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마법에 빠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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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6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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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겹엔 가족사랑,
한 겹엔 친구의 우정,
한 겹엔 직장 동료애까지 ‘세 겹의 행복’을 선물하는 삼겹살.
얄팍한 지갑으로도 포만감을 누릴 수 있어 언제부턴가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했네.
오늘 퇴근길에 세상살이로 소원했던 친구를 불러내어 소주 한잔을 곁들인 삼겹살의 마법에 빠져 보시라.
삼겹살은 ‘평등’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때?”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이 말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마법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항상 얼굴을 맞대는 동료에게도,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온 후배에게도, 사소한 오해로 소원했던 친구에게도, 철석보다 굳게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들에게도 이 한마디는 서로를 이어주는 신비한 끈이 된다. 그리고 지글지글 불판에 노릇노릇 익어가는 삼겹살의 고소한 냄새와 싸하게 목을 넘어가는 소주의 맛을 온몸으로 기억하며 약속 장소로 달려간다.
기분 나쁜 소식을 전하거나, 억지로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는 절대 ‘삼겹살이나 먹을까?’란 말은 하지 않는다. 부담없이 유쾌한 대화와 정을 나누고 싶을 때 우리가 보내는 신호가 ‘삼겹살’이다.
서민음식의 대명사이며 한국 중년남성들에겐 최고의 영양보충식인 삼겹살. 지난 4월 농협이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돼지고기 부위 중 삼겹살을 선호했고 70%는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삼겹살을 먹으며 3일에 한 번 이상 먹는다고 응답한 이들도 20% 가까이 되었다.
전국민적 사랑을 받는 삼겹살은 그래서 ‘평등’의 상징이기도 하다. 삼겹살을 먹는 자리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마음의 문을 열어 서로를 이해하고 격의없이 대하게 된다. 그래서 대기업 사장들의 프로필을 보면 ‘직원들과 허물없이 삼겹살 파티를 갖는 호방한 성격’ 등의 수식어가 따른다. 노사화합의 자리, 교수와 학생들의 회식에서도 그 어느 메뉴보다 삼겹살을 넣은 상추쌈을 입이 미어져라 먹으면 허물이 사라진다.
삼겹살 사랑에는 지위고하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 어린이날 청와대에 초대받은 아이들이 ‘대통령은 무슨 음식을 좋아하시냐’고 묻자 “지금은 삼겹살이 제일 먹고 싶다”고 고백했다. 매일 국빈들을 비롯한 방문객들과 화려한 오찬, 만찬의 연속이지만 청와대에서 지글지글 냄새 피워가며 삼겹살을 즐기기는 힘들 터. 지난해에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기습적으로 찾아간 곳도 청와대 근처의 삼겹살 집이었단다.
먹성 좋고 느글느글한 여성들만 삼겹살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청초한 아가씨들도 삼겹살 앞에서는 노글노글 허물어진다. 섹시스타 이효리 역시, ‘핑클’ 초창기 삼겹살을 먹을 때 서로 먼저 먹으려고 익기도 전의 생고기를 젓가락으로 먼저 찍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방송에 나와 밝히기도 했다.
지갑이 가벼운 이들, 나이어린 후배들도 삼겹살을 먹고 나서는 “오늘은 내가 쏜다”라고 호기를 부릴 수 있다. 쇠고기등심이나 안심을 먹을 때는 사주는 이들도, 얻어 먹는 이들도 계속 가격표를 확인하고 젓가락이 갈 때마다 은근히 신경이 쓰이지만 삼겹살을 먹을 때는 누구나 “맘껏 먹어”라고 말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젠 또 지역의 평등화도 이뤄졌다. 현대아산측에 따르면 북한측과 합의해 이르면 7월부터 금강산 해수욕장에서도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며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게 됐단다. 아, 이왕이면 허기진 북한동포들에게도 삼겹살을 맛보이면 얼마나 좋으랴.
삼겹살은‘과학’이다
그저 돼지고기의 한 부위일 뿐이지만 삼겹살을 맛있게 먹는 과정엔 엄청난 지혜와 과학이 담겨 있다. 삼겹살은 우리 어법에 맞지 않는 말로 1994년에야 사전에 올랐다. ‘비계와 살이 세 겹인 것처럼 보이는 돼지고기’로 정의돼 있다.
