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인간땅 삼나라 임금 오구대왕은 나이가 들었는데 장가를 가지않아
신하와 백성들은 왕에게 왕비를 맞으라 해서 여러번 사양을 하다 왕비를 맞아 들이기로 하는데
많은 처녀중 길대라는 처녀가 슬기롭고 아름다워 왕비로 정하고 혼례를 준비 하는 중에
하늘 세상 천하궁에 사는 점쟁이 가리박사가 왕에게 올해 혼례를 하면 딸 일곱을 낳을 것이고
내년에 혼례를 올리면 아들을 일곱 낳는다고 했으나 오구대왕은 내년까지 기다릴수 없어
점쟁이의 말을 듣지 않고 칠월 칠석에 혼례를 하였다.
오구대왕과 길대부인은 금실이 좋게 지내다 이듬해 봄 첫아기로 딸을 얻으니 복덩어리
딸이라 기뻐하며 이름은 청대공주요 별명은 해님데기라 지워주었고 이듬해 역시 딸을 낳아
둘째딸은 살림 불릴 딸이라 홍대공주로 이름을 지어주고 달님데기라 하였다.
또 아기를 낳아보니 셋째딸이니 노리개 딸이라 여기고 기쁘게 이름을 녹대공주로 지어주고
별님데기라 불렀다. 네번째 역시 딸이었는데 재롱둥이 딸로 여기고 이름은 황대공주요
물님데기라 지어주고 다섯째는 덤으로 얻은 딸이니 흑대공주요 불님데기라 하라 하였다.
여섯째로 또 딸을 낳으니 오구대왕은 자신의 전생을 탓하며 내리 딸만 낳아 섭섭하다며
섭섭이 딸이라고 백대공주라 이름을 지어주고 흙님데기라 하였다.
그 이듬해 오구대왕은 꼭 아들을 보리라 하고 길대 부인과 영험하다는 삼신당을 찾아 다니며
공을 들였다.그러던 중 길대 부인은 꿈을 꾸었는데 하늘에서 청룔과 황룡이 날아와 품에
안기고 양 무릎에 흰 거북과 검은 거북이 앉고 양어깨에 해와 달이 돋아나는 꿈을 꾸어
오구대왕에게 꿈 얘기를 했더니 오구대왕도 같은 꿈을 꿨다며 이번에는 아들을 낳을 것이라
좋아했다.그리고 얼마후 임신한 부인은 온갖 정성으로 비단 공단에 금실 은실 수를 놓아
포대기를 만들고 아들 낳으면 입힐 옷을 금실 은실로 수를 놓아 바지저고리를 만들고
온갖 사랑으로 정성을 다했다.
이윽고 아기를 낳게 되었는데 이런 이번에도 역락없는 딸이니 오구대왕은 딸이라는
말조차 듣기 싫다며 당장에 갖다 버리라 역정을 내며 벼락같이 호령을 하였다.
마구간에 버리니 말이 쫓아 나오고 외양간에 버리니 소가 도망 나오니 오구대왕은 아주 멀리
옥함에 넣어 강물에 띄워보내라 명을 내리니 길대부인은 울면서 오구대왕에게 버리더라도
이름은 지어 달라하니 본이름은 지어주지 아니하고 그져 바리데기라고 하여 함에 입히려고
만든 포대기와 바지저고리에 바리데기라 수 놓아 옥함에 아기와 함께 넣어 자물쇠를 채워 강물에 뛰워 보내니 빙빙 돌다땅에 오르고 다시 뛰우니 빙빙 돌다 땅에 오르고 세번째 던지니 그제야
물결 따라 출렁출렁 떠내려갔다
바리데기를 싫은 옥함은 둥실 둥실 물결을 타고 바람을 타고 떠내려가 며칠 뒤에 어느 마을에
닿았는데 고기를 잡으려던 마을 사람들이 발견을 하고 자물쇠를 열어 보려고 갖은 애를
써보아도 열리지가 않아 고심하던 중에 허름한 옷을 입은 할아버지 내외가 옥함에 다가가니
손을 대지 않았는데 자물쇠가 철컥하고 열려 함 안을 들여다 보니 예쁜 아기가 새근 새근 잠을
자고 있어 포대기를 들쳐보니 바리데기 이름 넉자가 박혀 있어 마을 사람들이 할아버지에게
누구인지를 묻자 우리는 여기 저기 떠돌아 다니는 비리공덕이라고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비리공덕 두내외에게 아이를 키우라며 언덕에 집을 내주고 비리공덕 내외는 바리데기를 정성스레 키우며 바느질과 글공부와 고기잡는 법을 커나가는 바리데기에게 가르쳤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바리데기는 열다섯살이 됐다.
