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까지 고립의 섬…오징어 내장 기름으로 불 밝히고 해장국 끓여 먹어 1882년부터 개척민 몰려와 정착 초창기 똥돼지 인기 60년대 사라져 50년대 금파호 60년대 청룡호 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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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여객선 이야기
울릉도의 역사는 1882년부터 시작된다.
상당수 사람은 의아해 한다. 그보다 더 오래 된 줄 안다. 울릉도는 참으로 오랫동안 '금인(禁人)의 섬'이었다. 1882년 전에는 왜구 등의 침략 등으로 인해 조정이 사람이 살 수 없도록 '공도(空島)정책'을 편다. 울릉도 개척사는 이제 100년 남짓하다. 하지만 상당수 원주민은 타계하거나 육지로 가고 이들 대신 들어와서 사는 육지인들이 많다. 현재 원주민과 육지정착민 비율이 반반씩 된다.
울릉도 개척기 당시 향토음식문화에 대한 연구는 턱없이 부실하다.
현재 (주)대아해운고속이 운영하고 있는 썬플라워가 95년 8월부터 울릉도에 취항한다. 이때부터 육지관광객 특수를 노리는 작전세력이 울릉도에 대거 진출한다. 지금까지 숱한 각급 여객선들이 명멸했다. 광복 직후에는 태동환, 50년대는 금파호, 60년대는 청룡호, 70년대는 한일호와 동해호가 주 여객선이 된다. 포항~울릉도 편도의 경우 태동환은 무려 18시간 이상, 금파호는 16시간, 월 4차례만 운항하는 청룡호는 11시간, 한일호는 8시간쯤 걸렸고, 지금은 포항~울릉도가 3시간대다. 청룡호 시절에는 포항보다 부산권이 울릉도 주민들의 생필품 주거래선이었다. 삶의 양태는 거의 강원도 스타일이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울릉도는 한마디로 '고립의 섬'이었다.
일반 관광객은 눈을 닦고 봐도 찾기 힘들었다. 섬주민과 상인들이 일 때문에 주로 여객선을 탔다. 그러니 관광지가 될 수 없었다. 주민들은 육지의 먹을거리는 언감생심이었다. 섬에서 나는 특산물로 자급자족하는 게 고작이었다. 70년대 도동항에는 일부 일본 적산가옥을 제외하곤 2층집이 없었다. 요즘 같은 식당도 없었다.
도로망이 없어 도동 반대쪽 북면 주민들은 배를 타고 도동에 와서 며칠 묵었다가 육지로 나갔다. 도동의 상업시설이라고 해봐야 숙식이 가능한 예전 주막 같은 하숙집과 자장면과 칼국수 등을 파는 분식점 등이 고작이었다. 초창기 식당과 상업시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라졌고, 겨우 중앙식당 하나 정도만 한 세기 이상 대를 이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 울릉도의 산나물 이야기
울릉도에는 가을걷이보다 '봄걷이'란 말이 더욱 어필된다.
산나물이 봄 한철에 몰리기 때문이다. 봄이면 콘크리트로 만든 나물삶는 통이 쉴 틈이 없다. 87년 사업자신고를 내고 10년전부터 쇼핑몰을 운영하기 시작한 울릉물산(대표 정영수)을 검색했다. 말려서 파는 산나물류는 전호나물, 명이나물, 삼나물, 참고비, 부지갱이, 취나물, 산더덕, 천궁, 독활(땅두릅), 곤데서리, 고사리, 미역취 등이었다.
식물학자들이 조사를 해보니 울릉도에는 무려 650종의 약초와 각종 수목이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밭에서 재배한 산나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갈수록 사람 손으로 재배한 게 대세를 이룬다. 나리분지에 옮겨와 사는 외지 정착민인 김옥선씨의 경우 울릉도에서 처음으로 밭에서 키운 명이나물 시대를 열었다. 대중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부지갱이와 미역취는 울릉도 산나물 중 봄에 두번 채취된다. 가장 먼저 나오는 나물은 전호나물이다. 하지만 아직 야생에 의존하는 건 전호나물, 엉겅퀴, 곤데서리, 명이나물, 고사리 등이다. 엉겅퀴의 경우 육지는 가시가 많고 억세 못먹지만 울릉도는 한결 부드러운 탓에 잘 팔린다.