처음엔 제일 인기없는 비곗덩어리로 구박받던 삼겹살을 가장 사랑받고 맛있는 살코기 부위로 변신시킨 것은 장사수완이 뛰어난 개성사람들. 살코기에 그냥 비곗덩어리가 붙어 있게 돼지를 키우지 않고 비계 끝에 다시 살이 생기고 그 살끝에 다시 비계가 붙게끔 개량한 것. 과거엔 돼지에게 음식찌꺼기, 쌀겨 등을 먹였지만 섬유질이 적은 사료를 먹인 후 비계가 살 사이에 얇게 들어가게 다시 열량 많은 사료를 번갈아 먹여 삼겹살을 만든 것이다.
삼겹살의 대중화에는 ‘노동자’들이 앞장섰다. 흔히 ‘노가다’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이 광복 직후에 영양공급을 위해 비싼 쇠고기 대신 삼겹살을 사다 공사판에서 흔히 구하는 슬레이트에 구워먹은 것이 널리 퍼졌단다. 1960년대 소주 가격이 확 내려가면서 서민들도 쉽게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고 제일 마땅한 안주감으로 삼겹살을 선택한 것. 1980년대만 해도 삼겹살은 고기집의 정식 메뉴가 아니었다. 돼지고기라면 고추장에 버무린 돼지갈비나 목살이 인기였다.
| 자신이 삼겹살 보급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는 오진권 사장(이야기가 있는 외식공간 대표)는 1994년 ‘놀부 솥뚜껑 삼겹살’로 선풍을 일으켰다. 제주도에 갔을 때 돼지농장에서 돼지잡는 이들이 돼지고기를 작업장 뒷마당에 있던 커다란 가마솥 뚜껑에 구워먹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곧바로 연구에 들어가 삼겹살용 솥뚜껑을 개발하고 직경 42인치의 자동차 휠을 잘라 기름받이로 사용했다. 그 솥뚜껑은 의장특허, 실용신안특허를 받았으며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2002년 2월 어느날 아침, 식품회사를 운영하던 김병영씨는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강원도 횡성 숯가마 작업장을 소개하는 걸 봤다. 인부들이 가마 안에서 익힌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고 당장 달려갔다. 그리곤 뜨거운 가마에 삽을 넣어 순식간에 삼겹살을 익히는 ‘3초 삽삼겹살’을 개발했다. 이 삽삼겹살은 국내는 물론 곧 일본에도 진출할 만큼 호응을 얻었다.
삼겹살은 단순히 맛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요긴한 식품이다. 돼지고기의 지방은 쇠고기에 비해 지방산 불포화도가 높고 육점이 사람 체온보다 낮아 대기오염, 식수 등으로 자신도 모르게 축적된 납, 카드뮴 등 각종 공해 물질을 체내에서 밀어내준다. 그래서 탄광촌 광부, 옛날 인쇄소에서 활자판 만들던 이들, 건설현장의 일꾼들은 삼겹살을 해독제 삼아 먹었고 요즘도 황사가 심한 날, 삼겹살을 먹으면 황사속에 들어있는 중금속이 씻겨나간다는 설도 있다.
또 돼지고기에 많은 철 성분은 체내에서 잘 흡수되어 철 결핍성 빈혈을 예방하며 메티오닌 성분이 듬뿍 들어 있어 간장의 보호와 피로회복에도 좋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비타민F라는 필수지방산은 뇌질환을 억제하고 뇌의 활동도 촉진시킨다. 돼지고기엔 몸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인 비타민 B1도 쇠고기보다 10배나 많아 피로하거나 지칠 때 활력을 찾아준다.
이마트 등 대형할인매장의 통계에 따르면 가정의 달, 올림픽 등 주요 운동경기가 있는 날, 여름 휴가철, 그리고 비오는 날에는 삼겹살 판매량이 쑥쑥 올라간단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함께 하는 것이 삼겹살이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요리솜씨 없는 이들도 불판에 굽기만 하면 사랑하는 이의 허기를 면하게 해준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삼겹살을 먹으며 사랑을 확인한다. 불판에서 노릇노릇 바삭바삭 잘 익은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입에 넣어주는 아내, 삼겹살이 빨리 익지 않는다고 불판만 바라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면 세상 부러울 게 없고 그곳이 바로 천국 같다.
삼겹살은 ‘사랑’이다
신혼 때는 생일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안 사준다고 징징대던 마누라도 이젠 체념하고 마당에서 구워먹는 삼겹살에 만족한다. 이제는 제법 고기맛을 알아 “난 쇠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맛있어”라고 으쓱거리는 아이의 빨간 볼을 보면 이게 행복이지 싶다. 그 순간만은 주택융자금, 카드빚, 직장 동료와의 불화, 여름이면 도지는 무좀 걱정까지 다 잊게 된다.