한편 오구대왕은 몹쓸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아 누워 온갖 좋은 약과 용하다는 의원을 불렀지만
소용이 없던 차에 천하궁 가리박사가 찾아와 점괘를 이리 보고 저리 보더니 이 세상의 약으로는
고칠수 없는 병이나 서천서역국 동대산에서 솟아 나는 약물을 먹으면 낫는 다고 하였다.
길대 부인이 여섯딸에게 떠오기를 청하였으나 서천 서역국은 죽어서 가는 저승 길이니 딸들은
모두 이 핑계 저 핑계로 못 간다 하니 난감한 길대부인은 탄식하며 낳자 마자 버렷던 딸
바리데기를 떠올리니 죽지 않고 살았으며 열 다섯살이니 혹 여나 눈먼 자식이 효도 한다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딸을 찾아 옥함을 뛰워 보냈던 강물을 물 흐르는 데로 나룻배를 타고 떠내려 가면서 바리데기를 애타게 부르며 스무 하루 동안이나 그렇게 강물을 따라 흘러 내려 가다가 바리데기가 사는 마을까지 오게 돼어 다시 한번 큰소리로 '버린딸 바리데기야 네 어미가 너를 찾으니 살았으면 산몸으로 나오고 죽었으면 혼백이라도 나오너라" 하고 딸을 불렀다.
이때 마침 집에서 바느질을 하던 바리데기는 자기를 키워 주던 비리공덕 할머니가 어머니인
줄 알았는데 제 이름을 부르면서 어머니가 찾는 다는 소리에 너무 놀라 키워준 부모에게
물으니 비리공덕 내외는 시실데로 얘기를 하고 바리데기를 찾는 친어머니에게 나가 보라며
옥함에 있던 포대기와 바지저고리를 꺼내 건네주니 바리데기는 비리공덕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하직 인사를 드리고 강으로 나가 길대 부인인 친 어머니를 만나 포대기와 바지 저고리를
어머니에게 보여 주었다.증표를 본 길대부인은 자신의 딸임을 확인하고 집으로 향하였다
아버지인 오구대왕을 열다섯 해 만에 처음으로 문안을 드리고 길대 부인은 바리데기에게
아버지의 병을 이야기 하면서 서천서역국에 약물만이 치료 할수 있다고 하면서 바리데기에게
갈 수 있냐고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바리데기는 아버지의 병을 고칠수 있다면 가겠노라며 곧 바로 떠날 채비를
하고 걸음을 재촉하여 길을 떠났다.몇날 며칠을 고개를 넘고 개울도 건너고 가시밭길도 지나 길을 가던중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밭을 갈고 있는데 그 밭은 넓디 넓어 끝이 보이지 않는 밭이었다.그 할아버지에게 서천서역국을 가는 길을 물으니 이밭을 석자 깊이로 고르게 갈아주면 길을
가르쳐준다 하여 바리데기는 아흐레밤과 낮을 쉬지 않고 고르게 밭을 가니 할아버지가 길을 가르쳐 주는데 아홉고개를 넘어가면 개울가에 빨래하는 사람에게 가서 물어 보라하여 그곳에
도착하니 웬 할머니가 산만한 빨래더미속에서 빨래를 하고 있길래 서천 서역국가는 길을 또
물으니 할머니는 검은 빨래를 희게 하고 흰 빨래를 검게 하면 길을 가르쳐 준다 하여 바리데기는 또 아흐레 밤 낮을 빨래를 하고 나니 할머니는 아홉개울을 건너가면 숯 씻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하니 아홉 개울을 가서 보니 할아버지가 커다란 함지에 가득 담아놓고 숯을 말간물이 나올때
까지 씻고 있어 할아버지에게 서천 서역국에 가는 길을 물으니 함지에 담아 있는 숯을 말간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 주면 알려준다 하니 바리데기는 또 아흐레 밤낮 동안 숯을 말갛게 씻어 놓았다.
