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사진//약력//대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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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출생/경남 함안 출생(1950년)
*등단/1980-1981년 월간<시문학>에 미당 서정주 추천으로 등단, 등단 작품: 지장보살, 갈대밭머리, 새벽 明沙, 돌문, 한가위날에
*저서/시집<神 한 마리><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이>< 바람 한 분 만나시거든> 논문집<유치환 시의 效用論的 연구><미당 시의 永生主義> <曺秉武론>외 다수
*수상/제1회 한국자유문학상, 제7회 선사문학상, 제29회 한국현대시인상
*문단활동/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한국 현대 시인협회 부이사장. 한국 시문학문인회 회장,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이사. 한국 여성문학인회 이사. 계간<자유문학> 추천위원. <진단시> <남북시> <디엠지> 동인
*기타/고교교사로 명예퇴직, 세종대 신구대 대림대학 강사 역임. 동국대학교 외래교수, 중랑문학대학 출강, 문학박사
*마산과의 인연/함안군 대산면에서 태어나 마산 제일여고에 입학하여, 조병무, 김지연, 유안진 선생님의 영향을 받고 무학산과 합포만을 바라보며 문학소녀의 꿈을 키웠다. 진해 군항제 마산 항도제 등의 백일장과 영어경시대회에 참가하여 수상하기도 하였다.
*E-mail/<hs920@hanmail.net>
*주소/(134-826)서울시 강동구 명일2동 228-6. 301호
*전화·휴대폰/011-9002-3871
♣대표작 5편 :
이혜선/어미고둥-노인요양원에서 외 4
그는 고둥껍질이다
사 오월 못줄 잡아 반듯반듯 모내기한 무논에
땅내 맡아 피어나는 새파란 모포기 사이로
엎어져 둥둥 떠다니는 빈 고둥껍질이다
바스라져 거름이 되는 어미고둥껍질이다
속살 파먹고 자라난 새끼 고둥들
제 살 곳 찾아
뿔뿔이 기어나간 뒤
텅 빈 껍질 속에 기다림의 귀만 자라난다, 부풀어 오른다
심장 쿵쿵 디디고 가는 등산객들 발소리 잦아들고
수락산 솔바람이 순하게 잠들어
뒷 산 화장터 연기 속 벗님도 눈 감을 즈음이면
나선형 주름주름은 터질 것 같은 웃음소리, 한숨소리
도란도란 사진첩이 펼쳐진다
아기고둥들 고물거리던 젖내음
아장아장 걸으며 웃던 발가락
주소와 전화번호 다 없애고 흔적없이 떠난
아들의 마지막 눈빛
죽어서도 잊지 못할 그 눈빛까지
나선형 주름 갈피갈피에서 수시로 걸어나온다
‘수락산 노인요양원’ 1호 병실에 누워 있는 그녀는
심장과 내장까지 새끼 먹여 기르느라
뼈도 살도 삭아내려
무논에 둥둥 떠다니다, 기꺼이 바스라지는
빈 고둥껍질이다, 어미고둥껍질이다.
장대비 오는 날
누가 나뭇잎 푸른 손 흔들어
날 오라 부르나
누가 풀잎 가슴 풀어헤쳐
날 부르나
우리속에 갇힌 짐승 나를
포효도 잊어버린 나를
누가 자꾸 손짓해 숲으로 가라 하나
저 빗줄기 속에 몸 섞어 풀뿌리 되라 하나
잔뿌리 실뿌리 얼크러져 무너지는 땅
몸으로 감싸 안으라 하나
던져주는 먹이만 먹으면 배부른 나를
배부르면 젖은 땅 어디서나 잠드는 나를
잠들면 구겨져 꿈도 꿀 줄 모르는 나를
앙상한 손가락을 펴고
동강난 뼈마디로 흔들어 깨우나
굵은 장대로 등허리 후려치며
지금은 잠들 때가 아니라 하네
아직은 잠들어서 안 된다 하네
아, 누가 있어 온 몸 후려치면서.
돌 문
산등성이로 언뜻언뜻
아이들 옷자락이 보인다
神 한 마리가 눈을 뜬다
새는 밤 꽃으로 피어 있다
밤 숲에선 늘 한 두 잎씩
노래의 잎이 지고,
내일은 장승 한 마리가
돌문을 열것다.
웅녀의 말
밤이면 나는
산맥과 산맥
등성이와 등성이를 단숨에 뛰어 넘는다
산 ․ 들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마늘과 쑥 향내는
저 산 큰골에까지 날아와
아늑한 내 집에 들어앉는다
한낮이 오면
오뉴월 들녘마다 피어나는 다북쑥
무궁무궁 뿌리 뻗는 조선의 후예들
오대양 육대주에 큰 집을 짓는다
우리 몸엔 단군의 초록피 흐르고
양쯔강 ․ 낙동강이 흐른다.
백두산 ․ 고비사막 한길로 숨쉰다
세세 연년
꽃 진자리 새 움 돋는 나,
오늘도 산맥과 산맥
등성이와 등성이 단숨에 넘는다.
치술령 돌어미*
봄이면 봄마다 아흔아홉구비 觀海嶺 두견화 피 토하는 속사연을 이제 알겠네 터만 남고 불 탄 자리 感恩寺址 잔디풀이 새파랗게 새파랗게 불붙는 속사연을 이제 알겠네 동해 바다 날아가는 돛배 한 척 부르다 소리마저 굳어 돌이 된 치술령 돌어미 속사연을 내 이제 알겠네 명자 ․ 아끼꼬 ․ 쏘냐, 방직공장 돈 벌러 정든 고향 떠났다가 자궁내막염 모진 병 얻어 목숨마저 만신창이 짓찢겨 돌아온 정신대 출신 울할머이, 죽을 수가 없어, 끝끝내 입 다물고 이대로는 죽을 수가 없어 부모 형제 저승가기 기다렸다, 이제야 머리 허연 할미새 되어 증언대에 선 죽지 부러진 울할머이, 할머이 멍울진 가슴 저 동녘바다 섬나라 향해 저리도 불게 타오르다 눈먼 돌이 된 사연을
이제 알겠네 천년 돌어미 눈뜨는 속사연을 내 이제야 다 알겠네.
*치술령 望夫石: 신라 눌지왕의 왕명을 받고 왕자를 구하러 일본으로 가서 죽음 당한 남편 박제상을 치술령고개에서 기다리다 그의 처는 돌이 되었다.