또 평소엔 껄끄러워서, 혹은 부끄러워서 하지 못한 말도 삼겹살에 소주라도 몇잔 걸치면 삼겹살 기름처럼 부드럽게 나온다.
“부장님, 솔직히 그때 저만 야단치셔서 좀 섭섭했습니다. 김계장이나 조차장도 같이 잘못한 건데….” “아, 이 사람아. 그만큼 자네를 믿으니까 그런 거지. 자, 술 한잔 받아.”
“야, 너 나 어떻게 생각하냐? 나랑 결혼하면 평생 삼겹살처럼 고소하고 영양가 있는 사랑을 줄게.”
때론 정치평론가도 되고 때론 시인도 되고 때론 흥에 겨워 노래부르는 가수도 되게 만드는 삼겹살의 마법….
죽은 돼지의 살을 꼭꼭 씹어 먹으며 우리는 살아 있음을, 생의 치열함과 아쉬움을 온몸으로 느낀다. 한 겹엔 가족 사랑, 한 겹엔 친구의 우정, 한 겹엔 직장 동료애까지 세 겹의 사랑과 세 겹의 행복을 선물하는 삼겹살.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우리 몸도 삼겹살로 변한다, 삼겹살도 자기몸처럼 우리를 너무 사랑한다면서….
<유인경 편집장 alice@kyunghyang.com> |
첫댓글 작은평화야 삼겹살에 쏘주한잔 어때? 부담없어 내가 쏜다.
난 소주는 안 마시고 삼겹살만 먹어도 되겠지? *^^*
왠 내숭? 양주파인가?
난 분위기파 인데요 *^^*
지금 딱 삼겹살에 소주 한잔 먹고싶다...취하도록...ㅋㅋㅋ
그려 쿠키도 끼워줄께
나도 끼워 주라.. 난 삼겹살도 잘 먹고 소주도 잘 마신다.. 주머니 쪼매 가벼워 질껄.. ㅎㅎㅎㅎㅎ
자네도 끼워 준다면 빈말이 되어버리자녀
도야지 삼겹 많이 먹고 넉넉한 인간 삼겹(?)이 되자...ㅋㅋ
맞다 후니도 끼워주자. 이 칭구 삐져 댓글없는 것 봐라. 쿠키씨 그게 좋겠지?
미래후니 친구가 왜 삐져요?
물론이지, 후니씨가 없는술자석은 에~~ 앙꼬없는 찐빵 뭐 그런야그지요. 토낄려고 하면.... 내가 잡는다....ㅋㅋㅋ
후니가 토끼는게 좋을껄. 무슨 술을 그리 끝도 없이 마시려 드는지 물귀신한테 물리면 간다.
마져, go발이 쎄서 잡히면 물린 다나봐, 광섭씨가 일전에 서울와서 혼났데나봐....ㅋㅋ
후니가 끝까지 못본체 할 수 있을까?
이 칭구가 아직 못본 모양이네 전화해서 댓글 달으라할까.? 안받으면 그렇치? 기둘러보자..언제 나타나는지...ㅎㅎ
삼겹살?에쏘주라~.후니는못보고지났지만 위악땅들은 꽃때지한테혼났다..꽃때지야마돌게맹그러놨으니 ...후니는아무야그안했다.꽃대지야...근데삼겹살에쏘주.or돼지껍때기에쏘주...맛있지요...
핑게도 가지가지네이~~ 빈말이라도 같이 가자눈둥 아니면 오라는둥 하면 어디가 덫이라도 난답니까?? 빈말로 오라그러면 진짜가지.. ㅎㅎㅎㅎㅎㅎ
그럼 오라믄.. 정말 보고잡다!!
요강에는 걸터 앉아도 깔아논 멍석엔 죽어도 안 앉는다는 그 유명한 황씨 고집이여....ㅎㅎ.. 그라니껭 쟈는 오라카면 안온다 이말이쥐....
완전 고집통이란 말쌈이신감?? 친구 맞능교?? 나가면 또 왜 안가느냐고 난리 칠 사람이여 이사람이.. ㅎㅎㅎㅎㅎ
그려서 온다는겨? 안온다는겨?...ㅋㅋ.. 허긴 거시긴 여기보단 거기가 더 낫제..근디 거시기 없잔여! ... 혀서.. 모시냐, 오는 것이 낫잔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