할아버지가 길을 가르쳐 주신 아홉 가시밭을 넘어 가니 할머니가 풀을 뽑으면 가르쳐 준다고
하기에 마찬가지로 아흐레 밤 낮으로 풀을 뽑으니 할머니께서 꽃 한송이와 방울 하나를 주면서 길을 따라 가다 높은 곳에 못 가거든 꽃을 던지고 깊어서 못 가거든 방울을 흔들라고 하시니 그 길을따라 가다보니 높디 높은 산이 앞을 가로막아 꼭대기는 하늘에 닿고 길이는 깍아지른 벼랑이라 오를수가 없어 빙빙 돌다가 사흘이 지나고 오르다 미끄러지기를 사흘이 흐르고 나니 문득
할머니가 주신 꽃이 생각나서 꽃을 던지니 높은 산이 내려 앉아 평평한 길이 되어 길을 따라 가니 깊디 깊은 바다가 앞을 가로막아 배와 뗏목을 뛰워보지만 아무리 가벼운것도 가라 앉아 버리니
이곳은 새의 깃털도 가라 앉는 곳이라 한숨쉬고 사흘을 보내고 눈물로 사흘을 보내니 그때야 할머니가 주신 방울을 꺼내 흔들어 보니 하늘 높은 곳에서 오색 무지개가 내려와 다리가 되어 건너게 되니 서천서역국에 이르러 삼천리 길을 더가 동대산에 이르니 그 산을 지키는 총각을 보니 키는 하늘을 닿고 눈은 등잔 같고 얼굴은 박박 얽은 데다 다리는 절름발이요 팔은 곰배팔인데
그 총각은 동대산지기 동수자라며 바리데기더러 뉘신지를 물어 삼나라 오구대왕의 일곱째 딸로 약물을 구하여 아버지 병환을 낫게 해드리고자 왔다 하니 길값 삼만 금과 물값 삼만 금, 구경 값 삼만 금,을 가져왔냐고 물으니 바리덱기는 급히 오느라 못가져 왔다 하니
자기와 결혼하여 삼년을 살고 길 값으로 삼년 동안 나무를 하고 물값으로 삼년동안 물을 길고
구경값으로 삼년 동안 불을 떼우고 아들 삼형제를 낳아주면 그때야 약물터를 가르쳐 준다고
하니 바리데기는 하는 수없이 동수자와 혼인을 하여 그 약속을 지키고 나니 동수자는 그제야
바리데기를 약물터로 가기 위해 삼천리나 되는 길을 가다보니 아주 넓고 아름다운 꽃밭이
있길래 바리데기는 이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서천꽃밭이라 동수자는 가르쳐 주고
검은 꽃을 물으니 죽은 사람을 살리는 뼈살이꽃이라 하여 한송이 따서 품속에 넣고
샛노란 꽃은 죽은 사람을 살리는 살살이 꽃,새빨간꽃은 죽은 사람 피를 살리는 꽃,
새 파란꽃은 죽은 사람 숨을 살리는 숨살이 꽃,새 하얀 꽃은 죽은 사람 혼을 살리는 혼살이
꽃이라 하여 한송이씩 따서 품속에 고이고이 넣었다.험한 바위 골짜기와 가파른 벼랑과
가시덤불 길을 지나고 자갈밭을 걷고 또 걸으며 마침내 약물터에 으르렀다.
커다란 거북 모양 바위의 입에서 물이 방울 방울 떨어지니 아침에 한방울 한밪에 한방울 저녁에 한방울 하루 세방울만 떨어져 호리병에 석달 열흘을 받으니 가득차서 집에 가려하니 동수자가
자기는 옥황궁의 문지기였는데 죄를 짓고 벌로 동대산지기로 내려왔는데 옥황상제가 혼인하여 아들 셋을 낳으면 다시 하늘로 올라 갈수 있다고 하며 가버리니 아이 셋과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험하던 길이 땅도 평평해지고 물도 얕아지고 천리가 백리로 줄고 백리가 십리가 되니 어느 덧 삼나라에 이르니 길가에서 농부들이 오구대왕 길대부인 불쌍하다고 일곱째딸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만 기다리다 죽었다는 말에 바리데기는 허겁지겁 궁궐로 들어가보니 벌써 상여가 나오고 뒤를 따라 언니와 형부들이 나오길래 상여를 두 손을 높이 들어 상여를 세우니 여섯
언니와 형부가 바리데기를 밀치며 야단을 치는데 바리데기는 대꾸도 않고 상여문을 열고 품속에 꽃을 아버지 어머니 위에 뼈살이꽃이라 하고 올려 놓으니 뼈가 뽀드득 뽀드득 살이 붙고 살살이 꽃이라 하고 올려 놓으니 몽실 몽실 살이 돋고 피살이 꽃이라 하고 올려 놓으니 발그스레하게 피가 살아 돌고 숨살이 꽃이라 하고 올려 놓으니 새록 새록 숨이 살아 나고 혼살이 꽃이라 하고 올려 놓으니 혼이 번쩍 살아 생기니 하늘 보고 절하고 물푸레 나무로 세번 치니 아버지 어머니가 기지개를 켜고 긴 숨을 내쉬면서 벌떡 일어나 앉아 바리데기를 보며 반가워 하니 바리데기는 그제야 약물을 먹고 기운을 차리고 부모를 살리게 되었다.
그 후 바리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고 살다가 옥화상제가 바리데기에게 죽은 사람들을 저승길로 인도 하는 신의 일을 맡으라 하여 오구신이 되고 바리데기를 키워 주었던 비리공덕 할아버지 할머니도 저승길을 지키는 신이 되었고 바리데기의 세 아들은 저승을 다스리는 왕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