다행 아니란다.
택시 뒤에 검은색..
오오오 쉐보레. 만. 리. 부.
차 좋다.
그리고 얼른 쨉싸게 탔다.
오... 웬일이야... ㅇ 이가 왕자님으로 보여
깔끔한 셔츠에 안경쓰고,
차에서 좋은 향이 나고, 마치 저번달에 뽑은거처럼 새차같다. (차 산지 3년 넘었다고함)
자차로 운전하는 남자라니. 왜케 멋져보이냐..
나 : ㅇㅇ 앙~~
ㅇ : 어디로 가까? 대구 야경 괜찮은대로 가까?
나 : 어엉
그리고 어디론가 찍더니 갔다.
이야 진짜 그 가는 순간에
차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차에서 좋은 향기 나고
차도 엄청 깔끔하고,
이 밤에 시원한 바람 맞으며, 대구 드라이브를 하고
못만날줄 알았다가 만나니까 더 너무 좋더라.
진짜 너무너무너무 기분 좋았다.
설레고 떨리고... 황홀황홀
너무 좋아서 주책없이 말이 너무 많았다. 흐흐흐흐흐
월광수변공원에 도착했다. 달서구에 있는....
주차하고서 뒤에 투썸이 보이는데 음료수 안마셔도 된다고해서 바로 걸었다.
이야.. 원래 멋있는 곳인지, ㅇ 이랑 같이 와서 그런지
거기 너무너무너무 멋지더라.
호수 건너편 산 중턱에 성곽같은데에 불빛이 들어오고, 광교호수공원처럼 조명이 조잡하지도 않고,
어두우면서 은은하게 분위기가 나는데 또 물에비친 달빛이 정말 압권이었다.
그리고 ㅇ이가 마치 소개팅 나오는 사람처럼
셔츠에 바지에 구두까지 신고 나왔더라.
아니 키도 크고 잘생긴애가 옷까지 갖춰입으니까 사람 더 환장하게 만드네.... 하아.. 내가 결혼 안했어도
아냐..
넌 키작고, 얼굴 하얗고, 천상여자를 좋아하니. 난 세 가지 조건다 안 맞으니 안됐겠..지????
암튼 둘이서 거기 호수 돌고,
근데 ㅇ 이가 계속 하품하고, 약먹어서 정신이 몽롱하다고 해서.. 좀 상태가 안좋아보이긴 했다.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계속 괜찮다고는 하는데...
정말.. 괜찮은거지, ㅇ 아?
무튼 정말 뭔 일(?)이라도 생겼음 싶은 황홀한 밤이었다.
11시쯤돼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ㅇ 이가 호텔까지 데려다준다고했다. 차로 30분 거리.
지금 지도로 다시 찾아보니 겁나 머네...
같이 차타고 가는데
아 왜케 너무 좋냐 진짜 이 설렘 떨림 얼마만인지....
아니 솔직히... 내가 그동안 남자친구 만나면서 지금 ㅇ 이와의 만남처럼
이렇게 간절히 바라고 아쉬워하고 애태우고, 황홀하고 좋았던적이 있었나?
있더라도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을 거 같다.
인생 통틀어 이성으로 인해 가장 설레고 기뻤던거 아냐? ㅇ 이가...? 0-0
'타로카드 아줌마들이 말한 34살에 만나는 너무 좋은 조건의 남자가.. ㅇ 이...?'
정말 만난지 2번째, 3번째 날...
사귀기 전에 썸타는 그런 느낌이었다.. 정말 행복하다.. 하아아아
나 혼자만 이렇게 미쳐 날뛰는거지..? ㅇ 아?
그리고 ㅇ 이는 날 호텔에서 내려주고 갔다.
진짜 꼭 마약하다가 덜 풀린사람처럼 헤롱헤롱 거렸다.
무슨마약? 사랑의 마약 ㅋㅋㅋ
씻고 나와서 바로 ㅇ이한테 잘들어갔냐고 카톡하려했는데
ㅇ 이가 먼저 거기 호텔 어떠냐고 카톡이 왔다.
그리고 난 너무 좋아서 ㅇ이랑 1시까지 막 재잘재잘 카톡 주고받았다.
새로운 사실은,
ㅇ 이가 근무하는 대구사무소에서 ㅇ이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는데 남친이 있어서
어쩌지도 못하고 있다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금사빠라고 ㅎㅎ
대체 어떤 년이길래 감히 ㅇ 이 마음을 훔쳐간거야! 이년아!! 꺼져! ㅇ 이 내거야!!
(미쳐가고 있다...)
그러더니,
ㅇ 이가
ㅇ : 누나 ㅋㅋ 무튼 낼 황금역 오면 연락해 이러더라 ㅋㅋ
아 진짜? 우리 내일도 만나는거야???
좋아좋아좋아 난 니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고 좋지!!
낼 원래 계획했던 일정 후다다닥 마무리하고 얼른 ㅇ이가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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