울릉도 육개장에는 산나물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육지에서는 대파와 무를 이용하지만 여기선 삼나물이 주로 사용된다.
예전보다 몸값이 달라진 산나물은 명이나물이다. 예전에는 먹을 약초가 많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울릉도 최초 정착자들은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에 명줄을 붙들어매야만 했다.
특히 춘궁기가 시작될 이른 봄에 피는 명이나물은 울릉도를 대표하는 나물이다. 섬 개척 당시 춘궁기를 넘기면서 '목숨(명)을 이어주는 풀'이라고 해서 명이나물로 불린다. 10여년전부터 경상도권에서 폭발적 인기를 거두는 바람에 금값이다. 요즘은 장아찌가 대세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다. 예전에는 잎을 먹지 않고 줄기를 삶아 콩가루 등에 무쳐서 먹었다.
산나물과 궁합이 잘 맞는 해초도 울릉도가 강세를 보인다. 봄에는 돌미역, 겨울에는 돌김이 사랑을 받는다. 쌀이 부족해 항상 옥수수, 감자에 쑥, 곰피(해초류), 명이 등 각종 산나물과 해초류를 섞어 넣어 밥을 해 먹었다. 칡에서 녹말을 추출해 쌀과 바꿔먹기도 했다.
◇ 울릉도 오징어 이야기
오징어 수확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보리타작 직후부터 잡혀 추석 넘게 잡히지만 요즘은 9월 넘어부터 잡힌다. 울릉도 어부들은 오징어 말린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속풀이 국을 끓일 때 오징어 내장이 사용되는 것이다.
울릉도는 전기가 들어오기 전 기름이 풍부한 오징어 내장 기름으로 밤을 밝혔다. 오징어에는 흰 내장과 노란 내장이 있다. 이들 내장에 빡빡장을 넣고 시래기, 혹은 부지갱이 등을 넣고 '오징어똥창국'을 해장국으로 즐겼다. 제주도와 비교하자면 돼지고기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몸국과 견줄 만하다.
오징어 눈도 버리지 않고 방어잡이용 미끼로 이용된다. 울릉도 해저는 모래사장이 없고 암석 투성이라서 어종이 그리 풍부하지 않다. 우럭, 매바리, 문어 정도가 고작이다. 갯바위에는 홍합과 따개비, 거북손 등이 많이 잡혔다. 울릉도 홍합은 육지의 담치보다 훨씬 크고 참기름 등을 넣고 볶아 홍합밥으로 잘 해먹었다. 따개비는 칼국수와 미역국 끓일 때 자주 사용했다.
◇ 울릉도 꽁치 이야기
울릉도만의 음식전통은 손꽁치에서 발견된다.
명이나물이 나올 때쯤 꽁치 시즌이 돌아온다. 저동항에는 새벽같이 손질하는 아낙네들이 진을 친다.
몰이라 불리는 해초를 손이나 목선 가에 놓아두면 산란기 꽁치가 거기에 알을 낳기 위해 몰려들 때 낚아채는 것이다. 지금은 손꽁치잡이 배도 박물관으로 들어가고 없다. 울릉도의 대표 물회는 꽁치로 만든다. 가장 울릉도 다운 음식 가운데 하나가 꽁치물회다. 포항에서는 광어·도다리 등 흰살 생선, 속초권에서는 오징어, 제주도는 자리돔 물회가 인기를 끌지만 울릉도는 단연 꽁치물회다.
꽁치수제비미역국도 별미다. 꽁치 살을 으깨 밀가루와 반죽해 수제비처럼 떼내 요리한다. 이밖에 꽁치 부침개도 일반 가정에서 잘 해먹는다.
꽁치를 오래 저장해 먹기 위해서 특별 염장법이 발달될 수밖에 없었다.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한번 쪄 말린다. 그렇게 해서도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에 간장에 삶아 한두달동안 두고 두고 먹었다.
◇ 후발주자로 히트 친 울릉오미
울릉약소·홍합밥·산채비빔밥·오징어·호박엿을 '울릉오미(五味)'라 부른다.
