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NPL'(부동산 부실 채권)잡아 재미본다
유동화전문회사 채권 처분 확대, 일반인도 참여 기회 더 많아져
국제신문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 2012-06-10 20:16
- 경매보다 처리 비용 적어 이점
- 정보·냉철한 분석·가치 평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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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에 사는 주부 김모 씨는 평소 경매에 관심이 많았다. 최근에는 자주 가던 한식집 상가가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로 근린상가와 노래주점이 같이 있는 단독 상가건물이었다. 감정가는 15억 원으로 정해졌다. 경매 상식은 있었지만 막상 입찰에 참여하려니 두려웠다.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경매로 매수하면 건물의 개별성과 현재의 낙찰 추세, 상권의 특징을 보았을 때 충분히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유찰이 되기를 기다렸다. 세 번이나 유찰돼 최저가가 8억7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전문가가 알아본 결과 해당 물건 채권 최고액 12억 원의 1순위 저당권이 은행에서 유동화회사에 매각된 상태였다. 1순위 근저당을 9억 원에 샀다. 김씨는 경매에서 2위를 했다. 낙찰자는 종전 최저가보다 더 높은 11억 원을 써냈다.김 씨는 입찰에 떨어지는 아픔이 있었지만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4개월 만에 21%나 되는 높은 수익을 거뒀다. 근저당 매수가격 9억 원과 제세공과금 및 경비 1000만 원 등 총 9억 1000만 원을 투자해 11억 원의 배당을 받게돼 1억9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요즘 부동산 부실채권 투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유동화전문회사가 부실채권 처분을 확대하면서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겼다.
부실채권(NPL)은 무수익여신을 말한다. 돈을 돌려 받기 힘든 채권이다. 금융기관은 이런 돈 안 되는 부실채권을 모아 이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자산관리회사(AMC-Assest Management Company)에 싼 값에 판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환위기 때 론스타가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에서 외환은행 등 5000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것이다. 나중에 이를 매각해 외환은행에서만 4조6000억 원을 벌었다.
부실채권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곳으로 은행을 들 수 있다. 은행에게 부실채권은 항상 생길 수 있는 부산물과 같은 것이다. 은행은 글로벌 시대에 깐깐한 국제회계기준(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을 맞추려고 부실채권 유동화에 힘을 쏟고 있다. 부실이 생기면 즉시 털어내야 건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기업이 확대되면서 자산 건전성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부실채권 거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나아가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기 전 은행은 부실채권을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만들어 부실채권 비율을 낮출 수 있었지만, 도입 이후에는 ABS를 발행하지 못해 수익성이 높은 채권도 자산유동화회사에 매각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총 부실채권 잔액은 18조8000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부실채권을 전문적으로 유동화하는 특수목적회사가 제1차 유동화전문유한회사이다. 유동화회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방법은 이들이 시행하는 경·공매에 참여하거나 수의계약 등이 있다.
일반인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법원경매이다. 하지만 이는 부실채권과 일반채권과 구분을 두지 않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경매신청권자가 유동화전문회사이면 부실채권을 거래한다고 볼 수 있다.
부실채권과 경·공매 투자의 차이는 큰 맥에서는 같으나 투자 방법에서는 약간 다르다. 통상 근저당권의 인수는 근저당 채권액의 할인 금액으로 인수하고 배당차익을 예상해 투자하는 반면 경매는 낙찰을 받아서 재매각하는 투자 형태이다. 경매에서 낙찰을 받으면 취득세 양도소득세 명도 등의 처리에 대한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할인금액으로 인수한 근저당은 이런 비용이 적게 든다. 부실채권을 인수할 때는 그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언제나 비과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여나 상속을 계획하는 재력가에게는 좋은 절세 수단이 될 수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한 전문가는 "부실채권 투자의 핵심은 다른 사람보다 더 이른 정보 취득과 냉철한 물건 분석, 대상 물건의 적절한 가치평가에 있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서 낙찰된 부실채권 추이
2009년 4486건(4.77%)
2010년 6466건(8.03%)
2011년 8283건(11.02%)
※괄호는 전체 낙찰된 물건 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