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의 글이 많아서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소식을 전한 보람이 있네요.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오늘 수업 끝나고 알아사에 열심히 글을 올렸는데, 등록이 되지 않았어요. 허탈감을 달랠 수가 없어서 다시 올립니다. 혹시 다른 분들 컴에는 올라갔을까요? 이 컴맹이 혹시 등록이 아니라 취소 버튼을 클릭 했을까요? 분명 등록 버튼을 눌렀는데... 누구를 탓하겠어요. 어찌됐든, 18일 오전 서울에서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해서 메일로 보내고, 정말 북경에 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일에 쫒기지 않고 느릿느릿 대형 마트와 전자상가에 다니며 생활용품 사면서 값도 깎아 보고 거리 구경도 하고 그렇게 며칠을 보냈습니다. 버스 타고 다녔어요. 버스는 종류와 차비가 다양한데, 버스 1대가 기본이지만 2층 버스도 있고 버스 2대를 길게 연결한 것도 있고 마을버스 같은 것도 있습니다. 차장이 있더군요. 남녀가 모두 차장을 해요. 2대가 연결된 버스는 1대당 차장이 1명 씩 있습니다. 차비는 1원, 2원, 3원, 4원 등등 에어컨이 있으면 더 비싸다네요. 차장에게 가서 차비내고 표를 받습니다. 글쎄 1원 내도 되는데 잘못 알아듣고 2원 내고, 나중에 알았지만 말을 할 수 있어야 돌려받죠. 타는 문과 내리는 문이 구분되지 않아 혼잡한데, 차비 안내는 아줌마도 봤습니다. 물건 값은 쌉니다. 한 번은 생활용품(비누 그릇, 트리오, 컵, 휴지, 대야 등등)을 꽤 많이 샀는데, 100원밖에 안되더군요. 사과는 최고로 좋은 것이 1개에 3원(약 400원)이고 우유도 500미리가 3원입니다. 그런데 사과 표면에 “福”자가 새겨져 있어요. 사과가 익을 때 글자를 붙여서 햇빛의 양으로 새겨지게 했나 봐요. “복”자가 그렇게 좋은가 봅니다. 대형 전자상가에서 물건 값도 깎아 봤는데, 23원하는 전구를 19원에 팔더군요. 다른 학생이 카세트 “뿌뿌까오”를 사려는데 178원짜리를 1원 깎아 준다고 해서 안 샀습니다. 깎아주는 기준이 뭔지 알 수가 없네요. 중국 음식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몇 가지 먹어봤습니다. 값이 싸고 고기가 아주 푸짐합니다. 그런데 메뉴를 보고는 무슨 요리인지 알 수가 없어요. 요리 사진이 있는 식당도 있지만 거의 모험하는 기분으로 시켜 먹어보고 먹을 만하면 성공했다고 다른 학생들이랑 기뻐했습니다. 첫날 우다코에 메뉴가 한글로 되어있는 식당은 아주 특별한 경우지요. 우다코라는 곳이 특히 한국인이 많다고 하던데, 혼자 버스타고 가서 길거리를 돌아보는데 눈치로 대강 붙잡고 물어보면 한국 사람들이에요. 대형 건물 한 동에 각 층마다 한국인 대상으로 노래방, PC방, 식당, 사우나가 들어서있더군요. 간판도 한글로 되어 있고요. 한국음식 전문 판매점도 2개나 있습니다. 북사대에서 유학생을 대상으로 중국 법률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우다코의 한국인들 예를 몇 번 들더군요. 학교 안에 한국식당이 있습니다. 분식집 메뉴에서 탕과 찜, 잡채, 전까지 있어요. 된장찌개가 20원 하는데 그 며칠 사이 중국물가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 돈이 아깝게 느껴져요. 20원으로 잘 하면 맛있는 중국 요리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거든요. 한국음식 배달집도 몇 군데 있다고 하네요. 학교 밖에 일본식당도 있습니다. 우동을 먹어봤는데, 면발이 쫄깃한 맛이 없네요. 틀어주는 음악은 정말 옛날 일본 분위기를 느끼게 해줍니다. 거리에서 허름한 분식집 분위기 나는 식당에서 누군가 짬뽕 같은 것을 먹고 있기에 들어가서 간신히 손짓으로 먹을 수 있었는데, “딴딴미엔”이라고 최저가 4원 들었습니다. 사전 찾아보니 사천음식이라네요. 이렇게도 먹어보고 저렇게도 먹어보고, 드디어 학교 안 중국학생이 이용하는 식당에 가봤습니다. 한 끼 식사비 6원 정도면 밥과 요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식판은 없고 쟁반 같기도 하고 대접 같기도 한 그릇에 밥과 요리를 함께 받아먹습니다. 양을 엄청 많이 주는데, 우리네처럼 늘 식탁에 오르는 밑반찬이 없어요. 고기와 야채를 찌거나 삶아서 기름과 소스에 볶은 듯한 색채가 선명한 먹거리 한 그릇. 아직까지 중국 음식에서 제가 받은 인상이에요. 중국인 가정의 식탁이나 고급요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이런 중국인이 우리 밥상을 보면 “소박하다”고 하거나 “초라하다”고 할 것 같아요. 우리에게도 임금님 수라간부터 해서 다양한 밥상문화가 있지만, 얼핏 보고 물자가 풍부하지 않아 풀만 먹는다고 할지도 모르죠. 이곳의 밥은 입으로 불면 쌀알이 날아다닐 정도예요. 쫄깃하고 찰진 맛이 없더군요. 그래서 우다코에서 “햇반”을 거금 14원이나 주고 사서 가져온 반찬이랑 먹었지요. 속이 다 개운하던데요.(햇반의 중량을 늘릴 것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뱃속 밥통이 다 안차요.) 아직 식사를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기숙사 규정에 어긋나지만 보통 방에서 전기밥통으로 밥을 해먹는 경우가 꽤 있더군요. 