울릉군이 관광특수를 누리기 위해 은밀히 개발한 먹을거리다. 그 중 울릉약소는 자생목초와 약초를 먹고 자란 한우로 약초 특유의 향과 맛이 배어 있다. 울릉군은 울릉약소의 품질보증을 위해 울릉약소 전문판매점을 지정 운영한다. 도동 2리의 약소마을 등이 유명하다.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하면 부두 가득 자리하고 있는 집어등 달린 오징어잡이 배가 제일 먼저 길손을 맞는다. 오징어 만큼 다양한 요리법을 가진 재료도 드물 듯하다. 약 20번의 사람 손길이 닿아야 완성되는 말린 오징어, 빨갛게 양념한 뒤 볶아내는 오징어볶음, 싱싱한 물오징어를 잘게 썰어 밥 위에 얹어내는 오징어비빔밥, 야채와 함께 국물을 부어 내는 오징어 물회, 싱싱한 오징어 내장으로 끓여내는 울릉도 사람들의 해장국 오징어 내장탕, 갓 잡은 싱싱한 꽁치와 함께 썰어 내는 오징어꽁치물회, 오징어 몸통 속에 다진 채소로 속을 채워 쪄 내는 오징어순대 등이 모두 울릉도에서 맛볼 수 있는 오징어 음식이다.
호박엿 이외에도 호박을 이용한 먹을거리가 있다. 호박빵과 호박젤리다. 호박엿이 이에 달라붙어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엿을 대신해 먹을 수 있는 호박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2003년에 개발된 호박빵에는 호박가루가 35.8%나 들어간다. 호박 맛을 살리기 위해 향이 강한 팥앙금을 사용하지 않고 강낭콩 앙금을 사용한다. 이밖에 따개비칼국수와 호박 막걸리도 특미로 팔린다.
◇ 인터뷰
))) 울릉도로 시집 온 최명숙·문양숙씨
울릉도만의 토속음식 정리 절실 시집 올 때만 해도 재배 약초 없어 썬플라워 취항 맞춰 '홍합밥'특수
도동 항에서 1.2㎞ 떨어진 행남(일명 도동)등대 근처에서 만난 최명숙(56)·문양숙(48)씨.
30년전 경주, 26년전 전남 광주에서 각각 이곳으로 시집와서 현재 일반 한식점인 '기쁨 두배'와 '우산반점'을 각각 꾸려간다. 문씨는 처음 구암에서 생활을 했는데 그때 전기도 없어 오징어 기름을 전등처럼 사용했다고 했다.
섬길에서 전호나물을 수북하게 캔 최씨는 무청을 넣고 끓인 오징어내장탕이 가장 울릉도다운 음식이라고 자랑했다. 그녀는 수련 같은 잎을 가진 털머위 꽃이 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오징어철이 돌아온다면서 ,울릉도에서는 시계가 없어도 지천으로 피는 약초의 꽃 상태만 보면 지금이 어느 철인지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문씨는 "내가 시집 왔을 때 울릉도 식당에서는 지금 관광객들한테 절대적 인기를 끌고 있는 홍합과 따개비밥을 볼 수 없었다"면서 갈수록 찾는 이가 많아 홍합을 대량채취하는 바람에 예전 홍합밥 맛이 아닌 것 같아 아쉽다"고 고백했다.
최씨는 "현재 울릉도는 경상도의 한 섬이지만 예전 생활풍습은 거의 강원도 오지 스타일이었다. 강냉이와 감자, 호박, 해초, 산나물을 넣고 잡곡밥 같은 허름한 밥을 먹었다"면서 "현재 울릉도 향토음식의 경우 썬플라워 시대가 열리면서 너무나 많은 관광객 때문에 갈수록 정체불명으로 가는 것 같아 울릉도 본연의 모습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산에서 캐 내려오지만 지금은 편리해져 모두 밭에서 재배한 산나물을 대량 유통시키고 또한 울릉도 원주민의 목소리보다 육지에서 들어온 사람이 울릉도 상권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울릉도다운 음식에 대한 기준이 정립되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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