그런데 통우(룸메이트)가 일본인이라서 어찌해야 할지, 이 친구 22일이 되서야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혼자 방을 써서 정말 좋았는데, 이 친구는 중국말을 꽤 하나 봅니다. 그런데 내가 벙어리니 그저 침묵하면서 우아하게 지냅니다. 성과 이름이 독특해요. 林 詩예요. 두 글자로 된 일본 이름도 처음인데 게다가 이름이 詩라니, 일본에서 그것이 어떤 이미지일까 궁금합니다. 아무튼 학생 식당의 식권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교통카드 같은 개념이에요. 충전해서 쓰고 다시 충전하고... 기숙사 세탁기도 30원에 열 번 돌리는 카드가 있습니다. 이 곳은 카드문화가 정말 발달한 곳입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전화카드예요. 전화기에 카드를 넣는 줄 알았는데, 물론 그런 카드도 있지만 일정액의 카드를 사면 그 카드에 카드번호와 비밀번호가 있습니다. 전화 한 통화하려면 기가 막힙니다. 예를 들어 190201(카드 종류를 의미함)누르고 2번(영어 안내) 누르고 카드번호(8자리#) 누르고 비밀번호(6자리#) 누르고 그 다음에 전화 받을 곳 번호를 누릅니다. 중국 내외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따져보면 전부 30개 정도의 숫자를 눌러야 합니다. 첫날 집에서 기다리실 엄마께 전화하려고 몸부림친 생각하면, 카드 사용법을 귀동냥으로 간신히 배우고(처음에 사용 개념이 머리에 정리가 안 되더군요) 번호를 누르는데 번호를 계속 잘못 눌러 다섯 번째 가서야 성공했다는 것 아닙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들도 나중에 중국 와서 한번 당해보십쇼. 자신에게 익숙해서 너무나 당연할 뿐 아무 생각도 없었던 문화와 환경의 의미가 지식 차원이 아니라 일상에서 새삼 절감되더군요. 제가 오늘 왜 이리 말이 많은지요. 아직 학기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아 시간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금요일, 주말이구나” 하는 느낌 때문입니다. 이틀 동안 수업에 시달렸거든요. 20일이 입학식이었습니다. 20일 아침 7시 40분까지 입학식장에 모이라고 하는데, 그 날이 글쎄 일요일이네요.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요일에 입학식 하고 반 편성을 위한 필답고사와 인터뷰를 하고, 인민의 휴일은 어디로 갔나요? 우리는 외국인이니까 중국 인민이 아니라 치고 교직원들은 무슨 경우죠? 수당을 더 받을까요? 아무튼 내 나라에서라면 자고 있을 시간에 다들 모였습니다. 1600명의 입학생에서 2/3가 한국인이고 그 다음이 일본인이라네요. 나머지 미국인, 인도네시아인, 이태리인 등등 그들은 이곳에서 소수민족이죠. 필답고사는 HSK유형의 100문제인데 다들 능력껏 쓰고 나가네요. 앞부분의 듣기 20문제는 다 찍고 뒤의 독해는 그래도 쉽게 풀었습니다. 인터뷰할 때 듣기와 말하기가 거의 안 되는 것을 알고, 면접담당관이 대학원생이라고 해도 101반을 하라고 했었습니다. 반은 100, 101, 102, 201, 202, 301, 302, 401, 402 등으로 분류되는데, 면접관 말이 중국어 1년 배워도 102 하기 힘들다고 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 중문과 2,3학년 끝낸 학생들이 보통 102반으로 편성되는 것 같습니다. 반 편성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102반에 들어갔습니다. 아마 필답고사를 너무 잘 찍은 모양이에요. 그리하여 드디어 목, 금 이틀을 다섯 과목 수업 전부(어제 4시간, 오늘 6시간)를 해봤습니다. 딴에는 열심히 해보겠다고 제일 앞에 앉았다가 선생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하자 반을 내려갈 수도 있다는 충고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알 바 아닙니다. 눈치와 배짱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로 버텨봐야죠. 그런데 수업이 정말 제 수준에 버겁네요. 예습과 복습에 대롱대롱 매달려도 부족하겠어요. 이제 와서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만, 생존중국어라도 외어올 것을... 벙어리와 귀머거리로 지내야 하니 생활이 여간 불편하지 않네요. 풍경소리는 상해갈 예정이면 중국어 열심히 하고 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 보호잔데, 말이 통하지 않으면 정말... 아, 작년에 미국 가서 확실히 느꼈겠네. 같은 내용의 글을 두 번 쓰다니, 금쪽같은 시간이 아깝지만 “알아사”에 올리는 글이기에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인 줄 다 알겠죠? 아깝기도 하고 아깝지 않기도 하고 그 어딘가 중간쯤인 것 같아요. 소식 전하는 것이 외로워서가 아니라 규칙적인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할 텐데요. 앞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 소식 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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